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타임스]-작가 노트와 육성 기록으로 구성-변시지 작품 세계, 새롭게 조명하는 계기될 것 '폭풍의 화가'로 잘 알려진 고 변시지 작가(1926~2013)의 화집인 '바람의 길, 변시지 '가 출간됐습니다.변시지 작가 전 생애의 작품과 삶을 다룬 첫 화집으로 작가의 20대 일본 시절, '비원파'로 알려진 30~40대 서울 시절, 그리고 50 대 이후 작고하기까지 38년에 가까운 제주 시절 등, 그의 70년 작품 세계의 변화와 특징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습니다.그동
결‘왜 지금 변시지인가?’ 물음에 대한 답을 이제 정리하겠습니다.일단 예술로만 보면 변시지의 그림 풍토는 기억 속 심경의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전통과 현대, 한국화와 유럽화, 존재와 세계를 연결합니다. 식민지 일본에서 인상을 배우고 해방 한국에서 한국적 풍을 고민했으며 산업화 시대 중년을 맞은 나이에 자신을 유폐시켜 유배자의 땅이며 신화의 섬인 제주도에서 풍토 미학을 홀로 연구한 때문일 겁니다.그래서 그의 그림은 외로움을 베이스로 하면서도 신화성과 상징성이 풍부합니다. 게다가 현존재와 치열하게 대결하고 있습니다. 그 점에서 웨민
7변시지를 이해하는 마지막 고리로 그의 그림과 1980년대 후반 한 기업의 캠페인을 연결시키는 시도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 시기는 변시지 화가가 제주 사범대에서 은퇴하기 직전입니다.그림을 말하고 치유를 말하는데 웬 기업 캠페인이냐고 의아해할지 모르겠지만 어떤 캠페인은 시대를 치유하는 기능을 한다는 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성분들이라면 도브 비누가 했던 유명한 ‘리얼 뷰티’ 캠페인을 아실 겁니다.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찾으라는 이 캠페인은 많은 세계 여성들의 자존심을 치유해줬습니다. 인텔 인사이드 광고를 했던 인텔이 시도한 ‘뷰
6이제는 변시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그의 ‘풍토’ 미학을 알아보겠습니다.변시지가 1988년 출간한 에는 “자연을 연구하고 거기에 피를 통하게 하고 그 결과로써 진중하게 창조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신에 도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와 “진리, 그것은 순수한 두뇌적인 예술 혹은 원시 예술이다. 그것이야말로 모든 것에 능가할 수 있는 박식의 예술이다”라는 고갱의 주장이 인용됩니다. 원시예술이 진리인 것입니다. 내가 보기엔 고갱의 ‘원시’가 변시지에게서는 ‘풍토’라는 말로 변용되어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화가는 또
4변시지와 고갱의 연결을 보기 전에 인상파에 대해서 잠깐 기억을 더듬어 보고 가겠습니다.먼저 프랑스 살롱문화부터. 살롱(Salon)은 보통 근세에서 근대에 걸친 프랑스 상층계급 저택의 응접실을 말합니다. 17~19세기에는 문학, 예술, 정치, 사상, 과학, 풍속 등의 여러 가지 면에서 자극을 준 회화나 담화의 장소가 되고 주재하는 부인의 이름으로 불리면서 문화사적인 중요성을 갖는 곳입니다. 미술용어로서는 현존하는 예술가의 작품을 모아서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공식의 전람회를 뜻합니다.루이 14세에 아카데미의 설치로 시작되어 제1회 살롱
3‘세한도(歲寒圖)’는 김정희가 1844년, 중인출신의 제자 이상적이 청나라에서 구한 귀한 책자를 보내 온 의리에 보답 차 그려 준 그림입니다. 추사는 1840년부터 8년간 제주도로 유배를 갔었습니다. 그의 나이 55세. 그의 죄도 아닌 아버지가 연루되었다고 혐의 받은 윤상도 옥사 사건 때문이었습니다. 외할머니가 왕족 출신이었고 청년의 나이에 이미 청나라 최고 석학인 옹방강, 완원 등과 깊은 교우를 나누던 석학이었고 따르는 제자만 수 천 명이었다던 추사의 심정이 어땠을까요?세한- 차가운 세월이란 뜻의 제목 속에 이미 세상에 대한 추
1먼저 변시지에 대한 일반적인 다음의 4가지 수식을 수정하면서 이 글을 시작하고자 합니다.하나, 그는 제주도의 화가가 아닙니다. 그를 포함하며 넘어섭니다.둘, 폭풍은 단순히 기후로서의 바람이 아닙니다. 외로운 시대를 표현하면 동시에 깰 바람이기도 합니다.셋, 그는 과거의 화가가 아니라 현재를 향한 화가입니다.넷, 그의 풍토는 자연이 아니고 인간의 존재성 자체입니다.2제주도 시절에 그린 그의 그림엔 일정한 원형이 있습니다. 그 원형은 기호 역할을 합니다. 이는 변시지가 풍경을 기억하여 그렸으되 실경 그대로는 아닌 그만의 심경(心景.
