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칼럼=한성규] 일본이 하는 짓이 심상치 않다. 이제 전쟁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다. 이 경제전쟁을 뒤에서 진두지휘하는 사람은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다. SNS에서는 일본이 파견한 조선의 마지막 총독이었던 아베 노부유키가 현 총리 아베 신조의 할아버지라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그러나 둘은 혈연관계가 아니다. 성으로 쓰는 한자도 틀리다. 아베 노부유키는 1944년 10대 조선 총독으로 부임했다. 한일 관계를 영원히 꼬이게 만든 을 공포해 조선의 미혼여성들을 군수공장으로, 종군 위안부로 끌고 갔던 인물이
“나는 장례식은 하지 않으려고.”얼마 전, 사랑하는 친구 할아버지의 부고소식을 듣고 장례식장을 찾아갔다. 매캐한 초의 향이 묵직하게 식장 곳곳에 안개처럼 깔려있었다. 애써 웃어보려 노력하는 나의 친구에게 나는 그저 묵묵히 맥주 두어잔을 마시며 다독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었다.나지막히 무거운 침묵을 깬 그의 첫마디는 “나는 장례식은 하지 않으려고…”였다. 잠시 멈칫하고는 그에게 재차 물어봤다. 그는 이어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장례식도 결국 다 돈이더라.”평생을 돈 벌기 위해 살았고, 살아가는 데 있어
[청년칼럼=김봉성] 여남은 살의 나는 파리 잡기 명수였다. 파리 위 5cm 허공을 손으로 잽싸게 훔치면 위험을 감지하고 날아오른 파리를 생포할 수 있었다. 잡은 파리는 바닥에 패대기쳐 죽였다. 파리의 체액이 손이나 파리채에 묻지 않아 그나마 위생적이었다. 제법 열심히 잡았다. 착한 일을 한다고 생각했다.하루는 생포한 파리로 1.5리터 페트병을 채웠다. 그냥, 심심했다. 막상 시작하니 혼자만의 승부욕이 도져 투명한 페트병이 콜라병으로 보일 정도로 파리를 모았다. 방생할 생각은 없었다. 파리가 해충이라는 사실은 둘째 치고, 파리는 당장
[청년칼럼=이루나] 테헤란로로 출근하는 직장인들 손에는 전투 무기가 하나씩 들려있다. 커피다. 치열한 전쟁터에 살아남기 위한 직장인들만의 안쓰러운 생존법이다. 커피숍이 많다는 테헤란로이지만 유난히도 녹색 간판의 스타벅스가 많이 몰려있고 손님들도 많다.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집중적으로 출점해서 인지도를 높이고 자전거 바큇살처럼 지점을 퍼져나가게 하는 허브 앤 스포크(Hub & Spoke) 전략이라고 한다. 어쩐지 우리 동네 근처에는 스타벅스가 없더라니.내게 스타벅스는 남의 얘기였다. 대학생 시절 힘들게 아르바이트 비용을 모아 떠난
[청년칼럼=시언] 좋은 삶이란 무엇일까. 다분히 철학스러운 질문에 빠져있던 내 머릿속에 뜬금없이 독서토론과 글쓰기를 담당했던 교수의 한마디가 떠올랐다.“여러분이 글을 잘 쓰려면 줄거리를 요약할 줄 아는 게 핵심입니다”당시 스무살이던 나는 코웃음 쳤었더랬다. 줄거리야 책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든 읊을 수 있는 거 아닌가. ‘발 큰 난쟁이들이 마법 반지를 파괴하기 위해 산전수전 공중전 다 겪는 이야기’ 따위를 쓰는 게 글쓰기의 핵심이라니. 중요한 건 작가가 숨겨놓은 지적 퍼즐을 찾아내고, 그를 맛깔나게 해설하는 지성과 필력이라고만 믿었다
[청년칼럼=김연수] 사람들은 여행 가서 좋은 풍경을 보면 꼭 사진을 찍어온다. ‘남는 건 사진뿐이야’라는 말을 반복하며 순간을 추억한다. 풍경 외에도 가족, 친구, 연인과 사진을 찍어서 좋은 시절, 기쁘고 행복한 날을 기억하려 한다. 특히 요즘은 휴대폰 카메라가 발달해 언제 어디서든 사진을 찍기 편하다.다양한 카메라 앱이 쏟아지며 셀카를 많이 찍는 추세이기도 하다. 약간의 보정 기능이 탑재된 셀카 모드로 사진을 찍으면 기분이 꽤 좋아진다. 주변 친구들은 “야, 그거 진짜 네 얼굴 아니잖아”라고 말하며 초를 치긴 하지만 상관없다. 무
좋은 어른 좋은 어른을 만나기란 어렵다. 나도 어른이지만 주위에 제대로 된 어른 하나 찾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내 주위의 젊은이들 대부분은 제 몸 하나 건사하는데 급급하고 그것에 익숙해질 때쯤 결혼해 감당하기 벅찬 존재를 더해간다. 그러므로 좋은 어른이 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얼마 전, 몇 년 전에 함께 작업했던 배우 선배님을 만났다. 내가 살아오며 보았던 60년대 생 중에서 가장 젊은 생각과 감각을 유지하며 살아가시는 분이다. 그는 만나자 마자 친구와 나를 횟집으로 데려가 고등어회를 주문했다. 회를 먹으며 우리가
