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정보의 중요성은 상식이다. 과거에도 정보는 생존을 위해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숲속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을 때 이것이 포식자의 발자국 소리인지, 아니면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인지 즉각적으로 파악해 적절히 대처한 사람들은 생존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포식자에게 희생됐을 것이다. 이른바 ‘싸움 아니면 도주(fight or flight)’는 정보의 문제였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인류는 오랜 진화 과정을 통해 나름대로 무엇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인지 아닌지 판별하는 방법을 강구해왔다고 할 수 있다.
지난 300년에 걸친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발전 과정을 간략하게 요약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동안 일어났던 몇 차례 산업혁명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산업혁명은 이전 시대와 이후 시대의 삶을 확연하게 구별해준다는 의미에서 그야말로 혁명적인 사건이다. 우리는 지금 4차 산업혁명을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몇 차례 산업혁명이 더 발생할지 지금으로서는 짐작하기 어렵다. 그런데 산업혁명 주기가 점점 짧아지는 반면 이로 인한 충격의 강도는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산업혁명은 기술혁신과 시대정신이 주도해왔다. 이런
인간의 본성은 무엇인가? 이에 대해 한 마디로 대답하기란 불가능하다. 인간은 매우 복잡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에는 누구나 맹자(孟子)는 성선설을 주장했고, 순자(荀子)는 성악설을 주장했다는 식으로 배웠다. 당시의 지식수준으로는 그렇게 이해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양자역학의 용어를 조금 남용하자면 인간에게는 선한 본성과 악한 본성이 중첩(重疊, superposition)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즉 선함과 동시에 악한 존재라는 의미다.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두 가지 본성이 개개인의 내면에 중첩
정보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린다는 표현도 이제는 진부하다. 인류가 최근 10년 동안 생산한 정보량은 이전 수천년 동안 생산한 정보량보다 훨씬 많으며 앞으로도 크게 증가할 것이다. 그런데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할까. 정보가 너무 많아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무엇이 진짜 정보이고, 가짜 정보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여기서 잠깐 정보가 왜 필요한지 생각해보자. 인터넷·모바일혁명으로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보니 정작 “왜 정보를 필요로 하는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종종
영어를 배우면 누구나 접하는 격언 중에 ‘The pen is mightier than the sword(펜은 칼보다 강하다)’가 있다. 펜은 글로 상징되는 문화적 힘을 대변하고 칼은 문자 그대로 무력적 힘을 대변한다. 이 격언의 의미를 제대로 보여 준 사람으로는 단연 미국의 토머스 페인(Thomas Paine, 1737~1809)을 들 수 있다. 그가 쓴 팜플렛 형식의 작은 책 ‘상식(Common Sense)’(1776)은 식민지 아메리카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메리카의 운명을 바꾼 토
최근 제목만 봐서는 별로 관계가 없어 보이는 책 두 권을 읽었다. 하나는 로버트 라이시(Robert Reich)의 ‘자본주의를 구하라’이고 다른 하나는 마틴 포드(Martin Ford)의 ‘로봇의 부상’이다. 로버트 라이시는 미국 클린턴 정부시절 노동부장관을 역임했으며 현재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공공정책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마틴 포드는 실리콘벨리에서 벤처기업을 설립해 경영했던 컴퓨터 설계와 소프트웨어 개발 전문가이다. 이렇게 경력과 전문 분야가 다른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언급한 내용이 있다. 이것이 이 글의 주제인 셈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각종 보이스피싱이 난무하더니 지속적인 계몽으로 시민들의 경각심이 높아져서인지 요즘에는 상당히 줄어든 것 같다. 그런데 보이스피싱은 일반적인 의미의 피싱(phishing)의 한 가지 유형일 뿐이다. 피싱은 실로 다양한 형태를 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기 행각에만 적용되는 용어도 아니다. 이 점을 검토하기 위해 우선 피싱의 의미부터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따르면 ‘피싱’이라는 단어는 월드 와이드 웹이 자리를 잡아가던 1996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에 의하면 피싱이란 ‘개인 정보 등을
