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타임스] 많은 사람들은 좋은 나라, 나쁜 나라의 기준을 국민소득으로 구분한다. 그러나 기준을 달리하면 그 답은 간단치가 않다. 가령 서울은 누군가에겐 살기 좋은 도시일지 모르나 공기오염도를 기준으로 본다면 나쁜 도시로 구분된다. 총기 단속을 기준으로 하면 이 세상에서 가장 비문명적이고 야만적인 나라는 전쟁이나 테러가 늘상 있는 중동이나 아프리카가 아니라 미국이다. 총을 애용하는 미국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끔찍한 총격전이 벌어져 무고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그런데도 계속 총을 만들어 사고 판다. 미국
[오피니언타임스]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은 결론부터 말한다면 난센스다. 프랑스에서는 대학입학시험도 정해진 정답 없이 자신의 주장을 이끌어가는 능력을 보기 위해 주관식을 고집한다고 한다. 그런데 세상에는 오직 단 하나의 옳은 시각만이 있다는 개똥철학을 전제로 하는 국정화는 더 이상의 비평도 필요 없이 그냥 무지의 소산일 뿐이다. 한마디로 우스운 일이다. 국정화로 외눈박이 된다는 걱정은 기우··· KFX 사업 등 비리 묻혀그럼 현 정부는 이런 세련되지 못한 일을 왜 벌이고 있을까. 좋은 쪽으로도 나쁜 쪽으로도 해석
[오피니언타임스]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9.8%로 22주 연속 1위를 유지했고,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17.8%로 2위를 기록했으며 박원순 서울시장 13.5%, 안철수 전 대표 8.2%, 오세훈 전 서울시장 7.4%,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4.5% 순이었다.’지난달 30일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를 전한 연합뉴스 기사의 일부다. ‘문 대표는 1위인 김무성 대표와의 격차를 오차범위 내인 2.0% 포인트로 좁혔고, 안 전 대표는 오 전 서울시장을 제치고 5주 만에 4위를 탈환했다’라는
[오피니언타임스] 지난달 22일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서거한 후 27일 국가장을 치르기까지 봇물처럼 쏟아진 언론의 보도 중에 마음에 남아 있는 작은 기사가 하나 있다. 김 전 대통령 입관식을 마치고 나온 김수한 전 국회의장이 했다는 말이었다. “구김살 하나도 없이 훤하니 좋더라.”그 기사를 보는 순간 예전에 현장에서 느꼈던 감정이 되살아났다. 그랬다. YS는 해맑은 얼굴에 구김이 없었다. 40년이 넘는 민주화 투쟁 과정에서 숱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소년 같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인간적 매력이 그의 중요한 정치적 자산이었다. 그는
[오피니언타임스]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뉘른베르크 국제전범 재판에 한 목사가 기소되었다. 나치전범을 재판하기 위한 법정에 선 목사의 혐의 내용은 ‘자신이 맡고 있던 고아원에 수용된 유태인 아동 3명을 나치에게 넘겨 가스실에서 죽게 했다는 것’이었다.목사의 변호인은, “목사는 기독교적 사랑을 바탕으로 평소 모든 이들을 사랑으로 감싸고 이웃에 사랑을 베푸는 훌륭한 사람이었다. 고아원에 수용되어 있던 유태인 아동은 총 83명이었는데, 3명만 나치에게 넘기고 80명을 살린 것이다. 이 목사의 기지와 결단이 없었더라면 83명 모두가 죽을 뻔했다
[오피니언타임스] 여러분께서는 ‘진주라 천리 길’이란 노래를 기억하시는지요? 낙엽이 뚝뚝 떨어져 땅바닥 이곳저곳에 굴러다니는 늦가을 무렵에 듣던 그 노래는 듣는 이의 가슴을 마치 칼로 도려내는 듯 쓰리고도 애절하게 만들었지요. 1절을 부른 다음 가수가 직접 중간에 삽입한 세리프를 들을 때면 그야말로 눈가에 촉촉한 것이 배어나기도 했답니다. 오늘은 식민지 후반기의 절창으로 손꼽히는 ‘진주라 천리 길’, 이 노래를 불렀던 가수 이규남(李圭南, 1910∼1974)에 대한 이야기보따리를 끌러놓고자 합니다.낙엽 떨어지는 늦가을, 애절한 ‘
[오피니언타임스] 1988년 연말 쯤에 ‘뉴스비전 동서남북’이라는 프로그램 제작을 맡고 있었다. 그 해 9월 올림픽이 개최되고 난 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언제 우리나라에서 올림픽이 개최되었나 싶을 정도로 올림픽 분위기는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87년 6월항쟁으로 체육관에서 대통령을 뽑던 간접선거체제에서 직접선거 수용이라는 항복을 쟁취했으나, 김영삼-김대중의 후보단일화 실패로 정권은 노태우에게로 넘어간 상태였다. 올림픽이라는 대형 이벤트로 이런 사회 분위기를 반전시키려했으나 국민들은 싸늘한 냉소를 보였을 뿐이었다. 에너지가 내재하고 있지
