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친일부역자에 토착왜구 자식이런가? 내게 인마살상용 짱돌을 던지시라.마치 친일 판정관인 듯한 소설가 조정래의 말에 따르면 내 아버지는 악질 친일파다. 황해도 해주에서 출생, 고향에서 소학교와 중학교를 마치고 일본에서 고등학교 대학교를 마쳤으니 친일파요, 졸업 후 귀국해 조선총독부 공무원으로 일했으니 친일부역자다. 또한 해방 후 농업은행을 거쳐 재무부에서 평생 일하고 은퇴한 공무원이었던 아버지는 1994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교활하게 숨어 있어 미처 척결하지 못한 토착왜구라는 거다.나는 아버지가 늘 자랑스러웠지만, 오래전에 돌아가
[논객칼럼=안희진]20여년 전쯤 됐으려나? 학생 때 KSCF(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라는 각 대학 기독학생회의 연합체에서 만났던 선후배, 동료 10명과 그들이 추천한 1명씩, 도합 20명이 라는 모임을 결성했다. 목사도 있고, 가톨릭 신부, 성공회 신부 등 네명의 교역자(敎役者)와 열여섯명의 평신도로 구성된 스터디그룹이자 실천모임이었다.1년이면 6월과 12월에 두 번 만난다. 매번 첫 번째 ‘의제’인 가 끝나면, 회원들이 준비한 에 관련된 발제를 듣고, 케이스 스터디와 실천방안
[논객칼럼=안희진]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에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취재기자 간에 ‘나쁜자식’ 또는 ‘ㅇㅇ자식‘ 해프닝이 있었다. 취재기자의 인터뷰 태도와 취재시점 즉, ’때‘ 타이밍 논란이다. 때만 가지고도 진영이 나뉠 정도로 박 전 시장의 죽음이 충격이었고, 정치적인 파장이요, 사고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해프닝이라 한 것은, 본질과 핵심인 사건의 진실과 진상, 피해자와 가해자 아닌, 비본질인 기자의 취재 태도와 타이밍 논란으로 사건이 전개된, 지지자와 여권의 프레임웍이 실패로 나타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죄없
[논객칼럼=안희진]I.언론은 진실을 쫓는다. 말할 것도 없이 그 진실은 뉴스여야 하며 분명한 사실이어야 한다. 같은 진실일지라도 사람에게 코가 한개 달려 있다는 사실은 뉴스가 아닌 것이며, 화재가 발생한 경우에도 방화인지 실화인지를 가려내야만 진실된 ‘사실보도’를 할 수 있다.학자는 진리를 추구한다. 같은 진리라도 2가 1보다 크다는 것을 알게 된 것만으로 만족한다면 그는 이미 학자가 아니다. 학문의 자세는 지속적이어야 하며, 또한 깊고 넓은 내공을 쌓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저널리즘’과 ‘아카데미아’는 외관상 이런 정도의
[논객칼럼=안희진]I.과거 매관매직이나 계파정치, 정치적 논공행상 흥정물이나 다름없던 와는 의미와 성격이 다르다고 하지만, 현행 뿌리와 실상이 전국구임을 부인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당의 공천으로 선출된 비례대표를 통해 소외된 계층을 비롯한 현장의 욕구와 소망을 수렴하여 대변하는 한편, 제도개선과 정책수립 등 정책수단을 동원하게 하는 효율적인 정치제도임은 분명해 보인다. 문제는 정당이 과연 그럴만한 사람을 잘 골라냈는지, 뽑힌 후 그들의 행보가 과연 그러한가 하는 점이다.나같은 소시민으로선 국회의원처
[논객칼럼=안희진]모 대학에 재직중인 A모 교수는 대학후배이자 신문사 후배다. 10년전 재직하던 신문사를 그만두고 영국에 유학하여 ‘독일통일과 유럽사정’으로 학위를 취득하고 국제관계학을 가르치는 유럽전문가다. 그가 어제 전화했다. 가라앉고 그렁그렁한 목소리에 바튼 기침을 계속하길래 이상해서 물었다. 3주전쯤 아내와 예배당 예배를 함께 봤는데, 아내는 지난주 코로나19 확진을 받고 포항의료원에, 자신은 자가격리 중 확진을 받고 안동병원으로 후송 입원 중이란다. 1만여명 확진자가 내 가까이에도 있음을 새삼 깨닫고 더욱 사태의 심각성과
[논객칼럼=안희진] 해가 바뀌었다고 모두들 기뻐한 게 벌써 한 달이 넘었다. 새해가 되었다고 뭐가 좋은 건지 잘 모르겠다. 이 나라에 할 일이 태산 같고 우리의 갈 길도 아득히 먼데 말이다. 아마도 내게 할 힘이 남아 있고, 할 일이 있으며, 내 앞에 남은 날도 있고, 남은 일도 있으니 새날과 새해를 기뻐하는 것 아닌가 모르겠다.이슬람 수피(회교의 신비주의)의 성자로 알려진 루미(Rumi)의 이야기다.어느 날 한 여인이 소년을 데리고 와서 루미에게 말했다.“루미 선생님, 이 아이가 설탕을 너무 많이 먹는데 아무리 타일러도 영 말을
