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객칼럼=함기수] 사마의(司馬懿)의 15만 대군은 질풍같이 촉(蜀)의 서성(西城)을 향해 진군하였다. 이 때 제갈량(諸葛亮)의 서성에는 불과 수천의 군사 밖에 없었다. 어차피 상대가 되지 않는 전쟁이었다. 기세등등한 위군(魏軍)이 성 앞에 도달했을 때 예상치 않은 광경을 보게 된다. 사방의 성문이 활짝 열려있었다. 독전의 깃발도 없었고 지키는 병사도 없었다. 그리고 성루(城樓)에는 제갈량이 미소를 머금은 채 홀로 거문고를 타고 있었다.사마의가 의심을 하게 된다. 그는 주도면밀한 제갈량이 매복군을 숨기고 위군을 유인한다고 생각하였다
[오피니언타임스=함기수] 설 전날 성묘를 가다가 길 위의 맨홀에 걸려 차가 많이 부서졌다. 어머니 산소를 얼마 남기지 않고 당한 사고라 당혹스럽고 화가 치밀었다. 성묘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견인차에 실려 가는, 나름대로 아끼던 차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뒷머리가 뻣뻣해질 지경이었다. 이 때 옆에서 아내가 말했다. ‘더 큰 사고를 막기 위한 어머니의 배려’였다고. 나는 비로소 숨을 쉴 수가 있었다.같은 사안을 두고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이야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진리에 가깝다.나폴레옹이 이집트를 정복하기 위해 진군하
[오피니언타임스=함기수] 2018년 10월 30일, 강호의 큰 별이 졌다. ‘영웅문’과 ‘녹정기’, ‘소오강호’ 등으로 전 세계 3억 명 이상의 가슴을 뛰게 했던 사람이다. 그의 무협소설 ‘천룡팔부’와 ‘설산비호’는 중국 고교 교과서에 수록되었다. ‘사조영웅전’은 베이징 초등학생 필독 도서 명단에 포함되기도 하였다. 타이완에는 그의 소설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 있다.우리에게도 그는 1980년대 무협지 열풍을 불러일으킨 사람이다. 그의 주요 작품인 ‘사조영웅전’, ‘신조협려’, ‘의천도룡기’는 ‘영웅문 3부작’으로 번역돼 100만부
[오피니언타임스=함기수] 북측 대표의 ‘서울 불바다’ 발언으로 남북의 정세가 극도로 흉흉하던 1994년, 나는 베이징에서 대 북한 비즈니스를 담당하고 있었다. 당시 북한은 NPT(핵확산 금지조약)를 탈퇴하면서 핵개발을 공식화 했고 이에 미국이 이를 저지하면서 ‘영변 폭격설’ 등 남북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다.‘승부는 안다. 그러나 변수는 있다. 우리는 3개월을 굶어도 버틸 수 있다. 이미 습관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평소 만나던 북측 파트너와 작금의 흉흉한 사태에 대해 얘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가능하면 정치이야기는 안
[오피니언타임스=함기수] 무려 30년이 훨씬 지났는데도,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것이 있다. 시골에서 같이 자란 친구가 부탁이 있다고 했다. 회사에 입사한지 3년 정도 지나 이제 막 사회의 분위기를 알아가고 있을 때였다. 그 친구는 의류 안감에 들어가는 직물 원단을 공급하고 있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의류본부의 담당을 만나게 해 달라고 했는데 그는 마침 나의 입사동기였다. 별로 어렵지 않게 생각하여 그 친구와 함께 입사동기를 만났다. 그도 내가 입사동기인지 알고 있었다.그러나 내가 있었음에도 그는 옆에 서 있던 친구에게 자못 고자세였다. 이
[오피니언타임스=함기수] 얼마 전 북미 간에 세기의 협상이 진행됐다. 우리는 물론, 향후 동북아의 미래를 좌우할 이 협상의 진행과 결과의 추이에, 일본과 러시아 나아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그리고 새삼 협상이라는 말이 언론을 중심으로 자주 회자되고 있다. 중국 역사에 기록된 세기의 협상을 다시 살펴봤다. 중국의 춘추 시대(BC 770~BC 403)에서 전국시대(BC 403~BC 221)로 넘어가는 역사적 모멘텀은 당시 중국 북쪽의 실세로 군림하고 있던 진(晉)의 분열이다. 즉 범(范), 중행(中行), 지
