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1: 저는 왜 서류에서 계속 탈락할까요요즘 주1회 취업준비생들을 만나고 있다. 때로는 자기소개서를 첨삭해주고 때로는 면접 코칭을 한다. 그러다보면 한 두 사람씩 자기 속내 얘기를 한다. “저는 왜 계속 서류에서 탈락할까요. 정말 열심히 써서 첨삭도 여러 번 받고 제출했는데...” 사실 나도 잘 모른다. 민간 기업들은 그들만의 기준으로 서류를 평가하니까. 과거 내가 일했던 회사의 인사팀 중에는 출신학교만 보고 면접대상자를 걸러내는 곳도 있었고(일명 필터링filtering), 어떤 곳은 외모로 평가하기도 했다(예: 얘 얼굴 보면
[오피니언타임스=한성규] 807번 버스라고 있다. 울산의 한쪽 끝 석남사 산자락을 내려와 외국인들로 가득 찬 산업단지를 지나간다. 다시 전통 5일장이 펼쳐지는 언양을 지나 울산 태화강 기차역까지 대략 2시간여 걸리는 완행버스이다. 장날이라도 될라치면 이 버스는 언제나 만석이 되고 자리자리, 사이사이마다 온갖 짐들이 쌓인다. 버스를 타는 사람들도 다양해서 어린아이부터 교복을 입은 학생들, 출퇴근하는 사람들,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이 다 있다. 인종도 다양해서 한국 사람, 중국사람, 백인, 인도인, 동남아시아 사람들까지 온
[오피니언타임스=김봉성] 누구나 공룡 전문가였던 시절이 있었다. 공룡 외에도 꽃, 물고기, 개, 로봇을 향한 집요함 때문에 부모가 자녀를 척척박사라고 착각하던 때 말이다. 그 당시 우리는, 현재 대입 학생부 종합 전형(이하 학종)이 원하는 인재였다. 그러나 사교육 뺑뺑이를 도는 동안 공룡은 죽어버렸다.해마다 꿈이 있어야 하느냐고 묻는 학생이 많아졌다. 승자독식 사회에서 꿈을 좇음으로써 얻는 기댓값이 마이너스라면, 굳이 꿈을 꿔야 하느냐는 것이다. 학생들은 꿈이 있든 없든, 적당히 노동하고 취향을 소비하는 삶을 선호했다. 그러나 대입을 앞
[오피니언타임스=신명관] 누군가가 나를 편하게 대해주는 것과, 그런 누군가가 내게 익숙해져버리는 것만큼 무서운 게 있을까. 나는 상대방에게 정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순간이란 ‘뻔하다’는 감정이 들 때라고 보는 편이다.이 사람이 앞으로 어떻게 나를 대할지. 어떻게 다른 사람을 대할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살게 될지 보이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우리는 상대방에게 별 기대를 걸지 않는다. 그 와중에도 매일 마주쳐야 하는 상대방이라면 우리들은 그 사람의 단점이 보이기 시작한다. 저 사람. 똑똑한 줄 알았더니 허당이네. 생각보다 게으르네. 옷 입는
[오피니언타임스=정수연] 6차 산업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필자의 주변 사람들에게 6차 산업을 아는지 물어보면 4차 산업 혁명과 연관 지어보다가 그게 뭐냐고 되묻는 반응이 가장 많았다. 6차 산업은 농수산업인 1차, 제조, 가공업인 2차, 그리고 서비스업인 3차 산업이 복합된 산업이다. 지금은 농촌 융복합 산업이라고 더 많이 불리며, 줄어가는 농가 소득에 대한 방안으로 농산물 생산과 판매로 끝나는 것이 아닌 2, 3차 산업을 접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다.쉽게 생각하면 사과를 생산하는 농가에서 사과 생산 및 판매는 물론 관광객들에게
[오피니언타임스=이명렬] 어린이집에서 친해진 딸아이 또래의 가족들과 함께 대부도의 펜션을 빌려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크리스마스 즈음이라 또래 아이의 아버지가 산타클로스 분장을 하고 선물을 나눠주는 깜짝 이벤트를 열었다. 4살 즈음인 아이들에게 산타클로스는 루돌프를 타고 선물을 가져오는 멋진 할아버지다. 산타클로스가 딸에게 물었다. 올 한해 착한 일을 많이 했으니 어떤 선물을 갖고 싶니? 딸은 ‘마리모’라고 대답했고 산타는 난감해했다. 산타는 미리 준비한 장난감을 서둘러 전달하고 2층 계단으로 황급히 떠났다.아이 입에서 ‘마리모’가 나올
[오피니언타임스=김연수] 기말고사가 끝난 후 기숙사 퇴사 마지막 날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생일도 크리스마스도 연말도 아닌 어느 금요일에 편지를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편지를 받았다는 사실은 알아차렸지만, 생각보다 늦잠을 자서 바로 편지를 읽지 못했다. 대신 다이어리 사이에 편지를 끼워 가방에 챙겨 넣었다.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진 편지는 1년을 함께 한 그녀의 마지막 인사였다. 맞은편 책상과 침대에는 주인의 짐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해가 지나면 우리는 아마 이전처럼 얼굴을 보기 어려울 것이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기숙사
