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타임스=칼럼니스트 권오용 ]2020년은 참 힘들었다. 캘린더에서 떼어 버리고 싶었다. 나이에서 빼자는 이도 많았다. 어느 작가는 한 해를 지난 게 아니라 그냥 버텼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대통령은 긴 터널의 끝이 왔다고도 했지만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냥 터널에 다시 들어가 갇힌 느낌이다.교수신문이 지난해의 사자성어로 아시타비(我是他非)를 뽑았다. 어려울 때 세치 혀를 굴려 말장난한 사회지도층을 비꼬는 말이리다. 나만 옳고 그러니 나만 살아야겠다는 극단적 이기주의의 발로다. 이걸 놓고만 보면 화가 나고 이민이라도 가고
[오피니언타임스= 칼럼니스트 권오용]우리나라가 코로나 시대에서 살기 좋은 나라 4위에 올랐다. 미국의 블룸버그 통신의 자료다. 이 통신사는 경제규모가 2천 억 달러 이상인 세계53개국을 대상으로 코로나 19 상황 및 삶의 질에 관한 10개 지표를 가지고 조사를 했다. 그 결과 한국은 100점 만점에 82.3점을 받아 뉴질랜드(85.4점), 일본(85.0점), 대만(82.9점)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코로나 시대 살기 좋은 나라 4위자체 개발한 진단 키트를 사용하고 세계적으로 호평 받은 ‘드라이브 스루’검진소를 운영했다는 점에 높은 점수
한 검찰 간부가 검찰을 떠나며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고 개탄했다. 법의 논리로 재단되야 할 검찰의 기능에 정치가 개입해 엉망이 됐다는 얘기리라. 기업에만 있었던 내가 보면 같은 얘기를 할 수도 있다. “정치가 기업을 덮어버렸다” 는 경제 논리에 따라야 할 기업 경영에 정치가 개입해 엉망을 만들었다는 뜻이다.재계는 1999년 “사회공헌 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당시 전경련의 기획본부장이었던 필자는 고베(神戶) 대지진이 일어날 당시(1995년) 일본에 주재하면서 일본 기업과 게이단렌(経団連)의 체계적인 구호활동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5일 개정된 한국형 재정준칙 발표가 이슈다. 2024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약 60%를 놓고 OECD 국가대비 높은 수준이란 경고다. 2~3년후 글로벌 인플레 위험을 대비해야 한다는 소리도 높다. 이와 관련 반면교사가 될 만한 해외사례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타임스=칼럼니스트 권오용] 그들은 꿈을 꾸었다. 나라가 주는 돈을 내가 번 돈인 양 썼다. 그런데 그것은 빚이었다. 결국 내가 갚아야 할 돈이었다. 빚잔치가 닥쳐왔다. 장밋빛 꿈에서 깨어나니 일장춘몽으로 끝났다. “국민에게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주십시
[오피니언타임스= 칼럼니스트 권오용] 애국가를 소리 높여 부르고 싶을 때가 있었다. 런던에서 열렸던 2012년 올림픽, 펜싱에서 한국과 중국의 결승전이 있었다. 목이 터져라 응원을 했다. 이미 3위가 확정된 미국, 우리가 이기면 2위가 되는 중국. G2라는 두 나라 국기를 좌우에 거느리고 태극기가 게양되고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순간을 기다렸다. 목청껏 애국가를 불러보고 싶었다. 누가 시킨 일인가? 아니다. 돈이 나오나? 아니다. 그냥 우리의 노래였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이기지 못해 바라던 순간은 오지 못했다. 그래도 애국가는 누구도 범접
[논객칼럼=권오용]맥주를 만들어 팔던 국내 최장수 기업 두산그룹이 중공업 위주로 사업재편이 한창이던 2000년 초, 당시 두산그룹의 구조조정 본부장이던 박용만 사장(현 대한상의 회장)이 전경련 출입기자단과 세미나를 가졌다.이 자리에서 박 사장은 “나한테 걸레는 남에게도 걸레다”라는 기업 구조조정 사(史)에 남을 명언을 던졌다. 쉽게 말하면 남이 탐내는 물건을 내 놓아야 신속하고 과감한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였다. 그러면서 두산이 돈이 되는 맥주사업을 접고 그룹의 발상지였던 영등포 공장을 매각해야만 했던 이유를 설명했다.