[오피니언타임스=함기수] 우리가 흔히 인용하는 사자성어 중에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말이 있다. ‘우공이 산을 옮긴다’라는 이 고사는 중국 춘추 시대 사상가인 열자(列子)의 제자들이, 열자의 철학 사상을 기술한 ‘열자(列子)‘ ’탕문편(湯問篇)‘에 실려 있다.어떤 일이던 간에 우직하게 꾸준히 노력하면 반드시 성공한다라는 좋은 의미로 사용되는 고사이다. 그러나 근자에 들어 이 말은 일의 효율성을 무시하는, 좋지 않은 뜻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한 사람의 무모한 고집과 집착으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고생과 희생이 부각되기도 한다. 천제(
[오피니언타임스=함기수] 집안일이 술술 잘 풀리고 맺힌 곳 없이 만사형통일 때는 내가 잘나서 인줄 안다. 바깥으로 흥청망청 돌다가 가세가 기울고 첩이 눈 흘기고 떠나봐야 비로소 어진 아내가 생각난다.나라도 태평성대일 때는 상대적으로 인재들의 가치가 눈에 띄지 않는다. 나라가 어려움에 처하고 안팎으로 혼란한 상황일 때 훌륭한 인재들이 절실히 필요하게 된다.바야흐로 나라가 여러 가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언제 우리가 한 번이라도 걱정 없었던 적이 있었냐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문제들이 나라 안팎에 산
[오피니언타임스=함기수] 새해를 맞아 산에 올랐다. 오를 땐 힘들어도 산 정상은 언제나 좋다. 눈 아래 풍경이 더 넓게, 더 멀리 보이기 때문이다.헬리콥터(Helicopter)는 수직으로 이착륙이 가능하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직승기(直昇機)라고 부른다. 고정된 날개대신 로터(Roter)라고 부르는 회전 날개를 이용하여 양력을 얻는다고 한다. 밀림에서 길을 잃어 헤맬 때 헬리콥터를 타고 이륙하여 내려다보면 갈 길이 명확해진다. 높이 올라갈수록 그것은 더욱 뚜렷해진다. 올라가서 높이 보면 더욱 잘 보이는 것. 이를 두고 어떤 이는 ‘헬리콥터
[오피니언타임스=함기수] ‘인민대회당 중앙무대 제일 앞자리에 가로로 늘어서 앉은 42명의 주석단 상무위원석에는 놀랍게도 100세의 쑹핑(宋平) 전 정치국 상무위원과 리펑(李鵬·89), 주룽지(朱鎔基·89), 원자바오(溫家寶·75) 등 3명의 전 총리가 앉아 있었다. 상하이(上海)시 당 서기 출신의 장쩌민을 무사히 베이징의 권력 무대에 정착시킨 쩡칭훙(曾慶紅·78)을 비롯한 전직 상무위원급 원로들도 총출동했다.’2017년 10월18일 중국공산당 대표대회는 이렇게 시작되었다.그동안 중국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확신케 한 것은 절묘한 타협을 바탕
[오피니언타임스=함기수] 그래도 전에는 자신이 불리해지거나 희생이 따르더라도 끝까지 주군을 위하여 몸 바친 사람의 이름이 언론이나 인구에 회자된 적이 있었다. 그 행위의 잘잘못은 차치하고라도 소위 의(義)를 지킨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의(義)의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바른 도리’라고 나온다. 근자에 들어 이러한 사례를 보거나 듣기 힘들어졌다는 건 그만큼 사람의 도리를 지키면서 사는 것이 버거워졌다는 의미일지 모르겠다.‘사기(史記)’의 ‘자객열전(刺客列傳)’에 보면 예양(豫讓)이란 이름이 나온다. 그는 전국시대(B
[오피니언타임스=함기수] 2017년 가을이면 시진핑 2기 집권을 알리는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 대표대회가 열린다. 벌써 언론에서는 중국 권력의 핵심인 7인의 정치국 상무위원 인선과 관련하여 각종 예측이 난무하고 있다. 이 중 대표적인 것이 ‘칠상팔하(七上八下)’‘능상능하(能上能下)’이다.‘칠상팔하’는 지도자의 나이제한을 67세면 유임하고, 68세면 은퇴한다는 공산당 내부의 불문율 같은 것이다. ‘능상능하’는 시진핑의 복심인 1948년 생 왕치산(王岐山)의 유임과 관련된 것으로 ‘칠상팔하’의 관례를 깨고 능력이 있으면 유임하고 능력이
[오피니언타임스=함기수] ‘싱가포르의 국부(國父) 리콴유가 나라를 건국한 지 정확히 50년 만에 세상을 떠났다. 싱가포르에는 추모 열기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그의 시신이 총리 관저 이스타나에 안치돼 가족과 일부 사람만 조문할 수 있을 때에도 수많은 국민이 이스타나 문 앞에 와서 꽃다발과 추모사를 쓴 편지 등을 놓고 갔다. 시신이 국회의사당으로 옮겨져 일반인들이 조문할 수 있게 된 3월 25일에는 8시간이 넘게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싱가포르 정부는 조문 마감시간을 계속 늘리다가 결국 24시간 조문체제로 바꿨다.
