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타임스=김준범] 국방부가 ‘2018 국방백서’에서 ‘북한은 적(敵)’이라는 종전의 표현을 다른 말로 바꿨다고 15일 발표하자 일부 보수 언론과 야당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안보포기’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문재인 정부가 이번 백서에서 주적 표현을 삭제한 것처럼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며 기존의 용어를 달리 표현했을 뿐이다.‘북한=주적(主敵)’ 표현은 이미 노무현 정부시절인 2004년부터 없어졌다. 이에 앞서 2000년 6월 제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부터는 주적 표현이 적절치 않다는 여론이 많아 용어 사용을 중단한
[오피니언타임스=김준범] 한·미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전례 없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12월 중순까지 열 차례나 열렸지만 양국은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가장 큰 원인은 미국이 전례 없이 높은 인상안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의 주둔비 중 일부를 한국이 지원해 주는 것으로, 1991년 미국과 채결된 한미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Special Measures Agreement)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양국은 5년마다 한국의 분담금 규모를 새로 정하도록 했는데, 올해 12월 31일이면 지난
[오피니언타임스=김준범]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이른바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해 최근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것은 만시지탄(晩時之歎)이나 시대흐름에 합당한 판결이라고 본다. 여호와의 증인들로 대표되는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지금까지 감옥 가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상황에서 벗어나 현역이 아닌 대체복무로도 병역의무를 이행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1일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처음으로 무죄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판사 13명 중 9명의 대법관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합법으로 인
[오피니언타임스=김준범] 정치를 흔히 ‘말의 예술’이라고 한다. 비단 정치만은 아니겠지만 회의하고, 연설하며 설득·논쟁하고 협상하는 모든 것이 다 말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정치하는 사람들에게 말은 가장 유용한 수단이요 무기인 셈이다. 그러니 정치인들은 말을 잘 해야 한다.정치인들이 사용하는 말을 보면 그 수준을 알 수 있다. 그들의 말이 곧 정치의 수준을 말해 준다고 보면 된다. 얼마나 사실에 근거한 말로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이고 상식에 맞게 펼치는지를 보면 금방 드러난다. 사실과는 동떨어진 말, 즉 허위사실을 지속적으로 떠들고 다니는
[오피니언타임스=김준범] 정치개입과 민간인 사찰의 대명사로 인식돼 온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가 9월 1일 ‘군사안보지원사령부’(Defense Security Support Command, 약칭 안보지원사)라는 간판을 달고 새로 출범했다. 1990년 11월 윤석양 이병의 민간인사찰 폭로 사건 때 ‘보안사’에서 ‘기무사’로 개명(改名)한 지 28년 만에 또 다시 이름을 바꾸게 된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기각될 경우 예상되는 소요사태에 대비해 계엄 선포를 검토해야 한다는 이른바 ‘기무사 계엄 문건’이 발단이 됐다.우여곡절 끝에 3
[오피니언타임스=김준범] 사실상의 종전선언과 ‘완전한 비핵화’ 등이 명시된 ‘판문점 선언’이 지난 27일 발표되자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은 이를 하나같이 찬성, 환영하고 나섰다.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판문점 선언이 나온 뒤 페이스북 글을 통해 “이제 한국에서 전쟁은 끝날 것이다. 미국과 위대한 모든 미국인들은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매우 자랑스러워해야 한다”며 남북정상회담의 진행상황을 높이 평가했다. 지난 1년 동안 북한의 김정은과 거의 막말에 가까운 말 폭탄을 주고받았던 사실에 비춰볼 때 사상 유례없는 급반전(急反轉)이 아닐 수
