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타임스= 칼럼니스트 임종건]지난 10월 25일 작고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어록 가운데 가장 많이 회자된 것을 꼽자면 “마누라와 자식을 빼고 모두 바꾸자”와 “정치는 4류, 정부는 3류, 기업은 2류”일 것이다. 앞서의 것은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삼성 임원간담회 발언이고, 뒤의 것은 1995년 베이징 특파원간담회 발언이다. 베이징 발언으로부터 25년이 지난 오늘 이 회장이 매긴 세 분야의 등급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우선 기업을 보면, 아직 2류에 머물고 있는 기업들이 다수라고는 하지만 1류로 도약했거나, 도약 중인 기
[오피니언타임스= 칼럼니스트 임종건]민주당과 국민의힘 당헌을 들추어보았다. 정당들이 저마다 자기 정당의 헌법이라며 만든 당헌당규에 얼마나 번드르르한 말들을 늘어놓았을까 하고 생각해온 터라, 솔직히 말해 평소 여기에 이렇다 할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다.내가 당헌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오로지 민주당이 내년 4월에 치러질 서울 부산시장 선거에 후보를 내기 위해 당헌을 바꾸려고 전 당원을 상대로 당헌개정 여부에 대한 찬반 투표를 한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하기야 지난 4·15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꼼수 위성 정당인 비례연합당을 만들 때도 전당
[오피니언타임스=칼럼니스트 임종건]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 모씨의 북한군에 의한 총살사건은 모든 게 의문투성이이다. 명확한 것은 그가 북한군이 쏜 총에 맞아 죽었다는 것과, 북한의 노동당 통일전선부라는 기관이 사실을 은폐 교란할 의도가 짙은 통지문을 보내왔다는 것뿐이다.우리는 흔히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는 사람에게 “사람을 죽여 놓고 미안하다고하면 그만이냐?”고 한다. 이 씨의 죽음에 대해 북한이 보이고 있는 태도가 딱 그 짝이다. 사람을 죽였다면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가 문법에 맞는 말이다.
[논객칼럼=임종건]2017년 뉴질랜드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발생했다는 한국 외교관 김 모 영사와 현지인 남성 직원 간의 성추행 의혹은 이성 간이 아니라 동성(남성) 간의 성추행 의혹이라는 점이 특이하다. 발생지 뉴질랜드는 세계에서 가장 동성애가 보편적인 나라라는 점도 특기할 일이다.사건의 전개과정도 특이하다. 피해자가 김 씨를 범행 즉시 고발한 것도 아니고, 김 씨가 뉴질랜드 대사관을 떠나 필리핀 대사관으로 임지를 옮긴 여러 달 뒤, 피해자가 뉴질랜드의 한 언론에 제보해 알려지게 됐다.이 사건이 국내에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뉴질랜드
[논객칼럼=임종건]‘나쁜 자식’이냐 ‘후레 자식’이냐?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 고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를 나오다가 박 시장 사인에 관해 질문한 기자에게 했다는 욕설을 두고 언론사 별로 보도가 달랐다. ‘자식’이라는 부분은 명료하게 들렸으나 ‘나쁜’과 ‘후레’ 부분은 명확히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기자가 이 대표에게 그 부분을 명확히 해달라고 다시 물었다가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를 일이고, 이 대표 스스로 그 부분을 명확히 해주자니 '쪽팔리는 일'이다. 언론사마다 발언 부분이 담긴 동영상테이프를 듣고 또 듣고,
[논객칼럼=임종건]21대 국회가 여당인 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장 모두를 차지한 일당 국회로 시작됐다. 이같은 파행적인 국회 원구성은 13대 국회 이후 33년 넘게 지켜져 온 법사위원장의 야당 배정 관행을 민주당이 배척한 데 원인이 있다.국회의 입법 활동은 법사위의 체계심사와 자구심사를 거쳐야 성립된다. 법사위의 이런 기능은 악법을 막는 효과도 있다.그러나 정파적 목적으로 법안에 대한 논의를 지연 또는 폐기시키는 악용 사례가 많기는 했다.그런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이 관행은 여당이 가급적 야당의 합의를 얻어 법을 만들겠다는 아량의 표
