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칼럼=최미주] “바로 그거야. 나는 그 사람이 부르면 언제든 달려갈 준비가 됐는데 상대는 아니라는 거. 나도 일하고 당연히 똑같이 피곤하지. 나라고 안 쉬고 싶겠냐? 그래도 보고 싶으니까 주말마다 고속버스 타는 게 행복하더라.”올해 설날, 작년부터 연애 시작한 친구에게 들은 말이다. 고향 떠나 가족, 친구도 자주 못보고 타지에 혼자 있는 친구라 신경이 쓰였다. 외로움 많이 타는 그녀에게 남자친구라도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힘들어 하고 있다니 맘이 편치 않았다.고등학교 때 같은 학교, 학원을 다니면서 서로에 대해 모르
[청년칼럼=김봉성] 비만은 생활에서 왔으므로 해결책도 생활에 있다. 생활이 아닌 방편들은 비만에 맞서기 허약(虛弱)하다. OO다이어트, XX요법, △△약 등은 요요를 동반하는 허약(虛藥)으로 귀결된다. 무엇을 하든 우리는 생활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내가 비만이라면 내 생활이 비만한 것이고, 내 생활이 비만이어서 내 영혼의 한 부분이 고장 난 것이다. 나는 의지박약이다.신은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었지만 적당히 주다 말았다. 어느새 다이어트의 목적이 미용이 아닌 노화방지가 되었음에도 매일 아침 시작했다가 저녁에 파기되는 패턴에 익숙해졌
[청년칼럼=이루나] 친척 결혼식 참석을 위해 고향인 부산에 가게 되었다. 장거리를 운전해서 가는데 결혼식만 보고 오기가 아쉬웠다. 부모님과 함께 외도에 다녀오는 1박 2일 일정을 급하게 짰다. 외도는 거제도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외딴 섬이다. 왕복 뱃삯에, 입장료도 따로 있고, 게다가 관람 제한 시간마저 있다. 아주 콧대 높은 갑님이다. 음식물 반입도 되지 않는다. 놀러 가는 게 아니라 귀한 분을 영접하러 가는 분위기다. 어떤 녀석인지 꼭 한번 보고 싶은 오기가 생긴다.부산에서 거제도로 가는 길은 거가대교로 매우 편리해졌다.
필환경. 참 예쁘고 멋진 말이다.필환경의 ‘필’은 ‘반드시 필(必)’이다. ‘친환경’을 넘어서 ‘필환경’, 즉 환경보호에 대한 적극적인 노력이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조건이 됐다는 의미이다. 기존에 많이 쓰던 표현인 ‘친(親)환경’이 권장 혹은 선호 정도의 개념이었다면, 필환경은 의무이자 우리 모두의 과제로 격상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여러 분야의 기업에서도 이 ‘필환경’의 중요성을 주목하며 다양한 그린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있다. 한 홈쇼핑 회사는 비닐 테이프가 필요 없는 친환경 배송 상자를 도입하기로 했다. 테이프가 있어야 단단
“너 이거 기억나니?”장마 직전의 새벽은 스산했다. 불면으로 얼룩진 베갯머리가 짜증스러워질 무렵, 엄마는 뜬금없이 사진 한 장을 전송해왔다. 구겨진 지퍼백에 터지도록 담긴 50개 가량의 편지 뭉치 두개를 나는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 5년 전 군대 시절, 당신과 내가 주고받은 손편지들이었다.아들의 훈련소 입소를 앞둔 어느 엄마가 심난하지 않겠느냐마는 정작 당신의 좌절은 다른데서 왔다. 바로 입영 대상자는 훈련소에 종교 서적을 제외한 그 어떤 책도 반입할 수 없다는 규정이 그것이었다. “우리 애는 책을 읽어야 되는데...” 우리 아들
정답과 오답 사이 얼마 전, 갑자기 아버지가 내게 공무원이 되라고 했다. 정확히는 돈 대줄 테니 공무원 학원 다닐 생각이 없냐는 제안이었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던 차에 허무해지는 말을 들으니, 웃음이 먼저 새어 나왔다. 나는 내가 왜 공무원이 되어야 하냐고, 나는 시나리오와 영화를 전공했다고 반문했다. 아버지는 그래도 공무원이 되라고 했다. 글 쓰면서 공무원 준비도 하라는 것이다.말은 쉽다. 하지만 선택과 집중을 해도 능력 부족에 시달리는 내게 ‘갑자기 분위기 공무원’이라니. 다들 목숨 걸고 공무원이 되려는 시대에 그게 말처럼
[청년칼럼=이주호] 여태껏 나는 이렇다 할 선배를 만난 적이 없다.20대 초반에 방황을 했다. 학교는 불만족스러웠고 내 주변은 엉터리 같았다. 누군가 대화 나눌 사람이 필요했다. 너무 진지하진 않지만 또 실없진 않는 대화 말이다.지난 주말 EPL 하이라이트 얘기는 고등학교 때 질리도록 했다. 이젠 그보다 조금 큰 대화를 하고 싶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민주주의 비슷한, 혹은 뉴스에 나오는 얘기들, 많이 양보해서 읽고 있는 책 정도. 하지만 주변엔 시시한 사람들뿐이었다.내가 적극적이지 못했을 수도 있다. 내 삶은 언제나 그래왔으니깐.
