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건국 이래로 지금처럼 돈 벌기 쉬운 때가 없습니다.” 파격적인 말로 시작하는 이 영상을 보고 필자는 묘한 동기부여가 된 동시에 자괴감에 빠졌다. 돈 벌기 쉽다는데 나는 왜 이렇게 고단한 삶을 살고 있는가? 얼마 전 유투버 리섭이 업로드 한 영상은 100만 뷰를 달성하는 동시에 많은 논란을 일으키며 디지털 노마드라는 용어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말하자면 괴랄하고 오만한 발언이라 생각된다. 일하고 싶을 때 원하는 곳에서 하고 싶은 만큼만 일하는 삶을 생각해보자. 현실과 판타지 어디에 가깝게 느껴지는가? 나는 판타지에 가깝
[청년칼럼=고라니] 세계여행. 이 네 글자만 들어도 가슴 뛰던 시절이 있었다. 낯선 도시에서 듣도 보도 못한 음식을 먹을 때 가장 큰 행복을 느끼는 난 사는 게 힘들 때마다 어딘가 떠날 생각에 위안을 얻곤 했다. 에딘버러에 눌러 앉아 남성용 전통치마를 입고 거리를 활보할 거라든가, 에 나온 장소들을 영화 속 시간 순서대로 가보겠다는 꿈에 부푸는 식이었다. 얼마 전 친구 한 명이 3년 반 다닌 회사를 관두고 세계여행을 떠났다. 갑작스런 결심은 아니었다. 그는 입사할 때부터 여행경비가 모이면 바로 사표를 낼 거라 이야기하
[청년칼럼=이성훈] 인류 역사상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책을 꼽으면 아마도 삼국지일 것이다.한반도에서는 삼한의 태동이 꿈틀거리던 시절, 중국 대륙에서는 유비, 조조, 손권이라는 영웅들이 등장했다. 그 수 천 년 지난 역사가 동양에서는 ‘삼국지’, 서양에서는 ‘Three Kingdoms’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영화, 게임, 만화로 변주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본래 역사란 것이 교과서처럼 분석해 들어가면 ‘노잼’이지만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로 풀어내면 ‘꿀잼’ 콘텐츠가 된다. 버전도 다양해서 펙트기반의 덤덤한 정사 삼국지가
[청년칼럼=서은송] 얼마 전 백화점 정기교육을 받으러 H사 직원 교육장에 방문했다. 여러 백화점에서 간단한 알바를 많이 해봤던 터라 직원 교육은 여러번 받아보았지만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하는 교육은 처음이었다.간단한 소방법과 인사법을 배우는 것임을 알기에 ‘도대체 9시간 동안 뭘 가르치는 거야’ 투덜거리며 한시간 반 거리에 있는 교육장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H사가 추구하는 목표와 이미지를 보여주며 여러 광고를 보았다. 속으로는 끊임없이 앞으로 벌어질 9시간에 대해 생각했다.‘아… 회사 공부시키는 건가 보다.’그렇
살다보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다. 특히 인간관계에서 그런 일을 많이 겪는다. 나는 그 사람에게 나름대로 잘해줬다 생각했는데 나에게 무례한 행동을 할 때가 있다. 그럴 땐 그 사람이 나한테 대체 왜 그러는지 도통 이해하기 힘들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난 그렇게 호감을 표시한 적이 없는 것 같은데 나에게 이유 없이 잘 대해주는 사람도 있다. 그럴 땐 그 사람에게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이유 없이 나에게 무례한 사람을 보면 일단 불쾌한 기분이 들지만, 대체 이 사람이 나한테 왜 그럴까 이유를 찾아본다. 사람은
[청년칼럼=하늘은] 90년대 초, 모방송사 TV쇼를 통해서 몰래카메라(몰카)라는 단어가 통용되기 시작했다. 설정된 상황에 당사자만 모르게 촬영했더니 그 사람의 인간적인 면모를 가감없이 볼 수 있어서 사람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그런 반응의 이면에는 ‘누군가를 속이는 순간’이 주는 짜릿함도 있었을 것이다.1인 미디어 시대가 열린 지금, 수많은 사람들이 주변 사람들의 몰카를 방송하고 있다.‘xxx에게 죽은 척 하는 몰카’‘사기 당했다며 500만원 빌리는 몰카’‘여자친구에게 속이 안 좋다며 방귀 몰카’‘재벌3세 흉내 내기 몰카’‘
[청년칼럼=이광호] 세상은 나 없이도 잘 굴러갔기에, 내 자리를 유지하려면 나도 데굴데굴 함께 굴러야 했다. 자전하는 지구와 함께 떽데구루루. 제자리를 지키기 위해 하루 종일 굴러야 하는 삶이었다. 하루 종일 열심히 구르고 집에 돌아와 정신을 차려보면 세상은 제자리. 그나마 그건 열심히 굴렀을 때 이야기다. 게으름을 피우거나 몸이 아파 쉬어버린 날엔 지구가 나보다 한 바퀴 더 굴러가 있는 것 같아 ‘내일은 더 열심히 해서 두 바퀴를 굴러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렇게 떽데구루루루, 떽떼구루루루 두 바퀴를 구르고 오면 뿌듯함을 느끼기도