[논객칼럼=임종건]미국 서부의 워싱턴 주에서 5월부터 사람의 시신으로 퇴비를 만드는 퇴비장(堆肥葬) 사업이 시행됐다. 주 의회가 지난해 시신의 천연유기환원과 가수분해 처리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한 법안을 제정한 데 따른 것이다.시신 퇴비화는 시신을 톱밥이나 목초와 함께 금속용기 안에 넣어, 약 30일간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 ‘재구성’ 과정을 거쳐 정원 화단이나 텃밭에 쓰이는 거름으로 만드는 것이다. 치아와 뼈 등을 포함한 모든 육체는 퇴비로 된다. 퇴비장의 장점은 장례비가 적게 들고, 친환경적이며 대도시의 묘지난 해소에도 도움이 된
[논객칼럼=임종건]작년 9월부터 시작된 한미 간 방위비 협상이 작년 말까지였던 협상종료 시한을 넘긴 채로 난항을 지속하고 있다. 그 중심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있다. 그는 지난 달 한국 정부가 13% 인상안을 제시했으나 자신이 거부했다고 밝혔다. 13% 인상안은 양국 실무자 선에서는 합의가 이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트럼프는 한국은 부자 나라로서, 부담금을 더 내야한다는 종전의 주장을 되풀이 하면서 “더 내게 될 것”이라고 압박 수위를 한층 올렸다. 이와 관련해 우리 정부 안에서는 두 가지 목소리가 들린다.강경화 외교부장관의 “13
[논객칼럼=임종건]10년 전 쯤 나는 ‘흘러(流) 가는(行) 노래 붙들어 매기’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렇게 쓴 적이 있습니다.“요즘 청소년들이 내 나이(60대)가 됐을 때 그들에게 남을 ‘흘러간 노래’는 어느 가수의 무슨 노래일까? jyj일까, 비일까, 아니면 서태지일까? 내가 애창하는 흘러간 노래들에 대해 요즘 젊은이들이 따라 부르기는커녕 아예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아 지금 나의 ‘흘러간 노래’는 젊은 세대들에게는 ‘흘러가서 자취도 없어진 노래’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생각이 나를 때론 쓸쓸하게 만듭니다.”제 나이 7
[논객칼럼=임종건] 찬반 간에 평가가 엇갈리지만 20대 국회는 역사에 남을 두 가지 역할을 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정치 및 사법개혁 입법이다. 두 사건에서 여야는 극한 대결을 벌였고, 국론마저 쪼개져 막심한 후유증이 현재도 진행 중이다.여야 합의로 제정된 법률도 정치적 입장이 바뀌면 헌신짝 버리듯 하는 것이 한국의 정치다. 대결로 통과된 법률이 제대로 시행될 리 없다. 선거개혁을 명분으로 한 준 연동형비례제와 사법개혁을 명분으로 한 공수처법도 그럴 운명에 놓일 전망이다.이 법 제정에 반대했던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
[논객칼럼=임종건] 작년 12월 12일 대법원이 이른바 ‘곰탕집 성추행’ 사건과 관련, 1, 2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피의자인 30대 남성의 상고를 기각함으로써 남성의 유죄를 최종 확정했다. ‘1.333초의 추행’으로 불리기도 한 이 사건은 여성이 혼잡한 곰탕집 문간에서 피의 남성으로부터 엉덩이를 움켜잡혔다는 주장으로 시작됐다.3심 모두 피해 여성의 주장을 사실로 판단한 주된 근거는 여성의 주장에 일관성이 있다는 것뿐이었다. 피해 여성이 난생 처음 보는 남성을 상대로 자신이 창피를 당할지도 모르는 그런 주장을 할 이유가 따로 있겠냐
[오피니언타임스=임종건] 1월 1일 북한의 로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관영 매체들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노동당 중앙위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보고에는 북한이 처한 자기모순적인 곤경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는 집권 후 매년 1월 1일 육성의 신년사를 통해서 전년도를 회고하고 새해의 시정 방향을 제시했는데 올해는 그것을 이 보고서로 대신했다.보고서의 요점은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성공시켜 경제개발을 하려 했으나 미국의 본심이 협상하는 척하며 북한을 고사시키려는 것임을 알게 됐다는 것과, 따라서 ‘적대세력의 경제제재 속에서
[논객칼럼=임종건] 주한 미군은 철수할 것인가? 철군론이 과거에도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미국에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지금의 한미관계에서 이것은 제법 개연성이 있는 질문으로 다가오고 있다. 미 국방성이 기사의 즉각 취소를 요구할 정도로 강력 부인하기는 했지만, 국내의 한 신문은 한미 방위비협상이 실패할 경우 1개 여단 규모의 미군 철수 가능성을 보도하기도 했다.1953년 6월 한국전쟁 종전 직전까지 32만 명 수준이었던 주한 미군은 이후 줄곧 줄어 현재는 2만 8,500명이다. 추세적인 측면에서 주한 미군의 역사는 감군의 역사