세상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사람들이 등용되고 그들의 이름이 회자되면서 새삼 사람들의 처세와 사는 법에 대해 말들이 오고 간다. 학계에서 정치계로 입신하는 소위 ‘프로페서(professor)’나 언론계에서의 ‘폴리널리스트(polinalist)’등도 이러한 상황 속에서의 신조어이다. 정치하는 사람 중에서도 상황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어느 시골의 토담집에서 은거하며 때를 기다린다던지 아니면 낙향하여 아예 기존의 세계랑 연을 끊어 버리는 경우도 있다. 물론 철새라는 소리를 감수하며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사람도 있다.
세상이 바뀌었다. 엊그제까지 어느 것 하나 부럽지 않던 사람들이 이제 짐을 싸고, 또한 많은 사람들이 세를 얻어 귀하신 몸이 되고 있다. 힘을 얻은 이들에게는 밀물처럼 사람이 모여들고 뒤꼍으로 물러나는 사람들에게는 어쩔 수 없이 썰물처럼 사람들이 빠져나갈 터이다. 바야흐로 세월과 권력, 인생의 무상함이 저리게 느껴지는 때이다.무릇 높은 데서 떨어질수록 더 아프고 충격이 큰 법이다. 모든 것이 자기를 위해서 돌아가는 듯 보였던 세상으로부터 버림을 당하고, 문득 아웃사이더로 튕겨져 나왔을 때의 절망감은,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은 그 처량
건국일 하루 전인 1949년 9월30일, 중국 공산당에 의한 중앙 인민 정부는 새로운 중화인민공화국을 끌어갈 정부의 주석과 부주석 명단을 발표했다. 주석에 마오쩌둥(毛澤東), 부주석에 주더(朱德), 류샤오치(劉少奇), 쑹칭링(宋慶齡), 리지션(李濟深), 장란(張瀾), 가오강(高崗) 등이 그들이었다. 공산당 혁명의 실질적인 설계사이며 지금도 중국인민의 추앙을 받고 있는 영원한 2인자 저우언라이(周恩來)는 다음날인 10월1일 정무원 총리 겸 외무부 장관에 임명됐다.여기에서 눈에 띄는 사람이 쑹칭링(宋慶齡)이다. 그녀는 중국의 국부(國父
베이징 주재원으로 있을 때 북한 사업을 담당했던 필자는 당시 북한 사람들과 어울릴 기회가 많았다. 가라오케도 곧잘 같이 가곤 했는데 그때 들은 북한 노래 중 ‘내 고향 내 능금 내가 따먹고’ ‘내 고향 내 부모 내가 모시는’ 이곳이 지상 천국이라는 가사를 기억한다. 많은 북한 노래들은 단조로 돼 있어서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경향이 있다.필자의 고향은 시골이다. 중학교를 졸업한 후 청운의 뜻을 품고 서울로 올라왔다. 객지는 언제나 낯설고 물설다. 말씨도 틀리고 있을 곳도 마땅치 않으며 언제나 따뜻하게 반겨주고 먹을 것 챙겨주는 부모도
꽤 지난 일이다. 대학생과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세계화 시대에 대하여 강의를 하고 난 며칠 후 필자는 뜻밖에도 강의를 주관한 담당자로부터 호출을 받았다. 그는 필자에게 혹시 강의 중 ‘독도를 지키지 말라’고 했냐고 물었다. 본말은 이랬다. 당시 TV에서 어느 연예인이 대여섯살 된 아들과 또래의 친구들과 함께 독도를 방문해서 독도가 우리 땅임을 일깨워 주는 프로그램이 방영된 적이 있었다. 필자는 글로벌 마인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했다. 이 프로그램이 잘못되었다거나 독도를 지키지 말라는 뜻이 아님을 분명히 얘
불과 16세의 양치기 소년 다윗이 블레셋의 거인 장수 골리앗을 돌팔매로 물리쳤다는 이야기는 구약성서 사무엘서 상(上) 17장에 나오는 얘기이다. 상대도 안 되는 약자가 거대한 세력을 물리쳤을 때 우리는 이 얘기를 자주 인용한다. 오늘날 신체적, 환경적으로 열세인 사람들이 객관적인 불리함을 딛고 일어서게 하기 위한 동기 부여에도 요긴하게 활용된다. 중국 역사에서 절대적인 불리함을 딛고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는 한(漢)의 유방(劉邦)이 초패왕(楚覇王) 항우(項羽)를 물리친 ‘초한지쟁(楚漢之爭)’이다. 시정잡배들
어디서나 마찬가지겠지만, 중국에서 여러 거래선을 상대하며 장사를 하다보면 상대 회사의 조직이나 인사의 변화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된다. 사람과의 끈끈한 꽌시(關係, 관계)를 중시하는 중국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 더욱이 회사의 방침이나 정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최고 경영자의 교체는 향후 거래 관계에 미칠 영향 때문에 우리에게는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90년대에서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중국의 많은 기업들의 최고 경영자가 교체되었다. 우리의 주요 거래선 중 하나인 산시성(山西省)의 철강그룹도 그 중의 하나였는데, 2000년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