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칼럼=하늘은] 노인의학 전문의인 페리시노토Carla M. Perissinotto 박사 연구에 따르면 기혼자 중 외롭다고 느끼는 비율이 62.5%에 이른다고 한다. 오히려 혼자 사는 사람 중에서 외롭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26.7%에 불과하단다. 이 연구에 따르면 옆에 사람이 있다고 해서 덜 외로운 것도 아니며, 혼자 산다고 해서 무조건 외로운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한지 이제 3년. 그 시간 동안 외로울 틈이 전혀 없었다. 페리시노트 박사의 연구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증명하듯 매순간 행복을 맛보며 살았
자존감, 청춘의 화두가 되다지난 몇 년 동안, 친한 친구와 대화할 때마다 종종 튀어 나왔던 단어가 있다. 바로 ‘자존감’이다. 아홉수에서 서른으로 넘어가던 그 해, 내가 친구와 나눴던 고민, 한탄, 뒷담화의 결론은 늘 자존감이었다.친구와 대화할 때만이 아니었다. 자주 가는 인터넷 커뮤니티, SNS, 가끔 들른 서점에서도 “자존감을 높이는 법”, “자존감 높은 사람의 특징”, “자존감이 낮은 이유” 등 자존감에 대한 이야기가 도처에 널려있었다. 마치 세상의 모든 문제는 자존감에서 시작해 자존감으로 끝난다는 듯이.자존감이란 타인의 인정
[청년칼럼=이루나] 한글날, 용산에 위치한 한글 박물관에 들렀다가 핸드폰 액정이 산산조각 났다. 행사에 밀려드는 인파 속 틈바구니를 헤쳐나가다 애먼 사람과 부딪쳐 대리석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부딪친 사람을 붙잡고 실랑이를 벌였지만 큰 소득은 없었다. 3년 반을 넘게 사용한 핸드폰이기에 이번 기회에 바꾸기로 마음먹고 인터넷을 뒤졌다. 공시지원금, 선택약정, 할부원금, 결합할인 등 다양한 용어가 넘쳐났다. 하지만 이면에는 더 은밀한 암호가 숨어있다. ‘성지’라고 불리는 불법 보조금을 지급하는 업체의 장소와 할인 조건 등이 한글 초
[오피니언타임스=박정선] 나는 가을이 오면 슬퍼진다. 가을 특유의 공기냄새 때문인데 일종의 트라우마랄까. 여하튼 가슴이 쿵쾅거리고 이따금씩 호흡이 가파른 것을 느낀다. 지난해 헤어진 연인때문인가. 엉덩이까지 오는 연베이지 컬러의 트렌치코트를 그는 즐겨 입었다. 그때 흩날렸던 따뜻한 우드머스크향 때문인지 나에게 가을은 유난히도 차갑다.냄새란 본디 존재 자체로 의미가 있기도 하고, 또 그것이 주는 이야기 때문에 가치가 커지기도 한다. 인간이 쓰는 감각 중에 유일하게 탄성적인 기능을 하는 게 후각이 아닐까 싶다. 후세포에 흡착된 냄새 분
[오피니언타임스=문예찬] 어느 순간부터 우리사회에 갑(甲)질이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대상이 먼저 존재하고 그 대상을 표현할 이름이 나중에 생겨난다는 진리를 생각해 보면, 이러한 갑질은 단순히 최근의 일만은 아닐 것이다. 2017년 4월 14일 인천 중구에서 숨진 채 발견된 A씨(41)의 ‘피자 인생’은 고달프기만 했다. 유서는 없었지만 경찰은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보고 사건을 종결했다. A씨는 약 1년 전 가맹 피자프랜차이즈를 운영할 때까지만 해도 가맹점주협의회장으로 활동하며 점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본사의 부당함에 앞장
들어가며준비라는 것은 그 자체로 결과가 될 수 없다. 준비는 과정이다. 과정은 괴롭다. 무언가를 실질적으로 하고 있지 않은 상태라 그렇다. 집에서 나가기 위해 씻고 준비하는 과정만 해도 늘 생략하고 싶은데, 더 커다란 것을 준비하는 과정이 마냥 즐거울 리는 없다. ‘아직 살아있지 못하다’는 뜻의 ‘미생’처럼, 모든 준비는 그렇게 무언가 ‘덜 된 것’이다. 준비생의 삶은 설익은 밥 마냥 푸석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미생의 경우는 조금 낫다. 인턴이라도 하고 있으니까.꿈도 희망도나는 무언가를 열심히 하지만 무엇도 안 되는 수많은 사람을
1.아마도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영화 평론가를 꼽으라면, 대부분의 사람이 이동진과 정성일을 꼽을 것입니다. 이들은 한국 영화 평론의 상징과도 같아서, 라이벌이기보다는 쌍두마차로 보입니다.이때 흥미로운 것은, 그 두 사람의 성향이 판이하다는 점입니다. 전자는 친숙한 화법으로 이미지와 상징을 풀어내며 대중에게 널리 사랑받고 있습니다. 후자는 자신의 화법을 다른 이들과 대조하는 방식으로 열정[또는 애정. 하지만 어찌 되었든 정(情)]을 보여줍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 이동진이 상대방 위주로 말을 건넨다면, 정성일은