[논객칼럼=임종건] 지난 10월 22일 나루히토(德仁) 레이와(令和) 천황이 즉위했다. 상왕인 아키히토(明仁) 천황이 지난 4월 30일 생전 퇴위함에 따라 5월 1일 왕위를 물려받았고 이날 황실 궁전에서 열린 즉위식 즉 '소쿠이레이 세이덴노기(即位禮 正殿の儀)‘를 통해 대내외에 공식 선포한 것이다.그는 이날 "국민의 행복과 세계의 평화를 항상 바라며 국민에 다가서면서 헌법에 따라 일본국과 일본 국민 통합의 상징으로서 임무를 다할 것을 맹세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 예지(叡智)와 해이해지지 않은 노력에
[논객칼럼=임종건]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은 KBS의 이산가족 특별방송에 출연해 이산가족 상봉이 안 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남쪽정부든 북쪽정부든 함께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불응과 비협조 때문으로 알고 있는 많은 국민들은 문 대통령의 발언에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문 대통령의 한국정부 책임론의 근거가 무엇인지를 짐작케 하는 일이 지난 18일 북한에서 나왔다. 대외선전매체인 ‘메아리’의 글을 통해서였다. 이 글은 2016년 4월 중국 내 북한 식당 여종업원 12명 귀순자 중 한 사람인 리지예의 어머니라고 주장하는
일본인의 특질을 규정하는 말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혼네(本音)와 다테마에(建前)’이다. 우리말로 혼네는 속마음, 다테마에는 겉마음으로 풀이된다. 일본인들은 다테마에를 표하는 데는 익숙하지만 혼네는 잘 드러내지 않는다.다테마에를 통해 일본인들이 보여주는 것은 친절과 예의 절제, 교양, 단결력 등 일본인의 미덕으로 칭송되는 것들이다. 그러나 다테마에 숨겨진 혼네를 알게 되면 혼비백산할 일이 있을 지도 모른다. 때로는 면종복배(面從腹背)일 수도, 양봉음위(陽奉陰違)일 수도 있을 터이므로.지금 한국과 일본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무역전쟁에
[논객칼럼=임종건] 한일 무역전쟁의 도화선이 된 징용자재판은 1997년 한국인 피해자들과 이들을 돕는 일본인 변호사와 시민운동가들이 신일철주금(현 일본제철)을 상대로 일본 오사카지법에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으로 시작됐다. 이 재판은 1, 2심에서 원고측이 패소했고, 2003년 일본 최고재판소가 패소를 최종 확정했다. 원고들은 일본 법정에선 승소의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2000년 5월 재판 관할지를 한국으로 바꿔 부산지법에 첫 소송을 냈으나, 7년 만인 2007년에 내려진 1심 판결은 일본에서와 마찬가지로 원고패소였다. 부산지법 1심
[논객칼럼=임종건] 제럴드 포드 대통령 이후 미국 대통령의 동북아시아 방문은 거의 예외 없이 한중일 3국의 묶음(패키지)여행이다. 이 묶음에 중국이 포함된 것은 1979년 미중수교 이후이다. 포드 이전까지 아시아 국가를 처음 방문한 미국 대통령은 한국전쟁 한창이던 1952년 대통령 당선자 자격으로 한국에 온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였다. 1960년 그의 두 번째 방한은 국빈방문이었다. 그때만 해도 한일 패키지 개념이 없어 아이젠하워는 두 번 다 일본을 건너뛰고 한국만 다녀갔다.존 케네디 대통령은 쿠바사태, 월남전과 같은 발등의 미소냉전을
[논객칼럼=임종건] 정의사회 구현이라는 구호가 요란했던 80년대 초 전두환 정권 때의 일입니다. 그 때 저는 한국일보 경제부 기자로 국세청을 출입하고 있었습니다. 국세청 간세국은 부가가치세나 주세와 같은 간접세 담당 주무국입니다.당시 신군부의 개혁마인드로 충만했던 작고한 오 모씨가 간세국장이었습니다. 그 분이 어느날 제게 귀띔인지 하소연인지 모를 얘기를 했습니다. 진로주조가 진로 소주 값을 올리겠다는데 그 이유가 괘씸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인상가는 병당 10원인가 했었는데 그 때도 진로주조는 압도적인 시장
[논객칼럼=임종건] 고려조부터 조선조를 거쳐 현재도 제한적으로 채택되고 있는 관리임용 제도의 하나가 상피(相避)제도다. 친인척이 같은 관청에서 근무하지 못하게 하고, 친척이나 지인이 많은 곳에는 벼슬을 내리지 않는 제도이다.지역과 지역사람들을 잘 알기 때문에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도 있으나, 정실에 이끌려 잘못된 판단을 내릴 위험도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비슷한 것으로 관리를 지방으로 보낼 때 고향이 아닌 곳으로 보내는 향피(鄕避)제도도 있다.이와 대조되는 개념이 현재도 법원에서 부분적으로 시행하는 향판(鄕判)이다. 원래는 서울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