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타임스=신세미] 몇 달 전 문상 갔던 장례식장서 빈소 안내판을 살펴보다가 내 시선이 한 영정 사진에 멈춰 섰다. 그 사진 속 고인은 1970년대 하이틴영화 ‘고교 얄개’처럼 금박 단추의 검정 교복차림에 교모를 비스듬히 눌러쓴 채 환히 웃고 있었다.사진에 어떤 사연이 있는지 세세하게 알지는 못했다. 고인이 생전에 영정 사진 용으로 중·고교 시절을 추억하며 교복 차림의 사진을 일부러 찍었는지, 아니면 어떤 기회에 촬영한 그 때 그 시절 사진을 영정 용으로 골랐는지… 다만 10대 시절처럼 연출한 초로 신사의 사진을 대하려
[오피니언타임스=신세미] 어머니가 사는 아파트에 갈 때마다 베란다를 꼭 둘러본다. 베란다에 놓여 있는 크고 작은 식물들을 관상하는 즐거움도 크지만, 화초의 모습을 통해 어머니의 건강 상태를 어느 정도 미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어머니의 화초들은 사계절 내내 한여름 녹음처럼 늘 싱그러운 초록이다. 잎에선 반짝반짝 윤기가 돈다. 우리 집에선 첫해뿐 이듬해에 다시 꽃을 보기 어려운 서양란이며, 키 큰 행운목, 영산홍 등이 어머니의 베란다 정원에선 십 수 년째 꽃을 피우며 거실까지 각종 꽃 향기를 내품는다. 1988년 하와이서 사온 손바닥
# 홍콩 배우 겸 가수 유덕화는 한국에서도 팬 층이 두터운 중국어권의 슈퍼스타다. 홍콩영화 애호가가 아니라도 유덕화 주연의 영화 몇 편은 제목부터 익숙하다. 그는 ‘열혈남아’(1988년), ‘지존무상’(1989년), ‘천장지구’(1990년), ‘무간도’(2002년), ‘쇼크웨이브’(2016년) 등의 영화에서 순정파 터프가이 등을 연기했다.가수로서 그는 영화-드라마의 OST 등 앨범 60장이 넘는다. 국내서 1990년 전파를 탄 초콜릿 광고에서 그는 신인 시절의 이영애와 함께 모델로 출연해 CM송 ‘투 유’도 불렀다.1961년생, 올
[오피니언타임스=신세미] 올 여름 이후 파리 루브르박물관을 찾는 관람객 수가 급증한다면 이는 ‘팝 디바 비욘세-래퍼 제이지 부부’ 덕분일 것이다. 미국의 초특급 스타 부부가 루브르박물관에서 촬영한 뮤직비디오 ‘에이프쉿’(Apeshit)이 인터넷을 달구면서 뮤비 속 박물관 소장품이 입소문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부부의 ‘에이프쉿’ 뮤비는 지난달 16일 공개 후 20일이 지나 유투브 조회수가 6000만을 넘어섰다. 이 곡은 음악뿐아니라 루브르 대표작과 럭셔리 패션이라는 볼거리로도 ‘핫’하다. 박물관을 멀리하던 이들도 힙합과 어우러지는 ‘모나리
[오피니언타임스=신세미] 미국 라스베가스 카지노에 상어가 등장했다. 그렇다고 살아있는 ‘조스’는 아니다.죽은 상어를 포름알데히드용액의 수조에 박제하듯 들여놓은 영국 출신 현대미술가 데미언 허스트의 작품이 유명 호텔 중앙 바에 들어섰다.2년여 개보수 공사 끝에 최근 문을 연 라스베가스 카지노호텔이 미술 전시장 같은 카지노 식당 바 등을 공개했다. 라스베가스 지역 언론을 비롯해 ‘아트 월드’ ‘빌보드’ 등의 매체들은 21세기 현대미술의 스타 데미언 허스트의 상어 작품이 설치된 팜스 호텔 앤 카지노의 내부를 소개하며 현대미술과 카지노의 만남을
[오피니언타임스=신세미] 뉴욕 여행 중 찾았던 맨해튼 웨스트사이드의 하이라인파크에는 봄맞이가 한창이었다. 지난 4월 말, ‘2018 봄’이라는 입간판이 서 있는 남단 입구 쪽으로 새 모종을 심고 다듬는 관리인의 손길이 분주했다. 행인 중 몇은 쪼그리고 앉아 신록의 정원에서 노랑, 흰 꽃망울을 터트리는 키 작은 봄꽃을 카메라에 담았다. 구간 별로 관목, 다년생 식물이며 각양각색 계절 꽃들을 만나는 원예 체험, 생태 탐험이야말로 사계절 하이라인파크 나들이가 흥미로운 이유이리라.하이라인파크는 용도 폐기된 고가 철로를 도심 공원으로 탈바꿈시킨
[오피니언타임스=신세미] 근래 평생 가까이 하고픈 삶의 귀중한 동반을 만났다.오랜 세월 주변에서 많이 권하고 또 개인적으로 관심은 있었지만 그닥 가깝지 못했던 상대가 내 일상으로 들어섰다. 나의 새 친구란, 이즈음 하루의 주요 일과가 된 운동이다.지난 해 연말 즈음 탁구 강습을 받기 시작했고, 올 들어 2월 어느 날부터 동네 피트니스 센터에서 PT(퍼스널 트레이닝)를 받고 있다. 탁구며 PT를 막 시작한 초보자로서 운동을 일상의 새 친구라고 소개하려니 좀 과하고 성급하다는 생각도 든다.사실 무언가 벼르고 시작했다가 작심삼일이 됐던 경험이
