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타임스= 칼럼니스트 신세미] 올 봄 이사를 앞두고 있는 데다 코로나로 ‘집콕’하면서 살림살이들을 정리중이다. 주방 붙박이장과 서랍장에 모셔둔 30년 전 신혼그릇부터 넘쳐나는 플라스틱용기와 1회용품, 소형 주방용품이며 비상-예비용의 식료품과 각종 차와 커피에, 올 들어 거의 컬렉션 수준의 마스크까지... 각 방의 붙박이장 속 깊숙이 보이지 않던 물건까지 용품을 용도와 무게별로 간추리며 일부는 빼내니 이용도 수월하고 보기도 깔끔해졌다.코로나 이후 남녀노소가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면서 주생활 관련, 건축 인테리어 뿐아니라 정리
경남 창원에서 열린 창원조각비엔날레에서 독일 작가 카리나 스미글라 보빈스키의 작품 ‘ADA’를 대하며 순간 움찔했다. 올 한해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 이미지의 흑백 버전 같았기 때문이다. 온통 흰 방에 들어선 지름 3m의 PVC풍선은 거죽에 뾰족한 목탄들이 꽂혀있어 관객이 툭 밀치면 헬륨가스 주입한 풍선이 떠다니는 과정에서 목탄이 천정 바닥 벽면에 검은 선과 점의 흔적을 남겼다. 2016년 작이니 코로나 시대를 투영한 작업이랄 수는 없지만, 뽀족한 관이 달린 구의 모양이며 공간을 차츰 오염시키는 과정이 전염력 강한 코로
[논객칼럼=신세미]언젠가 현관 문열쇠의 비밀번호가 긴가민가했을 때 머리 속이 아득했다. 너무도 친숙한 사람 이름이며 특정 장소와 용어를 한때 잠깐 깜빡하는 정도를 넘어 중요한 약속을 완전히 잊을 때는 황당하면서 마음이 무겁다. 기억력 감퇴를 넘어 질병 수준의 건망증인가 싶으면서 혹시나 치매의 초기 단계는 아닌지 걱정스럽기까지 하다.얼마 전 휴대폰 일정표에도 기록한 점심 약속을 전날까지 의식했으나 정작 당일에 잊어버린 당혹스러운 경험을 했다. 그날 집에서 느긋하게 있다가 상대방이 오전 중에 확인 전화를 주었기에 부랴부랴 약속 장소로
[논객칼럼=신세미]3명의 혼성그룹과 그들이 신나게 춤추며 노래하겠다는 댄스곡이 화제다. 올여름 한철 의기투합한 프로젝트 그룹의 주인공은 유재석–이효리-비. 이 보다 더 강력하기 힘든 팀이기에, 트리오의 이름만으로 세인의 관심과 기대가 모아진다. 그들의 신곡은 기획 제작 단계부터 2020년 여름 가요계의 초강력바람을 예고하고 있다.TV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7월 중순 발표를 목표로 진행 중인 혼성그룹과 그들의 신곡에 대한 이야기다.혼성그룹의 이름은 ‘싹쓰리’(SSAK3). ‘놀면 뭐하니?’팀이 유튜브를 통한 라이브
[논객칼럼=신세미]코로나 19가 세계를 온통 흔들면서 달라진 일상, 생소하고 편치 않은 생활에 조금씩 적응하고 있는 요즘이다. 코로나 방역을 위해 수시로 꼼꼼하게 손 씻기, 외출할 때면 마스크부터 챙기기가 너와 나를 위한 최우선의 생활예절이 됐다. 감염 예방 차원에서 ‘비대면의 거리 두기’를 위해 각종 모임을 안하고 못한 지도 지난 2월 중순이후 두 달이 넘었다. 근래 다소 느슨해진 느낌도 있지만 ‘비대면’, ‘집콕’이 강조되면서 한집 식구 이외엔 부모자식, 형제자매 간에도 왕래가 조심스럽고, 경조사 참석도 망설이게 됐다.#손씻기:
