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4일 대국민 담화에는 큰 두 줄기, 곧 국민에 대한 사과와 변함없는 국정수행 의지가 담겼다. 사과에는 검찰의 수사, 나아가 특검 수사를 받을 수 있다는 뜻도 포함됐다. 박 대통령은 침통한 얼굴로 여러 차례 국민께 마음의 상처를 드려서 가슴이 아프다며 고개를 숙였다. 늦었지만 박 대통령의 검찰 수사 자청과 비교적 솔직한 사과는 정치권과 국민에게 잠시 숨통을 틔워주고 현 정국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시간을 준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야당은 물론 퇴진 목소리를 점점 높이고 있는 국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누구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일어났다. 새누리당이 지난 30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여야가 동의하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거국 중립내각을 구성하라’고 촉구했다. 주말인 29일과 30일 서울 청계 광장을 비롯해 전국 주요 도시 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시위에 참여한 인원과 시위 양태가 중요한 준거가 되었을 것이다. ‘민중총궐기투쟁본부’는 청계천 광장에 3000여 명이 집결할 것으로 예상하고 집회 신고를 했지만 1만2000여 명(경찰 추산)이 모였다. 가족과 함께 나온 시민이 적지 않았고 남녀노소
전에는 3대를 세습한 북한 정권이 창피했다. 한데 지금은 남한의 박근혜 정권도 창피하다. 혹시 외국에 나갈 기회가 있더라도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고 묻는 사람이 없으면 좋겠다. 누가 이렇게 창피하게 만들었나. 박근혜 대통령이다. 국민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 대통령에게 화가 난다.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2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순실씨 취미가 대통령 연설문을 수정하는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는 질의에 “(연설문 의혹) 기사를 보고 실소를 금지 못했다.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얘기가 어떻게 밖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지난달 26일부터 단식 농성을 벌여온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일주일 만에 단식을 중단했다. 국정감사도 재개됐다. 다행스럽다.집권당 대표로서는 초유의 사태인 이 대표의 단식 돌입은 여야는 물론 국민에게도 당혹감을 느끼게 했다. ‘과잉’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정 의장이 지난달 24일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에 대한 투표가 진행되는 과정에 “세월호 아니면 어버이 연합, 둘 중에 하나를 내놓으라고 하는데 (새누리당이) 안 내놔. 그러니까 맨입으로는 안 되는 거지, 뭐”라고 하는 등 정치적
대통령 선거 바로 전 해의 추석 연휴는 대선의 출발선이다. 대선 주자들의 목소리와 행동 반경은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커지기 시작한다. 이번에도 언론은 대선 주자들의 추석 민심 탐방을 경쟁적으로 보도했다. 잇따르는 지도층의 비리… 나라 망치고 있다는 탄식 나와대선 주자들은 민심을 탐방하며 그 흐름을 꿰뚫는 핵심 메시지, 곧 시대정신을 선점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인다. 지금 그들이 한결같이 내세우는 메시지는 격차 해소, 양극화 해소, 상생과 공존 등이다. 크게 보면 경제 민주화의 다른
아직 우리 법치의 수준이 낮기 때문일까. 1987년 체제 이후 정권 교체기에는 권력의 핵심인 대통령 친인척과 최측근에 대한 사정기관의 단죄가 어김없이 이어졌다. 이를테면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김홍업씨는 아버지의 임기 말에 각각 조세포탈과 이권 청탁 등 혐의로 구속됐다. 이들은 아버지가 퇴직한 뒤에도 다시 정치자금법 위반과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은 동생 임기 말에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직 후 자녀와 친익척의 비리로 검찰 수사를 받게
