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부쩍 우리 사회에 탐욕스러운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인상을 받는다. 매스미디어를 통해 보도되는 이런저런 사건들뿐만 아니라 길거리나 지하철에서 스쳐가는 사람들의 표정에서도 그런 분위기를 느낀다고 말하면 필자의 과민반응일까? 어쨌든 모든 것을 돈으로 살 수 있는 사회가 되다보니 여러 분야에서 탐욕이 과잉 분출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동시에 비판의 화살이 자신을 향하고 있음을 절감하고 있다. 탐욕스런 사람 크게 늘어… ‘탐욕은 파멸’이라는 경고, 효력 다했나예부터 고등종교에서는 예
회사 동료들과 냉면집을 찾을 때면 장난삼아 이런 질문을 던지곤 한다. “냉면이 어느 계절 음식인지 아느냐”고…. 시인 백석의 표현처럼 ’슴슴한’ 평양식 냉면이 익숙치 않은 사람들이라면 의아해하며 십중팔구는 곧바로 대답을 내놓지 못한다. ‘당연히 여름음식일 텐데 굳이 묻는 이유가 있겠지’하며 슬금슬금 눈치를 살핀다. 간혹 “냉면은 추운 밤 뜨끈한 방에 앉아 시원하게 먹는 맛이 최고”라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 사람은 “겨울이 아니냐”며 동의를 구하기도 한다. ‘겨울음식’ 냉면의 추억그
나이들면서 잃어버리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입맛이 아닌가 싶다. 식사 때가 되어 뭐든 먹긴 먹어야 할 텐데 정작 먹고 싶은 것이 아무 것도 없을 때가 많다. 모처럼 외식을 나가려 해도 꼭 찾아 먹고 싶은 음식이 없어서 궁리만 하다가 “그냥 찬밥에 물이나 말아 먹지”하고 눌러 앉은 적도 여러 번 있다.어렸을 때 중국집에 가면 짜장면뿐만 아니라 짬뽕이나 군만두까지도 먹고 싶어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고민하던 때나 닥치는 대로 먹었던 대학시절과는 상황이 전혀 달라진 것이니 나이를 먹긴 먹었나보다. 캐나다 위
지난 5일과 6일 이틀 연속 미 루이지애나주 배턴루지와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에서 흑인 남성 2명이 연이어 백인 경관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미국 내 흑인 사회는 경찰의 시각이 “흑인의 목숨은 하찮지 않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했던 25살의 마이카 존슨이라는 흑인 남성은 지난 7일 흑인들의 잇딴 사망에 항의하는 미 텍사스주 댈러스에서의 시위에서 질서 유지를 위해 투입된 백인 경찰들을 겨냥한 조준 사격으로 5명을 살해하고 7명을 부상시켰다. 존슨은 백인 경찰들에게 흑인
결국 파면될 모양이다.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 얘기다. 민중은 개, 돼지 발언이 있기 전까지 그의 존재를 몰랐으나 말 한마디에 짐을 싸게 됐다. 보도에 의하면, 그는 행정고시 출신으로 전 정권에서 교육부 장관 비서관, 청와대 행정관으로 일했다. 교육부 대학지원과장, 교직발전기획과장, 지방교육자치과장을 거쳐 지난 3월 정책기획관으로 승진했다니 엘리트코스를 밟은 유망주였다.그런 그가 이런 엄청난 말을 기자들 앞에서 떠든 것을 보면, 상당히 경솔하고 가벼운 사람이라는 것은 알겠으나 그래도 의문이 생겼다. 행정고시를 패스하고 거기까지 올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47)이 사석에서 한 일간지 기자들에게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고 했다가 파면될 처지에 놓였다. 그는 “정말 잘못했다. 죽을 죄를 지었다”고 울먹이며 사과했다. 술김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의 말이 취중 진담이라고 본다. 나뿐 아니라 우리 아이들까지 개돼지 취급받는 것이 분하기는 하지만, 우리 현실에 대한 솔직한 진단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의 소득 격차와 빈부 세습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스스로 정당하게 돈을 벌어 재산을 모으거나 상류층에 오르는 길은 점점 막