필자가 이 평론을 쓰는 것은 흔히 제주화를 완성한 제주도의 화가, 폭풍의 화가라고 불리는 변시지 화백이 현대를 향하여 던지는 메시지와 풍토 사상에 개인적으로 많이 끌렸고 또한 그에 대한 기존의 평가에 또 다른 평가의 단서를 제시하기 위해서입니다.물론 많은 평론가와 전문가들이 변시지 화가에 대해서 평을 하고 일대기도 나와 있습니다. 모두 애정 어린 글이고 타당한 해석인데 필자의 주된 경력이 기업 캠페인 전략과 관계된 것이다 보니 필자만의 관점을 통해서 변시지 화가에 대한 해석을 좀 다르게 해보려 합니다. 화가를 더 풍부하게 하려는 의
지금까지 ‘폭풍의 화가, 변시지’ 시리즈 연재를 통해서 여러분은 그림으로 들어가기를 체험했을 겁니다.그럼, 이제는 그림 속 남자 자신인 폭풍의 화가에게 본격적으로 들어가 볼까요?먼저 그의 외로움이 그의 인생에서 어떻게 나온 것인지 보겠습니다. 화가도 인간이죠. 인간적으로만 보면 화가는 보통의 우리보다 훨씬 괴롭고 외로운 삶을 산 사람입니다. 나라를 뺏긴 채 살던 1926년 태어나, 그림 시작은 동네 서당에서 처음 붓을 가지고 했습니다. 6살 어린 나이에 아버지와 형을 따라 제주도 서홍동 고향을 떠나 일본
남자가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초가는 안과 밖이 통하고 신성한 기운이 하늘을 받치고 있다.폭풍을 견딘 소나무는 하늘로 껑충 컸다.세상은 다시 금빛 황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남자는 이젠 외로운 자의 수호여신이 된 소녀 꿈을 다시 꾸고까마귀는 그들의 이어도를 향해 백만 번 춤을 추며조랑말은 대륙의 전설을 생각한다.여기 황색 신화의 땅에서.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화가, 황인선 작가]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남자: 누구나 자기 색이 있다고 생각해 봐. 백색은 고고한 색이지만 내 색은 아니야. 좀 누추하고 휘어지고 변덕스럽고 여윈 것들이 난 좋아. 바람: 저런, 도대체 왜 그러는 거지?남자: 난, 고향 바다가 보여준 그 색이 그리운 거야. 모르겠어?바람이 일어 모래바람 상이 흔들렸다. 이어 바람의 소리가 들렸다.바람: 모르겠지만 좋아, 남자의 희망을 받아주지. 하기는 내가 좋아하는 색도 사실은 황색이라네. 남자가 내 분노를 황색으로 표현해 준 거 고맙네. 황색은 위대함과 혼탁함 사이에서 변신하는 신의 색이지. 오, 하루를 열고 닫는 시작
남자: 색을 다 지울 수는 없지. 백색도 색이니까. 백색은 그런데 아주 이기적이고 차별적인 색이야. 순수하여 다른 색을 못 참아. 바람, 이상한 소리 하나 할까? 나는 이제 끝에서 백색을 보았으니 그 색을 거부하고 싶군.바람: 정말 이상한 소리군. 기껏 땅끝과 세월의 끝에서 오래 묵상해 얻은 색인데 갑자기 무슨 소리지? 이제 비로소 아우성과 외로움에서 자유로워졌다고 하지 않았나.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화가, 황인선 작가]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바람: 백색의 관조라. 흠 거의 외로움의 끝까지 가면 그런가 보군. 나는 수백만 년을 살면서 이젠 외로움도 잊어서 그런 건 잘 몰라. 그래서인가, 지금 남자는 단순해지고 평온해 보인다. 그럼 이젠 원망도 없고 외로움과 그리움 그리고 색까지 다 지운 건가?이 대목에서 남자가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화가, 황인선 작가]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남자: 땅끝이 있다면 세월의 끝도 있겠지?