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칼럼=시언] 진주 아파트 참사 이후 주요 뉴스들은 정신질환자 관련 범죄를 앞다퉈 보도했다. 어떤 정신병자는 칼로 옆방에 살던 고시원 입주자를 찔렀다고 하고, 또 다른 정신병자는 누가 날 해치려 한다는 환청에 홀려 앞동 주민을 폭행했다고 한다. 소식을 전하는 앵커의 목소리는 일견 객관적이고 공정해 보인다.그러나 뉴스가 끝난 후 시청자들의 뇌리엔 ‘저런 미친놈들과 우리가 같이 산다니’라는 비이성적 공포와 ‘저런 놈들 잡아다 안 가두고 뭐하는 거야’라는 분노가 각인된다. 주요 일간지 온라인뉴스부에서 6개월
[청년칼럼=김동진] 트위터에서 어떤 글을 보았다. 남편과 함께 시부모님을 모시고 식사를 하러 감자탕집에 갔는데 주문한 음식이 나오는 순간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화장실 좀 같이 가자고 하더란다. 굳이 같이 갈 필요가 있나 싶었지만 따라가서 볼일을 마치고 나오는데 이번에는 어머니가 잠깐 이야기를 하자며 빈 테이블에 앉아서 별 의미 없는 이야기를 늘어놓으셨다. 긴 이야기가 끝나고 자리로 돌아가니, 이미 시아버지와 남편은 식사를 끝낸 상태였다. 화가 난 며느리가 추가 주문을 하려고 하자 시어머니는 굳이 그럴 필요가 있냐고, 남은 거 먹고
집도 외롭다혼자 있는 집에 들어선다. 집도 혼자 나도 혼자다. 집은 영원히 이 자리에서 혼자 있을 것이고 나는 혼자서 쏘다니고 혼자서 집과 함께 머문다. 집이 아무리 내 바깥을 둘러싸고 있어도 집도, 나도 영원히 혼자일 것 같다. 집은 가족이 있어야 채울 수 있는 것일까.원룸에 살다 보면 집이라는 것의 정의에 대해서 의문을 갖게 된다. 내가 집이라고 믿었던 것들은 방문을 열고 나갔을 때 또 열 수 있는 문이 있는 무언가였다. 그러나 이 코딱지만 한 원룸에서 방문을 열고 나갔을 때 있는 것은 바깥이다.어느새 1인 가구라는 어색한 말이
[청년칼럼=김연수] 몇 해 전부터 치료법을 알 수 없는 병에 걸린 것만 같다. 요즘 나를 괴롭게 하는 이것을 사람들은 흔히 ‘결정 장애’, ‘선택 장애’라고 부르곤 한다. 결정 장애란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것을 말한다. 더불어 일정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결정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며 그 정도가 심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나뿐만 아니라 주변에는 이것을 앓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은데 경과가 좋아지거나 회복되는 사례를 보기 힘들다. 물론 이걸 꼭 좋은 방향으로 바꿔나가야 할 필요성을 느끼
[청년칼럼=한성규] 참 이상했다. 똑같은 일인데도 같이 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나는 잘하기도 하고, 못하기도 했다. 직장에서도, 놀 때도 마찬가지였다. 공을 찰 때도 나와 코드가 맞는 사람들과 같이하면 날카로운 패스와 정교한 슛이 나오는 반면에, 나와 안 맞는 사람이 있는 날은 여지없이 똥볼이 나왔다.직장에서는 꼭 한 명씩 마음에 들지 않는 인간이 있었다. 학교에 다닐 때도 마찬가지였다. 꼴 보기 싫은 인간이 한 반에 꼭 한 명씩은 있었다. 그때는 몰랐다. 아니, 좋은 직장을 잡기 위해 공부를 하느라, 돈을 버느라 참았다. 내가
[청년칼럼=이명렬] 아이를 키우다 보면 새로운 공간 개념과 맞닥뜨리게 된다. 아이를 데리고 갈 수 있는 곳과 갈 수 없는 공간을 이분법으로 명확히 나눌 수 있게 된다. 젊은이들이 넘치는 술집이나, 아이가 먹기 힘든 매운 음식을 파는 음식점은 방문을 꺼리게 된다. 주차가 되지 않거나 한참을 줄을 서고 기다려야 하는 맛집도 방문하기 어렵다. 결국 아이와 함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을 굳이 찾아 나서게 된다.이런 부모의 욕구를 한 번에 해결해주는 곳이 바로 키즈카페다. 트램펄린, 블록 장난감, 카트, 볼풀 등 아이들이 흥미로워하는 다
