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과 말과 소나무가 비바리의 삶을 건강하다 하고,섬 할망의 삶을 아름답다 하지만,다 거짓말. 위로가 되지 않아.떠날 수 없는 고향, 떠나지 못하는 바당은여자의 무덤이야.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화가, 황인선 작가]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어때,내 모습?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화가, 황인선 작가]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넌 안 보여?난 보이는데.그건 어둡고 흑갈색 나무뿌리처럼 고달픈 풍경이야.검은 바다에 눌린 할망의 허리, 갈퀴 손, 물고랑 피부.할망의 바당, 바당의 여자……우리 할망은 입버릇처럼흠생이 말라(어리광 부리지 마라),촘람생이질 말라(경솔하게 나서지 마라) 했지만.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화가, 황인선 작가]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소녀가 되고내가 꿈꾸었던 미래는 그러나 검은 바당!나의 미래는 물옷, 테왁, 망사리, 빗창, 바당의 날숨을 턱에 차 토하는 숨비소리……우리는 결국 보재기. 비바리. 보재기. 비바리난 날마다 바당에 나가 한숨을 토했어.바다는 내 검은 한숨을 들을까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화가, 황인선 작가]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여신이 된 비바리제주도 비바리한라산 중산간에 있던 사람들은 바닷가에서 물질을 하고 고기를 잡던 사람들을 남자든 여자든 보재기라고 낮잡아 불렀어.비바리는 바닷가에서 조개나 게를 잡는 어린 여자를 이르는 말이야. 섬의 여자들에게 바다는 아무런 약속을 해주지 않았어.그런 삶을 묵묵히 견디다가 사라지면 섬 사람들은 그녀를 여신으로 추앙하여 신당에 모시곤 했어. 섬의 여자는 그렇게 기억됐던 거야. 난 그 삶에 저항하기로 했어. 아이에서 소녀로 왔어.이제 소녀의 옷도 벗어버리면아! 비바리가 되겠지.아! 그렇겠지.오랫
고향에서의 세월이 더 흘렀다.겨울의 어느 날, 아니 5월의 어느 날이던가.모두 떠나고 혼자 절벽에 섰다.금빛 침묵에 눈이 부시다.고향의 세월은 남자를 단순하게 해줬다.긴 외로움 후에야 깊은 그리움이 생긴다.그리움마저 무심해질 때 존재의 색에 도달한다.이젠 혼자로도 섬을 품을 수 있을 것 같다.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화가, 황인선 작가]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나는 바다를 그리기 위해 바다를 깊이 묵상한다. 그 묵상은 내 그림의 원동력이다. 바다는 계절과 시간, 그리고 대기에 따라 변하지만 바다에 대한 나의 존경은 한결같다.” 화가의 말.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화가, 황인선 작가]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남자는 외로움 너머에 무엇이 있을까 의문이 생겼다.땅의 끝, 바다의 시작에 줄 없는 낚싯대를 드리웠다.황색 바다가남자에게 무한대와 기다림의 지혜를 말해줬다.줄이 없어야 더 큰 것을 낚을 수 있고,잡을 수 없는 것을 목표로 해야 오래 잡을 수 있다고.그러니외로움이란 텅 빈 그릇에 그리움을 채우라고.누군가를 강렬하게 그리워하면 그 외로움은 금빛으로 채워진다고그리움의 바다를 그리라고.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화가, 황인선 작가]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가을.남자는 문득 깨달았다.까마귀, 말, 배… 모두는 같은 쪽을 보고 있었지만,남자는 배에서 땅끝을 본 적이 없고말은 배가 될 수 없었고까마귀는 섬에 남은 말을 이해하지 못했고그래서 같이 있어도 외롭다는 것을.서로를 보지 못하고자기만 바라볼 때 존재는 외로워진다.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화가, 황인선 작가]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해가 바뀌고, 여름이 왔다.배를 바라보던 말이 가지처럼 여위어간다.지팡이는 말라가고 남자도 여위어갔다.기다림에 지치고바다가 금빛으로 빛날 때는 더 외로워진다.