바람이 고개를 끄덕였다.남자: 세월의 끝에서는 바위섬에 혼자 있고 검은 파도가 쳐도 그것은 더 이상 위험한 파도가 아니게 돼.일어서서 파도를 관조하고 바다의 진짜 소리를 들을 수도 있어.그 소리는 더 이상 악과 고뇌 따위는 아니야. 그것을 백색의 관조… 뭐 그런 거라고 해두지.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화가, 황인선 작가]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남자: 땅끝에 선 세월이 길어질수록 더 그렇더군. 세계의 끝은 늘 낯설고 위험하지만 내면을 비워주는 힘이 있어. 정오의 바닷가에서 눈부신 표정이거나 멍하게 선 사람들을 본 적이 있나. 추락의 끝이나 성공의 끝까지 간 사람들은?바람: 물론 있지. 남자 말이 맞아. 그들은 비워지는 것 같았지.남자: 끝에 서면 현실이 내는 아우성은 다 튕겨 나가. 끝은 묘한 마력이 있어. 이걸 색으로 표현하면 백색 아닐까. 빛을 다 반사해버리는 백색 말이야.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화가, 황인선 작가]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바람: 그 타자들의 절규를 듣고 있나? 이건 외로움의 끝과 관계된 거야.남자: 그날부터는 조금씩 들리기 시작했어. 그런데 나는 그 절규들이 선과 색으로 들리더군.남자는 처음 바다에서 검은 바다를 보았고 그 다음에는 황색을 보았다.검은 바다의 선은 날카로웠고 황색 바다의 선은 단조로웠다.섬에 남은 말의 절규는 여윈 선으로 나타났다.남자 스스로의 절규를 들을 때는 구부정한 벌레로 보였다.바람: 선과 색으로 듣는다고? 흠, 어쨌든 듣고 있었다는 얘기군. 바람: 그 아우성들이 혹시 악과 고뇌의 절규로 들리던가?
바람이 모래에 선을 파기 시작했다. 선이 복잡한 미로처럼 그려지더니 그 안에 형체들이 그려졌다. 미로 속에 형체들은 각자의 줄에 갇혀 절규하는 것처럼 보였다.남자: 내가 바위섬에 갇혔듯이 우리 모두는 이런 줄에 갇혀 자기만의 소리를 낸다는 뜻인가? 서로의 소리를 듣지 못하고.바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잔 바람이 일었다.바람: 내가 전에 들려줬던 타자들의 아우성 기억나나? 초록색 바람이 불고, 말이 섬에 남은 말에 대해 얼마나 아느냐고 남자에게 물었던 그날 말이야.남자: 물론 기억하지.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화가, 황인선 작가] 변시지 시
바람: 남자는 그럴 때 웅크리고 더 안으로 들어갔지. 바위섬 외족오는 그런 남자의 아바타였지. 남자는 세상의 악이 자신을 잔인하게 덮치고 후려쳤다고 생각했지.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화가, 황인선 작가]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남자: 어느 순간 질서는 또 깨졌어. 폭풍우 치는 날 자살바위를 서성이고, 우울해하고 그러면서 또 불가사의한 의욕과 희망을 품는 그런 일이 반복됐지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화가, 황인선 작가]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바람: 가끔은 여유로웠고, 술 마실 일도 있었고 모든 것이 질서가 있었지만……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화가, 황인선 작가]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