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타임스=한성규] 21살, 아직 활짝 피어나기도 전에 한 생명이 사라졌다. 그는 세상을 떠났지만 누군가의 아들로, 친구라는 이름으로 자신과 관계 맺은 모든 이들의 가슴속에서 살아갈 것이다. 최근 PC방 살인사건으로 모델이라는 밝은 꿈을 꾸며 어려운 가정형편을 헤쳐나가던 한 청년이 숨을 거두었다. 서비스가 불친절하다는 이유였다고 한다. 서비스가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손, 머리 등을 30차례나 칼로 찔렀다고 한다. 아무리 심신이 미약했다고 하지만 이런 일이 과연 정상인가? 타인으로서 한국 사람외국에서 오랫동안
[오피니언타임스=최미주] 며칠 전 ‘만신(萬神, 무당을 높여 부르는 말)’으로 불렸던 오빠로부터 전화가 왔다. 한 때 노량진에서 임용고시 준비를 하며 살았을 때 공식 커플의 결혼소식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수험생으로 만나 결혼까지 하는 그들이 너무 신기했다. 만신 오빠의 근황이 궁금했으나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고 전화를 끊고, 잠시 노량진 시절의 생각에 잠겼다.2015년 겨울, 1차 불합격 통보를 받은 수험생들끼리 기분이 울적할 때마다 자주 가던 술집에 모여 신세한탄을 했던 그날이 떠오른다. 당시 중등 교원임용고시 1차 합격자 공고에는 ‘
부다페스트는 아름다웠다.고개를 돌리면 눈에 들어오는 모든 장면이 그림 같았다. 사랑하는 사람과 멀리 떠난 첫 여행, 우리는 부다페스트에서 먹고 마시고 보고 느끼는 모든 것이 좋았다.사실 신혼여행으로 휴양지를 많이 권유받곤 했다. 결혼 준비로 그동안 매우 피곤했을 테니, 따뜻한 햇볕을 쬐며 바닷가에서 여유롭게 쉬라는 취지였다. 나쁘지 않은 생각이다. 그런데 그녀와 나는 왠지 모르게 예전부터 헝가리가 끌렸다. 부다페스트의 거리를 같이 걷고 싶었다. 연애할 때에도 막연하게나마 우리가 나중에 결혼을 하게 되면 부다페스트에 가자고 했다.때로
출처를 알 수 없는 허기혼자 살다 보면 갑자기 엄청난 허기가 몰려올 때가 있다. 급속도로 배가 고파지면 그때부터 패닉이 시작된다. 뭘 사다 먹기는 너무 싫다. 하지만 배는 고프다. 뭘 먹어야 할 지 모르겠다. 이 과정이 반복된다.그럴 때 혼자서 치킨이라도 먹어볼 요량으로 치킨을 사다 먹기 시작하면 불현듯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배부른 것이 느껴진다. 그런데 이상하다. 분명히 배는 부른데 무언가 불만족스럽다. 차라리 아무 것도 먹지 않았을 때가 나았단 생각이 들 정도다. 얼마 먹지 못했다는 아쉬움에 꾸역꾸역 눈 앞에 놓인 닭을 한참 더
[오피니언타임스=서은송]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혹은 이미 꿈을 이루신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요새 멘토링 수업을 다니면서, 중학생 친구들을 만나 항상 내가 하는 질문이다. 그럼 대부분 답은 두 가지로 나뉜다. 꿈이 없다고 울적해하는 학생들과 자신이 원하는 직업이 무엇인지 답하는 친구들…….우리는 대부분 꿈과 장래희망을 연결시켜 말하고 있다. 나 또한 꿈은 당연히 미래의 직업이라고 생각해왔다. 꿈이라는 예쁜 단어가 언제부터 그런 의미로 한정지어졌는지 가늠할 수 없지만, 그 굴레에서 벗어난 나는 요새 하루하루 새
