끝없는 논란을 일으키는 문제인간이 저지르는 죄는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크게 나누면 3가지이다.첫째,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죽이는 것(일부 종교에서는 나를 죽이는 것도 죄에 해당한다), 둘째,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물건에 손해를 입히는 것, 셋째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그렇다면 결혼한 여자가 다른 남자와 성적 관계를 맺어 아기를 출산하는 것은 죄일까? 아닐까? 여기에는 여러 전제가 깔려 있다. 만약 남편이 승낙했다면 죄가 아닐 수도 있고, 여자가 강간을 당했다면 역시 죄가 아닐 수도 있다. 원초적 문제로 거슬러 올라가면 성인 여자
충성스러운 아버지와 놀기 좋아하는 16살 아들러시아제국의 예카테리나 2세(Catherine II)는 독일 출신이다. 1762년 남편 표트르 3세 황제를 강제 퇴위시키고 여황제에 올라 러시아를 34년간 통치했다. 행정개혁, 법치주의를 도입하고 영토를 크게 확장시켰으나 귀족을 우대하고 농민들을 농노로 전락시킴으로써 사회 부조화와 갈등을 만들었다. 1917년 러시아대혁명의 씨앗은 사실 이때 뿌려졌다고 할 수 있다. 통계에 의하면 예카테리나 2세 시절에 약 60번의 농민반란이 일어났으며 그중 푸가초프(Emilian Pugachev)의 반란
세계적 언어학자(종교학자)의 유일한 소설“성문앞 우물곁에 서있는 보리수/나는 그 그늘아래 단 꿈을 꾸었네/가지에 희망의 말 새기어 놓고서/기쁘나 슬플 때나 찾아온 나무밑”내 기억에 의하면 고등학교 때 이 노래를 배웠다. 제목은 ‘보리수’(Der Lindenbaum)이다. 선생님은 슈베르트의 가곡 (Die Winterreise)의 5번째 곡이라고 일러주었다. 이 노래가 작곡된 해는 1827년이다. 원래 빌헬름 뮐러(Wilhelm Müller)가 발표한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1816), ‘겨울 여행’(1823) 등
남편에게 인사청탁을 하는 간 큰 아내여기 은행장으로 막 부임한 한 남자가 있다. 그에게는 아내와 세 명의 자녀가 있다. 그는 은행장이 되자 직원 1명을 해고하려 한다.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아내가 부탁한다.“그를 해고하지 말아주세요.”남편은 의아해서 묻는다.“왜?”아내는 뚜렷한 이유를 말하지 않고, 그 직원을 해고하지 말고, 대신 다른 직원을 아무나 한 명 ‘짤르라’고 간청한다.이러한 상황은 터무니없다. 남편의 직장 업무에 대해 아내가 왈가왈부하는 것, 분명하고 합리적인 이유를 말하지 않는 것,
한국인 4명이 받은 일본의 문학상한국인들에게 익숙한 문학상은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등이다(물론 이외에도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문학상은 많다). 일본에도 문학상은 수십 개가 있으며 그중 한국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아쿠다카와류노스케상(芥川龍之介賞)이 아닐까 싶다. 줄여서 ‘아쿠다카와상’ 혹은 ‘다천상’이라 부른다.1935년 이시카와 다쓰조(石川達三)가 으로 영광의 1회 수상자가 된 이후 1944년까지 계속되다가 2차 세계대전으로 5년 동안 중단된 후 1949년부터 다시 시작되어 현재까지 87년 동안 1
[논객칼럼= 김호경] 향기는 그 어떤 것도 차별하지 않는다 신이 인간에게 (혹은 원숭이에서 호모사피엔스로 진화했을 때) 만들어 준 감각은 5개이다. 시각, 후각, 청각, 촉각, 미각이다. 이 중에서 왜 만들었는지 (혹은 왜 진화했는지) 알 수 없는 것이 후각, 즉 냄새를 맡는 감각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냄새라는 것은 향기로운 것, 아름다운 것, 황홀한 것이 아니라 고약한 것, 썩는 것, 더러운 것이 대부분이다. ‘냄새’라는 단어 자체부터가 아름답지 못하다. 지금 당장 후각이 없어진다면 약간은 불편하겠지만 살아가는 데 아무런