[오피니언타임스=허서정] 만개한 벚꽃이 흡사 짧은 꿈이었던 양 모두 지고 없을 무렵, 오래된 친구와 대학로를 걸었다. 거리는 한산했고 이따금 부는 바람에 봄 냄새가 섞여들었다. 나는 기대도 설렘도 없이 낯선 풍경들을 눈에 담았다. 스물다섯 번째 4월이었다.함께 걷고 있었지만 우리 둘의 온도차는 남달랐다. 나는 쏜살같이 흐르는 내 이십대 앞에 속수무책이었고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현실과 오래된 꿈 사이 간극을 어쩌지 못해 헤매던 와중이었으며 습관적인 무력감에 허덕이고 있었다. 동굴 같은 어둠을 먼저 빠져나가 손을 내민 건 친구였다. 혜화역
[청년칼럼=김연수] 폭력은 꼭 폭력으로 보여야 할까. 몇 해 전부터 , , 등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들이 개봉해왔다. 민감한 실제 사건이나 예민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만큼 감독들은 영화를 만들 때 조심스러웠다. 영화가 해당 사건의 피해자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선에서 실제 사건의 문제점이 담긴 영상을 통해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가장 중요했다. 앞서 말한 영화들을 볼 때마다 늘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저게 진짜일까? 정말로 저런 상황에서 아무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은 걸까. 이 사건이 영화화됨으로써 과연
[오피니언타임스=이우화] 가끔은 현학적이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일본과의 관계가 그야말로 악화일로를 걸을 때는 더욱더 그렇습니다. 날마다 ‘격변’이라 느껴지는 강도의 일들이 일어나, 이성도 감정도 바짝 날이 서게 되면 반드시 읽어야 할 맥락을 지나쳐버리게 되니까요. 일본이라는 국가와 어쩔 수 없이 운명을 공유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일본에 대한 지성을 조금이라도 더 강화시켜야만 합니다.간단하게 세계2차대전 이후 일본의 역사를 정리해볼까요. 군국주의로 치달았던 일본은 맥아더라는 이름의 쇼군을 받아들이게 되고, 그들의 헌법은 ‘평
요즘 같이 꼰대에 관한 이야기 왕성하게 오고 간 적도 없는 것 같다. ‘담론’ 수준이다. 이런 논의에서 선행되어야 할 것은 대상에 대한 의미 규정.이란 책에서 힌트를 얻어보자.“꼰대는 동굴 속에 갇힌 인간이다. 동굴 속 횃불에 비친 자신의 그림자를 자신이라고 인식하는 오류를 저지른다. 실제 자신보다 자기를 더 크게 본다. 또 동굴 밖을 보지 못한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동굴 속이 온 세상인 것처럼 행동한다. 동굴 밖으로 시선을 돌리지 못하는, 즉 타자를 볼 줄도 이해할 줄도 모르고, 오로지 동굴 속 자신의 그림자에만
[오피니언타임스=윤유진] 프래그머티즘(Pragmatism), 실용주의를 일컫는 단어다. 실용주의란, 진리를 찾아 헤매는 여러 입장 중 하나로, 추상적인 진리를 추구하기보단 삶에 있어 실용적인 측면에 집중하자고 주장한다. 대표적인 학자로는 베이컨, 듀이 등이 있는데, 혹시라도 걱정하지 마시라. 아는 바도 없으니 이론적인 부분을 길게 설명할 재간도 없다.생각해보면 현대 사회는 국경과 인종을 불문하고 실용주의를 추구하는 경향이 다분하다. 말보다는 실행을 중시하고, 그리고 실행의 과정보다는 결과에 주목하고. 확실히 이러한 실용주의의 추구는 많은
[오피니언타임스=앤디] 특별한 일 없이도 웃음이 실실 새고 발걸음이 가벼운 금요일 오후였다. 거기다 퇴근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칼퇴의 각을 맞추고 컴퓨터 전원을 끄려는데 회사 메신저로 회사 동료가 말을 걸어왔다.“이번에 '꼰대'에 대해 써보는 건 어때?”꼰대? 금요일 오후와 어울리지 않은 소재라고 생각했다. 주말에는 철저하게 회사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회사와 연관검색어 관계에 있는 꼰대에 대해 고민해야 하다니. 갑자기 숙제를 받은 기분이었다. 일단 생각해보겠다고 하고 자리를 정리하려는데, 갑자기 금일 접수된