[오피니언타임스=김우성] 지난해 3월, 새 학기의 시작. 개강과 동시에 테니스 동아리에 가입했다. 오래전부터 테니스에 관심 많았던 터라 동아리 활동에 적극 참여했다. 매일 저녁 훈련에 빠지지 않고 참석해 부지런히 땀을 흘렸다. 테니스만 열심히 친 게 아니었다. 시험 끝나고 바닷가로 MT를 가는가 하면, 잔디밭에 돗자리 깔고 다함께 배달음식 시켜먹는 여유를 누리기도 했다. 종종 바비큐 파티를 열어 친목을 다지는 등, 한 해를 돌아보는 지금 많은 추억이 떠오른다. 코트 안팎에서 ‘핵인싸’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한 2018년이었다.너무 열정적으
[오피니언타임스=서은송] 얼마 전부터 사진관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외국인, 어른, 아이, 어르신 할 것 없이 다양한 사람과 많은 세월들이 스쳐 지나가는 곳. 이 일을 시작하면서 나만의 관상을 보기 시작했다.카메라 앞에 놓인 공허하고도 텅 빈 의자는 성별과 신분을 따지지 않는 유일한 공간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대기업 직원, 의사, 교수, 청소부... 다양한 사람들이 카메라 앞에서 나의 말을 듣곤 한다. 7530원의 최저시급을 받는 내가 가장 으쓱될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이기도 하다.“고개 살짝 오른쪽으로 돌려주세요. 촬영하겠습니다. 하
[오피니언타임스=허승화] 나는 그만큼 자유로울 자신이 없는데, 다른 사람들을 보며 내가 자유로워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멈춰 서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 어느새 멈춰 서고 마는 것. 잠들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 잠들어 버리는 것. 그만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그만 할 수 없는 것. 늘 커다란 간극이 있는 이성과 본능 사이. 빈 페이지는 그 사이 어딘가에 존재한다. 아니, 하는 것 같다. 빈 페이지를 마주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잠시 마음이 착잡해 졌다가 이내 호흡이 곤란해지기도 한다.가끔은 비어있는 순백의 페이지가 내 머릿속을
[오피니언타임스=이하연] 출근 3일차. 책 한권이 불현듯 떠올랐다. 무라타 사야카의 . 좀처럼 사람들 틈에서 섞이지 못하는 기이한 주인공이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란 가면을 쓰게 되는 이야기다. 아르바이트생으로서 지켜야 할 언행을 모조리 습득하여 기계처럼 내뱉고 행동하게 된다.물론 나는 의 주인공처럼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소설 속 주인공과는 달리 적당히 사회화가 이뤄져 모나지 않게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수준이랄까. 여러 개의 가면을 적재적소까지는 아니더라도 상황에 따라 바꿔 쓰는 능력도 갖추고 있고, 눈
[오피니언타임스=최미주] 언젠가 귀여운 중3 학생 커플이 찾아와 왜 자신들 이름은 글에 실어주지 않느냐고 입을 삐죽거렸다. 은혜와 준혁. 이 아이들은 같은 학교 공식 커플이다. 준혁이는 은혜가 학원 끝나는 시간에 맞춰 지하철역을 지키고 있다. 그 시간에 영어 단어라도 하나 더 외우지 라는 안타까운 마음은 들지 않았다. 시험기간에도 날이 궂으면 혹여 비라도 맞을까 한달음에 달려오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시간을 아낌없이 바치는 준혁이가 그만큼 대견했기 때문이다.얼마 전 은혜의 단짝 보민이도 같은 학원, 옆 학교 종익이와 소꿉장난을 시작
[오피니언타임스=이명렬] 올해 초부터 동네에 우후죽순 코인 노래방이 생기기 시작했다. 젊은 고객이 자주 찾는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오래된 노래방들도 덩달아 리모델링을 하더니 말끔한 외관을 갖추기 시작했다.코인 노래방의 요금은 4곡에 1000원이다. 한 곡에 250원 꼴이다. 버스 요금보다 싸니 크게 부담이 없다. 올 여름 부산에서 들른 코인 노래방도 비슷한 가격이었다. 암묵적인 전국 공통 소비자 가격인 모양이다. 코인 노래방에 들르기 전에 꼭 주머니를 뒤져 현금을 찾아놓아야 한다. 웬만한 소비는 신용카드와 간편결제로 해결 가능한 시대에 보