[오피니언타임스=이하연] 셀프 서비스 시대다. 카페에서는 진동벨이 강력한 진동음을 내며 붉은 빛을 번쩍번쩍 발한다. 덕분에 아무리 시끄러운 카페일지라도 우리는 셀프 서비스를 착실하게 수행할 수 있다. 음료를 다 마시고 나서도 마찬가지다. 진동벨은 없지만 무음의 분리수거함이 떡 하니 버티고 시선을 사로잡는다. 우리는 테이블을 치우고 그곳으로 가 분리수거를 한다. 커피를 만드는 것 빼고는 입장부터 퇴장까지 모든 것을 스스로 한다.셀프 서비스는 이제 식당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셀프 반찬대와 무인 주문기 등이다. 무인 주문기에서 주문과 결제
[오피니언타임스=심규진] 남다른 카리스마. 장엄한 기운. 몽둥이를 들지 않아도 일동 정숙하게 만드는 영향력. 과거로부터 구전되는 전설의 별명. 학창시절 한 번쯤 만나게 되는 호랑이 선생님의 조건이다. 나 또한 호랑이 선생님을 고등학교 1학년 담임 선생님으로 만났다. 당시 나는 반장이었고 호랑이 선생님은 나에게 골리앗 보다 높고 높은 산이었다. 별명은 ‘맘보’였는데 맘보의 사전적 정의인 라틴 아메리카의 음악과 선생님은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람보’에 가까운 인물이었으므로. 람보보다 더 거대하다는 의미에서 4m길이의 어금니를 가진 ‘맘모스
[오피니언타임스=이명렬] 청년들이 모여있는 글쓰기 토론방의 단체 채팅 창은 가끔 재미난 글들이 오간다. 방장이 먼저 말문을 연다. 방금 풍성한 사냥을 끝낸 사자 어미 같이 청년들이 좋아할 따끈한 글들을 여럿 풀어 놓는다. 이젠 필진들이 열심히 물어뜯을 차례이건만, 도리어 채팅창은 진지해진다. 진부한 문체, 소재 고갈, 마감 압박 등 잔뜩 묵혀둔 고해성사가 한바탕 벌어진다. 날카로운 시선과 자기만의 감성으로 세상을 들여다보는 필진들이건만 앞다투어 자기비판을 하는 모습이 사뭇 낯설다.나도 반성에 앞장서는 편이다. 출퇴근길에 다른 사람들의 글
지는 걸 죽기보다 싫어하던 아이나는 지는 걸 죽기보다 싫어하는 아이었다. 생각난다. 유치원 때였을 것이다. 운동회가 있었다. 100미터 달리기였는데, 당시 2년이나 빨리 유치원에 들어갔던 내가 다른 애들과 상대가 될 리가 없었다. 출발 후 3초도 지나지 않아 내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4명중에 4등이었다. 나는 부정출발을 문제 삼아 경기를 취소시켰다. 그렇게 출발만 세 번, 나는 내가 맨 뒤로 처질 때마다 바닥에 주저앉아 경기를 끊어버렸다. 나도 지치고 나머지 3명의 형아, 누나들도 지치고, 심판을 보던 선생님도 지치고 결국 내가
[오피니언타임스=정수연] 여행은 약 한 달치의 기억이지만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는 마무리 지으려 한다. 약 한 달, 유럽에 홀로 여행을 다녀왔다. 시간에 쫓기고 불안한 미래에 대한 걱정에서 도망치고 싶어 무작정 떠났다. 그 어느 날엔 온종일 걸어 아픈 다리를 이끌고 트램 정류장에 앉았다. 눈앞에 보이는 길가의 나무와 중세 유럽풍의 건물들, 그 위로 어슴푸레 분홍빛으로 물들어가는 하늘, 그리고 하늘을 가로지르는 전선. 이국적인 풍경에 멍하니 앉아 한참을 바라봤다. 트램을 몇 번 보내고 나서야 숙소에 갈 마음이 들었는지 가방을 뒤적거리며 지갑
[오피니언타임스=김동진] 예전에 내가 사는 동네에 해상 케이블카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가족과 함께 찾아갔다. 그동안 국립공원이나 다른 관광지를 갈 때마다 그 지역 주민들에게만 주어지는 가격 할인 혜택을 은근히 부러워했던 나와 아내는 드디어 우리에게도 그런 기회가 찾아왔다며 기뻐했다. 막상 가보니 지역주민에게는 1000원이 할인되었다. (얼마 후 2000원 할인으로 변경되었고 지금은 조조, 심야 시간대에 한해 더 많은 금액이 할인되고 있다) 다른 지역에는 더 많이 할인되는 곳도 있던데 할인율을 보고 적잖이 실망했지만, 줄을 서서 탑승권을