[오피니언타임스=신세미] 평창올림픽은 막을 내렸지만 겨울 스포츠 축제의 감동과 추억은 이어지고 있다. 화제의 명승부와 선수를 비롯, 보름 넘게 TV중계를 통해 친숙해진 올림픽 패션도 강렬했다. 지난 2월9~25일 세계인들은 올림픽을 통해 겨울 스포츠를 접하는 한편, 각국 선수들의 각양각색 유니폼을 감상하느라 눈이 즐거웠다. 유난한 강추위에 롱패딩이며 검정색 의상이 대세였던 올 겨울, 온통 무채색 위주의 일상과 대조적으로 올림픽에선 알록달록 유니폼들이 축제다운 볼거리를 제공했기 때문이다.세계인의 이목이 쏠리는 올림픽은 각 나라가 자국의 스
[오피니언타임스=신세미] TV 리모컨을 누르다 보면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을 자주 만나게 된다. 종편채널 MBN에서 수요일 밤 방영하는 본방 외에, 낮이고 밤이고 어느 한 채널에서 그 프로그램을 재방송 중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찾아보는 시청자들이 많다는 이야기일 게다.나 역시 먹방이든 오지 탐험이든 연예인에 초점이 맞춰진 다른 TV오락프로그램과 다르게, 이 프로그램은 비연예인의 식탁·일상과 더불어 한 사람의 삶을 간접 체험할 수 있게 해줘 흥미롭게 보고 있다.(언제부터인가 그 프로그램을 즐겨 보는 내게 가족들은 “또 그 프로그램
[오피니언타임스=신세미] 한때 딸 둘은 금메달, 딸 아들의 순서면 은메달이라고 했다. 반대로 아들만 둘이면 ‘노메달’ 심지어 ‘목메달’이라는 심한 우스갯소리가 나돌았다. 딸을 둔 부모는 딸 덕에 비행기 여행하지만, 아들일 경우 자식 얼굴 보기도 힘들다며 아들 딸을 금은동 메달에 비유한 유행어였다.그러나 이즈음 메달 색깔이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얼마전 아들 둘인 친구가 환히 웃으며 ‘돌아온 금메달’을 아느냐고 했다.아들 둘이 더 이상 노메달, 목메달이 아니란다. 어느새 ‘다남’(多男)을 기원하던 전통으로 회귀해 아들 둘이 금메달의 권좌를
[오피니언타임스=신세미] 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11월 말, 늦가을이란 계절 탓이었을까. 시(詩)가 내 일상으로 쓰윽 들어섰다.11월 마지막 토요일인 25일, 산 중턱 나무 밑에는 이틀 전 내린 흰 눈이 남아 있던 가을의 끝자락. 볼을 건드리는 찬 바람이 거칠기보다 기분좋게 느껴지는 그런 날이었다.친구 넷이 오전 일찍 만나 과천 서울대공원 삼림욕장을 한 바퀴 돈 뒤 점심 즈음 저수지길로 내려가고 있었다. 각기 다음 일정도 있고 해서 발걸음을 서두르는 중에도 햇살 아래 고요한 저수지의 반짝이는 은빛 물결이 눈에 들어 왔다.단체 사진을 남기려
[오피니언타임스=신세미]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간 4개층 높이의 지하 전시장은 어둠 속 별천지다. 크고 작은 9개의 구(球)들이 은은한 빛을 발하며 허공에 떠있다. 풍선 같은 천 소재의 구조물은 우주의 행성 같다.뒤 편의 투명한 유리 상자에는 거미 한 마리가 거미집을 짓고 있다. 벽면의 대형 스크린에는 각종 선(線)이 시시각각 변화무쌍하게 스쳐 지난다. 거친 배경음악처럼 스피커의 불협화음과 그 울림이 청각과 촉각을 자극한다. 문화가의 ‘핫한 전시’를 지난 주 참관했다.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의 ‘토마
[오피니언타임스=신세미] 우리집 입구방은 나름 서재다. 서랍과 책꽂이 달린 책상에 컴퓨터가 설치돼 있다. 그러나 그 방은 이사온 다음날처럼 어수선한 상태로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그렇게 된 데는 방 정리를 제대로 못한 우리 가족의 게으름 탓이 크다. 변명같지만 사정을 이야기하자면 그 방이 가구들로 그득해 책이며 문구용품을 제대로 정리하기 어렵다. 책상과 붙박이장 외에 두 벽면에 3.5짝 크기의 혼수장이 들어서 있어 책꽂이용 공간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서재에 큼직한 혼수장이라니…. 안방에 붙박이장이 설치된 집으로 이사하며 안
[오피니언타임스=신세미] 적극적 효율적인 스마트폰 이용자는 아니다. 다만 스마트폰의 카톡은 무료인데다가 3명 이상이 스케줄 맞춰 약속하거나 공동 연락이 수월해 자주 이용한다. 어느 때부터인지 단촐한 둘보다 3명 이상의 모임이 늘면서 카톡 소통이 빈번해졌다.수시로 드나들며 체크하는 카톡방에서 가끔 예기치않게 곤혹스러운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그 방에 그대로 있기도, 그렇다고 나가기도 어정쩡한 경우다. 사실 카톡방이란 게 구성원의 합의나 사전 통보 절차를 거치기도 하지만 예고없이 상대가 나를 불러들이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은 단
