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객칼럼=황진선]-300년 넘게 김상헌 찬양, 최명길은 폄하-조선 후기, 주자학을 절대 진리로 여긴 탓-사회주의 혁명보다 300년 앞서 사상을 현실에 적용해-중화주의에 몰입해 조선중화론까지 이어져 흔히 역사는 오늘의 거울이요, 내일의 길잡이라고 한다. E.H.카는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다. 과거가 우리에게 유의미한 사건이 되려면 현재의 시각에서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평가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왕조나 지배집단 중심으로 서술된 한국사가 요즘엔
“더 나은 조국을 만들고자 지난 100년에 걸쳐 민중이 사랑하고 싸움해 온 결과가 오늘의 대한민국이 아닐까.”전 한겨레신문 논설위원 손석춘(59) 씨가 3·1절에 맞춰 낸 장편 역사소설 《100년 촛불》(다섯수레)에 등장하는 ‘한민주’의 말이다. 민중이 곧 역사의 주인이자 동력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는 ‘3·1혁명부터 촛불혁명까지’라는 부제의 이 소설에서 저자가 얘기하고자 한 고갱이일 것이다. 민중이 역사의 주인이자 동력저자는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려 지난 100년 동안 밝은 희망의 세상을
[오피니언타임스=황진선] 국회의원은 자기 주장이 강한 사람들이다. 자신만의 가치관과 확신이 없으면 국회의원이 되기 어렵다. 그런데 자기 확신은 확증 편향으로 이어지기 쉽다. 어떤 현상이나 사건이 일어났을 때 객관적인 사실을 확인하기보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 한다.확증 편향은 진실을 왜곡하기도 한다. 가짜 뉴스의 토양이다. 유력 정당과 정치인들이 때때로 어떤 현상에 대한 프레임, 곧 시각과 사고의 틀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규정하는 것을 본다. 국민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을 강조하기보다 경쟁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자극적이
[오피니언타임스=황진선] 인간 세계 밖 시공간과 초자연적 존재를 소환하는 판타지 소설과 영화는 인간의 실존과는 거리감이 있다. 보통 인간의 꿈과 사랑과 선악을 담아 위안을 주지만 현실의 아픔이나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에 대한 갈망과는 동떨어졌다는 느낌을 주기 쉽다. 그러나 판타지가 현실과 제대로 결합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만큼 흡인력이 클 수밖에 없다.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 소설 ‘피와 뼈의 아이들’미국의 신예 작가 토미 아데예미의 판타지 소설 ‘피와 뼈의 아이들’(Children of Blood and Bone
[오피니언타임스=황진선] 국회가 국민 대표기관, 입법기관, 정부 통제기관으로서 역할을 다하게 하려면 민심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구성해야 한다.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는 승자 독식 구조이다. 국회의원 300명 중 253명이 최다득표자 1명만 뽑는 소선거구제를 통해 당선함으로써 거대 정당에 유리한 결과를 초래한다. 30% 안팎의 지지를 얻어 당선하는 국회의원이 적지 않다. 다른 후보에게 던진 표는 사표가 된다. 평균 사표율이 50%를 넘는다. 사표가 되는 것을 싫어해 당선이 유력한 거대 정당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유권자도 많다. 정당 득
[오피니언타임스=황진선] 요즘 사법농단 사태를 대하는 사법부를 보면 판사는 인품을 보고 뽑는 게 아니라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이는 교수·의사 같은 전문직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의 최고 엘리트인 판사들이라고 해서 높은 윤리와 도덕 감정을 지닌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제 식구 챙기기 급급한 판사들오히려 고위 법관일수록 국민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검찰의 사법농단 수사에 저항하고 관련 판사들을 비호하는 데 집착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법부 독립은 국민에게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인데, 자신들의
[오피니언타임스=황진선]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지난 16일 ‘알 권리 교란 허위조작정보 엄정 대처 방안’을 발표했다. 가짜뉴스의 주요 유통망인 유튜브를 통한 미디어를 겨냥한 것이라고 한다. 법무부는 허위조작정보는 민주주의의 근본인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교란한다고 배경을 설명했지만 엄벌을 앞세우면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학계와 시민단체의 반론이 만만치 않다. 태극기 집회 이후 점점 늘어나는 가짜 뉴스가짜뉴스가 세계적으로 이목을 끈 것은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때다. 미국 SNS(사회관계망
