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칼럼=최미주] 잘못된 일에 부당하다 말하지 못하는 친구를 만났다. 하는 일에 비해 터무니없는 월급을 받고 있으면서도 그녀는 회사를 그만두지 않았다. ‘괜찮은 자리 소개시켜줄게’라는 말이 나오려했으나 참았다. 아마 친구가 가장 듣기 싫은 말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했기 때문이다.삼겹살에 맥주를 마시며 단순히 친구의 감정을 한 번 더 말하는 수준으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평소 탄산을 싫어하는 친구는 소주를 연거푸 마셨다. 예상대로 그녀는 자기가 처한 상황보다 ‘너 답답해. 그냥 그만두고 다른 데 가’하는 말이 더 고통스럽다 했다. 논
[청년칼럼=신영준]술 냄새.“잘 지내요?” 연말연시라는 든든한 명분을 등에 업고 보고 싶었던 이들에게 연락을 남긴다. “연말인데 우리 얼굴 한번 볼래요?” 꼭 술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때로는 잠깐의 술 냄새가 함께하지 못한 일 년 혹 그 이상일지도 모를 미지의 시간들을 채워준다. 몇 년 만에 만난 사람에게 자주 보는 사람한테도 말 않던 고민이나 계획을 애기하게 된다거나, 뜻밖에도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연락이 만남으로 성사되는 것은 아니고 가끔은 아쉬움만을 남긴다.‘당신은 내가 보고 싶지 않았구나.’그
[청년칼럼=한성규] 2020년 3월, 14년 동안 땅속에 묻혀 개봉하기를 기다려왔던 야후! 타임캡슐이 드디어 개봉된다. 조너던 해리스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타임캡슐 프로젝트는 2006년 10월 10일부터 11월 8일까지 한 달 동안 2006년에 사람들이 했던 생각이나 느낌들과 2020년에 대한 기대상을 담았다.2006년에 나는 뭐했지? 학교에서 시키는 대로 했고, 졸업 후 2008년부터 2019년 까지는 직장이라는 조직이 시키는 대로 살았다. 2018년까지는 생각할 시간도 없이 어영부영 하다가 1년씩 지나갔고, 우물쭈물하다 1월 1일
[청년칼럼=곽예지] 재미있는 이력서를 우연히 발견했다.인스타그램을 넘기다가, 에디터를 뽑는다는 공고 게시물을 따라 타고 링크까지 가서 클릭해 보았다.‘내가 만약 이런 곳에서 일하려면 어떤 식으로 서류를 작성해야 할까?’라는 가벼운 호기심만 가지고 여유롭게 첫 번째 서류를 열어보았다.그리곤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름과 생일 같은 아주 기본적인 인적사항을 몇 자 적은 뒤 – 별자리를 쓰는 칸이 있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가장 먼저 마주한 질문은, ‘나는 어떤 사람’ 이라는 간결하면서도 철학적인, 깊은 생각이 절로 들게 되는
[청년칼럼=심규진]‘으하하하하 히히 흐흐... 하하하하하하’어느 날 내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이 날 쳐다보며 박장대소한다면?우리는 그를 향해 왜 웃냐고 물어볼 것이다. 만약 그 사람이 대답도 없이 계속 웃는다면 벌떡 일어나서 화를 낼지도 모른다. 급기야 그 사람을 향해 얼굴을 가격할지도.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지만 요즘엔 침보다 주먹이 먼저 나간다. 웃음을 잃은 자에게 상대의 웃음은 그저 비웃음일 뿐.『영화 조커(토드 필립스 감독, 2019)』에서 주인공 아서(호아킨 피닉스 役)는 정신질환으로 인해 시도 때도 없이 웃지만 그 웃음에
[청년칼럼=이광호] 글을 쓰기 두려운 밤이 어김없이 찾아왔다. 깜빡이는 커서와 백지를 바라보는 시간이 점점 길어진다. 문득 떠오르는 글감들을 낚아채어 몇 자 적어본다. 꾸역꾸역 진도를 나가다 모두 지워버렸다. 그런 날의 연속이었다. 글을 쓸 수 없었다. ‘O적O(OOO의 적은 OOO이다)’ ‘OO의 말은 OO의 말로 반박 가능하다’는 인터넷상의 글들을 너무 많이 봐서인지도 모른다. 그 글들의 주인공처럼 나 또한 이중성을 지니고 있으면서 너무 쉽게 누군가의 잘못을 지적하려 드는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기 때문이다.그런 글들의 내용