[청년칼럼=신영준] TV조선에서 방영중인 트로트오디션 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트롯’이 지난 18일 전국 시청률 12.9%를 돌파하며 종편 예능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11일 11.9%라는 대기록을 일주일 만에 또 갈아치운 것이다. 연일 화제가 되었던 ‘프로듀스 101’이 결국 시청률 5%의 벽을 넘지 못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둔 것이다. 이미 방영되었던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과 어떤 점이 달랐기에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것일까? 먼저 참가자들 중 지원이, 숙행 등 몇 명을 제외하곤 거의
[청년칼럼=이성훈] 지난 4월 16일, 세월호 기억교실을 찾아갔다.미안한 말이지만 솔직히 지겨웠다. ‘세월호’, ‘4월16일’ 그리고 노란 리본이란 단어가. 뉴스에서 너무 많이 보고 들었다. 유튜브 속에서 조명하는 세월호도 마찬가지여서 복사해서 붙인 듯한 뉴스영상들에 나는 무뎌졌고, 이미 볼 것 다 봤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더 질리기 전에 만나보고 싶었다. 직접 안산을 찾아가면 다르지 않을까. 그렇게 경기도 안산의 ‘4.16 기억교실’을 찾아갔다. 지하철 차창 밖으로 새하얀 벚꽃나무들이 마지막 꽃잎까지 틔우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청년칼럼=김우성] 어느 중학교 앞을 지나쳤다. 교복 입은 아이들이 걸어 나왔다. 수업이 다 끝났나보다. 친구들에게 농담 건네며 키득거리는 아이, 떡볶이 컵을 손에 쥐고 가는 아이, 휴대폰 들여다보는 아이. 여러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10년 전에는 나도 중학생이었는데... 이들에겐 내가 아저씨로 보이겠지?아이들 표정이 밝았다. 주말을 하루 앞둔 금요일이라서 그랬을까. 사는데 큰 문제가 없어서일까. 나도 10년 전 저런 표정으로 살았었나? 나는 중학생 시절을 어떻게 보냈지? 10년 전 내 꿈은 프로 테니
[청년칼럼=고라니] 그 때 그 귀여운 아저씨는 신도림역 9-4번 플랫폼에 서 있었다. 늦은 저녁, 동인천행 급행열차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저 멀리 누군가 양 팔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자세히 보니 중년의 아저씨가 셀카를 찍고 있는 모습이었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멋쩍었는지 아저씨는 곧장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잠시 후 열차가 도착했고, 아저씨는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사라졌다. 핸드폰 화면에 담겨있던 그의 푸근한 표정이 떠오르며 집에 가는 내내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사실 얼마 전에도 비슷한 느낌을 받은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추억과 욕정을 뒤섞고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T.S 앨리엇 일부.4월이 오면4월을 맞이하며 무척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왜일까 하고 깊게 생각해도 도무지 답이 안나왔다.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는 T.S 엘리엇의 시구가 오랫동안 머릿속을 맴돌고, 만우절 장난도 재미없게 느껴졌다.문득 달력을 보고 불편함의 근원이 뭔지 깨달았다. 4월 16일이라는 날짜는 바로 그날이었다. 잊을 수 없는 슬픔의 날.2년 전 쯤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게시글
[청년칼럼=이광호] 우연히 발견한 이름. 혹시나 싶어 클릭해봤더니 예상이 맞았다. 필자가 졸업한 고등학교 국어 교사의 글이었다. 야자시간에 관한 내용이었다. 교사의 눈으로 본 야자시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전히 학생들은 잠을 자거나, 핸드폰을 하거나, 낙서를 하고 있었다.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도 물론 있었다. 미술 교사는 그런 학생들의 모습을 그려 글 사이에 넣었다. 두 교사의 공동 작업이었다. 그 글은 ‘노력’과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아이들에게 강요한 시간은 무의미한 시간이 아니라 가엾은 시간이라고 말하며 끝이 났다.