[오피니언타임스=신세미] 정말 덥다. 한여름 삼복더위라는 표현으론 영 마뜩잖다, 불볕더위, 찜통더위, 가마솥더위를 비롯해 혹서(酷暑), 폭염(暴炎), 염천(炎天)같은 한자말이 실감나는 무더위다.한밤 새벽까지 이어지는 열대야에 밤잠을 설치니 심신이 찌뿌둥하다. 누워도 견디기 어렵고 일어나도 참기 힘들다. 부채 바람으로 더위를 식히기엔 역부족이고 에어컨 선풍기를 계속 가동하려니 전기세와 냉방병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예전에 이렇게 더운 적이 있었나 싶다.해마다 그해 여름이 유독 덥다고 느끼는 것은 지난 더위를 망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남녀노소가 바지나 치마를 걷어 올리고 물 위를 걸어 운하를 건넌다.(뮌스터)도심 광장에 그리스 신전 형태로 각양각색 책을 쌓아 올린다.(카셀)전시 공간에서 공연장처럼 퍼포먼스와 연주회를 펼친다.(베니스)이탈리아 베니스, 독일 뮌스터와 카셀은 2017년 여름 세계 미술인의 순례지, ‘그랜드 투어’의 명소다. 격년제 현대미술축제 ‘베니스 비엔날레’(5월 13일~11월 26일)를 비롯, 각기 5, 10년마다 열리는 ‘카셀 도큐멘타’(6월 10일~9월 17일)와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6월 10일~10월 1일)가 올해 동시에 열리기 때문
젊은 세대들 사이에 유행하는 ‘탕진잼’이란 신조어가 생소하고도 흥미롭다. 탕진잼은 다 써서 없앤다는 뜻의 ‘탕진’과 재미의 줄임말인 ’잼’의 합성어. ‘천원 샵’같은 저가의 생활용품점이나 문구점, 인형뽑기방에서 수중의 돈을 과감히 아낌없이 지출해 소품을 사들이며 일상의 소소한 재미와 즐거움을 추구한다는 의미다. SNS에도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는 사진 글이 떠돌아다닌다.1인 가족, 싱글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혼술’, ‘혼밥’과 더불어 탕진잼도 신세대의 일상을 반영한다. 탕진잼은 나 자신을 위해, 스스로 의미있게 생각하는 대상에 투자
휴대폰으로 직접 찍은 자신의 사진을 뜻하는 셀피(selfie), 한국식 용어로 셀카사진이 전시장에 모였다. 그것도 광고인 출신의 미술품컬렉터인 찰스 사치가 운영하는 영국 유명 갤러리에서 셀피전이 열리고 있다. 런던 사치갤러리에서 5월말까지 열리는 ‘셀피에서 자기표현까지’(From Selfie To Self-Expression)전이 그것이다.서구 언론이 ‘예술로서 셀피’, ’셀피가 예술인가?’, ‘최초의 셀피전’ 등의 제목으로 소개하는 이번 전시는 서양미술 거장의 자화상과 한 흐름에서, 현대 셀피를 ‘21세기 자화상’으로 주목하고 있
지난달 말 멀리 카리브해 섬나라 쿠바를 여행하고 돌아왔다. 지리적 정치적으로 가기 힘든 먼 나라여서인지, 반 년 전 한 모임에서 쿠바 여행 일정이 나오자, 기대 이상 관심이 높아 순조롭게 단체여행이 진행됐다. 쿠바가 여행지로서 매력적이며, 아직 가보지 못한 사람이 많기 때문이리라. 쿠바라면 우선 영화 음반으로 친숙한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의 강렬한 음악과 살사춤을 연상케 된다. 지난해 11월 눈감은 쿠바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 및 아르헨티나 청년의사 출신으로 쿠바 혁명의 주역인 체게바라를 떠올리는 사람도
와인의 나라 프랑스에선 와인을 만드는 포도원 혹은 양조장을 뜻하는 샤토가 신개념 복합 문화예술 체험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샤토들이 와인 시음회 등의 미각프로그램 외에 문화예술 공간으로서 역할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적한 시골마을에 유명 건축가들이 건립한 ‘포도밭 속 미술관’은 독특한 나들이 명소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남프랑스 엑상프로방스에서 북으로 약 15km거리에 위치한 ‘샤토 라 코스트’(Chateau La Coste)다. 이곳은 얼마전만해도 와인 브랜드로서 그닥 주목받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