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는 길’바람: 외로움의 끝, 그러나 그 끝에도 늘 길은 있었다.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화가, 황인선 작가]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남자: 내 안에 바위섬 어린 나가 숨어 있었고 꿈을 잃은 말이 있었다. 우리는 작고 외로웠어. 그럴 때는 땅끝으로 나갔지.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화가, 황인선 작가]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남자: 내 그림, 내 인생을 부정하라는 얘긴가바람은 대답하지 않았다. 남자가 잠시 생각하다가 혼자 소리로 중얼거렸다.남자: 그래. 다 내가 만든 심경이였지. 그러나 나는 그게 더 진짜라고 믿었다.바람: 다시 묻지. 아직도 내가 바람으로 보이나남자: 아니, 그대는 길이고 까마귀이고 황색이고 배고 말이고 이어도이고…그 소녀였다. 그리고 끝까지 나를 따라와 준 나였을 것이다.남자는 그러면서 바람을 바라보았다.바람은 남자에게 조금 떨어진 곳의 모래를 일으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해주었다.바람: 나는 실체의 나가 아니라 남자가 믿는
남자는 혹시 여자의 섬, 산 자들은 가지 못하는 섬 이어도에 도착한 것일까.글쎄, 이어도에서 온 사람이 없으니 누구도 알 수는 없다.남자가 그 길 끝으로 가려다 문득 보니,손에 쥔 지팡이만 끝내 남았음을 깨달았다.남자는 끝까지 자기를 따라온 지팡이에게 고마움을 표했다.지팡이는 바람도 따라왔다고 살짝 알려줬다. 그러자 바람이 남자의 손등을 쳐 존재를 알렸다.바람: 나는 누구도 떠나지 않아.바람이 신비한 소리를 내어 남자에게 물었다.바람: 그 소녀는 어디 갔나? 까마귀, 말, 소나무, 배는남자: 다 떠났지. 우리는 결국 혼자니까.바람:
남자는 어떤 땅의 끝에 다다랐다.웅대한 황과 묵의 선경!그 궁극의 풍토는 동양에서 세계 그 자체로 간주하는 ‘산(山)’이란 한자 모양 같기도 하고,억센 두 팔로 팔짱을 낀 거인 수문장 같기도 한 자세로 남자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런데 남자에게는 그 풍경이 생명의 비경을 감춘 현빈(玄牝) 지경으로 보였다.현은 동양에서는 깊고 어둡다는 뜻이고 빈은 암컷, 골짜기를 뜻한다.암컷과 골짜기는 생명이 시작하는 원천이다. 다시 한 번 풀어 설명하면,길이 이어진 언덕은 생명을 잉태한 여자의 둥그런 배 같고위에 초가집은 배
서양인은 자연을 의도적으로 인간에게 예속화시켜 놓고 이것을 예술에 나타내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동양인은 인간을 소재로 삼아서 표현할 경우에도 산수나 화조 등을 동시에 담아 표현한다…… 우리나라 자연 풍경은 한 폭의 *남화(南畵) 그대로이다.이 남화에 표현된 자연환경은 같은 동양이면서도 일본 같은 풍토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한국 특유의 것이라 하겠다. 이 남화가 일본까지 건너 갔지만 일본에서는 별로 토착화되지 못하고 말았다. 그것은 일본의 자연환경이 남화에서의 풍경과 거리가 먼 것이었기 때문에 결국
남자는 혼자 길을 떠났다.길은 여자의 배처럼 보드랍고 길 옆과 바다도 우윳 빛이 났다.남자는 신기하게 생각하면서 계속 걸어갔다.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화가, 황인선 작가]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네버 엔딩 스토리이제 섬에 돌아온 남자 이야기의 끝이다. 그는 외로움의 끝에 과연 다다랐을까?섬에서도 외로웠던 지팡이 남자는 긴 여행을 떠났다. 끝까지 남자와 동행한 것은 지팡이 그리고 바람이었다. 그런데 바람은 남자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남자의 현실과 남자의 심상이 만든 심경(心景 Mindscape)의 세계를. 남자 외로움의 끝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사는 것들의 끝없는 순환의 이야기를. 어느 날 남자가 말했다. “날 따르지 마라.”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화가, 황인선 작가]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까마귀: 그럼 태양으로 돌아가려는 나는 뭐지? 선장이 보이는 나는 누구냐고? 저 말이 바라보는 곳은 어디일까? 전설을 기억하는 저 생명들을 봐. 선장은 계속 저들의 전설을 날라야 돼. 나는 까마귀의 말을 다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물결을 일으켜 나의 섬으로 떠났다.나는 누구에게는 있고 누구에게는 잊혀진 섬일 것이다.그러나 폭풍이 치는 날, 나는 또 나타날 것이다.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화가, 황인선 작가]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선장: 그런데 까마귀 다시 봐, 또 다른 이어도를. 이젠 이어도는 빛을 잃었어. 없어졌다고.까마귀: 선장, 현실과 꿈은 서로 평행이라고. 꿈은 없는 것이 아니야. 둘은 늘 연결되어 있어. 그러니 없다고 말하면 안될 거야.