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칼럼=지은성]“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실 적에, 하나님이 이르시되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고, 빛이 당신 보시기에 좋아 빛과 어둠을 나누사 그렇게 밤과 낮이 생겼노라. (창세기 1장)”어른이 된다는 것도 결국 하늘 아래 한 개체의 사회적·정신적 홀로서기일 뿐 아닌가. 그래서 비록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성경의 이 몇 구절만은 믿으며 안도했다. 밤과 낮이 말 몇 마디에 생기고 사라지는 판에 그깟 어른이 뭐 그리 대수겠냐고. 나이만 차면 나도 어엿한 한 사람의 어른으로서 모든 능력과 역할이 자연스럽게 생긴다고 믿었다.하지
[청년칼럼=심규진]작가의 옷을 입은지 어언 4년차. 한창 글을 쓸 때는 키보드 소리가 화음을 이루어 오케스트라가 될 정도였는데 요즘은 한 문장 쓰기도 어렵다. 어설픈 책 세 권 낸 주제에 벌써 슬럼프라고 말하는 건 가당치도 않기에 입 다물고 책을 읽기로 작정했다.그래서 네이버에 ‘독서법’을 검색해보니 수백 가지의 독서법이 존재했고 내 눈에 들어온 건 ‘하루 한권 독서법’이었다. 미쳤다. 하루 한권이라니... 이게 도대체 가능한 일일까. 이참에 직접 도전해보기로 했다!하루 한권 독서법의 골자는 이랬다.첫째, (접근) 목차를 보고 구성
[청년칼럼=허승화]인류의 첫 경험2020년대를 맞이한 인류에게 첫 재앙이 닥쳤다. 무엇에 대해 쓸까, 이번처럼 고민 안 해본 것은 처음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외에는 다른 것이 떠오르지 않았다. 코로나-19가 우리 모두의 일상을 어떤 식으로든 바꿔놓았으니 당연한 일이다.인류에게는 늘 환상이 있었다. 재난도 영화 속 환상에 가까웠다. 영화관에서, 공항에서, 여행지에서, 환상은 사고 팔렸다. 전세계는 지구촌이며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인류의 믿음은 코로나-19가 가장 먼저 깨 준 환상이다. 세계가 서로를 향해 열었던 문들은 닫혔다.
[청년칼럼=신명관]주문을 받아온 누나가 짜증을 냈다. 무슨 일이냐고 묻자 야끼니꾸(‘야끼’는 굽는 것을, ‘니꾸’는 고기를 뜻하는 일본어. 다시 말해 고기구이다)를 손님이 주문하는데 뭐냐고 물었다는 거다.단박에 귀찮은 진상임을 알 수 있었다. 물론 달랑 ‘야끼니꾸’라고만 메뉴판에 표기되어 있으면 얼마든지 물어볼 수 있겠지만, 우리는 옆에다가 메뉴에 대한 설명을 모두 집어넣은 상태였다. 고기 부위는 뭐고, 어떤 소스가 나오고, 어떻게 먹으면 되는지까지.고기가 무슨 맛이냐고 물었다는데 애매하다. 삽겹살 구이는 무슨 맛이 납니까. 삼겹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본 인상적인 문구 Ⓒ석혜탁 촬영 [청년칼럼=석혜탁] WORLD’S MOST FAMOUS BUILDING(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빌딩)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갔을 때 본 문구이다.1930년대에 완공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40년 가까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으로 군림했었다.지금은 한국을 비롯한 세계 전역에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보다 높은 마천루가 하나둘씩 생겨났다. 하지만 그럼에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빌딩’이라는 수식을 붙이기에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전혀 부족함이 없다.물리적인 높이보
[청년칼럼=최미주]한 때 ‘당연하지!’ 게임이 유행한 적 있다. 상대가 ‘너 나 좋아하지?’와 같은 곤란한 질문을 던지면 이에 ‘당연하지’라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혹 당황스러운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면 게임에서 지게 된다. 어떻게 할지 우물쭈물 고민하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내곤 했다.우리말에는 선인들의 말 문화가 담긴 속담들이 많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 등만 봐도 같은 말도 가급적 상대가 듣기 좋게 하는 편이 말을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에게 이로움을 짐작할 수 있다.이