[오피니언타임스=한성규] 국가 부도가 날 것 같단다. 그때처럼, 심상치 않다고? 대기자 논설위원 등등 글 좀 쓰신다는 분들이 줄줄이 영화 을 보고 글을 쓰기에 나도 보고 왔다. 시간은 많고 돈은 없는 나는 주중에 조조로 봤다. 히익? 언제 이렇게 올랐나? 내가 한국을 떠날 때만해도 4000원이었는데, 이제 7000원이라니. 자리는 텅텅 비어있었다. 매출을 극대화하려면 매년 의례적으로 가격을 올릴 게 아니라 자리를 채울 가격으로 현실화해야 않나? 이제 8000원하는 된장찌개도 그렇고, 최저임금과 오르는 월세만 탓할게 아니라
[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어릴 적부터 우리를 괴롭혀온 숙제, 바로 독후감이다. 독후감(讀後感)의 한자를 뜯어보자. 만만한 과정이 하나도 없다. 먼저 독(讀).일단 본인이 읽고 싶은 책이 아니라, 읽어야 하는 책을 누군가 선정해줄 때 ‘독’의 괴로움은 배가된다. 책은 좀 두꺼운가. 시간도 많이 걸리고, 읽고 있다 보면 앞의 내용을 까먹기 일쑤다. 독서의 흐름도 자주 끊기고. 그 다음 후(後).뒤에 페이지가 얼마 안 남았을 때 성취감이 느껴지기보다는, “다 읽어가는데, 무슨 감상문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엄습한다.다 읽고 써야 한
[오피니언타임스=신영준] 영국의 락밴드 퀸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누적 관객 수 700만명을 돌파하며 올해 흥행 순위 3위를 기록 중이다. 10월 31일 개봉한 지 불과 한 달 반만의 일이다.전 세계 흥행 수익도 영국 다음으로 한국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여러 전문가들이 이 영화가 어떻게 한국에서 흥행했는지를 두고 많은 분석들을 내놓고 있다. 퀸의 음악성, 세대를 뛰어넘는 시대정신, 싱어롱 문화의 재발견, 스타들의 관람 및 마케팅의 성공, 전기 영화가 아닌 음악 영화로서의 성공. 모든 조건들이 흥행에 영향을 주었다고
[오피니언타임스=이광호] 살까 말까 하는 고민은 결국 지름으로 끝을 맺기 마련이다. 고민은 배송만을 늦출 뿐이라는 신념 아래 살아왔지만 전자책 리더기 앞에서의 고민은 해를 두 번 넘길 때까지 계속됐다. 지름신의 결단을 돕기 위해 후기를 참고했지만 혼란만 커졌다. 책을 더 많이 읽게 되었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적응이 안 돼서 중고로 처분하고 다시 종이책으로 넘어왔다는 사람도 많았다. 극과 극의 평가였다. 그래서 어떻게 됐냐고요? 샀다. 전자책을 사지 않은 이유소장이긴 한데 말이야구글에 ‘리디북스’를 입력하면 ‘리
[오피니언타임스=정수연] 마녀가 준 독사과를 먹고 쓰러진 공주님을 로맨틱한 키스로 구해내는 왕자님 이야기부터 일반 학교에 전학 온 마법소녀가 악당을 물리치고 남주인공과 연애하는 이야기까지 수많은 곳에서 낭만적인 사랑을 보여준다. 드라마와 영화, 연극, 뮤지컬, 소설, 만화 그리고 수많은 매체에서 그려낸 세기의 사랑을 보고 자란 필자는 ‘사랑’에 환상을 가졌다.사랑은 낭만적이고, 나만 바라보는 사람과 만나 달달하게 연애하는, TV에서 언제나 봐왔던 그런 연애에 대한 환상. 서로에게 단 하나뿐이며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는 것. 사회 경제적
[오피니언타임스=심규진] 실업률이 몇 년 만에 최고라는 헤드라인이 눈에 띈다. 쓴웃음을 지으며 입술을 질겅 깨물고 마지막을 합의하는 종이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서 벽을 보고 한참동안이나 앉아있었다. 아니, 널브러져 있었다. 지난 100일간 일을 하지 않는 자의 삶에 나타나는 현상을 조목조목 정리해보았다. 조우울증의 신이 임하다앞으로 펼쳐질 미래가 기대된다. 이곳에서 저 일을 하고 저곳에서 이 일을 할 생각을 하니 가슴이 뛴다. 대학을 졸업하던 시절, 가슴 설레는 마음으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딛었던 때가 생각
[오피니언타임스=신명관] 새벽 두시 즈음인가. 친구의 사진을 보았다. 널따란 포도밭과 그 너머로 보이는 유럽 가정집들.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친구의 사진을 보고 아무 생각도 없이 나는 친구에게 카톡으로 말했다. “나도 가고 싶다!” 친구는 금방 내 메시지를 읽고서는 답했다. “놀러오면 되지!” “그래!!”본래 여행을 싫어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여행의 필요성에 대해서 이해를 못하는 편이었다. 굳이? 내가? 거길? 왜? 힐링이라는 목적과 자기고민, 계발, 더 넓은 세상과 글로벌의……. 막 뭐라고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