[오피니언타임스=황진선] 정의(正義)를 ‘거래’하는 세태를 목격한다. 정의를 주고받는 것, 사고파는 것, 오가는 게 있는 것으로 여긴다. 정의를 거래하는 사회는 점점 더 부패의 수렁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정의를 거래해서는 안 된다.‘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은 우리 사회가 정의로운지 묻는 것은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 이를테면 소득과 부, 의무와 권리, 권력과 기회, 공직과 영광 등을 어떻게 배분하는 것인지를 묻는 것이라고 말한다. 가톨릭교회교리서는 정의는 마땅히 하느님께 드릴 것을 드리고 이웃에게 주어야 할 것을 주
[오피니언타임스=황진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취임사를 찾아봤다. 그는 2011년 9월 27일 취임식에서 ‘헌법이 사법부에 부여한 사명’을 제시했다. 첫째 ‘법치주의를 구현함으로써 일관성이 유지되고 예측가능성이 보장되는, 안정되고 평화로운 사회를 조성하는 것’, 둘째 ‘소수자나 사회적 약자의 권리가 다수의 그늘에 묻혀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라고 했다. 취임사를 배반한 자가당착이는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 온 양승태 대법원의 판결 목록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통상임금,
[오피니언타임스=황진선] 2015년 9월 세 살배기 난민의 주검과 헝가리 기자의 ‘난민 쓰러뜨리기’는 우리의 이기주의와 배타성을 질타하고 성찰하게 했다. 9월 2일(이하 현지 시각) 아침 터키의 휴양지 보드룸 해안가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시리아 세 살 꼬마 난민 아일란 쿠르디 사진은 전 세계를 충격과 슬픔에 빠트렸다. 빨간 티셔츠, 청색 반바지 차림으로 모래톱에 얼굴이 반쯤 묻힌 모습이었다. 세 살 꼬마 난민 죽음, 전 세계 슬픔 빠트려아일란 가족은 내전 중인 시리아를 떠나 육로로 터키에 도착한 뒤 그리스에 가려
[오피니언타임스=황진선]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지난달 25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의 파장이 심상치 않다. ‘양승태 대법원’이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박근혜 청와대’와 재판을 놓고 ‘거래’를 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중에서도 2015년 7월 양 대법원장의 박근혜 대통령 독대를 앞두고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대외비 ‘현안 관련 말씀 자료’가 눈에 띈다. 문건은 “사법부는 그동안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왔다”며 대법원 판결 사건 목록을 별지에 첨부했다. 통상임금, 과거사 국가배상
[오피니언타임스=황진선] 경기도 일산에 사는지라 한강변과 임진강변 자유로를 따라 종종 드라이브를 한다. 지난달 28일 오후 어머니를 모시고 자유로에 들어서니 승용차가 평소의 두세배나 많았다. 해방 직전 임진강 건너 경기도 장단으로 시집가셨던 올해 91세 어머니는 민간인 통제 구역인 옛 집터와 농토, 조상들의 산소를 곧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을 거라며 흥분하셨다.남북 교류와 평화 기대 부풀어남북한이 휴전선의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기로 했다는 TV 보도를 보셨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고
[오피니언타임스=황진선] 권력 기관이 국민의 뜻을 받아들여 스스로 개혁에 앞장서는 것은 기대 밖의 일이다. 역사는 권력 기관이 개혁 요구에 저항해 왔음을 증명한다. 우리 검찰이 형사사법 절차에 관한 권한 가운데 일부를 스스로 내려놓으리라고 기대하는 것 역시 연목구어(緣木求魚)나 다름없지 않을까. 청와대와 법무부가 주도하는 검경수사권 조정안에 반발해 문무일 검찰총장이 사표를 던질 것이라는 얘기가 돈다고 한다. 개혁 반대 세력들의 ‘희망 사항’인지도 모르겠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요직을 지냈거나 공안을 전문 분야로 맡았다가, 문재인 정부