[논객칼럼=안희진] I. 의식주는 인간이 살 수 있는 기본적이고 필수불가결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때문에 의식주 문제는 국가의 기본책무로써, 한 가정으로 볼 때도 가장의 기본적인 책임이다. 그러나 의식주는 그저 먹고, 입고, 잔다고 해서 해결됐다고 할 수 없다. 최소한의 의식주 문제가 해결된 나라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국가나 사회가 책무를 다했다고는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요는 삶의 질이 문제라는 것이다. 얼마나 인간답게 입고, 얼마나 인간답게 먹고, 얼마나 인간답게 자느냐의 문제는 바로 ‘사람의 문제
[오피니언타임스=안희진] 오래 전부터 식자층이나 무식자층이나 가릴 것없이 우리 주변에서 “한국사람들은....”하면서 어떤 유형화를 꾀하려는 일들이 눈과 귀에 거슬린다. “한국사람의 분위기에는 은근과 끈기가 있다”든가, “한국 건축이나 예술이나 생활양식에는 곡선의 미가 많이 깃들어 있다” 정도는 뉘앙스도 내용도 나름 우호적이고 괜찮다. 그렇지만 때로는 매우 부정적으로, 심지어 ‘저런 한국인들과 같이 사는 것’을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식으로 을 고약하게 특정짓고 묘한 근거까지 들이대며 거품을 무니 순박한 이들은 졸지에 갈등과 분
I.어머니가 처음 앓아누웠던 1982년 즈음에 파주시 야동동에 있는 감리교묘지를 마련했다. 이곳에 어머니가 1988년에, 1994년에는 아버지가 차례로 묻혔고, 6.25 피난길에 돌아가신 할머니 묘도 1996년 수원에서 이곳으로 옮겨왔다. 교회묘지라서 안심했던 묘원이 근처의 개발바람을 타고 '정체를 알 수없는' 사람들의 이권 다툼장이 되더니, 급기야는 묘지관리 주체가 바뀌기까지 했다. 아직까지는 별일이 없었지만 앞으로 어떻게 상황이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부모님 묘지문제는 언제든 논의를 마무리해야 할, 중요한 현안이다.
I.미국 사람들은 걸핏하면 고소하고 재판정으로 간다. 몇 년 전 통계에 따르면 주정부 법원에 나온 민사, 형사 사건 수가 무려 1억 건이 훨씬 넘는다. 이는 평균 성인 두명 중에 한 명이 재판을 한 셈이다. 모든 문제를 법률적으로 해석하고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이성적인 태도일지는 모르나 이렇게 너무 많으면 사회 발전에 저해가 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미국은 가히 변호사의 천국이랄 수 있다. 이런 일로 먹고 사는 변호사가 100만명이 넘는다. 미국에는 변호사를 놀려대는 조크가 많아 이를 따로 ‘Lawyers Joke'라고 한
I세상 떠난지 25년 된 스승 A선생님은 지금으로부터 80년전, 대학 졸업반 때 동경에서 옥고를 경험했다. 건실한 조선유학생이고, 특별히 사상적 배경이나 전과도 없었는 데다가 고작해 봐야 반일감정을 의심케 하는 정도의 ‘깍뚜기와 따꾸앙’이란 제목의 글이 문제가 되었을 뿐이라서 선생님은 함께 한 유학생들과 일본인 학생들과 잠깐동안 감옥살이를 했다.오히려 선생님은 그 사건 자체보다 자신 전공이 경제학이었기 때문에 혹시나 일본공산당과의 연계를 의심 받지 않을까 걱정 했던 것이라고 하는데, 당신 말로는 '공부를 게을리한 탓에 아는
이런 일이 있었다. 한국장애인연맹(한국 DPI) 기획실장/국제위원을 겸했던 시절, 호주DPI에서 전문이 왔다. ‘한국개의 종류와 애완견 문화에 대해 알려 달라’고 했다. DPI(Disabled Persons' International)에서 난데없이 개종류? 애완견 문화? 터무니없다고 생각했지만, 진돗개, 삽살개, 풍산개는 물론, 똥개, 잡종개 등등에 이르기까지 상세히 조사하여 전문을 보냈다.이틀 후 다시 전문이 왔다. 한국 개역사를 상세히 알려달라고 했다. 개역사? 개역사라니? 살큼 짜증이 일었지만,
[논객칼럼=안희진]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지난달 임시국회 원내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제안한 등 선거구 개편안이 장애인계를 비롯한 여러 직능단체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비례대표는 대부분의 선진국가가 채택하고 있는 제도로써 이를 통하여 정치적 다양성을 보장하고 소외계층 또는 특수계층을 대변할 수 있게 한 정치제도이다. 이 제도는 직능대표로서의 전문성을 가지고 입법과 정책활동, 평가와 감시를 통해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재삼 강조할 필요없는 대의정치의 유용한, 검증된