[논객칼럼=권오용]전경련이나 대한상의같은 경제단체 장들은 특별한 보수가 없다. 아마 중소기업중앙회장도 같을 것이다. 그래서 기업인들이 한다. 반면에 무역협회장은 보수를 받는다. 그런 탓에 항상 낙하산을 타고 정부 인사가 회장직을 맡는다. 장관도 모자라 심지어 국무총리를 지냈던 이도 무역협회장을 맡는 걸 보면 보수가 상당한 것 같다. 총리와 장관까지 지낸 분이 명예직도 아닌 이익단체의 수장으로 '봉사'하는 것을 보면 돈이 좋기는 좋은가 보다.전경련이나 대한상의같은 순수 경제단체장은 보수는 없지만 할 일은 많다. 얼마 전
[논객칼럼=권오용]작년 7월 러시아 군용기가 우리나라의 독도 인근 영공을 침범했다. 두 나라 간에 사실 여부와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의 섣부른 브리핑이 구설에 올랐다. 그는 기자실을 찾아 러시아 정부가 유감을 표시하고 재발방지 등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했다. 그런데 다음 날 러시아 정부는 이를 180도 뒤집는 발표를 했다. 나중에 알려지기로는 윤도한 수석의 발언은 주한 러시아 대사관의 차석 무관이 우리 국방부 정책기획관에게 구두로 한 내용이었다. 정리하면 러시아 정부는 실무자의
[논객칼럼=권오용]한진(韓進) 그룹의 사명은 한(韓) 민족의 전진(進)을 뜻한다. 창업주 조중훈 회장이 1945년 직접 작명했다. 그만큼 한진그룹은 우리나라 경제성장과 궤를 같이했다. 한국의 국력 증가로 한진이 지금처럼 클 수 있었다는 점도 분명하지만 한진이 한국경제의 전진에 기여한 것 또한 사실이다.필자가 전경련의 신입사원 시절이던 1980년대 초반, 정주영 회장이 이끌던 전경련에 조중훈 회장은 부회장으로 재임하고 있었다. 개성이 강한 창업주들의 모임에 충돌이 없을 수는 없었다. 어느 날은 정주영 회장과 조중훈 회장이 언쟁을 벌이
[논객칼럼=권오용] 한국과 중국 간에 사드의 배치를 둘러싸고 갈등이 고조되던 2016년 가을, 롯데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의 위기에 처해 있었다. 중국은 노골적으로 중국 내의 모든 롯데 매장을 문닫게 하겠다며 규제하기 시작했다. 사드가 롯데 소유의 골프장에 배치됐다는 게 이유였다.당시 베이징에 출장 간 필자에게 중국의 지인은 롯데가 좋은 먹잇감이라고 얘기했다.일본에서 사업을 일으켰으니 일본 기업이라고 할 수도 있고 주력 사업장이 한국에 있으니 한국 기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 롯데를 치면 중국 국민의 가슴에 한국과 일본 두 나라를 동시에
[논객칼럼=권오용]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의원이 19일 귀국해 정치활동을 재개했다. 이에 따라 21대 총선을 둘러싼 제 정파의 움직임이 더욱 분주해지는 가운데 이기기 위한 합종연횡, 정책개발에도 가속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우리나라 정치판은 오래된 지역감정, 이념논쟁에 더해 최근에는 빈부간, 성별, 노소간 등 다양한 요소가 진영논리에 개입해 참으로 예측이 어렵다. 그만큼 정책조합을 짜낼 수 없어 결국은 인물 대결로 가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정책대결이 실종되고 흠집 내기와 같은 네거티브 전략이 최후의 승부수로 떠오르곤 한다. 결
[오피니언타임스=권오용] 김우중 회장의 영결식에 갔다. 장병주 세계경영연구회장의 추도사를 듣다가 울컥했다. “회장님, 외국 가실 땐 놀러도 가세요, 일하러만 하러 가시지 말고요” 그러면서 “남들은 다 그럽니다”라고 했다. 그렇다, 내가 놀러 갔을 때 김우중 회장은 일하러 갔었다. 미안하고 서러워서 눈물이 나왔다.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가을, 전경련 출입 기자단과 함께 폴란드에 갔다. 대우가 인수한 자동차 공장 FSO가 얼마나 잘되고 있는가를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도착한 날 오후에 공장에서 브리핑을 받고 있는데 김우중 회장이 나를 불렀