“네가 들으면 깜짝 놀랄만한 얘기를 들려주마. 나는 별일없이 산다 뭐 별다른 걱정 없다.” 장기하 - 별일 없이 산다3년간의 우울증이 끝났다. 16,17,18년도를 갉아먹었으니 길고도 길었다. 내가 요즘 행복하게 산다고 하면 다들 말한다. “니가 조교가 끝나서 그래.”그렇게 말하는 이유야 알고 있다. 나는 학사조교를 하는 1년 동안 정말로 힘들어했으니까. 학기 초에 인수인계를 제대로 받지 못해서 벌어졌던 해프닝부터 시작해서, 복잡한 일이 벌어지자 “그럼 진즉에 처신을 잘했어야죠”라며 내게 따지던 여직원, 별 짓도 하지 않았는데 날
[청년칼럼=최미주] 새 학기가 시작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습니다. 중등부 수업 후 복도에서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영어 수학을 배우러 온 고1 학생들을 만납니다. 어깨가 축 늘어진 채 하품하는 아이들을 보니 괜스레 마음이 착잡합니다. 학년 올라가며 국어 수업이 주말로 밀리게 돼 평소보다 아이들을 자주 볼 수 없어 아쉽기도 하구요.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싶은 마음에 종 치기 직전까지 말을 건넵니다. 학교에서 무슨 일은 없었는지, 급식은 맛있는지, 힘든 일은 없는지. 순식간에 종이 울려 아이들이 교실로 들어가면 그렇게 퇴근합니다. 다음엔
캡틴 마블 누적 523만↑ 역대 3월 최고 흥행작캡틴 마블 2019년 전 세계 최고 흥행작.. 수익 1조 돌파캡틴 마블 역대 韓 3월 최고 흥행작 등극 1조원 수익쌍끌이 ‘돈’ 150만 ‘캡틴 마블’ 520만 주말 새기록최근 ‘캡틴 마블’로 검색한 뉴스 첫 화면에 등장한 기사 제목들이다. 클릭 유도를 위해 찬양이 과하다 싶긴 하지만, 그래도 캡틴 마블의 흥행을 설명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사람들을 영화관 앞으로 끌어모은 힘은 건강한 페미니즘에 있다.캡틴 마블의 주제는 외적 편견에 무릎 꿇지 않는 것이었다. 감정을 통제하라는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반짝이는 모래 빛, 낭만적인 가랑잎. 시인 김소월이 살고 싶어 했던 강변의 풍경은 여전히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 중에도 강변에 살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다. 어쩌면 원룸만이라도 탈출하고 싶은 것이 꿈일지도 모르겠다. 밑바닥까지 내려가면 고시촌 탈옥을 원하는 이들도 있지 않을까. 고시촌에 도착한 뒤 그에게 한 첫 질문은 ‘숙면은 취하느냐’ 였다. 그의 답변은 ‘숙면 따위 중요치 않다’는 말로 일축됐
[청년칼럼=석혜탁] 외항사를 탔을 때의 일이다.어설프게 잠을 좀 잤을까? 천천히 눈을 뜨고 있는데, 출국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기내 방송이 영어로 흘러나왔다.뒤이어 한국어로도 안내 방송이 나왔다. 한국에서 출발한 비행기인 만큼 한국인들이 많았는데, 이를 배려한 조치인 듯싶었다.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이해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저희 OO항공을 찾아 주신…”과 같은 표현이 있었던 것 같다. 외국인이 한국어로 말하는 게 얼마나 어렵겠는가. 그렇게 방송이
준비 지난 토요일 오전 8시 50분. 알람이 울리기 시작했다. 진작부터 잠을 설치고 있었기 때문에 얼른 자리에서 일어난다. 내 결혼식도 아닌데 왜 이렇게 떨리는지, 영 잠이 오지 않았다. 푸석한 얼굴로 거울 앞에 선다. 화장을 하는 손이 덜덜 떨린다. 지금 틀리면 난 또 세수를 해야 하고 아마 결혼식에 늦겠지? 내가 이 정도인데 당사자는 얼마나 떨릴까? 등등 별별 생각을 하면서 얼굴에 그림을 그린다. 화장을 다 한 후에는 미용실에 갈 것이다. 일 년 가까이 머리를 자르지 않았는데 오늘을 핑계삼아 하기로 했다. 평소에 안 하던 짓을
[청년칼럼=시언] 소개팅 당일은 이상한 날입니다. 상대의 직업 같은 인적사항과 사진까지 확인했고, 주선자로부터 '진짜 괜찮은 애라니까'라는 확답을 열한번째쯤 들었음에도 당일만 되면 밀려오는 부담감에 소개팅이고 뭐고 엎어버리고 싶어지죠. '자만추(자연스런 만남 추구)인 내가 어쩌다 여기까지 왔나' 싶은 자괴감과 '나 너무 궁해 보이려나' 싶은 걱정도 당신의 예민한 신경을 긁습니다. 그럼에도 만남 장소로 나서는 당신을 끝까지 놓아주지 않는 염려는 아마 이것일 겁니다.'무슨 얘길 해야 안
[청년칼럼=우디] 퇴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오래 전이었다. 다만 언제 말할지 망설여졌다. 적어도 1년은 참아봐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나도 해볼만큼 해봤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통근버스를 버티고 푹푹 꺾이는 무릎을 다시 세웠다. 하지만 무너지는 건 정말 한 순간이었다. 어쩌다가 거래처에서 하는 내 뒷담화를 실제로 듣게 됐고, 사수는 3개월 된 신입 부하직원을 두고 퇴사했다. 울고 싶었지만 선배들은 내게 약하다고 했다.회사가 있던 6층 비상구 계단 난간에 상반신을 걸치고 여기서 떨어질까, 회사를 그만둘까 고민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