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우리는 늘 계획을 세우곤 한다. 거창하고 원대하게 말이다.돌이켜보면 계획은 우리의 삶과 항상 함께였다. 초등학생 때 방학을 맞이한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했던 것은 일일 계획표 짜기!둥그런 테두리를 그리고, 그 안에 시간대 별로 세분화해 해야 할 일을 차곡차곡 욱여넣었다취침, 휴식, 게임, 운동, 친구랑 놀기 등의 크기를 늘리고자 하는 아이들과 숙제 및 독서 시간의 분량을 많이 확보하려는 부모님 사이의 치열한 신경전도 벌어지곤 했다. 어른이 된 지금도 연말연시에 우린 늘 서로의 계획을
[오피니언타임스=심규진]요즘 최대의 고민이자 관심사는 ‘4살 아들 밥먹이기’다. 아내가 리조또, 잡채, 맛탕, 옥수수버터 등 어떠한 요리를 해줘도 아들은 무관심하다. 심지어 국수, 짜장면과 같은 특식을 대령하지만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답답한 마음에 tv를 틀어놓고 놀아주며 한 입이라도 더 먹이려고 용을 쓰지만 결국 용(龍)이 되어 승리하는 것은 아들이다. 아들이 언제나 승리하는, 불합리한 이 전쟁에서 어떻게 하면 승리할까, 백종원 레시피도 찾아보고 유아백과사전을 뒤적거려보지만 뒷목만 땅긴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
[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미디어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다. 한 쪽에서는 기성 언론을 싸잡아 매도하기도 한다. 이때 자주 운위되는 단어가 ‘레거시 미디어’ 혹은 ‘올드 미디어’다. 의미 규정이 명확하지는 않지만, 범박하게 보자면 역사가 오래된 신문과 방송을 떠올리면 얼추 맞지 않을까 싶다.또 다른 쪽에서는 뉴미디어가 아직까지 대세가 되기엔 이르다고 주장한다. 콘텐츠의 재기발랄함은 인정하면서도, 그것의 사회적 의미와 신뢰도에는 박한 점수를 준다.사실 ‘올드’와 ‘뉴’는 지극히 상대적인 개념이라서, 우리가 흔히 올드미디어라 부르는 것들
[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이라는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전업주부’를 제목에 내세운 책.집안일을 화두로 삼았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이 책의 의미는 남다르다.“집안일은 끝이 없다. 종류도 많고 시간도 품도 많이 든다. 매일 하는 일이지만 건너뛰기가 안 되는 일이다. 큰맘 먹고 손을 놓으면 그다음 날에 정확히 두 배의 일거리로 되돌아온다. 식탁에 차려진 건 접시 두어 개에 불과해도 그걸 만들기 위해서는 그 서너 배의 그릇과 도구가 필요하고 만든 음식보다 더 많은 양의 음식물 쓰레기가 남는다. 매일 정리해도 매일 어질러지고 매일
[오피니언타임스=심규진](아들)저번 주부터 아빠가 데리러 온다 / 지금 아빠 야근할 시간인데 / 며칠전 공개수업 때도 아빠가 왔었어 / 분명 무슨 일이 있는 거야 / 혹시 아빠...회사 잘렸어?(아빠)뭐? / 아빠 승진했는데?(아들)오.... / 이제 시간관리 좀 되나(마지막 문구)2020 성공에 관하여 낡은 성공 공식을 앞세운 현대자동차 그랜저 CF. 회사에서 승진하고 여유 있는 삶을 누리는 사람들은 그랜저를 타고 다닌단다. 마케팅의 일환으로 ‘성공한 삶 = 그랜저’라는 공식을 어필하는 지극히 일상적인 기법이
[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 제목부터 벌써 호기심을 자아낸다.학부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고 조선일보 기자로 10년을 일한 후 기업으로 적을 옮긴 이 책의 저자 김남인.기자에서 대기업 과장, 차장, 부장으로 변신한 그녀가 직장의 언어에 대해 탐구한 결과물이 바로 다.“당신이 만약 조직의 꼭대기에 올라서고 싶다면 말하기보다 듣기 능력을 키워야 한다.”- 김남인, 中스피치 능력이 주목받는 이 시대에 말하기보다 ‘듣기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경영 구루 램 차란(Ram Charan) 하버드대
[오피니언타임스=하늘은] 한국일보 신년특집 Z세대(1995년 이후 태어난 19세 미만의 청소년) 인식조사에 따르면 Z세대의 76%가 자녀를 원하지 않는단다. 특히 여성은 89%가 출산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는데 결혼과 출산보다는 차라리 동거를 하고 싶다는 응답.나는 세상을 살면서 두 가지 종류의 사랑을 맛보았다. 첫 번째는 평생 나누어도 아깝지 않은 친구를 만나 ‘우정이라는 사랑’을 경험했고, 두 번째는 지금 아내를 만나 이성을 향한 ‘뜨거운 사랑’을 경험했다. 이게 끝인 줄 알았다. 새로운 사랑의 경험이
[오피니언타임스=김연수] 누구에게든 익숙한 향이 있기 마련이다. 어린 시절 엄마가 쓰던 화장품 냄새, 목욕 후 즐겨 바르던 베이비 로션, 잔향이 오래 남던 섬유유연제 등의 향은 빛바랜 추억을 꺼내보게 만든다. 하지만 시간이 꽤 지난만큼 기억 속 향을 다시 만나기 어렵다. 우연히 길거리를 걷다가 스친 향기에 발걸음을 멈추지만 출처를 알 수 없기에 또다시 발걸음을 돌리고 만다.과거 인기가 없어 단종된 상품들도 마찬가지다. 섣부른 단종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소비자가 얼마나 많은지 많은 기업들은 다시 생각해보길 바란다.