[오피니언타임스=권오용] 올해 차범석 희곡상 뮤지컬 부문에 당선된 박해림 작가가 꽤 현실적인 수상소감을 얘기했다. 작가는 극본을 쓸 때마다 “돈을 내고 볼 만한 이야기인가?” 혹은 “이 이야기가 얼마인가?”를 가장 염두에 둔다고 했다.원용해서 한마디 더해본다. 조직에 대한 충성도는 어떻게 평가될까. 조직에 내 돈을 냈다면 일단은 충성도가 높다. 일을 같이 해도 충성도가 높다. 결과적으로 돈과 몸을 섞으면 그 조직은 저절로 강해진다. 돈 내고 보는 관객이 많을수록 뮤지컬이 히트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우리나라에 100만 명이 넘는 구성원을
[논객칼럼=권오용]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 쏟아지는 카메라 플래시 앞에서 공개소환된 피의자의 첫마디다. 이어지는 질문에는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습니다” 라는 답변이 나온다. 그것뿐이다. 다른 얘기를 하는 피의자는 내 기억에는 없다.그런데 피의자 공개소환은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이유로 계속되어 왔다. 그럼 국민은 피의자의 죄송한 마음과 성실한 수사 자세를 알고 싶어 했던가? 그것도 아니었다. 결국 피의자의 공개소환은 수사에 임하는 검찰의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권력이 높고 돈이 많고 대중적 인기가 있는
[논객칼럼=권오용] 1995년 초 일본 게이단렌(経済団体連合会)에 파견되어 있던 필자에게 서울에서 연락이 왔다. 국제협력담당 임원이 1박 2일로 도쿄에 갈 예정이니 게이단렌 부회장을 만날 수 있게 일정을 잡아달라는 내용이었다. 대개 이런 경우에는 면담 목적을 상대방과 공유해야 하는데, 이번 면담의 목적은 만나서 얘기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라고 했다.궁금하기는 했지만 주문한 대로 일정은 만들어졌다. 면담에는 도쿄 주재원이기도 한 필자도 배석할 수 없었다. 이례적이었다. 궁금
[오피니언타임스=권오용] 집권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소의 양정철 소장이 한 모임에서 “세계 시장에서 1등 제품을 많이 수출하는 기업이 슈퍼 애국자”라고 했다.국회의장, 국정원장을 별도의 의전 없이도 만날 수 있는 실력자이기에 그의 말은 비중있게 보도가 됐다. 그리고 지금 집권세력은 일본의 경제 침략에 맞서 애국을 외치고 있다. 거기다 죽창, 의병, 국채보상운동, 금 모으기 같은 '어려웠던 시절'의 무기까지 들춰내고 있다. 아무튼 잠시 잊혔었던 애국이란 단어는 이 시대 한국인의 소명으로 다시 다가왔다.일본의 경제침략은 한국의
[오피니언타임스=권오용] 국세청이 발표한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7년 우리나라의 기부금은 약 12조 9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6년보다 약 2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새희망씨앗, 어금니아빠 사건 등 연이은 기부단체 횡령사건으로 얼어붙은 기부문화를 생각하면 의외의 증가다.지난해 기부단체의 투명성 및 효율성도 많이 좋아졌다. 국세청 결산공시를 토대로 한국가이드스타가 공익법인들의 투명성 및 효율성을 평가한 결과에 따르면 공시연도 2018년에 만점을 받은 공익법인은 143개로, 2017년 만점 법인 94개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