[오피니언타임스=황진선] 이명박(엠비) 전 대통령은 법치를 모르는 것이 아닐까. 지금까지 검찰 수사로 드러난 범죄사실에 비춰 보면 준법 의식을 찾아보기 어렵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인 자살에서 배운 게 전혀 없는 것 같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은 본질적으로 정치 권력과 검찰의 보복성 합작품이다. 정치 권력의 요구로 시작한 표적 세무조사에 이은 표적 수사였다. 후임인 엠비 책임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이명박 전 대통령 법치 의식 찾기 어려워그런 엠비가 요즘 정치 보복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는 1월 17일 “적폐청산이란 이
[오피니언타임스=황진선]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피시(PC)를 열어보지 않고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조사를 마무리할 수 있을까. 암호가 걸려있는 760개 파일을 확인해보지 않고 ‘그 정도면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느냐’고 말할 수 있을까. 판사들은 물론 국민 대부분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을 재조사한 대법원 추가조사위원회는 지난 22일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들의 동향·성향을 수집한 문건을 다수 발견했다고 밝혔다. 판사 동향 수집 문건은 블랙리스트가
[오피니언타임스=황진선] 대법원 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12월 22일 진경준(50) 전 검사장이 넥슨 창업주 김정주 NXC 대표에게서 공짜 주식을 받아 ‘대박’을 터뜨린 데 대해 뇌물이 아니라고 면죄부성 판결을 내렸다. 진씨는 2005년 김 대표에게 4억2500만원을 받아 넥슨 비상장주 1만주를 사들인 후 2015년 매각해 126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 넥슨 명의의 차량 제네시스의 렌트비와 2008년 제네시스의 명의를 넘겨받는 데 필요한 비용 3000만원, 2005년부터 2014년까지 11차례에 걸쳐 가족여행 경비 5000만원을 받
[오피니언타임스=황진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재개된 국정 농단 재판의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법치에 대해 비아냥거리는 것은 뻔뻔한 짓이다. 서울중앙지법이 지난 10월 자신에 대한 추가 구속 영장을 발부한 데 대해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이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1차 사법 판단은 이미 내려졌다. 법치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최고 법률가들인 헌법재판관 8명이 지난 3월 만장일치로 파면을 결정했다. 대통령 파면은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중대한 법위반이 있는 때만 인용된다.박근혜 법치 비아냥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국회 가결 이후 탄핵안을 최종적으로 심리할 헌법재판소(헌재)에 눈길이 쏠려 있다. 박 대통령은 찬성률 78.2%로 탄핵안이 가결된 직후 국무위원 간담회에서 “피눈물이 난다는 게… 어떤 말인지 알겠다”고 억울한 심경을 토로했다고 한다. 무개념·무지·무능의 대통령이었음을 다시 보여준 셈이다. 국민이 박 대통령에게 퇴진을 요구한 것은 최순실씨와 국정을 의논하고 부패에 연루됐기 때문이라기보다 그런 범죄에 대해 아무런 의식이 없는 무개념·무지를 심판하는 측면이 더 컸다. 박 대통령이 창피스럽고 더 이상 대통
박근혜 대통령의 ‘호위무사’이자 ‘방패막이’였던 새누리당 친박계가 마침내 촛불 민심에 항복했다. 서청원 의원을 비롯한 친박계 중진들은 28일 허원제 청와대 정무수석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 조기 퇴진을 검토해달라고 건의했다. 향후 정국 수습 방안에 대해서도 국회에 백지 위임할 것을 제안했다고 한다. 이제 새누리당 친박계가 야당이 발의한 박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3분 2 이상의 동의를 얻지 못하도록 세를 결집하는 것은 물 건너갔다. 새누리당이든 헌법재판소든 촛불에 담긴 민심을 거스르는 것은 스스로 존재 이유를 부정하고 역사에 죄를 짓
한국갤럽이 11월 15~17일 조사한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은 역대 최저치인 5%다. 3주째 제자리다. 한데 지지율이 오를 수 있을까. 소폭 오르더라도 10%를 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물론 더 떨어질 수도 있다. 이미 국정수행 능력에 대한 평가가 끝났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정호성 전 부속 비서관에게 청와대 문건과 관련해 ‘최 선생님(최순실)에게 컨펌(confirm·확인)한 것이냐’고 묻거나, ‘빨리 확인을 받으라’는 문자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의 아바타였다는 인식은 점점 더 굳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