[청년칼럼=이주호] 일단 도서관에 왔다. 핸드폰으로 뒤적뒤적 늦장을 부린다. 글을 쓰자고 왔건만 글을 쓰기까지 어떻게든 늦춘다. 친구가 한 말이 생각난다. 친구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제외한 모든 "일"이 재밌다고 한다. 그러니깐 공부하려고 앉으면 책상 정리가 재밌고, 책상 정리를 하려면 안 쓰는 펜 정리하는 게 더 재밌어지는 것같이 말이다. 어찌 됐든 어느 경우에도 책상 정리를 하다 공부가 재밌어지는 경우는 없는 것 같다.내가 꼭 저 모습이다. 글 쓰러 와서 글쓰기 빼고 다 했다. 페이스북, 인스타, 다음 카페까지 쭉
[청년칼럼=이하연] 시간이 더디게 흘러간다. 환경이 이토록 빨리 바뀐 적이 없어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주변이 낯선 것들로 뒤덮이기 시작했던 때가 언제더라.매일같이 출근했던 장소가 바뀌었다. 고민 끝에 다시 취준생의 신분으로 돌아가 이직을 준비했고 곧이어 성공했다. 전 직장과는 너무나도 다른 공간이었다. 새로운 사람들 틈에 섞여 일을 배우고 자연스럽게 젖어들었다. 적응해야 할 것 투성이었지만 그런대로 괜찮았다. 동기들과 팀원들이 큰 힘이 됐더랬지. 여러분 고마워요.휴대폰을 샀다. 고장도 안 났지만 약정도 안 끝났었다. 늘 보급형 휴
[청년칼럼=한성규] 일요일 아침 완행버스를 타고 시내로 가고 있었다. 1시간이 넘는 여정이기에 목 베개, 읽을 책 한 권까지 준비해서 느긋하게 자리에 몸을 뉘었다. 버스 기사 아저씨는 단단한 체격에 검정색 옷을 입고 검은색 선글라스까지 쓰고 있었다. 거칠어 보였다.할머니 두 분이 앞자리에서 떠들기 시작했다. 버스 기사 아저씨는 운전 중에도 신경질적으로 뒤를 몇 번이나 바라보았다. 할머니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큰 소리로 떠들어댔다. 나는 불안해졌다. 버스 기사 아저씨는 시골길에서 휙 하고 코너를 도는 등 거칠게 운전을 하기 시작했고,
[청년칼럼=신명관] SNS에서 한창 논란이 된 사진이 있었다. 여자친구가 차려준 아침상을 두고 네티즌들에게 어떤지 의견을 묻는 거였는데, 게시글을 올린 남자는 평범하다고 말했고, 여자친구는 수라상이라 했다고 한다. 나는 당연히 모든 댓글들이 여자의 편을 들어줄거라고 확신했다. 사진에는 데워진 햇반 두 개와 김치찌개, 떡갈비로 보이는 고기와 같이 튀긴걸로 보이는 마늘, 고등어구이, 계란말이, 김치 등이 놓여져 있었으니까. 그리고 생각보다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보고 놀랐다. 아니, 아침인데? 아침이라니까?요 근래 2
[청년칼럼=김우성] 나는 자가용이 없다. 그래서 멀리 이동할 때 주로 버스를 이용한다. 그동안 대수롭지 않게 버스를 타고 다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버스를 운행하는 기사님들이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든다.우선, 출발 예정 시각에 정확히 출발하는 점이 마음에 든다. 기사님은 1분도 지체하지 않고 정각에 맞춰 버스를 움직인다. 오전 5시 30분에 운행하는 첫차는 매일 그 시간에 출발한다. 운행을 펑크내거나 출발 시각에 겨우 맞춰 부랴부랴 뛰어오는 기사님은 본 적 없다. 기사님은 늘 운전석에 앉아 대기 중이고, 당장이라도 출발할 준비를 완료
"학교 다닐 때 제일 싫었던 게 가정조사였습니다. (...) 정말 질색은 부모 학력을 물어볼 때였죠. 나의 어머니는 국졸이고, 아버지는 국퇴다, 다른 아이들 앞에서 그렇게 말하는 게 너무나 싫었습니다. 그래서 대강 중졸 또는 고졸 정도로 거짓말을 하곤 했는데 그 기분이란......"여러 명사와의 인터뷰를 엮어서 낸 책 에서 본 구절이다. 2012년에 발간된 책인데, 우연한 계기에 얼마 전 읽어보게 됐다. 이 말을 한 사람은 경기고, 서울대 상과대를 졸업한 엘리트 정치인이었다. 그는 행정고시를 붙고, 미국에
“우리나라 건국 이래로 지금처럼 돈 벌기 쉬운 때가 없습니다.” 파격적인 말로 시작하는 이 영상을 보고 필자는 묘한 동기부여가 된 동시에 자괴감에 빠졌다. 돈 벌기 쉽다는데 나는 왜 이렇게 고단한 삶을 살고 있는가? 얼마 전 유투버 리섭이 업로드 한 영상은 100만 뷰를 달성하는 동시에 많은 논란을 일으키며 디지털 노마드라는 용어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말하자면 괴랄하고 오만한 발언이라 생각된다. 일하고 싶을 때 원하는 곳에서 하고 싶은 만큼만 일하는 삶을 생각해보자. 현실과 판타지 어디에 가깝게 느껴지는가? 나는 판타지에 가깝