이 외로움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우리는 정말외로워서 더 기다리는 걸까 아니면기다림이 더 외롭게 하는 걸까외로움의 너머엔 혹시 뭐가 있을까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화가, 황인선 작가]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말이 나왔다.이젠 또 기다림의 시간이다.말은 바다를 달릴 수 없기에그 날을 기다린다.인고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누군가 올 것이다.그래. 누군가는 올 것이다.그것이 비록 그리움 뿐이라도.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화가, 황인선 작가]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태풍이 지나갔다.흔들림과 아우성이 멈췄다.배가 먼저 떠났다. 까마귀도 날아 올랐다.검은 바다가 남자에게서 물러섰다.소나무가 물기를 털고 푸르게 섰다.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남자는 소나무를 생각했다.‘이 폭풍을 버텨야, 1cm씩 매일 하늘로 간다고 했지?’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바다는 더 검게 변하고사방이 아우성을 쳤으나곧 폭풍이 그 소리들을 삼켰다.말이 먼저 초가로 들어왔다.까마귀와 배는 땅에서 밤을 지키고 있다.누구는 안에서 누구는 밖에서이 잔인한 폭풍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혼돈이 시작될 때,땅끝에 서는 것은 바보 짓이라고 한다.그러나 남자는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끝에 서야 두 세계가 보인다는 것을.두 세계가 보여야 자유일 수 있다는 것도.배가 폭풍의 바다로 나가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소녀가 바다는 여자의 적이라고 한 것도 소녀가섬 여자의 운명과 바다의 폭력 끝에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관계가 질긴 것은 남자가 그 가운데만 있었기 때문이다.그래서 남자는 땅끝으로 나갔다.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그 검은 바다가 오고 있었다.바람이 부는가 싶더니물이 금세 차올라 바위섬을 잠식했다.이어 파도가 땅끝 초가를 치기 시작하자 지붕이 아우성을 쳤다.돌이 날리고 풀들이 누웠다.매일 1cm씩 자란 소나무도 미리 휘어졌고배는 바다에서 갈등하고 있다.폭풍은 바다에도 불고 남자의 가슴에도 불고 있었다.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흰 파도의 경고가 맞았다.섬의 땅끝에는 늘 사건이 발생했다.그래서 섬의 존재들은 삽시간에 단절이 되고는 했다.흰 파도 뒤에는 검은 바다가 있었고 그것은 갑자기 들이닥쳤다.사건은 바다에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었다.남자 가슴에도 발생했다.도시의 관계들이 질기게도 불쑥 불쑥 찾아왔다.남자에게 지팡이를 안긴 자들남자의 뒤에서 비겁하게 웃던 이들남자가 자신의 마음에 새겨둔 검은 바다는 질긴 바다였다.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초가집 위로 달이 밝은 어느 날,문득 외로워진 남자는 말에게 북방 시인의 시를 들려주었다.자신은 흰 당나귀가 아니라면서도 말은 북방을 바라보았고,남자는 말 옆에 웅크리고 앉아 또 소녀를 꿈꾸었다.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흰 파도와 소나무도 이야기를 들려주었다.흰 파도를 믿으면 안 된다. 흰 파도 뒤에는 검은 바다가 있으니섬에서는 늘 깨어 있어야 한다고 했다.소나무는 하늘을 꿈꾸고 있었다. 날마다 1cm씩 하늘로 올라가려면 매일 뿌리를 내리고 매일 하늘을 보라고 했다. 조금씩 휘는 것 쯤은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고향은, 남자가 몰랐던 비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까마귀는 새되기는 매우 어려운 데, 몸을 독하게 비워 가벼워져야 한다.벌레나 사체 같은 더럽고 천한 것들을 먹는 것도 참아야 한다. 그래야 태양으로 갈 수 있다고 했다. 천지연 폭포는 물 이야기를 했다.섬의 물은 수증기로 허공을 돌다가 비가 되고 땅속 화산암 깊은 곳에서 지순하게 수련해야만 비로소 바다로 갈 수 있다고 했다.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