이번에 새로운 국가브랜드 슬로건으로 만든 크리에이티브 코리아가 도마에 올랐다. 프랑스 것을 표절했다고 한다. 야당의 모 의원이 그것을 폭로하는 방식이 감정적이고 정쟁적이어서 또 도마에 올랐다. 현 정부가 중점 추진한 것이 창조경제인데 창조가 영어로 크리에이티브니 신 브랜드 추진 팀 입장에서는 대안이 별로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아쉬움은 남는다. 한국이 기존의 ‘다이내믹 코리아’에서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로 옮기자는 주장은 진일보한 것이나 문제는 대중의 입장에서 창조(Creative)의 정체가 무엇인지 계속 아리송하다는 것이다. 쉽게
“정말 돈이면 다 되는 거니?” OCN 드라마 ‘38사기동대’에서 세무공무원 백성일 과장(마동석)은 사기꾼 양정도(서인국)에게 이렇게 묻는다. ‘38사기동대’는 고지식하던 세무공무원이 돈으로 윗선을 주무르고 못된 짓을 일삼는 악덕 세금체납자에게 사기를 쳐 세금을 받아낸다는 내용의 드라마다. 법 위에서 큰소리치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케이블TV 드라마인데도 평균시청률 4%를 넘기고 있는 히트작이다.백성일 과장뿐이랴. 우리 모두 묻고 싶다. “정말 돈이면 다 되는 거니?” “정말 든든한 줄만 있으면, 힘 쓰는 자리에만 있으면 다 되는 거
‘가짜’ 하면 ‘짝퉁’으로 대변되는 중국이 아직도 으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못지않다. 오래 전에 신신애가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라고 노래로 풍자했지만, 별로 달라진 게 없다. 박찬욱 감독의 최근 영화 ‘아가씨’도 가짜에 대한 서늘한 풍자이다. 지금까지 들은 가장 놀라운 ‘가짜’는 중국의 경찰서다. 경찰도, 싸이카도, 조사실도, 입구에 보초와 영창까지, 경찰서 전체가 가짜라는 것이다. 특히 외국인들을 상대로 사기를 많이 친다. 길거리에서 가짜 경찰이 연행해 경찰서로 끌고 가서는 죄를 뒤집어 씌워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의 통화 녹음파일이 공개됐다. 세월호 참사 직후인 2014년 4월 21일과 30일 통화 내용이다. 소위 ‘김시곤 비망록’도 유출됐다. 2013년 1월 11일부터 11월 17일까지 청와대와 길환영 전 KBS 사장이 KBS 뉴스에 개입하고 지시한 정황이 나타나 있다.녹취록을 꼼꼼히 들어보면 수석과 국장은 친밀한 사이인 듯하다. 국장은 수석을 ‘선배’라 부르고, 수석은 통화 끝 부분에서 국장에게 “그래 한번만 도와줘 진짜 요거. 하필이면 또 세상에 KBS를 오늘 봤네. 아이~ 한번만
장맛비가 오락가락하던 지난 4일 오전, 서울서 군산행 고속버스를 탔다. 탑승객은 4명뿐이었고, 월요일의 당일치기 나홀로 군산행은 날씨며 상황이 느긋하고 각별했다.전북 군산의 100년 전 근대 가옥에서 작업하는 사진작가 민병헌 씨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일제강점기 건축물이 다수 남아있는 근대 문화유산의 도시 군산, 1998년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의 촬영지로 60,70년대 골목길의 정취가 여전하다는 군산행. 며칠 전 서울 공연장에서 우연히 마주친 작가와 시간을 맞춘 방문길이었다. 흔들린 듯 모호하고 은
산책은 자유정신을 상징한다. 나는 혼자 걷는 이 땅의 남자들을 변호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철학자 칸트는 동프로이센의 쾨니히스베르크에서 태어나 팔십 평생 그곳을 떠나지 않고 살았다. 매일 오후 네 시가 되면 어김없이 산책에 나서 이웃들이 그를 보고 시계를 맞췄다는 건 유명한 일화다. 단조로운 삶이었지만 영국의 경험론과 대륙의 합리론을 종합한 웅대한 사유의 비판철학을 완성할 수 있었던 데는 산책이 상당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가령 그의 저서 순수이성비판의 ‘내용이 없는 사고는 공허하고, 개념이 없는 직관은 맹목적이다’는 저 유명
한국 문화원에 한국어를 배우러 다닌다는 나의 이웃은 막걸리를 늘 냉장고에 넣어 두고 마시며 집에 김치가 떨어지는 일이 없다. 김치가 시면 김치전을 부쳐 먹는다고 한다. 그에 의하면 김치전은 바삭해야 제맛이란다.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더덕구이라나… 여자 친구도 프랑스인인데 그 정도로 한국화가 된 데에는 무슨 사연이 있겠지만 거기까진 듣질 못했다.내 이웃과는 달리 나는 아직 신김치의 진미를 알지 못한다. 신선한 김치는 좋아하지만 신김치는 그리 즐기질 않는다. 프랑스산 치즈를 좋아하는 한국 사람이라도 많이 숙성한 깊은