[청년칼럼=최미주] “바로 그거야. 나는 그 사람이 부르면 언제든 달려갈 준비가 됐는데 상대는 아니라는 거. 나도 일하고 당연히 똑같이 피곤하지. 나라고 안 쉬고 싶겠냐? 그래도 보고 싶으니까 주말마다 고속버스 타는 게 행복하더라.”올해 설날, 작년부터 연애 시작한 친구에게 들은 말이다. 고향 떠나 가족, 친구도 자주 못보고 타지에 혼자 있는 친구라 신경이 쓰였다. 외로움 많이 타는 그녀에게 남자친구라도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힘들어 하고 있다니 맘이 편치 않았다.고등학교 때 같은 학교, 학원을 다니면서 서로에 대해 모르
[청년칼럼=김봉성] 비만은 생활에서 왔으므로 해결책도 생활에 있다. 생활이 아닌 방편들은 비만에 맞서기 허약(虛弱)하다. OO다이어트, XX요법, △△약 등은 요요를 동반하는 허약(虛藥)으로 귀결된다. 무엇을 하든 우리는 생활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내가 비만이라면 내 생활이 비만한 것이고, 내 생활이 비만이어서 내 영혼의 한 부분이 고장 난 것이다. 나는 의지박약이다.신은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었지만 적당히 주다 말았다. 어느새 다이어트의 목적이 미용이 아닌 노화방지가 되었음에도 매일 아침 시작했다가 저녁에 파기되는 패턴에 익숙해졌
[청년칼럼=이루나] 친척 결혼식 참석을 위해 고향인 부산에 가게 되었다. 장거리를 운전해서 가는데 결혼식만 보고 오기가 아쉬웠다. 부모님과 함께 외도에 다녀오는 1박 2일 일정을 급하게 짰다. 외도는 거제도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외딴 섬이다. 왕복 뱃삯에, 입장료도 따로 있고, 게다가 관람 제한 시간마저 있다. 아주 콧대 높은 갑님이다. 음식물 반입도 되지 않는다. 놀러 가는 게 아니라 귀한 분을 영접하러 가는 분위기다. 어떤 녀석인지 꼭 한번 보고 싶은 오기가 생긴다.부산에서 거제도로 가는 길은 거가대교로 매우 편리해졌다.
필환경. 참 예쁘고 멋진 말이다.필환경의 ‘필’은 ‘반드시 필(必)’이다. ‘친환경’을 넘어서 ‘필환경’, 즉 환경보호에 대한 적극적인 노력이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조건이 됐다는 의미이다. 기존에 많이 쓰던 표현인 ‘친(親)환경’이 권장 혹은 선호 정도의 개념이었다면, 필환경은 의무이자 우리 모두의 과제로 격상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여러 분야의 기업에서도 이 ‘필환경’의 중요성을 주목하며 다양한 그린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있다. 한 홈쇼핑 회사는 비닐 테이프가 필요 없는 친환경 배송 상자를 도입하기로 했다. 테이프가 있어야 단단
“너 이거 기억나니?”장마 직전의 새벽은 스산했다. 불면으로 얼룩진 베갯머리가 짜증스러워질 무렵, 엄마는 뜬금없이 사진 한 장을 전송해왔다. 구겨진 지퍼백에 터지도록 담긴 50개 가량의 편지 뭉치 두개를 나는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 5년 전 군대 시절, 당신과 내가 주고받은 손편지들이었다.아들의 훈련소 입소를 앞둔 어느 엄마가 심난하지 않겠느냐마는 정작 당신의 좌절은 다른데서 왔다. 바로 입영 대상자는 훈련소에 종교 서적을 제외한 그 어떤 책도 반입할 수 없다는 규정이 그것이었다. “우리 애는 책을 읽어야 되는데...” 우리 아들
정답과 오답 사이 얼마 전, 갑자기 아버지가 내게 공무원이 되라고 했다. 정확히는 돈 대줄 테니 공무원 학원 다닐 생각이 없냐는 제안이었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던 차에 허무해지는 말을 들으니, 웃음이 먼저 새어 나왔다. 나는 내가 왜 공무원이 되어야 하냐고, 나는 시나리오와 영화를 전공했다고 반문했다. 아버지는 그래도 공무원이 되라고 했다. 글 쓰면서 공무원 준비도 하라는 것이다.말은 쉽다. 하지만 선택과 집중을 해도 능력 부족에 시달리는 내게 ‘갑자기 분위기 공무원’이라니. 다들 목숨 걸고 공무원이 되려는 시대에 그게 말처럼
[청년칼럼=이주호] 여태껏 나는 이렇다 할 선배를 만난 적이 없다.20대 초반에 방황을 했다. 학교는 불만족스러웠고 내 주변은 엉터리 같았다. 누군가 대화 나눌 사람이 필요했다. 너무 진지하진 않지만 또 실없진 않는 대화 말이다.지난 주말 EPL 하이라이트 얘기는 고등학교 때 질리도록 했다. 이젠 그보다 조금 큰 대화를 하고 싶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민주주의 비슷한, 혹은 뉴스에 나오는 얘기들, 많이 양보해서 읽고 있는 책 정도. 하지만 주변엔 시시한 사람들뿐이었다.내가 적극적이지 못했을 수도 있다. 내 삶은 언제나 그래왔으니깐.