야당은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민심과 동떨어진 정치를 하기를 바랄지도 모르겠다. 자기들이 집권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국민은 그렇지 않다. 이 대표가 바닥 민심을 꿰뚫는 정치를 하기를 바란다. 지금이라도 새누리당이 시대 정신에 맞춰 개혁적 보수 정당으로 탈바꿈하기를 희망한다. 금수저·흙수저론, 헬조선을 극복할 수 있는 대책도 내놓아야 한다. 미래의 청사진을 포괄하는 이념과 정책과 공약을 내걸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를 바란다. 그래야 여야의 정책을 비교할 수 있고 실현 가능성도 높아진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28일 공직자의 부정 청탁과 금품 수수 등을 금지한 ‘김영란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것은 국민의 정서와 여망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진경준 검사장과 홍만표 변호사의 뇌물 수수와 변호사법 위반 사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잇단 비리 의혹은 공직자 부패 척결이 국정의 최고 과제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국민의 분노와 좌절감도 어느 때보다 컸다. 새누리당을 이끄는 유력 정치인들이 가진 자들의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갑질 탓에 국민의 분노가 폭발 직전에 있다고 표현할 정도다. 고용노동부
검찰의 사명을 얘기할 때 ‘거악(巨惡)이 발을 뻗고 편안한 잠을 자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는 표현을 종종 쓴다. 한데 요즘 검찰을 보면 거악을 척결하기보다 자기 조직 내의 악을 비호하는 데 급급하다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 거악을 키우고 있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내부 자정 기능은 찾아볼 수 없다. 검찰 스스로 거악 키워… 진경준 사건이 단적인 예현직 검사장으로 첫 구속자가 된 진경준 사건이 단적인 예다. 진경준에 대한 가장 적절한 평가는 강도에게 칼을 쥐어준 격이라는 비유가 아닐까. 그는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47)이 사석에서 한 일간지 기자들에게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고 했다가 파면될 처지에 놓였다. 그는 “정말 잘못했다. 죽을 죄를 지었다”고 울먹이며 사과했다. 술김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의 말이 취중 진담이라고 본다. 나뿐 아니라 우리 아이들까지 개돼지 취급받는 것이 분하기는 하지만, 우리 현실에 대한 솔직한 진단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의 소득 격차와 빈부 세습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스스로 정당하게 돈을 벌어 재산을 모으거나 상류층에 오르는 길은 점점 막
도널드 트럼프를 잘못 봤다. 트럼프가 ‘옳다’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맞았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Brexit) 투표를 보니 확실히 알겠다. 트럼프 현상과 브렉시트 투표 결과는 판박이다. 트럼프 현상과 브렉시트의 뿌리는 저소득층의 좌절감전 세계의 언론은 미 대통령 공화당 후보 선거에 나온 트럼프를 막말이나 하는 극우 성향의 포퓰리스트(대중 영합주의자)라고 비웃었다. 하지만 그는 저소득·저학력층의 정서를 제대로 알고 있었다. 그들에게 트럼프의 정책은 불평등과 빈부격차가
검찰은 지난 20일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를 구속기소하면서 현직 검사들에 대한 로비 시도는 실패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한데 홍 변호사 기소를 다룬 한 일간신문 기사의 제목은 ‘年100억 벌었는데… 홍만표 전관예우 없었다는 검찰’이었다. 상식인이라면 당연히 그런 의문을 품지 않을까. 100억원은 과장이 아니다. 홍 변호사는 2013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보험료 상위 납부자 공개 때 연소득이 91억원이었다. 이는 홍 변호사가 신고한 액수일 것이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홍 변호사는 개업
얼마 전 독서 운동을 하는 단체에서 글을 써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부담스러웠지만 거절하기가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지난 몇 년 간 어떤 책을 읽었는지 살펴봤다. 마음을 다스리는 책들이 많았다. 그만큼 마음이 편치 않았기 때문이리라. 예전에는 나이가 들수록 마음을 비울 수 있으리라고 믿었다. 공자가 40세 불혹(不惑), 50세 지천명(知天命), 60세 이순(耳順)이었다고 말했듯이, 육체적으로 힘이 떨어지면 마음도 점차 순해질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엔 다르다. 끊임없이 노력하지 않으면 남의 말을 들어도