[논객칼럼=김호경] 자칭 ‘불량배’들은 다르다여기 남자 4명과 여자 3명이 있다. 만약 이들이 짝을 맺는다면 어떤 방법이 가장 좋을까? 남자 3명은 여자 3명과 1:1로 짝을 맺고, 남자 1명은 어쩔 수 없이 혼자 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이는 시시껄렁하고 평범한 남자들의 하찮은 방식이다. 불량배(혹은 양아치 아니면 깡패) 기질을 지녔다면 남자 1명이 여자 3명을 독차지하거나, 남자 4명이 여자 1명을 농락하는 것이다. 그래야 어둠의 세계에서 보스가 될 수 있으며, 여자를 잔인하게 다루는 재미를 느낄 수 있
[논개칼럼=김호경] 세상의 모든 것을 담은 007 가방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다방이라는 곳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면 불청객 한 명이 슬며시 다가왔다. 그는 감청색 혹은 검은색 양복에 빨간 넥타이를 매고 검은색 007 가방을 들었다.“안녕하십니까. 좋은 물건 있는데 한번 보시렵니까?”인사는 정중하지만 허락도 받지 않고 빈자리에 털썩 앉아 가방을 열면 그 안에 온갖 진귀한 물건이 가득했다. 던힐 라이터, 금장 롤렉스 손목시계, Made in USA 군용 나침반, 스위스 아미 나이프... 적어도 50
[논객칼럼=김호경]수상한 남자의 초호화판 파티개츠비는 매우 수상한 사람이다. 이름도 불분명하다. 어떤 사람은 그가 "사람을 죽인 범법자"라 말하고, 어떤 사람은 "영국의 옥스퍼드대학을 나왔다"고 말하고, 어떤 사람은 “독일 빌헬름 황제의 조카 아니면 사촌”이라 입방아 찧는다. 그 어느 것도 정확히 알 수 없음에도 사람들은 매일 밤 개츠비의 저택으로 부나방처럼 몰려간다. 그곳에서 초호화판 파티가 열리기 때문이다.미국 동부 롱아일랜드 해변의 웨스트에그에 있는 개츠비의 저택은 40에이커(약 4만 9천평)의 넓이이고(32평 아파트
[논객칼럼=김호경]어느 선까지 사람을 죽일 수 있을까전쟁이 일어나면 사람을 죽이는 행위가 어느 선까지 용납될 수 있을까? 1949년 체결된 제네바협약(Protection of Civilian Persons in Time of War)에 따르면 “전투의 범위 밖에 있는 자와 전투행위에 직접 참가하지 않은 자는 보호받아야 하고 존중되어야 하며, 인도적인 대우를 받지 않으면 안 된다”고 규정되어 있다. 즉 민간인을 고의적으로 죽이면 안 된다. 그러나 막상 전쟁(혹은 테러)이 일어나면 민간인(특히 여자와 어린이)이 가장 먼저 희생된다.한
[논객칼럼=김호경]이해해서는 안 되는 엉망진창의 이야기“아침에 달님과 함께 일어나 밥을 먹다가 재채기가 나와서 김치를 책 속에 집어넣었다. 순식간에 은행나무 한 그루가 자라나 빨간 콜라가 열렸다. 문득 선생님이 숙제를 내주신 것을 깜빡하고, 창을 열어 아이들을 불렀다.”이러한 문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뒤죽박죽, 오락가락, 중구난방이다. 이렇게 엉망진창인 책이 150년(1865년 첫 발행) 넘게 세계 곳곳에서 읽혀졌으며, 지금도 누군가 읽고 있으며, 앞으로도 읽을 확률이 높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어쩌면 전 세계의 거의 모든 언
[논객칼럼=김호경]불타는 인내심으로 사랑하다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포도이다. 언제부터 칠레 포도가 우리나라에 들어왔는지 알 수 없으나 커다랗고 파란 칠레 포도는 마트마다 쌓여 있고, 값도 그다지 비싸지 않으며, 맛도 그럭저럭 좋다.두 번째는 길고 긴 영토이다. 태평양을 왼쪽에 두고 있는 칠레는 세계에서 가장 가늘면서도 가장 길다. 남북의 길이는 무려 4,300km로 한반도의 4배가 넘는다.세 번째로 떠오르는 것은 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라는 시인이다. 영화 (Il Postin
[논객칼럼=김호경] 전진 혹은 중도포기의 결정권은 나에게 있다.자신의 탄생은 자신이 결정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주어진 삶을 ‘계속 살 것인지’ ,아니면 ‘중도에 포기할 것인지’를 결정할 권리는 있다. 계속 살더라도 ‘아름답고 신나게’ 살 것인지, 아니면 ‘그냥 저냥’ 혹은 ‘비참하게’ 살 것인지 선택할 권리도 있다. 그 무엇이든 조건이 따른다. 아름답고 신나게 살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중도에 포기하려면 극한 선택을 해야 한다. 무엇이든 쉽지 않다. 만약 아름답게 살고 싶지만 여건이 그렇지 못하다면 어떻게 해야