[논객칼럼=신세미] 올 들어 첫 토요일 큰 수술을 받고 퇴원하신 어머니의 간병을 위해 형제들이 교대로 어머니 댁을 찾고 있다. 오래전 심장판막수술을 받으셨던 어머니는 지난 연말 크리스마스날 밤 갑작스런 발열 증상으로 대형병원 응급실, 중환자실을 거쳐 32 년만의 심장재수술 후 퇴원해 집에서 요양 중이시다.가정적으로 초특급 비상사태를 겪으며 경황없는 연말연시를 보내다가 2월 들어 코로나 바이러스가 심각한 양상을 보이니 더욱 마음이 복잡 심란하다. 코로나사태 이후 낯설지 않게된 용어, 기저질환자인 어머니가 마른 기침이라도 하면 제때 치
[논객칼럼=신세미] 얼마 전 또래 모임에서 누군가 카톡으로 보내온 3분 미만의 동영상을 공유하다가 웃음이 빵 터졌다. 다들 “바로 내 이야기”라며 격하게 공감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이 씁쓸했다.그 영상은 한 카페에서 장년층 남성이 휴대폰으로 누군가에게 인터넷을 통한 정보 이용의 어려움을 따지듯 호소하는 내용이었다. 그 남성은 인터넷에서 서류 떼려면 해당 사이트에서 본인 인증 등을 위해 요구하는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액티브X 보안프로그램 깔기, 로그인이며 특수문자를 포함한 비밀번호 기록하기 등의 ‘길고 험난한 과정’을
[논객칼럼=신세미] 오래 전 일이다. 대학 신입생 시절 교양과목 수업시간에 담당 교수의 말 한마디가 줄곧 마음에 남아 있었다. 정확한 강좌 제목이며 전후 맥락은 기억나지 않고 다만 그 말만 기억난다. 그 교수는 데이트를 잘 할 수 있는 자질(?) 세 가지 중 하나로 ‘대화를 계속할 수 있는 능력’을 지목했었다. 세월이 흘러 다른 자질은 잊어버렸지만 ‘대화 능력’이 내 기억 속에 각인돼 있는 걸 보면 당시 내심 다른 두 자질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화 능력’의 결핍, 열등감이 컸던 것 같다.한동안 나 자신의 말하기 능력이 부족하다는 생
[논객칼럼=신세미] 엊그제 해가 쨍쨍 내리 쬐고 다음날 비 뿌리더니, 아침 저녁으로 부는 바람이 한결 선선해졌다. 결코 끝나지 않을 것 같던 한여름 불볕더위가 수그러들고 있다. 23일은 ‘땅에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 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는 처서.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더니, 어느새 하늘 높이 날아 오르는 잠자리들이 눈에 뜨인다. 올 여름은 늦은 장마에 이어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태풍들의 여파인지 비가 잦아 옥상 화분에 따로 물을 주지 않아도 화초들이 푸르게 잘 자랐다.잦은 비에 외출 때면 우
[논객칼럼=신세미] 5만원권 지폐가 6월23일로 발행 10주년이라고 한다.5만원권 이전에 널리 통용되는 최고액권은 10만원권 자기앞수표였다. 고액 거래 때면 안전 거래를 위해 10만원권 수표의 뒷면에 이름 연락처 등을 기록하는 신분 확인의 절차를 거쳤다. 일반인의 든든한 비상금이던 10만원권 수표는 이제 5만원권 지폐에 밀려 일상에서 찾아보기 힘들어진 지 오래다.거의 일회용처럼 유통기간이 길지 않은 수표와 달리, 지폐는 위조 방지 장치 등 까다로운 공정을 거쳐 만들며 그 수명이 길다. 지폐는 경북 경산 한국조폐공사 화폐 본부에서 전