다정한 친구들과 한잔 술 나누다가 주흥이 오르면 으레 한 두 곡의 옛 노래가 저절로 흥얼거려진다. 이러한 경우 대개 노래방이 있는 술집으로 자리를 옮겨 모니터에 떠오르는 가사를 보면서 마이크로 소리를 꽥꽥 질러대는 풍경이 요즘 세태이다. 하지만 예전에는 앉은자리에서 그대로 눈을 지그시 감고 기억하는 노래들을 잇달아 불러대곤 했다. 이때 반드시 중심적 역할을 하던 사람이 있었는데, 그를 에워싸고 모두들 합창으로 분위기를 달구었다. 이제 이런 모습들을 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그 시절에 자주 부르던 노래 중에 우리는 ‘비 내리는 고모령’
김영란법에 얽힌 중요한 수수께끼 하나가 풀렸다. 당초 국민권익위원회가 입안할 당시의 명칭이 ‘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안’이던 이 법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로 바뀌어 지난 해 3월 국회를 통과했다.‘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가 통째로 사라진 것이다.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도 공직자가 주 대상이었으므로 이 법은 온전히 공직자를 상대로 한 뇌물 수수 금지와 인사 청탁과 같은 이해충돌 방지를 막기 위해 입안 된 법이었다. 서영교 등 여야 의원들의 친인척 채용은
논어에 보면 공자님이 이런 말을 한다. “비루한 자들과 함께 임금을 섬길 수 있을까? 그런 자들은 지위를 얻지 못했을 때에는 그것을 얻으려고 애를 쓰고, 일단 그것을 얻고 나면 그것을 잃을까 염려한다. 진실로 그것을 잃을까 염려하면 못하는 짓이 없게 될 것이다.”(양화 17:15) 2천 몇 백 년 전에 쓴 글이 어찌 오늘 우리 주위에서 보는 현상에 이렇게 꼭 들어맞을까? 요즘 우리 주위를 살펴보라. 그럴듯한 지위를 얻으려고 온갖 노력을 다하고 일단 그 자리를 잡았으면 그것을 놓칠까 ‘못하는 짓이 없이’ 온
도널드 트럼프를 잘못 봤다. 트럼프가 ‘옳다’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맞았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Brexit) 투표를 보니 확실히 알겠다. 트럼프 현상과 브렉시트 투표 결과는 판박이다. 트럼프 현상과 브렉시트의 뿌리는 저소득층의 좌절감전 세계의 언론은 미 대통령 공화당 후보 선거에 나온 트럼프를 막말이나 하는 극우 성향의 포퓰리스트(대중 영합주의자)라고 비웃었다. 하지만 그는 저소득·저학력층의 정서를 제대로 알고 있었다. 그들에게 트럼프의 정책은 불평등과 빈부격차가
교장실 칠판에는 97이라는 숫자가 쓰여 있었습니다. ‘오늘의 총 학생 수’였습니다. 안내를 담당한 선생님은, 많을 때는 재학생이 1500명이나 됐다고 지난날을 추억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97이라는 숫자조차 가벼워 보이지 않았습니다. 바닷가 작은 면소재지의 중학교에 아직도 학생이 이만큼이나 남아있다니…. 마침 수업시간이라 학생들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학교 건물이 더욱 커보였습니다. 정말 학생들이 있기는 한 걸까? 초여름 햇살이 유난히 날카롭게 쏟아지는 날이었습니다. 시인·가수와 하나 된
작년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1.2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초저출산 기준선인 1.30명에 미달했다. 2001년 처음 1.30명 아래로 떨어진 이래 15년째 1.30명 이하에서 맴돌고 있다. 그동안 한 번도 초저출산 국가에서 벗어난 적이 없는 것이다. 합계 출산율 15년째 1.3명에 미달한 초저출산 국가우리나라는 노인인구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오르는 나라다. 노인인구 비율은 2000년 7.2%에서 작년 2015년에 13.1%로 높아졌다. 통계청의 인구 추계에 따르면 2020년에는 15.7
평균 수명이 나날이 늘어 내남없이 여든까지는 사는 게 여사인 고령화세상.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에서 보면 아직도 살아가야 할 날들이 까마득하다. 그나마 경제적으로 넉넉해 더 이상 ‘밥벌이’를 계속하지 않으면 다행이련만, 아직도 자식들이 학교 다니고, 졸업했는데 취직도 못하고 있으면 어디서든, 무엇이든 해야 한다. 그 구차함과 고단함과 지겨움이란.설령 모아놓은 돈이 많거나, 연금을 넉넉하게 받거나, 자식들이 푸짐하게 주는 용돈이 있어서 그냥 놀아도 된다고 하자. 그것만으로 여생이 편안하고 즐거운 ‘백세인생’이 된다면야 얼마나 좋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