가난이 첫 번째 죄, 예쁜 것이 두 번째 죄 필연적으로 아버지는 무능하고, 술을 좋아한다. 당연히 배우지 못했다. 어머니 역시 무식하며 출신 또한 변변찮다. 그런 집일수록 자식은 줄줄이 많다. 그러나 그것이 비극은 아니며 부끄러움도 아니다. 불과 100년 전만 해도 이 세상사람 대부분이 그렇게 살았기 때문이다. 그 상황이 비극이 된 것은 트링감 목사가 존 더베이필드에게 ‘존 경(卿)’이라고 부르면서 시작되었다. ‘경’은 귀족에게 붙이는 칭호이며 시골의 하찮은 농부(실제로는 행상인)에게는 가당찮은 호칭이었다.“실수였다”고 그냥 지나가
서구 문명을 잉태한 불우했던 나라 한 대형서점의 통계(2019년 전후)에 의하면 한국의 20~30대가 가장 많이 구입하는 외국소설은 헤세의 이고, 40대 이후의 장년층이 구입하는 책은 라 한다. 책을 구입하는 것과 읽는 것은 완전히 별개이다. 책을 산 후에 읽지 않는 사람도 많다. 어쨌거나 은 납득이 가지만 는 납득하기 쉽지 않다. 제목이 근사하고, 이국의 느낌을 물씬 주면서도 무언가 생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준다고 느껴서일까? 아니면 터프가이의 삶에 동경을 느껴서일까?그리
삶의 한가운데는 시간이 아니라 절정의 순간하루의 한가운데는 낮 12시이고, 1년의 한가운데는 7월 2일이다. 그렇다면 인생의 한가운데는 어디일까? 80년을 산다면 40세일 것이고, ‘운이 몹시 나빠서’ 백년을 산다면 50세가 될 것이다. 그러나 청춘의 시기인 30세가 지나면 사실상 삶의 한가운데를 지났다고 할 수 있다. 그 이후의 삶은 어쩌면 자신이 저질러 놓은 일들을 수습하면서 살아가는 덤이지 않을까.니나 뷰슈만은 37세이다. 작가 루이제 린저는 1940년대 말에 평균수명을 74세로 잡았던 것 같다. 2019년에 독일인의 평균수명
통계의 하나일 뿐이다소련군이 마을을 점령한 후 곧 인민재판소가 만들어졌다. 의장은 유대인 마르크 골덴베르크였다. 그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마을 노인을 살해한 죄로 감옥에 갇혀 있었으나 소련군에 의해 인민재판 의장이 된 후 농부의 아내인 아리스티샤를 재판관으로 앉혔다. 판타나 마을에서 가장 가난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리고 몇년 전에 도끼로 헌병을 죽인 이온 칼루가루도 재판관이 되었다. 세 사람은 마을에서 밥술이나 먹는 농부 8명을 비롯해 그리스정교회의 신부이자 사제인 알렉산드로 코루가에게 교수형을 언도했다. 그들에게 내려진 죄목은
20년 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오래전에 읽은 기사를 더듬어보면, 아주 오래전, 신문기자 한 명이 ‘왜 우리나라는 노벨문학상이 요원한가?’라는 의문을 품고 그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유럽으로 탐방을 떠났다. 그는 노벨문학상이 스웨덴의 문학아카데미에서 선정되기 때문에 우선 스웨덴의 국립도서관으로 갔다. 적어도 천만 권 이상의 책이 소장되어 있을 그곳에(참고로 우리나라의 국립중앙도서관에는 1050만 권 이상의 문헌이 있다) 한국과 관련된 책은 딱 3권이었다! 스웨덴 교포가 쓴 시집 1권, 기자가 알지 못하는 한국 소설가의 책 1권, 80년대
동양적 은둔에서 벗어난 대영토의 나라모스크바에서 남쪽으로 약 400㎞를 가면 보로네슈라는 도시가 나온다. 이곳을 빙 둘러 흐르는 강이 돈(Don) 강이다. 미하일 숄로호프의 장편 은 이곳을 무대로 한다. 그곳에서 또 남쪽으로 40km를 더 가면 코스텐키(Kostenki)라는 마을이 있다. 1879년에 처음으로 구석기 유적이 발굴된 이래 다량의 유적이 출토되었다. 이곳에 살았던 현생인류는 그리말디인(Grimaldi man)으로 추정된다. 약 4만년 전에 살았을 것이며, 이[齒]의 구조나 튀어나온 턱, 긴 팔로 보아 니그
아, 무정(無情)초등학교 4학년 때 표지가 떨어져 나간 두툼한 동화책 한 권을 며칠 동안 읽으면서 세상 태어나 처음으로 깊은 감명을 받았다. 속표지에 새겨진 제목은 이었다. 그런데 아이들은 그 책의 제목이 이라는 것이었다. 주인공의 이름이 장 발장이었기에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논란을 벌이지는 않았다. 중학교 때 (Les Misérables)이 원래 제목임을 알았으나 그 뜻을 정확히 아는 아이는 없었다. 나는 초등학교 때의 기억을 떠올려 ‘아, 무정(無情)’이라 일러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