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칼럼=심규진]“아이고 아버님, 우시는 거예요? 걱정마세요 호호호호호”어린이집 원장님이 휴지 한 장을 뽑아서 건넸다. 울진 않았는데 눈물을 글썽거렸나보다. 원장님의 화통한 웃음이 괜스레 야속하게 느껴졌다. 나는 그저 아이를 집 밖으로 보내려니 마음이 무거운 것 뿐이었는데.‘웃지마세요! 웃지마! 나 심각하다고!’ 라며 마음속으로 혼잣말을 해보지만 우리 아드님은 해맑게 웃으며 어린이집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어린이집 입학 전 학부모 상담을 했는데 보통은 엄마만 참석하지만 간혹 아빠가 함께 참석하기도
[청년칼럼=윤유진]모두가 집에서 쉬기 시작한 지 어언 3주를 넘어가는 시점, 필자의 가족은 모두 예상치 못했던 무료함에 몸을 이리저리 꼬아대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각지에서 고생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이를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은 실례일 것 같아 아무 말 못 하고 있었는데, 이는 비단 우리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물론 일반화시킬 수 없지만, 건강하게 집에만 있게 된 대부분의 사람들이 심심함에 몸부림치고 있다는 건 맞는 것 같다. 지금 국가는 엄청난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고, 국민들은 상황 종식에 힘을 보태기 위
[청년칼럼=김우성]#1매일 만나던 사람이 있었다. 가족만큼. 어쩌면 가족보다 더 가까운 사이였다. 밥을 같이 먹는 건 물론, 부모님께 이야기하지 못할 속내를 털어놓을 정도였으니 말 다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유는 잘 모르지만 우리 사이가 예전과 달라졌다. 만나는 횟수가 줄어들고 연락이 뜸해지더니 결국 우리의 연이 끊어졌다. 지금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까. 흔한 문자 메시지 한 번 보내기가 이제는 조심스럽고, 만나서 밥 한 번 먹기는 더더욱 어려운, 그 누구보다 껄끄러운 사이가 되어버렸다.솔직히 말하면 연락하기 어
[청년칼럼=고라니]공무원이 숨졌다. 코로나 비상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진 지 나흘 만이었다.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에도 휴일을 반납하고 비상근무를 해오던 공무원이 자택에서 사망했다. 이들을 죽게 한 건 전염병도, 사고도 아니었다.'일'이었다.앞에 '공'자가 붙은 직업을 가진 이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는 남의 나라 얘기다. 국가적 재앙 앞에 스스로를 적극적으로 노출시켜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시스템이 마비되는 걸 막기 위해 국가는 자신의 손과 발을 망설임 없이 굴린다. 피와 살이 터져도 괜찮다. 다친 자리
[청년칼럼=석혜탁]Ⓒ픽사베이‘플렉스(Flex)’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플렉스는 돈을 쓰며 자랑한다는 의미의 신조어인데, SNS를 보면 정말 너도 나도 플렉스를 외친다. 특히 90년대생들이 플렉스 소비문화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이들은 단군 이래 최고 스펙을 지녔음에도 취업이 쉽게 되지 않는다. 또 몇 달 만에 억 단위로 상승하는 집값을 보고 ‘좌절’하고 만다. (정확히는 냉철하게 현실을 ‘인식’한 것일 수 있겠다)이런 상황에서 왜 한 푼 두 푼 아낄 생각하지 않고, 플렉스 타령이냐고 반문하는 이가 있을 수 있다. 그
[청년칼럼=박시형] 어느 시대를 살아가느냐에 따라, 중요시되는 가치는 달라지기 마련이다. 동양의 근세라면 충(忠)과 효(孝)가, 르네상스 이전의 서구 국가라면 신앙(信仰)일 것이다. 이처럼 한 시대를 아우르던 핵심 가치는 현대에 오면서 급속도로 변하기 시작했다. 우선 그 변화 주기가 무척 짧아졌다. 한 시대에서 한 세기로, 한 세기에서 일평생으로, 일평생에서 한 연대(年代)로, 지금에 이르러서는 채 5년이 걸리지 않는 것 같다.그렇다면 지금의 시대를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과연 어떤 가치가 필요할까. 2020년대를 새롭게 맞이한 기념