[오피니언타임스=김준범] 1975년 합참의장을 끝으로 전역한 한신(1922~1996) 육군 대장은 병사 제일주의를 실천한 지휘관으로 수많은 일화를 남겼다. 전방 제1군사령관 시절에는 헬기를 타고 가다 예고 없이 아무 부대나 내려 병사들의 급식상황을 점검하고, 만약 정량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나면 해당 지휘관을 즉석에서 엄벌에 처했다. 그 후 헬기 소리만 들어도 전방의 지휘관들은 벌벌 떨어야 했다.사단장 시절에는 이등병 복장을 한 전입 신병으로 위장하고 부식(副食) 차량을 얻어 탄 뒤 취사장이 있는 막사에 내렸다. 그곳에서 영관급 참모와 하
[오피니언타임스=김준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방개혁 2.0은 과연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것인가? 송영무 국방부장관은 “국방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사명이자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라 말하고, 건군 70주년인 2018년을 ‘국방개혁 2.0’의 원년으로 삼아 국방구조 패러다임을 전반적으로 바꿔나가겠다고 강조했다.국방개혁 2.0은 현재 20세 남자 인구가 5년 이내에 35만에서 25만명으로 급감하는 현실, 그리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병력집약적인 군 구조’에서 과감히 탈피해 과학기술에 기
[오피니언타임스=김준범] 얼마 전 가족과 함께 영화 ‘1987’을 보았다. 그해 1월 서울대생 박종철 군 고문치사 사건부터 6월 연세대생 이한열 군 최루탄 사망사건까지 6개월간의 한국 현대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고 문익환 목사(1918~1994)가 피를 토하듯 절규하는 모습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영화가 끝날 즈음 문 목사가 “전태일 열사여!”, “이한열 열사여!” 하며 20여명 민주열사들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부르는 마지막 장면에선 나도 몰래 눈물을 훔치고 말았다. 30년 전 그때 나도 그 현장에 있었다. 이한열 군 노제(路祭
[오피니언타임스=김준범] 며칠 전 미국의 틸러슨 국무장관이 북한에 대해 할 얘기가 없으면 날씨 얘기라도 하자며 조건 없는 대화를 제의하고 나섰다. 나중에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없던 얘기가 돼 버렸지만 그동안 다각적인 군사옵션 카드를 만지작거렸던 미국의 태도에 비춰보면 큰 변화를 느낄 수 있다.북핵문제는 한반도만의 문제가 아니고 동북아 지역의 문제만도 아니다. 미·중·일·러시아의 문제만도 아니며, 이미 전 세계의 골칫거리로 등장한지 오래다. 트럼프는 대통령 취임 이후 전임 오바마 대통령을 대북 유화론자로 북핵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지 못했
[오피니언타임스=김준범] 보수를 자칭하는 사람들은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을 ‘정치보복’이라고 맞받아친다. 적폐청산의 실체가 무엇이고, 그것이 어떤 절차를 밟아 진행되는지 등을 지켜 본 다음 내린 결론이 아니라 처음부터 ‘적폐청산=정치보복’이라는 그들끼리만 통하는 등식을 만들어 낸 것이다.왜 그런지 답은 분명하다. 촛불민심 위에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청산해야 할 적폐의 상당 부분은 바로 그들이 저질러 놓은 과오라고 자타가 공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지은 죄를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왜 그들이 적폐청산에 그토록 알
[오피니언타임스=김준범] 이번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두 가지 사안은 일찌감치 제 때에 했어야 할 일을 오래 방치해 둔 결과 나타난 문제들이다. 하나는 서울에 있는 각 군 참모총장과 해병대 사령관의 공관에 관한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국방부 차관의 서열에 관한 문제 등이 그것이다. 가뜩이나 많은 개혁과제 위에 숟가락 하나 더 얹는 모양새가 된 셈이다.문제의 핵심은 각 군 본부가 충남 계룡대로 이전한지 30년이 다 돼 가는데 왜 아직도 서울에 있는 공관을 정리하지 않고 이중으로 낭비하고 있느냐는 것이고, 또 하나는 국방부 차관은 국방장
[오피니언타임스=김준범] 문재인 대통령이 국방부 장관 이하 수뇌부들 앞에서 군을 강하게 질타했다. 8월28일 정부 세종로 청사에서 진행된 국방부·보훈처 업무보고 자리에서였다. 이날 문 대통령은 작심한 듯 그동안 군의 자세와 태도를 하나하나 열거하며 호통을 쳤다.“북한과 남한의 GDP를 비교하면 남한이 북한의 45배에 달한다. 그러면 절대 총액상으로 우리의 국방력이 북한을 압도해야 하는데 실제 그런 자신감을 갖고 있나?”라고 묻고 “(이렇게) 막대한 국방비를 투입하고도 우리가 북한의 군사력을 감당하지 못해 오로지 (한미) 연합 방위 능력에