[청년칼럼=고라니] 세계여행. 이 네 글자만 들어도 가슴 뛰던 시절이 있었다. 낯선 도시에서 듣도 보도 못한 음식을 먹을 때 가장 큰 행복을 느끼는 난 사는 게 힘들 때마다 어딘가 떠날 생각에 위안을 얻곤 했다. 에딘버러에 눌러 앉아 남성용 전통치마를 입고 거리를 활보할 거라든가, 에 나온 장소들을 영화 속 시간 순서대로 가보겠다는 꿈에 부푸는 식이었다. 얼마 전 친구 한 명이 3년 반 다닌 회사를 관두고 세계여행을 떠났다. 갑작스런 결심은 아니었다. 그는 입사할 때부터 여행경비가 모이면 바로 사표를 낼 거라 이야기하
[청년칼럼=이성훈] 인류 역사상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책을 꼽으면 아마도 삼국지일 것이다.한반도에서는 삼한의 태동이 꿈틀거리던 시절, 중국 대륙에서는 유비, 조조, 손권이라는 영웅들이 등장했다. 그 수 천 년 지난 역사가 동양에서는 ‘삼국지’, 서양에서는 ‘Three Kingdoms’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영화, 게임, 만화로 변주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본래 역사란 것이 교과서처럼 분석해 들어가면 ‘노잼’이지만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로 풀어내면 ‘꿀잼’ 콘텐츠가 된다. 버전도 다양해서 펙트기반의 덤덤한 정사 삼국지가
[청년칼럼=서은송] 얼마 전 백화점 정기교육을 받으러 H사 직원 교육장에 방문했다. 여러 백화점에서 간단한 알바를 많이 해봤던 터라 직원 교육은 여러번 받아보았지만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하는 교육은 처음이었다.간단한 소방법과 인사법을 배우는 것임을 알기에 ‘도대체 9시간 동안 뭘 가르치는 거야’ 투덜거리며 한시간 반 거리에 있는 교육장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H사가 추구하는 목표와 이미지를 보여주며 여러 광고를 보았다. 속으로는 끊임없이 앞으로 벌어질 9시간에 대해 생각했다.‘아… 회사 공부시키는 건가 보다.’그렇
살다보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다. 특히 인간관계에서 그런 일을 많이 겪는다. 나는 그 사람에게 나름대로 잘해줬다 생각했는데 나에게 무례한 행동을 할 때가 있다. 그럴 땐 그 사람이 나한테 대체 왜 그러는지 도통 이해하기 힘들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난 그렇게 호감을 표시한 적이 없는 것 같은데 나에게 이유 없이 잘 대해주는 사람도 있다. 그럴 땐 그 사람에게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이유 없이 나에게 무례한 사람을 보면 일단 불쾌한 기분이 들지만, 대체 이 사람이 나한테 왜 그럴까 이유를 찾아본다. 사람은
[청년칼럼=하늘은] 90년대 초, 모방송사 TV쇼를 통해서 몰래카메라(몰카)라는 단어가 통용되기 시작했다. 설정된 상황에 당사자만 모르게 촬영했더니 그 사람의 인간적인 면모를 가감없이 볼 수 있어서 사람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그런 반응의 이면에는 ‘누군가를 속이는 순간’이 주는 짜릿함도 있었을 것이다.1인 미디어 시대가 열린 지금, 수많은 사람들이 주변 사람들의 몰카를 방송하고 있다.‘xxx에게 죽은 척 하는 몰카’‘사기 당했다며 500만원 빌리는 몰카’‘여자친구에게 속이 안 좋다며 방귀 몰카’‘재벌3세 흉내 내기 몰카’‘
[청년칼럼=이광호] 세상은 나 없이도 잘 굴러갔기에, 내 자리를 유지하려면 나도 데굴데굴 함께 굴러야 했다. 자전하는 지구와 함께 떽데구루루. 제자리를 지키기 위해 하루 종일 굴러야 하는 삶이었다. 하루 종일 열심히 구르고 집에 돌아와 정신을 차려보면 세상은 제자리. 그나마 그건 열심히 굴렀을 때 이야기다. 게으름을 피우거나 몸이 아파 쉬어버린 날엔 지구가 나보다 한 바퀴 더 굴러가 있는 것 같아 ‘내일은 더 열심히 해서 두 바퀴를 굴러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렇게 떽데구루루루, 떽떼구루루루 두 바퀴를 구르고 오면 뿌듯함을 느끼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