[논객칼럼=신세미]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른다’는 ‘ㄱ’ 자 모양의 낫만큼은 아니지만 호미도 살짝 ‘ㄱ’ 자로 구부러진 우리 전통의 농기구다.서울서 자랐지만 오래 전 여름방학 때 시골집에 갔다가 할머니, 아주머니를 따라 밭에서 호미로 잡초를 솎아내고 흙 속의 감자를 캐본 적이 있다. 호미는 낫에 비해 예리한 날이 덜 길고 넓적하게 휘어진 구조라 초보자도 다루기가 크게 어렵지 않았다. 한 여름 뙤약볕 아래 쭈그리고 앉아 호미 질이 낯설고 서툴렀지만 도시서 경험하지 못했던 농사 일 체험이 신기하고 뿌듯했었다.현대 일상에선 잊혀 지고
[논객칼럼=신세미] 국립현대미술관의 2013년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한 공성훈 화가의 ‘흰 머리’ 그림. 가로 181.8cm 세로 227.3cm의 캔버스에는 폭풍 전야 같은 거칠고 검푸른 하늘과 바다를 배경으로 누군가의 뒷모습이 담겨 있다. 세로로 긴 화면 하단으로 바람에 휘날리는 머리카락이 섬세하게 묘사된 그림에서 주인공의 얼굴은 물론 성별조차 불분명하다. 다만 희끗희끗한 머리에서 나이 지긋한 인물이려니 짐작할 뿐이다.‘흰 머리’ 그림은 혹 작가의 삶이 투영된 자화상은 아닐까. 작가는 흰 머리의 인물을 통해 지난 세월의 고난한
[논객칼럼=신세미] 경주솔거미술관의 새봄 기획전을 관람하기 위해 지난 주 초 경주를 찾았다. 경주엑스포공원 안에 자리잡은 그 미술관은 전설적인 신라시대 화가 솔거의 이름을 딴 명칭이 상징하듯 옛 도시 경주, 전통의 맥을 잇는 전시를 진행하고 있었다.오는 9월 15일까지 열리는 특별기획전 ‘전통에 묻다’는 전통의 계승과 현대성에 대한 관심으로 자연 속에 은거하며 자기 해석을 모색해온 작가 4명의 작품을 한데 모았다. 회화 분야에서 1945년생 동갑내기인 박대성 이왈종, 작고 화가 황창배(1947~2001), 도예가인 1946년생 윤광
[오피니언타임스=신세미] 프랑스와 인접한 스페인의 포르부(Portbou)는 일반 지도에서 그 이름을 찾기 힘든 작은 마을이다. 스페인 여행 일정 중 생소한 이름의 포르부를 찾아간 것은 그 마을에 남아 있는 특정 인물의 흔적, 그를 기리는 조형물을 보기 위함이었다.그 ‘한 사람’은 20세기 초반을 대표하는 사상가 문예비평가 발터 벤야민(1892~1940)이다. 독일 태생의 유대인으로 철학 미학 등에 걸쳐 활발하게 저술 활동을 펼쳤던 그는 나치를 피해 오랜 도피 생활 끝에 스페인, 포르투갈을 거쳐 미국 행을 시도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생
[오피니언타임스=신세미] 대서양 연안의 휴양지, 스페인 산세바스티안은 미식의 도시다. 산세바스티안에는 미슐랭 ‘별 셋’ 식당 3곳을 포함해 미슐랭 스타 식당만 10곳이 넘는다. 4년제 대학 과정의 요리학교 바스크 컬티너리 센터(BCC)는 쉐프 지망자들의 꿈이다. 9월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7월 재즈페스티발로도 유명하다. 아름다운 해변 도시답게 태양의 계절이면 서퍼들로 붐빈다.그러나 지난 11월 초 북 스페인 여행 중 산세바스티안에서 1박2일은 소문난 미식 영화 음악 체험보다 이 도시와 연이 있는 두 미술가의 흔적을 쫓는 순례였다. 스페