[청년칼럼=한성규] 대한민국 대기업 10곳 중 7곳이 이제야 일과 생활의 균형을 위한 워라벨 제도를 확대했단다. 이와 함께 업무 효율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근무시간 관리제도까지 도입했단다.내가 근무하던 뉴질랜드 정부는 워라벨이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정착되어 있었고, 근무시간 관리 제도나 유연근무제도도 내가 입부하기 전부터 시행하고 있었다. 퇴직이 얼마 안남은 60, 70대 선배들에 따르면 자기들이 일을 시작했을 때는 하루걸러 하루 일하자는 논의까지 있었단다. 요즘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하여간 워라벨은 확실히 보장되어 있었다.
[청년칼럼=김우성] 얼마 전 과외를 시작했다. 여섯 살 아이에게 영어회화를 가르친다. 가르친다기보다는 같이 논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책상에 앉아 교재를 보면서 공부하는 게 아니라 함께 그림 그리고, 퍼즐 맞추고, 장난감을 손에 쥐면서 대화를 하니까. 솔직히 책상에 얌전히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면 좋으련만, 아이는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방 안을 뛰어다니기 바쁘다. 책을 읽어주려고 앉히면 금세 일어나 침대 위로 올라가있다. 뒤따라 잡으러 가면 아이는 미꾸라지처럼 이리저리 빠져나간다. 어느새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청년칼럼=고라니] 우리 회사에 두꺼비를 닮은 임원이 새로 왔다. 작년 말 임명된 외부 출신 변호사인데 동글동글한 외모에 항상 웃는 얼굴이 호감형인 사람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이 분에 대한 안 좋은 평이 점점 늘었다. 고집이 세고, 매번 강제로 점심을 같이 먹어야 하는데다가, 월급은 제일 많이 받으면서 아랫사람한테 커피를 얻어먹는다는 등의 이야기였다. 그 밑에서 일하는 동기의 불평불만을 들으며 ‘첫인상이랑 많이 다른가보네.’ 싶었는데, 우리 팀 소관 임원이 갑작스레 퇴직하며 나도 이 분 밑에서 잠시 일하게 됐다. 세간의 평가
[청년칼럼=신영준] 어느 날 메일이 한 통 왔다. 오피니언타임스에 자영업자의 삶을 주제로 쓴 칼럼을 보신 tbs 교양프로그램 tv민생연구소 작가님의 인터뷰 요청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가벼운 전화통화로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고 섭외제의를 해주셨다. 하지만 이야기가 끝난 뒤 내가 서울이 아닌 지방에 산다는 것을 알게 되자 약간 주춤했다. 생각을 해봐야겠다는 말로 통화가 끝이 났다. 지방에 산다는 이유로 좋은 기회가 날아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연락이 왔다는 것만으로도 신선한 경험이지 하며 그냥 넘겼다.그래도 아쉬움이 남아서 인터넷으로 방송국과
[청년칼럼=하늘은] 영화 기생충(봉준호, 2019)은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대상격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100주년을 맞은 한국영화의 위대함에 심사위원들은 만장일치로 박수를 보냈다. 나 또한 박수를 보태기 위해 얼마 전 영화관에서 기생충을 관람했다. 기생충이라는 영화는 부자와 빈자의 일상을 블랙코미디 형식으로 그려낸 드라마다. 빈자의 움직임, 표정, 냄새, 그리고 부자의 걸음걸이, 말투, 소품. 131분간 쏟아진 콘텐츠의 핵심은 ‘디테일’이었다. 봉준호 감독은 이 땅의 모든 관람객들을 만족시키겠다는 원대한 목표가 있었던 것일까
[청년칼럼=최미주] 종이컵 두 개와 실로 전화기를 만들어 본 적 있나요? 종이 끝에 구멍 뚫고 실을 연결하면 간단하게 전화기 하나가 만들어집니다. 종이컵 한 짝은 내 귀, 나머지는 친구 입에 대고 줄을 팽팽하게 잡아당긴 후 하고 싶은 말을 주고받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친구의 말이 잘 안 들리기 시작합니다. 짓궂은 친구가 손으로 실을 잡아 전달을 막았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친구의 마음까지 전달되지 않는 건 아니에요. 함께 노는 게 뭐가 그리 좋은지 실을 잡은 친구가 히죽히죽 웃고 있던 기억이 납니다.친구와 유선 이어폰 한 짝씩 나눠