[청년칼럼=김우성] 스무 살 시절이 생각난다. 미성년자에서 성인으로 거듭난 시기. 20대의 서막은 나를 설레게 했다. 더 이상 교복을 입지 않아도 되었고, 술잔을 기울일 자격이 생겼다. 족쇄가 풀린 기분이랄까? 청소년기까지 나를 구속하던 제약이 하나둘씩 허물어지면서 나는 더욱 자유롭게 움직였다. 더 이상 어리지 않다고, 나름 어른이라고 어깨에 힘주던 지난 날 나의 모습이 떠오를 때마다 웃음이 난다.10대에서 20대가 되면서 여러 가지 기분 좋은 변화를 체험했지만, 언짢은 부분과 마주하기도 했다. 바로,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 나
[오피니언타임스=곽예지] 작가의 신작 출판, 가수의 신곡 발표, 의학팀의 신기술 개발... 우리가 작은 날숨을 한 번 뱉어내는 지금 이 순간도, ‘새로운 것’은 끊임없이 다가오는 물결처럼 태어나 서핑 보드 밑 파도처럼 흐르고 있다.2017년 통계청에서 정식 직업으로 인정, 초등학생 장래희망 1순위, 크리에이터. 우리 주위를 쉴 새 없이 덮어가는 콘텐츠를 잉태해내는 바로 그 직업, 크리에이터의 인기가 청년들 사이에서 천정지부로 솟아오르는 것은 놀랍지 않은 양상이다. 콘텐츠의 소비자가 곧 생산자인 뉴미디어의 특성을 의식하고 보면 유튜브를 가
[청년칼럼=이주호] 마케팅 공모전을 준비하던 중, 내 나이가 밀레니얼 세대에 해당 되는 것을 알게 됐다. 밀레니얼 세대는 “대학 진학률이 높고 자기표현 욕구가 강하고, 온라인 쇼핑을 즐기고 게임을 하면서 과제까지 하는 즉 멀티태스킹에 능한 세대”라고 한다. 듣고 보니 크게 이의제기 하고 싶진 않다. 나이는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출생한 이들을 일컫는다.뒤집어 생각해보면 지금 경제활동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 그러니깐 20살부터 40살까지는 거의 대부분 여기에 해당된다. 우리 아버지도 '멀티태스킹에 능하다'는 것
나는 그날그날 뉴스는 되도록 챙겨 보는 편이다. 아무리 바쁜 날이라도 헤드라인 정도는 짚고 넘어간다. 요즘의 뉴스들은 참 재미가 있다. 일부러 모두 챙겨 보게 될 만큼 흥미롭기 그지없다. 참신한 소재는 물론이고, 그걸 가지고 풀어내는 솜씨들이 예사롭지 않다. 등장인물들이 제 의지를 가지고 맘껏 날뛰어주니, 그걸 받아 적는 기자들의 입가에도 함박웃음이 한껏 걸려있을 것 같다. 정말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야기들이 판을 치는 요즈음이다.그런 와중에도 참 가슴 아픈 이야기들이 눈에 띈다. 오늘은 학교에서 자살을 해야 했던 한 아이의 안
[오피니언타임스=방제일]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영화화한 은 또래들에게 중학생 딸을 잃은 아버지가 그 또래들에게 법의 심판이 아닌 아버지의 심판을 내리는 소설이다. 주제 의식은 강렬했다. 제목 또한 굉장하다. 칼을 쥔 사람의 칼날이 방황한다니, 묘하게 시적이다. 피해자의 아버지가 사적 복수를 시작한다. 형사와 ‘법’이 피해자의 아버지를 추격하며 가해자를 온 힘을 다해 보호한다. 소설과 영화의 내용을 아주 간략히 말하자면 그렇다. 익숙하지만 낯설다. 소설의 내용이 아니라 이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말이다.영화
[청년칼럼=신영준] 나쁘지만 나쁜 놈들에게만 나쁘고, 나빴지만 사회로 돌아가 선량할 준비가 되어있고, 계속 나쁘지만 양심과 최소한의 정의를 아는 나쁜 녀석들이 뭉쳤다. 돈이면 사람 목숨이고 양심이고 정의고 다 팔아먹는 진짜 악당들을 쓸어버리러 왔다. 얼마 전 개봉한 TV 시리즈 원작의 ‘나쁜 녀석들 : 더 무비’가 그 주인공이다. 애초에 한낱 도박꾼들은 범죄자만 보면 눈 돌아가는 무지막지한 녀석들한테는 무리였을지도 모르겠다.꽤나 매력적인 영화를 만든 일등공신은 누가 뭐래도 마동석이다. 험상궂은 얼굴에 황소 같은 몸, 상대방을 쉽게
[오피니언타임스=김동진] 병자호란 당시 청나라에 끌려갔다 돌아온 여자들을 환향녀라 부르며 멸시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성적으로 문란한 여자를 비하하는, 심한 욕인 화냥년이라는 말의 어원으로도 알려져 있지만 실제 근거는 없다. 병자호란 당시에 환향녀라는 말이 쓰였다는 역사적 근거도 찾아보기 힘들다. 환향녀라는 말이 실제로 당시에 쓰였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청나라에서 돌아온 여성들을 조선 사회가 반갑게 맞이하지 않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당시 사대부가에서는 청나라에서 돌아온 여자들을 쫓아내거나, 아녀자들이 친정으로 되돌아갔다가 친정에서도 쫓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