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타임스 = 칼럼니스트 양재현]한동안 유행했던 말이 있다. 바로 ‘피씨충’이라는 말이다. ‘피씨충’은 ‘정치적 올바름’을 뜻하는 Political Correctness의 앞글자에 ‘충’이 결합해 나온 용어이다. 흔히 웃자고 하는 말에, 혹은 생각 없이 가볍게 던진 말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들을 지적하는 사람에게 내뱉는 경멸적인 비하로 사용되어 왔다. 이때, ‘피씨충’이라는 소리를 듣는 사람들은 때와 장소, 분위기도 가리지 못하고 ‘진지충’이라는 말도 함께 듣게 된다. 손가락을 보지 말고 달을 보라는 말도 필수 옵션이며, 때로는 글의
20여년 전의 발표가 아직도 머릿속을 맴도는 이유 [오피니언타임스=양재현] 초등학교 5학년 때의 일이었다. 학교 선생님께서 숙제를 내주셨다. 한국전쟁에 대해 집에서 조사해온 뒤 발표하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초등학교 5학년 시절의 나는 숙제하는 것은 정말 싫어했다. 결국 숙제 검사의 날은 다가왔고, 그때까지도 나는 아무런 조사도 하지 않았다. 늘 그랬던 것처럼.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던가. 그날따라 선생님은 나를 가장 먼저 지목했고, 나는 꼼짝없이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한국전쟁에 대해 발표를 해야만 했다. 숙제를 했다는 티를 내기 위해선
[청년칼럼=양재현]색깔, 혈액형, 그리고 MBTI: 우리를 설명하는 것들. 어릴 적, 누군가 내게 좋아하는 색깔이 무엇이냐 물으면 나는 늘 파란색이라 답하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학용품이나 옷, 장난감에는 파란색이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파란색을 진짜 좋아하는 게 아니라, 좋아하고 싶었던 것이기 때문이다.내가 파란색을 가장 좋아하는 색이라고 답하게 된 것에는 뚜렷한 계기가 있었다. 어린 시절 좋아했던 “XXX 차밍 교실” 따위의 책에는 꼭 색깔에 대한 챕터가 하나씩은 들어가 있었고, 좋아하는 색깔에 따른 성격이 소
[청년칼럼=양재현]아무 것도 모르면서 인싸가 되는 법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홍진호가 한창 현역으로 활동하던 때의 이야기다. 홍진호 선수에 대한 글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오면 댓글창에는 항상 같은 댓글이 두 개씩 달리곤 했다. 시스템의 오류나 특별한 html 태그 때문은 아니었다. 홍진호 선수가 중요한 경기마다 2등을 하는 징크스 아닌 징크스가 있었던 것에 빗대어 네티즌들이 같은 댓글을 꼭 두 번씩 다는, 일종의 놀이문화였을 뿐이다.당시 나는 스타크래프트에 별 관심도 없었고 그의 경기를 본 적도 없었지만, 게임 커뮤니티에 어렵지 않
[청년칼럼=양재현]말다툼의 승자를 가리는 법유구하게 내려오는 삶의 지혜가 있다. 바로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라는 말이다.‘메라비언 법칙’에 의하면 의사소통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말의 내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단 7%에 불과하고, 나머지 93%가 비언어적 요소에 달려있다고 한다. 이 비언어적 요소에는 태도, 자세, 복장, 목소리 등이 포함된다고 하니, 말싸움에서 이기고자 한다면 내용의 완성도를 높일 게 아니라 목소리를 키우라던 옛 말은 실로 적절한 조언인 셈이다.그리고 어느 순간, 세상이 바뀌었다. 면대면으로 목소리 높여가며
[오피니언타임스=양재현] 굉장히 어리고 순수했던 시절의 이야기다.어린이용 위인전에 실린 이야기가 모두 역사적 사실인 줄 알았던 시절, 나는 위인전을 좋아하면서도 읽고 나면 늘 우울해지고는 했다. 이유는 별 거 없었다. 그들은 나와 달리 어린 시절부터 너무 비범했다는 것.세 살의 나이에 할아버지와 시를 지으며 놀았다는 율곡 이이부터 아버지가 건강을 염려해 책을 치우는 와중에도 끝끝내 한 권을 훔쳐내 읽고 또 읽었다는 세종대왕까지. 위인전의 도입부는 늘 그들이 나와 같은 일고여덟 살의 나이에 어떤 비범함을 뽐냈는지로 시작했다.아마 그 책을
[오피니언타임스=양재현] 좋지 않은 소식이 들려온다. 악플에 상처받은 사람들의 소식이다.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는다. 이렇게 원색적인 비난이라니.놀라운 것은 그 다음이다. 이런 상황에선 악플에 대한 자성이 일어나고 이를 자제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상식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들에게 악플을 단 사람들에게 또 다른 악플을 쏟아낸다. 원색적이고 충격적인 비난 또한 별반 다를 바가 없다. 그 뒤로도 다른 악플이 이어진다. 그렇게 악플은 대상만 바뀐 채 계속된다.절대 끝나지 않는 무한의 굴레. 대체 우리 사회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많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