[논객칼럼=안희진] 벌써 오래 전 일이다. 집안 혼사 때문에 경상남도 거창에 갈 일이 생겼다. 1월 초순, 강추위가 맹위를 떨치는 새벽. 첫차를 타려고 터미널광장으로 나갔다. 혼자 가는 길이라서 운전 자체가 망설여졌고 꽤나 장거리인데다가 혹시 빙판길이나 눈이라도 만날까 두려웠다. 기차는 직접 가는 노선이 없었고, 고속버스라면 안전하고 난방도 잘되리라는 생각에 망설임없이 고속버스를 택한 것이었다. 따스한 온기를 느끼면서 두터운 옷도 벗고 가벼운 마음으로 차창 밖을 보며 새벽여행의 낭만을 만끽하리라 생각하고 떠난 길이었다.여섯시 반 첫
[오피니언타임스=안희진] 한때는 여행이 취미라고 말한 적도 있고, 음악감상이 취미였던 적도 있다. 그런데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낚시터에서 이어폰 꽂고 볼륨을 높여놓고 들으며 낚시를 하니... 따지고 보면 몇가지 취미를 집대성한 것이 낚시로써, 나의 취미생활은 결코 편향되지 않은 것이고, 그쯤이면 나로서는 취미로써 부족함이 없다. 이미 50년 가까이 된 취미이기 때문에 내가 낚시를 선호하는 이유를 묻는 사람도 없거니와 묻는다 해도 나 역시 대답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혹시라도 누가 물으면 어느 시인처럼 "그냥 웃지요"가 된다.골프가 취
[오피니언타임스=안희진] 만일 우리가 주어진 운명을 미리 알 수 있어서 앞으로의 일을 대비할 수 있다면 세상 살기가 얼마나 수월했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특히 내가 나이가 들면서 인생의 상당부분을 영어로 인해 고통받을 줄 알았더라면 학교 다닐 때 영어를 그토록 소홀을 넘어 미워할만큼 싫어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해본다.영어의 기초를 다져야 할 중요한 시기에 영어는 물론 대부분의 공부를 제쳐 놓았다가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 갑자기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느라 기를 쓰고 공부했지만 특별한 효험을 보지는 못했다. 그런 벼락치기로 효험을 볼
(8 weeks of Optimum Health)이라는 책으로 유명해진 앤드류 와일 박사는 그 책에서 정신적인 치유를 통해 몸의 건강을 회복하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일주일에 적어도 하루는 신문, 라디오, 텔레비전, 인터넷 등 어느 것도 접하지 말고 세상에서 일어나는 소식에서 눈을 돌리라는 것이다. 그리고 가능하면 공원 등을 찾아가서 자연의 기운을 몸속으로 받아들이라고 권유한다.예전에는 이름난 명승지를 찾아가는 것이 휴가를 잘 보내는 방법이었으나, 요즘은 전화도, 텔레비전도 없는
[오피니언타임스=안희진] 남태평양의 조그만 섬 피지의 수바(Suva)에서 열리는 DPI 리더십 트레이닝 세미나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그 후에도 태평양에 떠 있는 몇몇 섬나라를 가 볼 기회가 있었지만 처음이었던 그 때의 감흥과는 비교가 되질 않는다. 창조주의 절묘한 솜씨로 색칠해 놓은 듯한 그곳의 경치를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어 열심히 카메라와 캠코더를 눌러댔다. 그러나 곧 그 현란한 풍경을 조그만 카메라 렌즈를 통해 남기려는 일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어 촬영을 포기하고 눈부신 남태평양의 아름다움을 그냥 즐기기로 했다.덕분에 비디오 카메라
[오피니언타임스=안희진] 해방 후 혼란기에 들끓던 사기꾼들 중에는 “남방 또는 중국전선에 있다가 귀국했다. 일본 군대에서 댁의 아들을 만났다. 같이 고생했다. 친했다”며 학병가족에게 접근해 금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댁 아들은 지금 완전 거지꼴이다. 어찌 어찌하면 빨리 귀국할 수 있다”고 말하며 사랑하는 자식과 형제를 전쟁터에 보내놓고 마음 졸이다가 해방이 되어 이제나 저제나, 애타게 기다리는 혈육을 등친 사기였는데,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다가 ‘소식’을 들고 나타났다니 누군들 속지 않겠는가. 192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