[오피니언타임스=신세미] 지난 11월 스페인여행 중 가장 설렜던(?) 일정이라면 ‘마르케스 데 리스칼’ 와이너리에서의 하룻밤이었다. 그 와이너리 건물을 지은 이가 구겐하임빌바오미술관의 건축가 프랭크 게리였기 때문이다. 와인은 잘 모르지만 유명 건축가의 건물에서 1박이라니, 여행 계획 때부터 기대가 컸다. 유럽의 와이너리들이 유명건축가와 협업하는 ‘와인-건축 프로젝트’의 현장, ‘21세기 샤토’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프랭크 게리의 와이너리 호텔은 빌바오에서 130km 떨어진 스페인 북부 리오하 지역의 엘시에고
[오피니언타임스=신세미] 스페인 빌바오에 대해 ‘잘 알 못’이었다. 신조어의 뜻처럼 잘 알지 못했다. 스페인 북부 바스크지방의 주도 빌바오라면 구겐하임빌바오미술관이 도시의 모든 것으로 잘못 알았다.그러면서도 스페인 여행을 앞서 특히 빌바오에 마음이 갔다. 꼭 가봐야 할 미술 명소로 손꼽히는 구겐하임빌바오미술관, 프랭크 게리의 그 유명한 건물을 직접 둘러본다는 기대가 컸다. 빌바오가 세계적으로 도시 재생의 성공 사례이며, 구겐하임빌바오미술관의 이미지가 친근할 만큼 미술관을 품은 도시의 성공스토리를 듣고, 또 들었기 때문이다.11월 초 빌바
‘내가 뭐가 될지 난들 알겠는가, 내가 뭔지도 모르는 내가?내가 생각하는 게 된다고? 하지만 너무나 많은 게 될 생각인걸!너무나 많은 이들이 똑같은 게 되려 하는데, 그렇게 많이는 있을 수 없다’포르투갈 시인 페르난두 페소아(1888~1935)의 1928년 시 ‘담배 가게’(김한민 옮김)의 일부다.리스본에 살면서 70개가 넘는 이명(異名)으로 글을 발표한 시인 페소아에 다가서게 된 것은 지난 10월 중순. 포르투갈 여행을 앞두고, 페소아 시집 3권-‘시는 내가 홀로 있는 방식’, 초콜릿 이상의 형이상학은 없어’(민음사), ‘내가 얼
[오피니언타임스=신세미] 유럽의 서쪽 끝나라, 포르투갈에서 한국 예술가의 이름과 문화 현장을 수차례 접하면서 반갑고 또 자랑스러웠다. 이국의 문화예술을 체험하기 위해 찾았던 서점, 음악당, 현대미술관에서 우리나라 작가의 소설, 연주회와 창작곡 CD 및 미술작품을 잇따라 마주하는 느낌은 각별했다.늦가을 포르투갈 여행 기간 중 일정이 여유로워 주변의 사물로 향하는 촉각이 열려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직전 여행지 스페인에서 꽉 짜인 일정에 가우디, 피카소, 달리 등 큰 이름을 쫓느라 우연한 무엇을 발견하고 느낄 여유가 없다가 포르투갈에선 다소
[오피니언타임스=신세미] 리스본에서 ‘꼭 가봐야 할 명소’로 maat를 추천한 이는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이다. maat는 Museum of Art, Architecture & Technology의 약자, 건축 과학기술까지 아우르는 최신 현대미술관이란다. 그러나 새로 장만한 우리 포르투갈 여행서 최신판엔 그 이름조차 없었다.리스본 숙소에서 현지 지도를 얻으면서 포르투갈의 ‘삼성미술관 리움’격인 베라두컬렉션미술관과 maat의 위치를 물었다. 호텔리어는 리스본 지도에서 베라두미술관를 선듯 짚어내지 못하더니, maat를 입에 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