[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건축가 유현준 교수의 도시 에세이를 접했다.우린 자주 대학 시절을 떠올린다.자유, 열정, 꿈, 낭만, 설렘, 그리고 약간의 막연함으로 가득 찼던 그때!유현준 교수는 대학 시절이 건축학적으로도 가장 좋은 시절이라고 말한다. “대학생 때만큼 자연을 많이 만날 수 있는 시간은 없다. (...) 대한민국에서 공원을 제외하고 건폐율이 가장 낮은 곳이 대학 캠퍼스다. 그만큼 자연을 만날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많다는 것이다.”- 유현준, 中동네 놀이터도 그의 눈에는 예사롭게 보이지 않나 보다.
‘넌 할 수 있어’라는 구호는 엄청난 강제를 낳으며 성과주체를 심각하게 망가뜨린다. 성과주체는 자가 발전된 강제를 자유라고 여기며 강제를 강제로 인식하는데 실패한다.「에로스의 종말」(한병철, 2015), 31쪽한병철 교수에 따르면 나는 범죄자이다. 청년들에게 ‘넌 할 수 있어’라는 구호를 자주 외치며 그들을 선동하고 그들을 오바스럽게 응원하기 때문이다. 나는 청년들이 삶에 희망을 가지고 다양한 도전을 하기 바랬다. 그 뿐이었다.그.런.데. ‘넌 할 수 있어’라는 구호는 오히려 성과주체를 파괴시킨단다. 그에 따르면 강제를 강제로 인식
[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김동식. 김민섭이 찾아낸 보물 같은 작가.“인간이란 존재가 밑바닥까지 추락했을 때, 그들에게 있어 문화란 하등 쓸모없는 것이었다.”- 김동식, 中문화도 교육도 ‘경제적 가치’로 치환되는 시대다.밑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는 우리 사회.“사람들은 모두 마치, 회색이 된 듯했다.그것이 흩날리는 돌가루 때문인지, 암울한 현실 때문인지는 몰라도, 사람들은 무표정한 회색 얼굴로 하루하루를 억지로 살아가고 있었다.”- 김동식, 中우리가 매일 접하는 ‘무표정한 회색 얼굴’.지하철에서, 사무실에서, 휴대
[오피니언타임스=하늘은] 오랜만에 보는 얼굴. 중학생 때까지만 해도 그에게 팔씨름을 이기는 것이 꿈이었는데, 지금 그는 내 부축이 필요하다. 당뇨에 중풍이 겹쳐 다리는 절고 양쪽 뺨가죽이 말라붙었다. 얼마 전 환갑이었는데 고희는 족히 되어 보인다.아버지와 친구처럼 지냈을 때가 있었는가 하면 연을 끊고 살아간 날도 있다. 그렇게 나는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고 아버지는 골방의 나그네가 되었다. 술잔을 기울이며 과거를 회상하고 오늘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힘없는 그의 웃음에 내 심장의 맥이 풀려버렸다. 세월은 어쩔 수 없는 것일까. 아니, 함께
의 저자 이희은은 “혼자 하는 여행은 장점이 많다”고 말한다.“우선 모든 결정에 대한 책임과 결과는 나 혼자의 몫이다. 나의 결정에 반대하는 사람도 없고 아쉬운 결과가 생겨도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즉흥적인 결정을 내리기에 부담이 없다. 괜찮아 보여서 들어간 식당의 음식이 생각보다 별로여도 여길 가자고 우긴 사람을 원망할 필요도, 눈치 볼 필요도 없다. 책임의 무게가 가벼운 유연한 여행인 셈이다.”- 이희은, 《교토 수집》 中여행뿐 아니라 영화, 식사까지.차례대로 혼행, 혼영, 혼밥으로 줄여서 말하고 하
평일 낮에 찾아간 아파트 인근 카페.대부분 여성이고 일부 아기들이 있다. 대부분 미소를 띠고 있고 일부 이어폰을 꽂고 있는 이가 있다. 평온 그 자체. 나도 모르게 그들의 여유 속에 내 몸을 맡겨버렸다. 쌓여 있는 일을 하려고 분잡스럽게 타자를 두드렸지만 이내 손가락 운동을 멈추었다.그리고 관찰, 또 관찰.알 수 없는 팝송이 흘러나온다. ‘fly away from here ♬’영어를 하기에 부족한 귀를 타고 났지만 ‘날아간다’ 는 이상적 동사(verb)는 귀에 박힌다.이곳에 있는 이들은 어디로부터 날아왔을까. 나는 앞으로 어디로 날