[청년칼럼=방제일] 한 남자가 녹음기에 대고 말을 하고 있다. 그의 이름은 발레리 레가소프다. 레가소프는 핵물리학자다. 어느 날 그는 크렘린 궁전으로 예기치 않은 초대를 받는다. 회의에 들어가기 전 그에게 문서가 전달된다.그 문서를 읽던 레가소프의 눈은 급격히 커졌고 이내 손이 떨리기 시작한다. 그 문서에 묘사된 검은 광물인 흑연은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했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드라마 「체르노빌」은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를 다룬다. 레가소프는 체르노빌 사고를 수습한 후 수년이 지난 어느 날, 불이 모두 꺼진
[청년칼럼=최미주]코로나 바이러스 대란으로 밖에 나갈 수 없어 헬스장 대신 집에서 맨손체조를 했다. 운동복 입고 요가 매트 깔아 기껏 준비 다 해놓고는 윗몸일으키기 몇개 하다 지쳤다. 힘이 없고 흥도 나지 않았다. 오빠에게 개수 좀 세 달라 조르기도 하다 물 한잔 먹고, 벌러덩 누워버렸다.학창시절 수련회 갔던 기억이 난다. 중학교 1, 3학년은 수련회, 2학년은 수학여행을 갔는데 해마다 수학여행 가는 학년이 제일 부러웠다. 초등학교 때부터 경험한 결과 수련회는 언제나 힘들고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숙소에 도착하자마자 군부대처럼 생긴
[청년칼럼=신영준]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휩쓸며 우리 가슴 속에 태극기를 펄럭이게 했다. 여러 매체에서 본질적인 영화부터 통역 같은 사소한 것까지 찬사를 쏟아내고 있지만, 나는 ‘봉준호 장르’라는 말이 가장 멋진 말인 것 같다. 예전에 한 글쓰기 스터디에서 좋은 작품은 한 문장으로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하나의 작품을 넘어서 봉준호 감독의 필모그래피는 문장까지도 아닌, ‘봉준호 장르’ 이 한 단어로 설명되고 납득되어진다. 많은 뜻을 내포하고 있지만 그가 빚어낸 영
[청년칼럼=한성규] 3월 4일 기준으로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5천명을 넘어섰다. 1일 20일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지 40여일 만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대구지역 확진자 수만 4천명을 넘어섰다. 대구지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증가는 신천지라는 종교단체 때문이라고 한다. 대구시는 신천지 대구교회의 책임자를 고발했다. 신천지 대구교회측이 제공한 교인 명단에 1983명이 누락됐기 때문이다. 신천지의 강제 해산을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이 올라왔다. 6일 만에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의했다. 아울러 대통령
[청년칼럼=앤디] 퇴근길, 집으로 가는 전철을 타기 바로 직전. 늘 지나치는 빵집이 하나 있다. 내 입에 맞는 빵들이 많아 그곳에서 자주 빵을 사 먹곤 했다.며칠 전, 갑자기 그 집 빵이 생각 나 오랜만에 들러 빵을 사기로 했다. 제법 인기 많은 빵집이라 늘 사람들로 북적이던 곳이었는데, 내가 들어갔을 때 빵집은 텅 비어있었고 손님은 달랑 나 하나였다. 계산을 하면서 "코로나 때문에 이렇게 손님이 없으신 거냐"고 조심스레 여쭤봤다. "손님은 고사하고 주변에 돌아다니시는 분들 자체가 확 줄었다"며 근심 어린 답변이 돌아왔다.
[청년칼럼=이하연] 비상사태다. 마스크, 손 소독제는 물론 약속까지 다들 사라지는 속도가 어마어마하다. 조심하면 괜찮을 거라 생각했던 것이 단 한 달 전이다. 한 달 만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이제 마스크는 피부처럼 느껴지고 김 서린 안경으로 제법 앞도 볼 줄 알게 됐다. 어쩌다 보니 호흡법에 신경을 쓰게 된다. 코로 천천히 하나 둘, 하나 둘…. 가다듬은 호흡만큼 행동반경도 좁아졌다. 외식과 만남을 최소한으로 유지했다. 지금은 그마저도 0으로 수렴 중이다. 회사에서 원격근무를 시행했기 때문이다. 집에서 눈을
[청년칼럼=곽예지] 인스타그램이 재밌다. 중독자는 아니다. 그럼 인플루언서라도 되나? 그건 더더욱 아니다. 팔로워 백 명 남짓의 평범한 사용자일 뿐이다. 하지만 내게 ‘인스타그램’은 상당한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채널이다. 인스타그램을 잘 활용해서 얻은 이득과 재미도 많다.가장 먼저, 피드를 꾸며 나를 표현하는 것이 흥미롭다.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 어떤 분위기인지, 좋아하는 공간은 어디인지, 무슨 일을 해왔는지 등. 피드를 통해 이를 많은 사람들에게 보일 수 있다.