[청년칼럼]“선생님은 왜 차별하세요?”예솜이의 투정에 아찔했다. 나도 어느덧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주고 있었던 것이다. 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예솜이도 학생일 뿐이라는 것, 그래서 선생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나는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주는 것을 싫어했다. 울음을 참는 아이를 바보로 만들기 때문이다. 떡이 남는다면, 그것은 울음을 참은 아이 몫이어야 했다. 혹은, 규칙을 어기고서 운다면 우는 아이가 최초에 분배받았던 떡을 회수해야 했다. 규칙을 지킨 사람에게 보상하고, 규칙을 어긴 사람을 처벌하는 사람에게
[청년칼럼=하정훈]요즘 JTBC 예능프로그램 < 뭉쳐야 찬다 >에 빠져있다. 프로그램을 시작한 지는 반년이 넘은 것 같다. 우연히 한 회를 보게 됐는데, 첫회부터 모조리 찾아보게 되었다.이 프로그램은 구성이 좀 특이하다. 여자 연예인은 한 명도 등장하지 않고, 오로지 남자끼리 예능하고 조기축구 하는 스포츠 예능프로그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는 사람들을 엄청 몰입시킨다. 어쩌면 나를 포함, 많은 아재 시청자들은 그런 단순함의 재미가 무척 그리웠나보다. 어쩌다 FC가 게임에서 계속 져도 좋고, 점수 차가 많이 나도 좋고, 내가 전설
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건축가 서현 교수의 를 읽었다. 제목부터 강렬하다. 는 건축을 이루는 공간 조직은 사회 조직의 물리적 구현이라 생각하는 건축가 서현 교수의 글 모음집이다.서현 교수의 시선은 ‘건축학자’의 시선이라기보다는 ‘사회학자’의 시선에 가까워 보인다.서 교수는 사회적 호칭이 미발달하여 씨족공동체의 호칭을 원용하는 현상을 아래와 같이 이야기한다.“대학생들은 입학 후 엠티를 다녀오면 모두 ‘오빠’, ‘형님’이 된다. 식당에는 ‘이모’들이 즐비하다. 거리에는 우아한
[청년칼럼] 2020년 새해가 밝았다. 세월에 둔감한 편이라 날짜를 자주 잊곤 하지만, 신년만은 예외다. 굳이 달력을 챙겨보지 않아도 신년은 주변 사람들이 알아서 그 도래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새해 인사가 대표적이다. 커뮤니케이션의 주도권이 휴대전화와 모바일 SNS로 넘어온 요즘에는 짧은 영상이나 화려한 이미지까지 더해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래도 기본적인 레퍼토리는 변하지 않는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오늘은 이 뻔한 레퍼토리에 태클을 걸어볼까 한다.먼저 무언가를 받는다는 표현이 너무 수동적 느낌이다. 무언가에 공을 한번 넣어보
[청년칼럼] 얼마 전 송년회에서 들은 말이 잊히지 않는다.“관리 좀 하지”이게 무슨 망발(妄發)이란 말인가. 오랜만에 모인 반가운 자리에서 저런 ‘인사’가 어울린다고 생각한 걸까. 순간 당황해서 어색하게 웃자, 뭘 그렇게 반응하냐며 도리어 큰소리다. 그는 나쁜 사람인 걸까, 아니면 저급한 환영 인사에 ‘쿨’ 하지 못한 내가 쪼잔한 것일까.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종종 만나는 부류가 있다. 속칭 ‘프로 직설러’라 불리는 그들. 아니 더 솔직하게 말하면 ‘일상적 악마’인 그들.전혀 특별할 것 없는 인간의 ‘악한 얼굴’은 페르소나(perso
[청년칼럼=허승화] 2020이라는 숫자를 보니 가슴이 벅차다. 만화 를 보던 세대는 아니지만 만화 주인공들이 우주를 누비던 시점이 2020년이란 건 알고 있다. 내게도 2020은 미래 그 자체였다. 그런데 2020년이 되고 말았다. 영원히 미래일 줄로만 알았던 시점이 현재로 도래한 것이다.새해가 시작되었으니 새해 계획을 부랴부랴 실행할 시기다. 지난해를 돌아보고 올해를 내다보았다.#2019년지난해 동안 나의 화두는 단언컨대 먹고사니즘에 관한 것이었다. 지속적으로 나를 벌어 먹여 살려 줄 일자리를 찾는 것, 적어
[청년칼럼=이주호] 떠날 때면 항상 다음 행선지가 있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선 중학교를 갔다. 중학교를 졸업하고선 고등학교를 갔다. 한번 미스가 있긴 했다. 나는 대학을 한 번에 가지 못했다. 그래서 재수를 했다. 어쨌건 재수의 다음 목적지는 분명했다. 적어도 삼수는 아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다음 해에 대학에 들어갔다.대학 생활이 순조롭진 않았다. 나는 경영학이라는 내 전공보다 문학에 더 기웃거렸다. 일 학년을 마치고 입대를 했다. 이 년이 흐른 뒤엔 전역을 했다. 나는 곧바로 복학했다. 전공에 대한 내 불만은 더 심해졌다.