갓 개업한 판‧검사 출신 전관들이 변호를 맡은 사건을 현직들이 잘 봐준다는 뜻의 전관예우(前官禮遇)라는 표현은 사라져야 할 듯싶다. 예우의 사전적 의미는 ‘예의를 지키어 정중하게 대우함’이다. 전관예우는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선처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다. 제 멋대로 법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다. 이제 대다수 국민은 전관예우라는 표현이 나오면 법률에 저촉되는 짓을 하면서까지 봐주는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그렇다면 전관예우가 아니라 전관의 로비 효과나 로비 덕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6일 중앙언론사 편집·보도국장들과 3년 만에 간담회를 갖고 소통 행보를 시작했지만 거의 모든 언론 매체가 부정 평가 일색이다. 박 대통령은 4·13 총선에서 참패한 것에 대해 “(비효율적인) 양당 체제를 3당 체제로 민의가 만든 것”이라고 국회를 ‘심판’한 것으로 해석하려 했다.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거나 반성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언론이 ‘대통령이 변하지 않을 것 같다’고 걱정할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은 지금까지 국회를 설득하기보다 경고하고 화를 내고 국민이 심판할 것이라고
20대 총선은 반사이익의 선거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잘한 것이 없는데 상대 정당이 잘못한 덕분에 많은 의석을 얻었다. 수도권 유권자들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심판한다는 의미로 더민주당에 표를 던졌다. 박 대통령의 불통과 독선, 막바지 ‘진박’ 공천을 둘러싼 진흙탕 싸움 탓이다. 20대와 30대의 투표율이 19대 총선에 비해 13%포인트, 6%포인트나 늘어난 것은 ‘심판 의지’가 아니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콘크리트에 가깝지만 새누리당 후보들의 지지율은 부서지기 쉬운 흙덩어리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3월16일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를 마치고 나서는 모습에선 자신감이 느껴졌다. 그날 토론회는 여느 토론회보다 많은 관훈클럽 회원과 기자들이 지켜봤다. 대표 자리를 넘겨받은 지 2개월도 되지 않아 분당과 탈당으로 쓰러지다시피한 더민주당을 일으켜 세운 그의 ‘대장 체질’ 리더십과 더민주당의 진로에 대해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토론회 화법은 거침이 없었다. 편치 않은 질문을 에두르지 않고 대부분 솔직하게 응답했다. 그것은 대표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생각과 더민주당뿐
사람이 철이 들면 어른 앞에서는 다투지 않는다. 군인도 상관 앞에서는 싸우지 않는다. 싸움을 하다가는 양쪽 다 야단을 맞거나 얼차려를 받기 일쑤다. 무례한 짓이기 때문이다. 싸움을 하더라도 안 보이는 곳에 가서 해야 한다. 패거리 공천은 지역감정에 편승하려는 것··· 유권자들에게도 큰 책임철들 나이가 지났는데도 어른 앞에서 심한 패싸움을 한 곳이 있다. 총선을 앞둔 정치권이다. '배신'을 응징하는 복수의 칼날이 번득였고 ‘옥새 쿠데타’도 있었다. 4년에 한 번씩 어른으로 모실 뿐이긴 하지만
인공지능이 과연 인류에게 축복일까. 신의 영역을 넘보는 것은 아닐까. 인공지능과 로봇이 결합해 인간 대신 일을 하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을까. 인공지능 시대의 극심한 부와 소득의 불평등이 지구 공동체를 파멸로 이끌지는 않을까.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세기의 바둑 대결을 지켜보면서 떠오른 생각들이다. 알파 의사·변호사·기자 현실화… “강한 인공지능은 인류 파멸” 경고도 주목‘알파고의 아버지’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알파고가 이세돌을 4승1패로 이
미국이 2003년 3월20일부터 26일간 이라크를 상대로 전쟁을 벌였을 때 인터넷에서 인기를 끈 검색어 가운데 하나는 ‘동침보도(embedded journalism)’였다고 한다. 동침보도는 미국과 영국·오스트레일리아 연합군과 같은 침상을 쓰는 종군기자들이 연합국의 시각을 대변할 수밖에 없음을 빗댄 것이다. 이는 객관적인 상황, 즉 진실을 알고 싶은 욕구가 표출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한쪽 얘기뿐 아니라 상대방 얘기도 들어봐야 사실에 근접한 상황과 정보를 알고 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남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