[오피니언타임스] 지난 11월 7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 간의 역사적인 싱가포르 회담에서 두 사람은 공식 직함 대신 보통명사인 ‘선생’으로 서로를 호칭했다. 66년 만에 처음 만날 만큼 양안관계의 복잡·미묘함이 ‘선생’이라는 호칭 속에 함축돼 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이 낳은 복잡 미묘한 ‘양안’ 관계모두가 알 듯 중국의 공식 국호는 중화인민공화국(PRC)이고, 대만은 중화민국(ROC)이다. 유엔 회원국인 중국의 국호는 국제사회와 국제기구에서 널리 통용되지만, 중화민국은
[오피니언타임스] 우리는 너 나 없이 통일을 좋아한다. 크게는 남북통일에서 시작하여 국론통일이라든가 교복을 통일한다거나 심지어 식당에서 냉면으로 통일하자는 것까지. 그런데 왜 남북통일도 국론통일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가? 획일주의적 통일은 말썽과 불화의 원인으로 작용할 뿐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통일을 그렇게도 좋아하고, 무엇이나 통일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는 생각 자체가 바로 아이러니컬하게도 진정한 의미의 통일을 저해하는 가장 결정적 방해요소라 생각한다. 왜 그런가?우리가 ‘통일’이라고 할 때, 우리는 이 말
로빈 윌리엄스의 치매 자살과 한국 노인의 치매 살인[오피니언타임스] 지난해 8월 미국 배우 로빈 윌리엄스가 사망했다는 소식은 적잖은 충격이었다.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평균 수명이 80세가 넘는 시대에 명배우 반열에 오른 그가 63세라는 나이에 우울증으로 자살했다니 안타까웠다. 그의 출연작은 대부분 우리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사회성 짙은 영화였다. 죽은 시인의 사회(1989년), 미세스 다웃파이어(1993년), 굿윌 헌팅(1997년), 바이센테니얼맨(1999년)을 보고 조금씩 감동했던 기억이 있다. 한데 그의 사망 원인이 11
공권력에 의해 사경을 헤매는 노인[오피니언타임스] 며칠 전 일인데 벌써 아득한 옛날처럼 멀어 보이는군요. 저는 그날 광화문에 있지 않았습니다. 강의를 나가는 학교의 학생들과 지방에서 현장학습 중이었습니다. 커리큘럼에 명시된 행사였기 때문에 취소할 수도 미룰 수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광화문에 마음을 두고 간 건 분명합니다. 내내 뭔가 불편했습니다. 있어야 할 곳에 있지 않다는 것 또한 내가 살아가는 시대에 대한 부채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겠지요. 지난 14일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지금 와서 새삼스럽게 그날 벌어진 일에 대해 옳
[오피니언타임스] 지난 달 폴란드에서 열린 ‘쇼팽 국제 콩쿠르’에서 우리나라의 조성진 씨가 1위를 차지한 이후 클래식 음악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한다. 조씨의 콩쿠르 실황 연주 음반 5만장이 발매 1주일만에 다 팔리고 5만장이 추가로 나온다는 소식이다. 우리나라에서 클래식 음반이 1만장 팔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발매 첫날에는 먼저 사려고 줄을 설 정도였다니 그야말로 열풍이다. 이런 바람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일회성에 그치는 것이 과거의 사례였다.조씨는 수상 후 인터뷰에서 손이 저절로 연주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되
제갈량의 적벽대전 연상케 하는 중국의 외자 유치 전략[오피니언타임스] 안개 낀 새벽, 20척의 배를 향해서 조조군은 빗발처럼 화살을 쏟아 붓는다. 서기 208년, 천하 쟁패를 위해 조조의 대군과 유비, 손권 연합군이 결사적으로 맞붙었던 적벽대전(赤壁大戰)에서의 일이다. 무자비한 화살 공격을 받은 배들은 그 화살들을 싣고 유유히 돌아오고, 짚과 허수아비로 위장하여 모자라는 화살을 보충하기 위한 제갈량의 지략은 이렇게 성공하게 된다. 제갈량은 앉아서 10만개의 화살을 얻은 것이다.중국의 개혁 개방 이후 그들이 외자 유치를 통해서 그들의 목표
[오피니언타임스]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잠복해 있던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20대 국회의원 ‘공천 전쟁’이 재점화하면서 정치권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어떡하든 지역구 공천만은 받아 보려는 현역 의원들의 움직임이 특히 눈에 띈다. 정치개혁이든 민생경제 살리기든 모든 것이 아생연후(我生然後)의 일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한다. 오픈 프라이머리, 국민 위한 제도인가 현역 기득권 지키기인가현재 여야 할 것 없이 비주류측 의원들이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준다는 명분으로 오픈 프라이머리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점도 흥