[청년칼럼=양재현]아무 것도 모르면서 인싸가 되는 법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홍진호가 한창 현역으로 활동하던 때의 이야기다. 홍진호 선수에 대한 글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오면 댓글창에는 항상 같은 댓글이 두 개씩 달리곤 했다. 시스템의 오류나 특별한 html 태그 때문은 아니었다. 홍진호 선수가 중요한 경기마다 2등을 하는 징크스 아닌 징크스가 있었던 것에 빗대어 네티즌들이 같은 댓글을 꼭 두 번씩 다는, 일종의 놀이문화였을 뿐이다.당시 나는 스타크래프트에 별 관심도 없었고 그의 경기를 본 적도 없었지만, 게임 커뮤니티에 어렵지 않
[청년칼럼=김연수]취업이 유독 어려워져서일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이 늘었다. 적당히 성적에 맞춰서 대학에 진학했거나 해당 학과에 비전이 없다고 느낀 친구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하나둘씩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공무원 시험을 장기적으로 대비할 형편이 안 되는 경우는 공기업 입사로 진로를 바꾸기도 했다. 고루하고 따분한 직업으로 여겨질지라도 안정적인 미래가 보장된다는 것만큼 큰 메리트가 없는 것 같았다. 평생 글을 쓰고 살 줄 알았던 언니도 공기업 입사를 위해 자격증 공부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었다. 그녀가 각종
[청년칼럼=한성규]코로나 바이러스 확산방지를 세계 최고로 관리하고 있다고? 웃기고(?) 있네.이 칼럼은 정말 욕먹을 각오로 쓴다. 내가 직접 경험하고 담당자를 만나서 들은 사실대로 썼으니 욕을 하려면 여기에 등장하는 개개인은 욕하지 말고 시스템을 욕하기 바란다. 나는 자신의 돈벌이를 접고 대구까지 가서 환자들을 돌보고 있는 의사선생님, 간호사 선생님들을 정말 존경한다. 그 분들은 컵라면을 먹으며 목숨걸고 환자들을 돌본다고 한다.이번 사태를 관리하는 시스템은 정말 어이없지만 나와 접촉한 공무원들 하나하나가 다 나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청년칼럼=시언]모든 인간 관계는 나와 당신을 실망시킵니다. 최소한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모든 인간의 행위 뒤에는 이기심이라는 음험한 동기가 도사리고 있다’는 식의 비관주의나 성악설을 펼치려는 건 아닙니다. 다만, 어느 때보다 간절하게 누군가를 필요로 할 때, 휴대폰 속 수많은 인맥들이 생각보다 도움을 주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습니다. 다소 비관적으로 보이나요?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저의 믿음은 제가 ‘자발적 자가고립의 시대’에, 의외로 잘 지내는 비결이기도 합니다.먼저 제 얘기를 좀 해야겠군요. 자타가 공히
[청년칼럼=허서정] 강원도 농수특산물 진품센터의 ‘핵감자 판매’가 성황리에 종료됐다. 3월 24일이 마지막 판매일이었다. 오전 9시 59분 59초에 페이지를 새로고침했다. 판매중인 상품을 구매할 수 없었다. 접속자는 1초마다 백 단위로 늘었다. F5 키를 연타하던 도중 구매하기 버튼을 다섯 번이나 봤다. 물론 보기만 했다. 손이 눈보다 빠르다는 말은 진리였다.마스크 판매 사이트는 오전에 열렸다. 고지된 시각 2, 3분 전부터 사이트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 새로고침할 때마다 증가한 접속자가 1,500만 명에 달했다. 이번에는 구매 버
[청년칼럼=하정훈]무명배우로서 보냈던 10년의 시간, 그 10년간의 무명배우시절을 통해 깨달았던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제 고향은 전라남도 여수입니다. 제가 자랄 때까지만 해도 여수가 지금처럼 그렇게 유명한 도시는 아니었습니다. 지금은 낭만포차다, 여수게장이다 무척이나 유명해졌지만 어릴 때만 해도 그저 조용한 어촌같은 그런 한적한 도시였습니다. 남고를 나왔는데, 친구들은 스타크래프다, 축구다 하고 서로 어울렸지만 저는 스타크래프트를 할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집에 컴퓨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집안이 어렵거나 그런 집안은 아
[청년칼럼=심규진]“아이고 아버님, 우시는 거예요? 걱정마세요 호호호호호”어린이집 원장님이 휴지 한 장을 뽑아서 건넸다. 울진 않았는데 눈물을 글썽거렸나보다. 원장님의 화통한 웃음이 괜스레 야속하게 느껴졌다. 나는 그저 아이를 집 밖으로 보내려니 마음이 무거운 것 뿐이었는데.‘웃지마세요! 웃지마! 나 심각하다고!’ 라며 마음속으로 혼잣말을 해보지만 우리 아드님은 해맑게 웃으며 어린이집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어린이집 입학 전 학부모 상담을 했는데 보통은 엄마만 참석하지만 간혹 아빠가 함께 참석하기도