‘보여준다’는 단어로 인해 과시라는 부정적 면모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청년칼럼=시언]“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더합니다만,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중략) 여름 징역은 자기의 바로 옆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사람을 단지 37도의 열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92p오랜만입니다. 그간 안녕하셨나요? 2020년 2월, 여기 대한민국은 여름이 한창입니다. 여름은 ‘옆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신영복 선생의 정의(定義)에 따르자면 말이죠.코로나19라는 이름의 전염병이
[청년칼럼=정준기]1.최근 대한민국이 시끄럽습니다. ‘코로나 19’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우한 폐렴’ 등 기관과 정당별 제각각인 이름으로 불리는 유행병 때문입니다.언론은 바이러스 전염병이 창궐한 이 시국을 ‘무분별한 중국인 혐오 정서’ 치환했습니다. 지난 1월 29일 모 신문이 보도한 기사가 대표적입니다.해당 기사는 제목에서부터 발병지 중국 우한과 전혀 연관 없는 대림동을 특정하며 대림동 주민들을 잠재적 전염원처럼 암시했습니다. ‘전염병 공포
[청년칼럼=김봉성] 사교육의 뿌리는 대학 서열화다. 더 좋은 대학 간판으로 좀 더 비싼 내가 되어야 하는 교실 이데아가 무너지지 않는 한 사교육을 잡을 수 없다. 학종을 어쩌고, 정시를 저쩌고 해봐야 사교육 강사들을 피곤하게 만들 뿐이다. 우리는 바퀴벌레처럼 적응해낼 것이다. 이곳은 먹물막장, 우리도 밀리면 끝이다.이 시장은 강사-학생-학부모로 구성된다. 학부모는 대체로 엄마다. 맞벌이를 해도 엄마 쪽이다. 집안일로 규정된 가부장적 역할 분배일 수도 있겠지만 현장에서 느끼기엔 사랑 방식과 교육관의 차이도 한몫한다. 아빠들은 선이 굵
[청년칼럼=하정훈] 아내가 어떤 기사를 공유해서 보내주었다. < 학교에서 ‘엘사’로 불린다는 딸, 그 뜻 알고 통곡했어요 > 라는 제목의 기사였다. 우리가 그토록 예뻐하는 겨울왕국의 엘사로 불린다는데 아이는 왜 통곡을 하는지 의아하는 마음으로 기사를 읽어보았는데, 읽고 나서 속이 무척 답답해 옴을 느꼈다.이 글을 쓰는 나도 ‘엘사’ 였다. 집에서 통곡했다. 엘사는 LH 임대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을 요즘 아이들이 그렇게 부른다고 했다. 거참, 녀석들이 말을 그렇게 만들어내는 창의성이 놀랍기도 했지만 바로 내 앞에 아이들이 있다면 유격
[청년칼럼=이광호] 글을 쓰다보면 두려움으로 가득 차는 순간이 있다. 내 글이 어떤 가치나 신념을 위한다는 핑계로 누군가의 삶을 소재거리로 전락시킨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때다.그런 글은 누군가를 위해 쓰였다는 의도와는 달리 그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한다. 안전한 자리에서 문제적인 현상을 진단하고 조명한 채 수명을 다 할 뿐이다.박완서의 의 상훈도 부잣집 도련님인 자신의 위치로 돌아가자마자 가난을 잊는다. 가난을 ‘끔찍할뿐더러 부끄러운 생활’이라고 말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박완서의 소설이 비참하게 느껴
[청년칼럼=심규진] 지난 10년간 사회생활을 하면서 대기업의 혹독한 일하는 방식을 경험했고, 속도가 생명인 스타트업에서 생존게임을 체험했다. 그리고 가족과 함께 고향에 둥지를 틀고 공공조직에 몸을 담고 일을 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만난 상사의 철학을 공개해보고자 한다.이름하여 ‘우짜겠노 필라서피(Philosophy)’. (여기서 ‘우짜겠노’는 ‘어쩌겠어’ ‘어쩔 수 없지’를 표현하는 부산경남지역 사투리임)“이 계획은 원래 이번주까지 완료되고 다음 주부터 실행에 들어가야 했던 것인...”“우짜겠노, 늦어진대로 일단 잘 준비해서 해봐야지
[청년칼럼=하정훈] 최근에 경험한 어느 황당한 일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다. 전부터 기자직에 꾸준히 도전했으나 취업이 잘되지 않았다. 나이를 많이 먹어 그런 건지, 경력이 없어서인지 모르겠으나, 집에서 아내 눈치가 많이 보였다. 뭐라도 해야 할텐데 그런 생각으로 인터넷을 뒤지다 모 비영리기관에서 진행하는 '기자직업교육원'이 눈에 띄었다. 훈련수당도 매달 몇십만원 나온다길래 "그래 이거라도 해보자"하는 마음으로 서류를 보냈다. 서류자료에는 직업교육을 신청하게 된 계기, 교육 기간동안의 목표와 계획, 이후의 진로 포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