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객 닷컴 = 칼럼니스트 김우성] 나는 12년 구력의 테니스 동호인이다. 돌이켜보면 테니스 관련 추억이 많다. 여러 장소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공을 치고, 일정 기간 레슨도 받고, 여러 대회에 참가하기도 했으니 ‘테생테사’라고 봐도 무방하다.그동안 테니스를 치면서 여러 사람을 만났다. 실력자들도 다수 상대했다. 그런데 그들 중 몇몇은 나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나를 가르치려드는 모습을 종종 목격했다. 백번 양보해서 본인 실력에 자신 있어 그런 거라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최소한 나를 별 것 아닌 것처럼 무시하지는 말아야 하는 것
[청년칼럼=김우성]“과외를 해볼까?”예전에 과외 잠깐 하다가 그만두었는데, 다시 시작해보기로 결심했다. 돈도 벌 수 있고 가르치는 일이 적성에 맞을 뿐더러 마침 여름방학이라 시간 여유도 많으니 안 할 이유는 없었다. 뭘 고민해, 당장 시작해야지!과외 모집 사이트에 나의 이력과 소개글을 올렸다. 유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영어 회화를 가르친다며 나 자신을 홍보했다. 어느 학교에 다니고, 외국에서 얼마 동안 살았고, 어떤 경력이 있고, 과외 경험은 얼마나 되는지 언급했다. 끝에 한마디를 덧붙였다.‘무료로 시범수업 한 시간 해드립니다’.
[청년칼럼=김우성]10여 년 전, 중학생이었던 나는 매일 밤 잠들기 전에 팔굽혀펴기와 윗몸일으키기를 했다. 바닥에 손을 대고 엎드려 수십 번씩 팔을 굽혔다가 폈고, 소파 아래의 틈 사이로 발을 집어넣고 상체를 올렸다 내리기를 반복했다. 체육 수행평가를 볼 것도 아닌데 왜 그리도 열심히 했던지. 그냥 운동이 좋아서 했다. 그 뿐이었다.시간이 흘러 고등학교 생활이 이어졌다. 고교 3년 동안에도 개인 운동을 꾸준히 지속했다. 어느새 팔굽혀펴기와 윗몸일으키기는 숨 쉬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분이 되었다.20대 청년이 되었다. 군
[청년칼럼=김우성]#1매일 만나던 사람이 있었다. 가족만큼. 어쩌면 가족보다 더 가까운 사이였다. 밥을 같이 먹는 건 물론, 부모님께 이야기하지 못할 속내를 털어놓을 정도였으니 말 다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유는 잘 모르지만 우리 사이가 예전과 달라졌다. 만나는 횟수가 줄어들고 연락이 뜸해지더니 결국 우리의 연이 끊어졌다. 지금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까. 흔한 문자 메시지 한 번 보내기가 이제는 조심스럽고, 만나서 밥 한 번 먹기는 더더욱 어려운, 그 누구보다 껄끄러운 사이가 되어버렸다.솔직히 말하면 연락하기 어
[청년칼럼=김우성] 담배 피우는 사람을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주위 사람들에게 지독한 연기를 내뿜어서?대기를 오염시켜서?아니다.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내가 담배를 피우지 않아서다.'흡연자는 나쁜 사람, 나를 포함한 비흡연자는 좋은 사람'이라는 인식을 갖고 꽤 오랜 시간 살아왔다. 그러다 20대 초반, 군 입대한 뒤로는 생각이 달라졌다. 입대 후 흡연을 시작했다는 뜻이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길...군대에 가보니 수많은 장병이 담배를 피웠다. 그들은 틈틈이 작고 흰 막대를 입에 물었다. 삼삼오오 모여
[오피니언타임스=김우성] 다른 사람의 행동 중 이해 안 되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읽지 않은 카톡을 쌓아두는 행위’다.누군가로부터 카톡이 오면 어플에 빨간 표시가 뜬다. 메시지를 읽고 나서야 붉은 표시가 사라진다. 나는 그 빨간색을 되도록 보자마자 바로 없애버린다. 몹시 바쁜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칼답’을 하는 편이다.사람들은 말한다. 바빠서 메시지를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고. 그렇다. 휴대폰에 손 못 댈 정도로 무언가에 몰두해 있을 수 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과 씨름하거나, 땀을 뻘뻘 흘리면서 운동을 하