[청년칼럼=시언] 자체휴강시네마와의 처음을 기억한다. 2019년 3월, 시나리오 작가인 사촌형과 우리 동네에서 불콰하게 술을 마신 날이었다. 2차는 어디로 갈까 궁리하는데 형이 뜬금없이 영화관에 들르자고 했다. 오후 10시를 향해 치닫는 지금 예약도 안한 영화를 보자는 말이 황당했고, 영화관을 ‘들르자’는 표현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 영화관이 어디인가. 일단 영화 한편 보려면 상영작과 상영 시간을 일일이 확인하고, 적합한 좌석을 예약해야 한다. 멀기는 또 좀 먼가. 한 마디로 나에게 영화관은 상당한 귀찮음을 감수해야 갈 수 있는
[청년칼럼=김동진] 2011년 봄, 트위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을 때였다. 우연히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크레인 위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때는 김진숙이라는 이름도 낯설었고 한진중공업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잘 몰랐다. 다만, 무엇이 한 사람을 그 높은 곳까지 올라가게 만들었는지, 가늠할 수 없는 그 절박한 마음이 대체 뭘까 궁금했다. 정부는, 사람들은 왜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 볼 생각조차 안 하는 지에 대해서도.그러다가 희망버스 이야기를 들었다. 한진중공업 해고 노동자들과 크레인 위의 김 지
[청년칼럼=김연수]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는 정말 평등할까? 말로 하기는 쉽지만 진심을 다해 실천하는 건 어렵다. 특히 유교사상이 오래 머문 한국은 평등과 거리가 멀다. 수평관계, 평등한 조직사회를 꿈꾸는 회사가 느는 추세지만 여전히 수직관계, 상하관계인 곳이 많다. 취업을 위해 관련 직종 경력을 쌓고자 시작한 인턴 생활을 하면서 특히 뼈저리게 느꼈다. 일을 하는 내내 나보다 3~4살 많은 동기 남자는 ‘00씨’로 불렸지만 나는 마지막 날까지 ‘00아’로 불렸다. 그렇게 불린 이유가 사장님이 나를 딸처럼 생각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단
[오피니언타임스=하정훈] 투유프로젝트 슈가맨3의 양준일편을 보게 되었다. 최근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양준일’이라는 이름과 ‘리베카’라는 곡명이 떴었는데, 그저 흘려보내다가 무대 동영상을 집에 가는 버스에서 우연히 보게 됐다. 30년 만에 소환된 양준일의 리베카 무대는 충격적이었다. 30년이 지났지만 세련된 멜로디는 여전히 귓가에 맴돌았고, 양준일의 소울과 표현력은 요즘 가수들에게서 본적 없는 날것의 감성들이었다. 압도적이었다. 방송 영상을 10번 이상 다시 재생해서 보았다.1991년에 데뷔한 양준일은 시대를 앞선 음악과 퍼포먼스 때문에
[오피니언타임스=양재현] 굉장히 어리고 순수했던 시절의 이야기다.어린이용 위인전에 실린 이야기가 모두 역사적 사실인 줄 알았던 시절, 나는 위인전을 좋아하면서도 읽고 나면 늘 우울해지고는 했다. 이유는 별 거 없었다. 그들은 나와 달리 어린 시절부터 너무 비범했다는 것.세 살의 나이에 할아버지와 시를 지으며 놀았다는 율곡 이이부터 아버지가 건강을 염려해 책을 치우는 와중에도 끝끝내 한 권을 훔쳐내 읽고 또 읽었다는 세종대왕까지. 위인전의 도입부는 늘 그들이 나와 같은 일고여덟 살의 나이에 어떤 비범함을 뽐냈는지로 시작했다.아마 그 책을
[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유랑’이란 단어를 들으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평생을 유랑하였던 ‘남미의 예수’ 체 게바라다.(체 게바라에 대한 긍부(肯否), 훼예포폄(毁譽褒貶)이 엇갈리는 것을 모르지 않다. 그저 이 글에서는 유랑과 여행에 방점을 찍고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한다.)물론 목적 지향성이 뚜렷한 유랑이었다. ‘맹우’ 카스트로와 함께 바티스타를 축출하기까지의 지난한 여정! 영화가 따로 없다.그 후 중앙은행 총재와 장관직까지 미련 없이 던지고 다시 한 명의 전사가 되어 콩고와 볼리비아로 향했던 불세출의 혁명가 체 게바라.
‘작가님이세요?’‘우아, 책도 출간하셨구나!’‘인세는 얼마나 받으세요?’책을 출간한 뒤 사람들은 나를 작가라 호칭한다. 어설픈 글 솜씨로 막무가내로 출간한 책이 과연 작가를 증명하는 인증서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책을 출간한 건 명백한 사실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나의 출간 경험기를 바탕으로 작가 문턱을 조금이나마 낮추기 위해서이다. 물론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이 하루아침에 김훈 작가나 유시민 작가처럼 될 순 없지만 내가 쓴 문장이 책이 되는 과정은 직접 경험해볼 수 있다.‘일주일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