요즘 들어 부쩍 우리 사회에 탐욕스러운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인상을 받는다. 매스미디어를 통해 보도되는 이런저런 사건들뿐만 아니라 길거리나 지하철에서 스쳐가는 사람들의 표정에서도 그런 분위기를 느낀다고 말하면 필자의 과민반응일까? 어쨌든 모든 것을 돈으로 살 수 있는 사회가 되다보니 여러 분야에서 탐욕이 과잉 분출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동시에 비판의 화살이 자신을 향하고 있음을 절감하고 있다. 탐욕스런 사람 크게 늘어… ‘탐욕은 파멸’이라는 경고, 효력 다했나예부터 고등종교에서는 예
필자는 현존하는 최고의 경제학자로 망설이지 않고 미국의 조지프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 교수를 꼽는다. 그는 비대칭정보하의 시장경제 분석에 기여한 공로로 조지 애커로프, 마이클 스펜스와 공동으로 2001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을 뿐만 아니라 클린턴 정부 시절에는 대통령 경제자문회의 의장을 역임했다.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활약하는 등 이론과 현실에 두루 해박한 경제 전문가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최고 경제학자 스티글리츠, 시장경제의 가장 큰 문제로 불평등 악화 지적그런데 필자가 스티
우리 속담에 ‘개같이 벌어 정승같이 산다’는 말이 있다. 돈을 벌 때는 천한 일이라도 마다 않지만 쓸 때는 떳떳하고 보람 있게 씀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과연 그럴까? 필자는 여기서 ‘정승같이 산다’는 말에는 보람 있게 쓴다는 의미보다는 남들에게 과시하면서 산다는 의미가 더 강하게 내포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설사 원래 의미가 맞는다 하더라도 이 속담은 우리의 사고를 오도(誤導)할 개연성이 있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이 속담대로 ‘개같이 버는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도록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즉, 탈법 또는 불법의
기업은 경제활동의 중심축이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진다는 것은 종전에는 없던 새로운 가치, 즉 부가가치가 더 많이 창출되고, 이 과정에 참여한 경제주체들에게 분배된 후 지출로 이어지는 국민경제의 순환이 지속적으로 확장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주체이기 때문에 국민경제의 선순환을 위한 핵심 조직이다. 소유·경영이 분리된 현대적 주식회사 탄생하기까지 250년 이상 걸려그런데 보통 기업이라 불리는 조직은 다양한 기준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분류할 수 있다. 예컨대 규모에 따라 대기업과 중소기
우리는 지금 금융자본이 지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금융산업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금융자본의 이동에 따른 환율 변동과 주가 등락으로 영향을 받는다. 누구도 금융자본이 행사하는 막강한 금력(金力)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역사적으로 최초의 신용거래는 기원전 3000년 경 메소포타미아 지방에서 이루어졌다고 하니 금융의 역사는 대략 5000년이 넘는 셈이다. 그동안 인류는 금융을 이용해 번영을 구가하기도 했고 자산시장에서 형성된 버블이 붕괴해 엄청난 고통을 감수하기도 했다. 금융의 역사는 애증이 교차했던 역사라 할 수 있다.2013
오늘날 돈은 한편으로는 부와 권력의 상징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 소외와 탐욕의 상징이기도 하다.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발달함에 따라 돈의 용도는 점점 다양해지고 위력은 더 커져왔다. 지금은 금전만능주의가 절정에 도달한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돈이 중요해질수록 이에 반비례해 인간 소외가 더욱 심해지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이것은 대표적인 가치전도 현상이자 분석심리학의 창시자인 칼 융이 강조했던 대극 반전에 해당한다. 삶의 주체로서의 인간이 돈이라는 삶의 수단에 자리를 내주고 객체의 위치로 격하된 것이다.