[오피니언타임스] 우리의 신체 가운데 실물경제와 관련해 비유적으로 자주 언급되는 부분은 ‘손’이다. 예컨대 ‘큰손’과 ‘조막손’을 들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큰손은 주식시장에서 막대한 자금을 굴리는 투자자를 지칭하는 반면 조막손은 개미 투자자같이 작은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는 투자자를 말한다. 그런데 왜 경제주체의 활동을 나타내는 용어로 발이나 얼굴이 아니라 하필이면 손을 사용하게 되었을까? 아마도 그 이유는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의 비유가 널리 알려지면서부터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일제 치하와 6·25··· 아픔과 시련 점철된 한국인들의 가족사[오피니언타임스] 100여년 전 나라를 빼앗긴 후 이 땅에서 살아온 한국인들 중 사실 온전한 가족사를 지닌 집은 몇 집 되지 않는다.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다. 이북 강원도에서 자란 우리 조부모는 일제 치하에서 대부분의 동시대인들이 그러하듯 살 길을 찾아 함경도·평안도 일대를 떠돌아 다니며 살다가 해방 전 영등포에 정착했다. 거기서 할머니는 국밥장사를 하며 자식들을 키웠다.그러나 장성한 큰 아들(내 큰 아버지)은 의사가 됐으나 한국전쟁 때 국군 총에 맞아 숨졌다. 미처 피난을
[오피니언타임스] ‘삼국유사’를 보면 경주 토함산 석굴암의 원래 이름은 석불사(石佛寺)였다. 석굴암이라고 하면 곧 인자하고 위엄있는 모습의 본존불의 모습이 떠오른다. 석불사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은 통일신라시대에도 다르지 않았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석굴암 부처님은 어떤 부처님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쉽게 말해 ‘석굴암 부처님의 이름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불교문화에 관심이 없다면 대답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무엇을 묻고 있는지부터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불국사로 내려가 보자. 불국사는 크게 세 영역으로 이루어졌다. 대웅전,
“역사 진실 알리겠다”며칠 전 한 신문이 한국사 국정 교과서 대표집필자인 신형식(76) 이화여대 명예교수를 인터뷰해 실은 기사의 제목의 일부다. 역사의 진실을 알리겠다고? 좋다.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지인(知人)들 ‘잘했다’ 거듭 전화”라는 부제를 보는 순간, 속이 뒤틀렸다. 집필자로 참여하게 된 것을 격려하는 지인이 몇몇 있었다는 이유로 자신을 합리화하는 게 아닌가. 격려한 사실은 침소봉대하고 반대하거나 말린 사실은 의도적으로 무시한 것은 아닌가. 그런 식으로 사실을 호도했다면 역사의 진실을 알리겠다는 역사학자로서의 자질 또한
[오피니언타임스] 지난 1일 실시된 터키 총선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끄는 정의개발당(AKP)이 예상 밖의 승리를 거두었다. AKP는 49.5%의 득표율로 550석의 의석 가운데 317석을 획득했다. AKP가 정권을 4년 더 연장하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대통령의 권한을 한층 더 강화시키는 개헌안 추진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AKP는 지난 6월 실시됐던 총선에서 15년 만에 처음으로 과반의석 획득에 실패했었다. 이는 대통령제로의 개헌을 밀어부치려는 에르도안에 대한 반발 때문이었다. 그랬던 터키에서 불과 5개월이 채
[오피니언타임스] 과거 매관매직이나 계파정치, 정치적 논공행상의 흥정물에 다름없었던 ‘전국구’와는 의미와 성격이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현행 비례대표제 역시 아직 그 비리의 뿌리가 아주 사라진 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례대표제는 정당 공천으로 선출된 직능 대표들이 현장과 직능을 대변하고 그것을 사회에 확산시키며 제도 확립과 정책 수단을 동원할 수 있는 효율적인 정치제도임은 분명해 보인다. 문제는 정당이 과연 그럴 만한 사람을 잘 골라냈는지와 뽑힌 후에 과연 그들의 행보가 그러한가 하는 점이다.나같은 소시민으로선 국회의원처럼 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