선장: 아니야, 세상은 믿음의 영적 능력을 잃었어. 전설은 끝났다고.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화가, 황인선 작가]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선장: 이것이 진짜 이어도야. 금빛 그러나 무(無), 무이기 때문에 더 진짜인 곳.까마귀: 어, 그럼 전에 내가 본 것이 진짜 이어도였군.선장: 그때 너는 친구들을 잃었으니까 진짜를 본 거지까마귀: 설명할 수는 없지만 죽음을 넘은 생명의 기운이 느껴져. 우린 영적인 새니까 금세 알지.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화가, 황인선 작가]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선장 : 어떤 종족이든 그들만의 이어도가 있어. 너희에게는 태양이 이어도겠지. 어젯밤에 폭풍이 몹시 불었는데 말이 바닷가에 나와서 어딘가를 보더군. 자기들만의 이어도를 보는 거였겠지.까마귀 : 우리 이어도는 너무 뜨거워 살아서는 못 간대. 그래서 더 좋아. 죽을 때까지 믿을 수 있으니까. 그런데 선장의 이어도는 진짜 어떤 곳이야?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화가, 황인선 작가]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선장 : 까옥, 또 보는군. 안 보는 게 좋을 텐데.까마귀 : 선장, 지난 밤에 검은 폭풍이 세게 치더니 또… 나는 배 앞을 끄덕거려 동의를 표시했다.선장 : 그런데 사람들은 지금도 우리 섬의 전설을 기억하고 있을까까마귀: 지금은 그 전설이 거짓이라고 보나 봐. 그 말에 나는 몸을 좌우로 움직여 격하게 물결을 일으켰다.선장: 그럼, 도대체 나는 지금 어디서 왔다는 것일까 전설은 실제보다 더 실제인 믿음인데 말이야.까마귀: 맞아. 모르는 게 없는 폭풍이 “신화는 언젠가는 진실로 밝혀지며, 역사는 언젠가는 거짓으로 판명된다
전설의 섬 이야기세상에는 두 종류의 지도가 있다.보이는 것만 표기하는 지도와 보이지 않는 것을 표기하는 지도.나는 두 번째 종류의 지도에 있는 섬을 다니는 배다. 그 섬은 제주도 보재기들이 꿈꾼 섬으로 살아서는 갈 수 없는 섬, 죽어서만 올 수 있는 섬이다. 검은 바다를 떠다녀야 하는 보재기들의 마지막 파라다이스인 섬이다.살아 있는 사람들은 나를 보지 못하지만 영적인 동물들은 나를 본다. 까마귀가 그 중 하나이다. 내가 만난 그 까마귀는 나를 ‘선장’이라고 불렀다. 폭풍이 거칠게 쳤던 밤의 다음날,지팡이 남자를 따라 바닷가를 날던
몰랐었어. 정말이야.우리는 왜 꿈을 다르게 꿨던 거지?그 소년은 저 배를 타고 떠났던 걸까.그런데 지팡이 남자가 되어 돌아왔다고?잊지 않을 게.나는 이제 바다 속에서떠나는 자들과 작고 외로운 것들,그리고 지팡이 짚은 이들을 지켜줄게.그것이 너의 바람, 나의 바람이니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화가, 황인선 작가]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그 소년이 바위섬에서 나를 꿈꾸다가섬을 떠났는데…지팡이 남자가 되어 섬으로 다시 왔다고.내가 파도를 따라 바다로 들어갈 때 나를 지켜보던 그 말이지금 그 남자하고 같이 있다고.그런데 그 남자는 외로워 보였다고.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화가, 황인선 작가]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섬은 밤이 진짜야. 많은 일이 벌어지거든.밤이 되면, 나는 바위섬에 올라가 외롭고 작은 것들을 불렀어.작은 것들은 진짜 재미난 이야기를 많이 알고 있어.게들은 앞으로만 달리는 세상이 웃기대. 그 말에 나도 깔깔 웃었어.이어서 작은 물고기, 바다 속 영혼들의 중얼거림이 물거품으로 나타났는데 음……바다 거품이 망설이다가 나를 꿈꿨던 어떤 소년이야기를 들려줬어.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화가, 황인선 작가]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이후, 바다 어둠 속에서 내가 다시 태어났어.기린처럼 생긴 신성한 말이 나의 재탄생을 지켜줬지.나는 검은 외로움, 바다 해초들과 상의하여 어릴 적기억과 외로운 것들의 수호신이 되기로 했어.그래, 외로움의 수호신!놀라운 일이 마침내 내게도 벌어진 거야.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화가, 황인선 작가]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바다의 큰 여신들이 큰 너울 파도를 보내나를 데려갔어.바다로 가면서 땅끝의 말이 나를 보고 있는 것을 보았어.저 말은 갈 수 없는 바다로,아! 나는 이제 가는 거야.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화가, 황인선 작가]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떠날 수 없는 나는,늘 여신의 꿈을 꿔.그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어.태양이 물끄러미 보고,바위가 이끼를 깔아주었던그 날,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화가, 황인선 작가]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