[오피니언타임스=김준범] 7월14일, 우여곡절 끝에 송영무(宋永武, 68) 전 해군참모총장이 제45대 국방부 장관에 취임했다. 문재인 정부 초대 국방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지 한달여 만이다. 자유당 시절 손원일(5대), 참여정부 시절 윤광웅(39대)에 이어 해군에서는 세 번째로 국군 총사령탑에 올랐다.취임사에서 송 장관은 중점 추진 6대 국방개혁 과제를 제시했다. ▲본인도 가고 싶고, 부모도 안심하고 보낼 수 있는 병영문화 창조 ▲국민의 신뢰 바탕 위에 새로운 국군 건설 ▲더욱 굳건한 한·미동맹 발전 ▲여군인력 확대와 근무여건 개선 ▲미래
국가 간 협상을 하거나 외교 마찰이 생길 때 언론은 자국의 관점에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책을 찾는다. 내셔널리즘 같은 거창한 단어를 동원하지 않더라도 자기 나라와 자국민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그런 점에서 최근 문정인 청와대 외교·안보·통일 특보가 미국 워싱턴DC의 세미나에서 한 발언을 놓고 벌인 국내 보수 언론들의 보도 행태를 보면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서글프다 못해 분노 같은 게 솟아오른다. 과연 어느 나라 언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문제의 발언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그것은 감동의 도가니였다. 37년 동안 그런 감격은 처음이었다고 유가족들은 말했다. 어떤 사람은 한 편의 영화를 본 것 같다고도 했고, 어떤 이는 그동안 얼어붙었던 가슴이 한꺼번에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고도 했다. 지난 18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거행된 37주년 기념식을 두고 한 얘기들이다.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크게 세 가지였다. 그 중에서 압권은 역시 문재인 대통령의 기념사였고, 다음은 문 대통령과 유족 대표 간의 감격적인 포옹 장면, 세 번째는 9년 만에 불러보는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 등이었다. 그러나 순서로 보
다음달 9일에 치러질 제19대 대선은 몇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먼저 헌정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 탄핵의 결과 실시하게 됐다는 점, 15명이나 되는 사상 최다 후보 등록을 기록했다는 점, 선거운동 기간이 전례 없이 짧다는 점 등이다.이번 대선 기간을 지켜보면 한 가지 더 추가해야 할 특징이 있다. 바로 TV토론에서 당연히 올라가야 할 당연한 주제, 즉 한반도 통일에 관한 문제가 전혀 논의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대선에선 외교·안보와 함께 통일 문제는 언제나 비중 있게 다뤄져 왔었다.그에 비하면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각 정당들이 5월 9일 19대 대선일을 앞두고 당내 경선을 위한 TV토론에 분주한 모습이다. 정당에 따라서는 공중파와 종합편성채널(종편) 등에서 이미 몇 차례나 TV토론을 벌인 곳도 있다. 가장 늦게 모습을 드러낸 자유한국당이 26일 처음으로 KBS-TV에서 경선토론회를 가졌다.대통령 선거에서 TV토론이 갖는 가장 큰 의미는 후보 검증이다. 토론을 통해 주요 국정현안에 대한 인식과 해결방안, 역사의식, 지도자로서의 소통능력, 더 나아가 인간적인 이해 등을 알아보는 것이다. 토론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후보가 타인과의 소통에 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막바지로 치닫는 가운데 대통령 측 대리인단의 변론행태가 도를 넘어섰다는 목소리가 높다. 출석하지도 않을 증인을 무더기로 신청하는가 하면, 매 변론 때마다 갖은 방법을 동원해가며 시간 끌기하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는 풍경이 됐다.보도를 종합해 보면 22일 16차 변론에서 있었던 대통령 대리인단의 언행은 법조계의 상식에 크게 어긋날 뿐만 아니라 법정모욕에 가까워 선진국 같으면 법정구속 감이 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런 만큼 이날의 법정 모습은 대리인단에 의한 막말과 협박, 선동의 독무대였다
조기 대통령 선거를 불과 몇 달 앞두고 야권에서 결선(決選)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지난 6일 대선 결선투표제를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결선투표제란 3명 이상의 후보가 출마할 경우 첫 개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2차 투표, 즉 결선 투표를 통해 최종 승자를 가리는 제도를 말한다. 미국 같은 양당제 국가에서는 해당되지 않지만 다당제 하에서 후보가 난립할 경우에는 적절한 방식이다. 우리나라는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이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