[청년칼럼=김우성] 100년 이상의 전통을 자랑하는 테니스 대회 ‘윔블던’. 매년 7월,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이 대회는 까다로운 규정으로 유명하다. 관중이 다리를 꼬고 경기를 관람하면 덩치 큰 보안 요원이 손짓으로 경고한다는 점. 로얄 박스(저명한 인사들을 위한 특별석)에 앉는 사람은 한여름 낮에도 무조건 정장을 입어야 한다는 점. 경기장 내에서 상업 광고 게시는 금지되어 있다는 점.다른 대회와 달리 윔블던은 왜 이렇게 엄격한 잣대를 내세우는지.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다른 대회가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어린이, 또는 아이돌 그룹을 보
[청년칼럼=김우성] 스무 살 시절이 생각난다. 미성년자에서 성인으로 거듭난 시기. 20대의 서막은 나를 설레게 했다. 더 이상 교복을 입지 않아도 되었고, 술잔을 기울일 자격이 생겼다. 족쇄가 풀린 기분이랄까? 청소년기까지 나를 구속하던 제약이 하나둘씩 허물어지면서 나는 더욱 자유롭게 움직였다. 더 이상 어리지 않다고, 나름 어른이라고 어깨에 힘주던 지난 날 나의 모습이 떠오를 때마다 웃음이 난다.10대에서 20대가 되면서 여러 가지 기분 좋은 변화를 체험했지만, 언짢은 부분과 마주하기도 했다. 바로,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 나
[청년칼럼=김우성] 요즘 바둑 두는 재미에 빠져있다. 한 판 두고 나면 30분이 훌쩍 지나가 있을 정도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면 늘 바둑을 둘까 말까를 고민한다. 무료함을 달래는 데 바둑만한 게 없다.한창 상대방과 지략 대결을 펼치는 중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상대방이 제발 저기만큼은 두지 말았으면...’하지만 안타깝게도, 상대방은 나의 바람을 외면한다. 나와 겨루는 상대들은 모두 독심술이라도 갖고 있는 걸까? 그들은 내가 생각한 지점에 정확히 돌을 놓는다.사람 마음이라는 게 다 똑같다는 걸 느낀다.
[청년칼럼=김우성] 나는 자가용이 없다. 그래서 멀리 이동할 때 주로 버스를 이용한다. 그동안 대수롭지 않게 버스를 타고 다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버스를 운행하는 기사님들이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든다.우선, 출발 예정 시각에 정확히 출발하는 점이 마음에 든다. 기사님은 1분도 지체하지 않고 정각에 맞춰 버스를 움직인다. 오전 5시 30분에 운행하는 첫차는 매일 그 시간에 출발한다. 운행을 펑크내거나 출발 시각에 겨우 맞춰 부랴부랴 뛰어오는 기사님은 본 적 없다. 기사님은 늘 운전석에 앉아 대기 중이고, 당장이라도 출발할 준비를 완료
[청년칼럼=김우성] 얼마 전 과외를 시작했다. 여섯 살 아이에게 영어회화를 가르친다. 가르친다기보다는 같이 논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책상에 앉아 교재를 보면서 공부하는 게 아니라 함께 그림 그리고, 퍼즐 맞추고, 장난감을 손에 쥐면서 대화를 하니까. 솔직히 책상에 얌전히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면 좋으련만, 아이는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방 안을 뛰어다니기 바쁘다. 책을 읽어주려고 앉히면 금세 일어나 침대 위로 올라가있다. 뒤따라 잡으러 가면 아이는 미꾸라지처럼 이리저리 빠져나간다. 어느새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청년칼럼=김우성] 나는 기억력이 좋다. 특히 사람의 이름을 잘 기억한다. 처음 만난 사람의 얼굴과 이름을 확실히 인지해 다음에 또 만났을 때 상대방의 이름을 부른다. “OO아 안녕!”이라고 반갑게 인사 건네면 상대방도 밝게 화답하고는 한다.학교 테니스 동아리에서 졸업하신 선배님들을 초대해 함께 운동하는 ‘OB전’을 준비하고 있다. 30년이 넘은 전통 깊은 동아리라 졸업한 지 얼마 안 된 20대 후반부터 50대까지, 선배님들의 연령대는 다양하다.선배님 명단을 보니 100명이 넘었다. 나를 포함한 임원 다섯 명은 단체 문자를 작성했다
[청년칼럼=김우성] 어느 중학교 앞을 지나쳤다. 교복 입은 아이들이 걸어 나왔다. 수업이 다 끝났나보다. 친구들에게 농담 건네며 키득거리는 아이, 떡볶이 컵을 손에 쥐고 가는 아이, 휴대폰 들여다보는 아이. 여러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10년 전에는 나도 중학생이었는데... 이들에겐 내가 아저씨로 보이겠지?아이들 표정이 밝았다. 주말을 하루 앞둔 금요일이라서 그랬을까. 사는데 큰 문제가 없어서일까. 나도 10년 전 저런 표정으로 살았었나? 나는 중학생 시절을 어떻게 보냈지? 10년 전 내 꿈은 프로 테니