[청년칼럼=윤유진]모두가 집에서 쉬기 시작한 지 어언 3주를 넘어가는 시점, 필자의 가족은 모두 예상치 못했던 무료함에 몸을 이리저리 꼬아대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각지에서 고생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이를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은 실례일 것 같아 아무 말 못 하고 있었는데, 이는 비단 우리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물론 일반화시킬 수 없지만, 건강하게 집에만 있게 된 대부분의 사람들이 심심함에 몸부림치고 있다는 건 맞는 것 같다. 지금 국가는 엄청난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고, 국민들은 상황 종식에 힘을 보태기 위
[청년칼럼=김우성]#1매일 만나던 사람이 있었다. 가족만큼. 어쩌면 가족보다 더 가까운 사이였다. 밥을 같이 먹는 건 물론, 부모님께 이야기하지 못할 속내를 털어놓을 정도였으니 말 다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유는 잘 모르지만 우리 사이가 예전과 달라졌다. 만나는 횟수가 줄어들고 연락이 뜸해지더니 결국 우리의 연이 끊어졌다. 지금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까. 흔한 문자 메시지 한 번 보내기가 이제는 조심스럽고, 만나서 밥 한 번 먹기는 더더욱 어려운, 그 누구보다 껄끄러운 사이가 되어버렸다.솔직히 말하면 연락하기 어
[청년칼럼=고라니]공무원이 숨졌다. 코로나 비상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진 지 나흘 만이었다.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에도 휴일을 반납하고 비상근무를 해오던 공무원이 자택에서 사망했다. 이들을 죽게 한 건 전염병도, 사고도 아니었다.'일'이었다.앞에 '공'자가 붙은 직업을 가진 이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는 남의 나라 얘기다. 국가적 재앙 앞에 스스로를 적극적으로 노출시켜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시스템이 마비되는 걸 막기 위해 국가는 자신의 손과 발을 망설임 없이 굴린다. 피와 살이 터져도 괜찮다. 다친 자리
[청년칼럼=석혜탁]Ⓒ픽사베이‘플렉스(Flex)’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플렉스는 돈을 쓰며 자랑한다는 의미의 신조어인데, SNS를 보면 정말 너도 나도 플렉스를 외친다. 특히 90년대생들이 플렉스 소비문화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이들은 단군 이래 최고 스펙을 지녔음에도 취업이 쉽게 되지 않는다. 또 몇 달 만에 억 단위로 상승하는 집값을 보고 ‘좌절’하고 만다. (정확히는 냉철하게 현실을 ‘인식’한 것일 수 있겠다)이런 상황에서 왜 한 푼 두 푼 아낄 생각하지 않고, 플렉스 타령이냐고 반문하는 이가 있을 수 있다. 그
[청년칼럼=박시형] 어느 시대를 살아가느냐에 따라, 중요시되는 가치는 달라지기 마련이다. 동양의 근세라면 충(忠)과 효(孝)가, 르네상스 이전의 서구 국가라면 신앙(信仰)일 것이다. 이처럼 한 시대를 아우르던 핵심 가치는 현대에 오면서 급속도로 변하기 시작했다. 우선 그 변화 주기가 무척 짧아졌다. 한 시대에서 한 세기로, 한 세기에서 일평생으로, 일평생에서 한 연대(年代)로, 지금에 이르러서는 채 5년이 걸리지 않는 것 같다.그렇다면 지금의 시대를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과연 어떤 가치가 필요할까. 2020년대를 새롭게 맞이한 기념
[청년칼럼=방제일] 한 남자가 녹음기에 대고 말을 하고 있다. 그의 이름은 발레리 레가소프다. 레가소프는 핵물리학자다. 어느 날 그는 크렘린 궁전으로 예기치 않은 초대를 받는다. 회의에 들어가기 전 그에게 문서가 전달된다.그 문서를 읽던 레가소프의 눈은 급격히 커졌고 이내 손이 떨리기 시작한다. 그 문서에 묘사된 검은 광물인 흑연은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했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드라마 「체르노빌」은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를 다룬다. 레가소프는 체르노빌 사고를 수습한 후 수년이 지난 어느 날, 불이 모두 꺼진
[청년칼럼=최미주]코로나 바이러스 대란으로 밖에 나갈 수 없어 헬스장 대신 집에서 맨손체조를 했다. 운동복 입고 요가 매트 깔아 기껏 준비 다 해놓고는 윗몸일으키기 몇개 하다 지쳤다. 힘이 없고 흥도 나지 않았다. 오빠에게 개수 좀 세 달라 조르기도 하다 물 한잔 먹고, 벌러덩 누워버렸다.학창시절 수련회 갔던 기억이 난다. 중학교 1, 3학년은 수련회, 2학년은 수학여행을 갔는데 해마다 수학여행 가는 학년이 제일 부러웠다. 초등학교 때부터 경험한 결과 수련회는 언제나 힘들고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숙소에 도착하자마자 군부대처럼 생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