우리는 매일 끊임없이 크고 작은 선택을 하면서 살아간다. 한 순간이라도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심지어는 아무 것도 선택하지 않는다는 것조차 한 가지 선택에 해당한다. 태어나고 죽는 것은 스스로 선택할 사항이 아니지만 우리 모두 인생의 시작과 끝 사이에서 수많은 크고 작은 선택을 하면서 살아가게 되어 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삶은 선택의 연속··· 경제학은 합리적 선택 가정해 이론 구축사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현재의 자신을 만든 것은 과거에 있었던 많은 선택들이었
세계에서 가장 큰 헤지펀드를 운영하는 기업인 미국의 브릿지워터 어소시에이츠(Bridgewater Associates)의 최고경영자인 레이 달리오(Ray Dalio)는 금융시장에서 발군의 실적을 올려왔으며 다보스 포럼을 포함해 여러 국제적인 컨퍼런스에도 단골로 출현하는 유명인사다. 그는 1975년 설립한 이 회사를 특유의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현재 세계적 금융회사로 키웠다. 개인적으로는 그에 대해 별로 아는 바가 없었으나, 유튜브(YouTube)에서 미국 CBS방송의 유명 앵커이자 자신의 이름을 딴 인터뷰 쇼의 진행자인 찰리 로즈(Ch
[오피니언타임스] 우리의 신체 가운데 실물경제와 관련해 비유적으로 자주 언급되는 부분은 ‘손’이다. 예컨대 ‘큰손’과 ‘조막손’을 들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큰손은 주식시장에서 막대한 자금을 굴리는 투자자를 지칭하는 반면 조막손은 개미 투자자같이 작은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는 투자자를 말한다. 그런데 왜 경제주체의 활동을 나타내는 용어로 발이나 얼굴이 아니라 하필이면 손을 사용하게 되었을까? 아마도 그 이유는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의 비유가 널리 알려지면서부터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오피니언타임스=이영환]최근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싼 논란이 심상찮다. 정부는 이념적 갈등을 조장하고 학생들에게 잘못된 역사관을 심어주는 현행 검정제도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한다는 명분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려 한다. 이에 대해 다수의 역사학자들과 역사를 가르치는 많은 교사들 그리고 역사학을 전공하는 상당수의 학생들이 반발하고 있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주로 보수적 성향의 개인이나 단체들이 정부의 국정화 방안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국정화 문제는 사회 전반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정치권도 가세함으로써 과
[오피니언타임스=이영환]1960년대 경제개발정책이 실시된 이래 우리가 자주 접했던 단어 중 하나가 ‘경쟁’이다. 신구세대를 막론하고 한국인 대부분은 어려서부터 좋은 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치열하게 학우들과 경쟁해야 했으며, 이런 풍토는 대학진학을 위한 입시경쟁에서 절정을 이루었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는 각종 공채시험을 통해 직장을 구하는 과정에서 또래의 다른 사람들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했으며, 이런 추세는 직장을 구한 후에도 승진을 위한 경쟁으로 이어졌다. 한국인에게 경쟁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행위로 자리 잡았다.개인적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오피니언타임스]로빈슨 크루소 같이 혼자 고립되어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도덕이나 규범, 상식과 같은 덕목은 아무 의미가 없다. 말이나 행동을 하기 전에 고려하고 배려해야 할 상대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신의 쾌락을 극대화하기 위한 어떤 행동도 용납될 수 있다. 개인의 행동에 어떤 제약도 없으므로 이기심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최선이다.그런데 여기에 한 명이 추가된다면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두 사람 사이에는 이해관계가 충돌해 여러 갈등이 발생하게 된다. 설사 두 사람 모두 성인군자와 같다고 해도 갈등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자
[오피니언타임스=이영환]돈은 인간의 발명품 가운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항상 애증(愛憎)의 대상이었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도대체 돈이 뭐길래 우리 삶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지 한번쯤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한국 사회와 같이 ‘돈 콤플렉스’가 만연한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돈은 공식적으로는 화폐(money) 또는 통화(currency)라고 불린다. 화폐와 통화 간에는 개념상 미묘한 차이가 있지만 여기서 논의는 생략한다. 반면 돈 콤플렉스를 구성하는 두 가지 개념, 즉 ‘돈’과 ‘콤플렉스’의 의미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