[청년칼럼=김우성] 카톡을 보내기 전 한참 고민할 때가 있다. 작성 가능한 글자 수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고, 메시지 보내는데 돈 드는 것도 아니면서 썼다 지우기를 반복한다. 맞춤법과 띄어쓰기 점검은 기본. ‘ㅋㅋ’는 몇 개가 적당할지, 느낌표가 나을지 물결이 나을지 고민되어 전송 버튼 누르기가 조심스럽다. 탕수육을 주문할 때 ‘찍먹’과 ‘부먹’ 중 선택하는 것만큼 대충 지나치기 어렵다.리포트 작성하듯 퇴고하는 내 모습이 참 웃기다. 한마디 건네는데 심혈을 기울이다니. 어지간히 상대방에게 잘 보이고 싶었나 보다. 남에게 멋진 모습만
[오피니언타임스=김우성] 19학번 새내기들을 만났다. 얼마 전 ‘새로 배움터’에 참석해 신입생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내가 앞으로 새터를 가면 얼마나 더 갈 수 있을까, 몇 년 뒤에는 가고 싶어도 못 간다는 생각이 들자 강원도 깊은 산골에서 보낸 2박 3일이 귀하게 느껴졌다. 선후배가 한 자리에 모여 잔을 부딪치고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후배 한 명 한 명을 알아갔다. 새내기들의 이름, 나이, 사는 곳을 비롯해 대학 생활에 대해 궁금한 점, 앞으로의 계획까지 파악했다. 가벼운 인사로 시작한 우리는 진솔한 대화로 넘어
[오피니언타임스=김우성] 외국인 교수님이 진행하는 영어 강의를 들은 적 있다. 하루는 교수님이 나에게 말했다.“한국 학생들은 왜 그래? 수업시간에 얼마나 많이 배우는지보다 학점을 잘 받을 수 있는지에 더 관심이 많더라고. 얻어가는 게 거의 없더라도 A+만 받으면 만족하나봐?”교수님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나 역시 그들 중 한 명이었으니까. 수강신청하기 전 해당 수업 강의평을 늘 확인한다. 아무래도 가장 눈길이 가는 부분은 학점을 잘 받을 수 있는지 여부다. 관심 있고 배울 내용이 많은 수업이더라도 A+를 받기 어렵다면 망설여지는 게 사
[오피니언타임스=김우성] 지난해 3월, 새 학기의 시작. 개강과 동시에 테니스 동아리에 가입했다. 오래전부터 테니스에 관심 많았던 터라 동아리 활동에 적극 참여했다. 매일 저녁 훈련에 빠지지 않고 참석해 부지런히 땀을 흘렸다. 테니스만 열심히 친 게 아니었다. 시험 끝나고 바닷가로 MT를 가는가 하면, 잔디밭에 돗자리 깔고 다함께 배달음식 시켜먹는 여유를 누리기도 했다. 종종 바비큐 파티를 열어 친목을 다지는 등, 한 해를 돌아보는 지금 많은 추억이 떠오른다. 코트 안팎에서 ‘핵인싸’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한 2018년이었다.너무 열정적으
#1교회에서 예배 후 청년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던 중 단풍 구경 가자는 의견이 나왔다. 울긋불긋 단풍잎을 감상하면서 가을 분위기를 즐기자는 주장에 모두가 동의했다. 언제가 좋을지 달력을 보면서 다같이 고민해보았다. 하지만 쉽게 날짜를 정하지 못했다. 다음 주는 누가 못 오고, 그 다음 주는 누가 빠진다기에 모두를 만족시키는 타협점을 찾느라 애를 먹었다. 그러는 사이 누군가 말했다.“단풍잎이 다 지기 전에는 가야지.”단풍잎이 남아있을 때 가야한다는 사실. 그게 가장 중요했다. 그리고 그게 가장 걱정스러웠다. 다음 주, 다다음 주에도 가
[오피니언타임스=김우성] 몹시 추웠던 올해 초, 대한민국을 한동안 뜨겁게 달구었던 사건이 있었다. 화제의 주인공은 테니스 선수 정현.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에서 정현은 파죽지세의 기량을 선보이며 한국인 최초로 4강에 올랐다. 강자들을 차례로 꺾는 그의 행보에 국민의 관심이 커져갔는데, 그 중 하이라이트는 노박 조코비치와의 경기였다.조코비치는 매 대회마다 우승 후보로 꼽히는 선수다. 탑랭커 조코비치를 상대로 비교적 약체인 정현이 완승을 거두자 세계가 놀랐다. 물론, 당시 조코비치 몸 상태가 100% 정상은 아니었다. 그는 작년에 팔꿈치 부상
[오피니언타임스=김우성] 어느 일요일 저녁, 특별한 약속이 없어 집에서 쉬고 있었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무얼할까 고민하던 중 휴대폰 주소록을 둘러보았다. 정확히 185개의 번호가 저장되어 있었다.‘심심한데 전화나 해볼까?’주소록에 적힌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천천히 훑었다. 고등학교 친구, 대학교 선배, 군대 동기, 교회 청년부 형제자매, 선생님, 친척, 이웃, 그 밖의 아는 사람이 휴대폰 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한가한 주말 저녁 편한 이야기 상대로 누가 좋을지 고민하면서 화면을 계속 넘겼다. 하지만 이름을 살피는 내내 과감하게 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