[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배려가 일상인 된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대개 착한 사람들이다.섬세한 성정을 타고난, 하지만 상처도 쉬이 받는 그런 캐릭터.다들 생각나는 사람이 몇몇 있지 않나.‘헤아림 능력’이 유독 뛰어난 사람들은 상대의 어투, 표정 등을 통해 그 사람의 심리상태를 보통 사람들보다 좀 더 빠르고 정확하게 간파한다.대단한 능력임에 틀림없다.하지만 동시에 본인을 굉장히 피곤하게 하기도 한다. 분위기가 원치 않게 흘러가거나, 상대로부터 긍정적이지 않은 피드백을 받으면 마음에 상처를 입곤하는 것이다.책을 읽다가 이런 사람들에게 들
[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장강명의 책 을 읽었다. 그의 다른 소설과는 조금 결이 다른 작품이다. 이 책은 장강명의 첫 번째 르포르타주다.왕성한 생산력을 보여주는 다작의 신, 장강명.잘 알려져 있듯 장강명 작가는 도시공학을 전공하고 기업체에 잠시 몸담았다가 동아일보 기자가 된다. 사회부, 산업부, 정치부 등에서 기자로 활동하다가 소설가가 되었다.소설을 본격적으로 써보기 위해 유력 일간지 기자직을 내던진 것. 꽤나 흥미로운 커리어라고 볼 수 있다.“대학 입시와 기업의 공채 제도, 각종 고시나 전문직 자격증 시험도 모두
볼수록 흐뭇하다. 바라만 보아도 글 쓰고 싶은 의욕이 물드는 가을나무처럼 머리와 온몸을 젖게 한다. 집안 내부를 향하는 게 아니라 창 앞에 와 있는 바깥과 세상을 바라보며 앉아 있는 지금, 내가 했지만 이렇게 스스로가 장하고 대견할 수가 없다.거의 하루 온종일을 초인적인 힘으로 이뤄낸 역사다. 살아오는 동안 내가 끌거나 밀고 들어 올렸던 어떤 것도 비교 대상이 되지 않을 만큼 크고 무겁고 단단했다. 용기와 의욕만으론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도 했다. 내가 낼 수 있는 온갖 공간과 각도, 무게와 거기에 대응할 내 힘을 대입했
“편견은, 타인의 삶을 위축시키는 동시에 자신의 삶도 위축시킨다.”- 곽정은, 中칼럼니스트 겸 방송인 곽정은의 말이다.타인의 삶뿐 아니라 자신의 삶에도 위해를 가하는 편견이라는 놈의 가공할 힘.무섭다.“산부인과는, 여성의 다른 여성을 향한 편견이 가장 강력하게 작용하는 장소가 되어버린다.”- 곽정은, 中여성의 건강한 삶을 위해 당당하게, 그것도 정기적으로 방문해야 마땅한 산부인과. 세간의 의식이 많이 변했다 하나, 아직도 이곳은 편견의 장소로 남아 있다.곽정
[오피니언타임스=하늘은] 할 말이 많았다. 눈만 감으면 생각나는 구슬픈 멜로디. 멜로디 속 ‘과거의 나’는 생각이 많았다. 생각을 글로 표현하기 시작했을 때 책이 되었고, 그 책은 몇 몇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졌다.“넌 행복하니”나의 첫 책인 『어른동화(부크크, 2017)』에는 문학적 정교함은 없지만 아마추어가 전달하는 진심은 있다. 돼지편육처럼 얇은 내 소설책을 보고 누군가는 독립영화 같다고 했고, 누군가는 느와르(noir) 독백 같다고 했다.불행했던 내 과거, 그리고 오늘의 아픔을 말이 아닌 글로 표현했더니 작품이 되었다. 감히 작품이
의 창립자 아리아나 허핑턴(Arianna Huffington)이 쓴 책 이 기억에 남는다. 원제를 보면 책의 느낌이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Sleep Revolution! 잠을 줄여서 생활하는 것을 근면함과 동일시하는 데 익숙한 한국 사회에서 이 책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아리아나 허핑턴은 말한다.“우리와 숙면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것은 기술만이 아니다. 과로와 번아웃 증상이 성공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