[청년칼럼=한성규] 대한민국 대기업 10곳 중 7곳이 이제야 일과 생활의 균형을 위한 워라벨 제도를 확대했단다. 이와 함께 업무 효율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근무시간 관리제도까지 도입했단다.내가 근무하던 뉴질랜드 정부는 워라벨이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정착되어 있었고, 근무시간 관리 제도나 유연근무제도도 내가 입부하기 전부터 시행하고 있었다. 퇴직이 얼마 안남은 60, 70대 선배들에 따르면 자기들이 일을 시작했을 때는 하루걸러 하루 일하자는 논의까지 있었단다. 요즘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하여간 워라벨은 확실히 보장되어 있었다.
[청년칼럼=김우성] 얼마 전 과외를 시작했다. 여섯 살 아이에게 영어회화를 가르친다. 가르친다기보다는 같이 논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책상에 앉아 교재를 보면서 공부하는 게 아니라 함께 그림 그리고, 퍼즐 맞추고, 장난감을 손에 쥐면서 대화를 하니까. 솔직히 책상에 얌전히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면 좋으련만, 아이는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방 안을 뛰어다니기 바쁘다. 책을 읽어주려고 앉히면 금세 일어나 침대 위로 올라가있다. 뒤따라 잡으러 가면 아이는 미꾸라지처럼 이리저리 빠져나간다. 어느새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청년칼럼=고라니] 우리 회사에 두꺼비를 닮은 임원이 새로 왔다. 작년 말 임명된 외부 출신 변호사인데 동글동글한 외모에 항상 웃는 얼굴이 호감형인 사람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이 분에 대한 안 좋은 평이 점점 늘었다. 고집이 세고, 매번 강제로 점심을 같이 먹어야 하는데다가, 월급은 제일 많이 받으면서 아랫사람한테 커피를 얻어먹는다는 등의 이야기였다. 그 밑에서 일하는 동기의 불평불만을 들으며 ‘첫인상이랑 많이 다른가보네.’ 싶었는데, 우리 팀 소관 임원이 갑작스레 퇴직하며 나도 이 분 밑에서 잠시 일하게 됐다. 세간의 평가
[청년칼럼=신영준] 어느 날 메일이 한 통 왔다. 오피니언타임스에 자영업자의 삶을 주제로 쓴 칼럼을 보신 tbs 교양프로그램 tv민생연구소 작가님의 인터뷰 요청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가벼운 전화통화로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고 섭외제의를 해주셨다. 하지만 이야기가 끝난 뒤 내가 서울이 아닌 지방에 산다는 것을 알게 되자 약간 주춤했다. 생각을 해봐야겠다는 말로 통화가 끝이 났다. 지방에 산다는 이유로 좋은 기회가 날아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연락이 왔다는 것만으로도 신선한 경험이지 하며 그냥 넘겼다.그래도 아쉬움이 남아서 인터넷으로 방송국과
[청년칼럼=하늘은] 영화 기생충(봉준호, 2019)은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대상격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100주년을 맞은 한국영화의 위대함에 심사위원들은 만장일치로 박수를 보냈다. 나 또한 박수를 보태기 위해 얼마 전 영화관에서 기생충을 관람했다. 기생충이라는 영화는 부자와 빈자의 일상을 블랙코미디 형식으로 그려낸 드라마다. 빈자의 움직임, 표정, 냄새, 그리고 부자의 걸음걸이, 말투, 소품. 131분간 쏟아진 콘텐츠의 핵심은 ‘디테일’이었다. 봉준호 감독은 이 땅의 모든 관람객들을 만족시키겠다는 원대한 목표가 있었던 것일까
[청년칼럼=최미주] 종이컵 두 개와 실로 전화기를 만들어 본 적 있나요? 종이 끝에 구멍 뚫고 실을 연결하면 간단하게 전화기 하나가 만들어집니다. 종이컵 한 짝은 내 귀, 나머지는 친구 입에 대고 줄을 팽팽하게 잡아당긴 후 하고 싶은 말을 주고받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친구의 말이 잘 안 들리기 시작합니다. 짓궂은 친구가 손으로 실을 잡아 전달을 막았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친구의 마음까지 전달되지 않는 건 아니에요. 함께 노는 게 뭐가 그리 좋은지 실을 잡은 친구가 히죽히죽 웃고 있던 기억이 납니다.친구와 유선 이어폰 한 짝씩 나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