“쌤, 이거 왜 배워야 하죠?”25년 전 내 질문에, 선생님은 대답했다. 다 배워보면 알 거라고, 나이 들면 알 거라고. 그러나 그 선생님의 나이가 되어서도 모르겠다. 수학은 수능 직후 인수분해 되었고, 나는 시는커녕 소설도 감상할 줄 모르는 어른이 되었다.내 학생들도 그 시절 나처럼 물었다. 나는 이제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대학가려고.”짧막한 한 마디면, 학생들은 납득했다.“꼬우면 자퇴하고 엄마한테 건물 하나 사달라고 하든가.”쐐기를 박았다. 학생들은 꼼짝하지 못했다. 인성교육, 전인교육은 말뿐이었다. 내 선배들의 시절부터 지
“태어난 게 목적이야. 목적을 다 했어.”이 말을 듣고 머리가 띵했다.그는 이어서 말했다. “그럼 지금 살고 있는 우리 시간은 뭐냐고? 신이 우리를 예뻐해서 우리한테 윙크를 하면서 보내준 보너스 게임이야.”소명, 어떤 쓰임새…그런 말보다 태어난 게 목적이고 우린 그 목적을 다했다는 것.처음 들어본 어법이었다. 굉장히 신선했다.그는 “언제부터인지 주위에 ‘다 됐으니깐 아프지만 마’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그나마 그가 청년들에게 아프지만 말고, 오늘로도 충분하다고 말해주곤 했었다.뮤지션, 논객, 그리고
[청년칼럼=이루나] 서둘러 업무를 마무리하고 건대 입구로 향했다. 다음날 공휴일이라 인근 술집은 떠들썩한 분위기였다. 기름진 삼겹살 냄새와 술잔 부딪치는 소리를 애써 외면하고 캠퍼스 안으로 들어섰다. 저녁을 건너뛰고 발길을 재촉한 덕분에 제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한적한 캠퍼스 분위기와 달리 지하 공간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어수선했다. 출발 시각이 임박한 공항의 여행객들처럼 한 옥타브 올라간 재잘거림이 쉴 새 없이 오갔다. 서둘러 티켓을 받고 자리에 앉았다. 이윽고 큰 박수와 함께 반 백발의 강연자가 등장했다. 유홍준 선생님과의
‘대학가요제에 참여하려 한다. 곡은 이미 나왔다. 그런데 멤버 하나가 부족하다. 원래 있던 기타리스트가 베이스를 치겠다고 하니 기타를 쳐 달라.’이런 부탁을 받았는데 거절했다. 오랫동안 기타를 안 치기도 했고, 주야장천 펑크만 해서 다른 장르는 쳐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난 매정하지 못했다. 곡을 쓴 친구에게 빚이 있었다. 몇 년 전 무대를 함께 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는데, 공연을 얼마 앞두고 간 락페스티벌에서 뛰어놀다 다리가 부러져 펑크를 내버린 것. (▷관련기사: 오른발잡이의 왼발훈련기) 그 이야기를 꺼내려 하기에 급히 입을 막았
[청년칼럼=시언] 내가 사는 ‘관악구 고시촌’에는 토킹바(Talking Bar)가 많다. 다른 동네에선 동에 하나도 찾기 힘들지만, 이곳엔 한 블록당 몇 개씩 있기도 하다. 바들은 주로 오후 10시쯤 가게 문을 여는데, 새벽 4시 장사 종료 전까지 2~30대 남자들이 하나 둘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온다. 고객들은 젊은 바텐더들과 맥주나 양주를 사이에 둔 채 대화를 나눈다. 터치 등 퇴폐적인 요소는 없다. 물론 바텐더들은 대부분 가명을 사용하며 근속 기간도 짧다.하루는 예비 취재 차 바 2~3곳을 돌며 바텐더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다녔다
[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그레이 크러시! 걸 크러시는 들어봤지만, 그레이 크러시는 어쩐지 좀 낯설다.최근 멋쟁이 할아버지, 할머니가 늘어나면서 ‘그레이 크러시’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걸 크러시(Girl Crush)’가 어떤 여성을 동경하거나 선망하는 마음을 일컫는다면, ‘그레이 크러시’는 멋진 시니어 라이프를 영위하는 사람에 대한 찬사와 응원을 가리킨다.‘그레이네상스(Greynaissance)’라는 말과도 맥이 닿아 있다. 머리가 세거나 노인을 의미하는 ‘그레이(Grey)’와 전성기, 부흥을 뜻하는 ‘르네상스(Renaissance)
[청년칼럼=김동진]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지난 1995년 검찰이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기소할 수 없다며 내세운 논리였다. 이 말은 아무리 불법을 저질러도, 심지어 국가에 반역 행위를 해도 성공만 하면 된다는 말처럼 들린다. 지금까지의 우리 사회는 실제로 그랬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건 상식 수준이었지만 그는 대통령이었고 검찰은 면죄부를 줬다. 대통령에서 물러나고 정권 교체가 되자 그는 똑같은 혐의로 구속됐다. 그때의 검찰은 틀렸고 지금의 검찰은 맞는 것인가.성공한, 혹은 성공할 가능성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