[오피니언타임스=신영준]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영화 ‘뷰티풀 데이즈’가 선정됐다. 이나영 주연의 이 영화는 탈북여성이 조선족 남성과 매매혼을 하여 낳은 아이가 14년 만에 한국으로 찾아오면서 밝혀지는 숨겨진 진실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다.원시사회에서 여성은 가족 구성원의 주요한 노동력으로 간주되고 여성이 출가한다는 것은 노동력의 손실로 보았다. 그래서 신랑 측에서 신부나 신부의 집안에다가 그 손실에 대한 일정한 보상을 해야 했다. 하지만 영화에서 다루는 매매혼이라 함은 탈북여성들은 중국에 장기 체류하기 위해서 중국 남자와 혼
[오피니언타임스=김우성] 몹시 추웠던 올해 초, 대한민국을 한동안 뜨겁게 달구었던 사건이 있었다. 화제의 주인공은 테니스 선수 정현.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에서 정현은 파죽지세의 기량을 선보이며 한국인 최초로 4강에 올랐다. 강자들을 차례로 꺾는 그의 행보에 국민의 관심이 커져갔는데, 그 중 하이라이트는 노박 조코비치와의 경기였다.조코비치는 매 대회마다 우승 후보로 꼽히는 선수다. 탑랭커 조코비치를 상대로 비교적 약체인 정현이 완승을 거두자 세계가 놀랐다. 물론, 당시 조코비치 몸 상태가 100% 정상은 아니었다. 그는 작년에 팔꿈치 부상
[오피니언타임스=김연수] 이말 삼초라는 말이 있다. ‘2학년 말, 3학년 초’의 줄임말로, 그 사이에 애인이 없으면 졸업 때까지도 이성 교제가 어렵다는 말이다. 그런데 요즘은 뜻이 바뀌어 2학년 말, 3학년 초에 정확한 꿈, 구체적인 진로와 목표가 없으면 앞으로의 미래가 어렵다는 말로도 쓰이곤 한다. 그런데 나는 현재 2학년 말도, 3학년 초도 아닌 3학년 말에 있다. 마냥 영원할 것 같았던 20대는 어느새 중반을 코앞에 두고 있다는 뜻이었다.아마 해가 바뀌면 고인물(학번이 높은 사람을 오래 고여 있는 물에 비유해서 부르는 말), 화석
마른 체형에 안경 낀 강재용씨(가명)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친근해보였다. 책가방을 메고 있었는데 그 속에는 뭐가 들어있는지 알 수 없었다. 언뜻 보면 고시생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앞뒤 설명 없이 공사 현장에서의 삶을 인터뷰하고 싶다는 의견을 전달했는데 흔쾌히 승낙하여 만남이 성사되었다. 사전에 준비한 질문(Question)에 답(Answer)을 하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Q) 보통 몇 시에 어디로 출근하시나요.A) 일반적으로는 인부가 새벽 5시경 인력사무소에 대기하고 있으면 일을 배정받아 현장으로 가는 구조입니다. 상황에 따
[오피니언타임스=고라니] 스물 두 살의 봄날, 횟집에서 고등학교 선배들을 만났다. 나를 포함해 대학생이 네 명에 은행, 자동차회사, 공공기관 등 다양한 직종에 몸담은 이들이 열댓 명이었다. 눈치 보지 말고 시키라는 선배들의 호령에 광어 대신 참돔을 주문했다. 소맥에 이어 팔자에도 없는 위스키로 2차를 달리고 반쯤 정신이 나가 있을 무렵, 갑자기 누가 옷을 갈아입으라고 재촉한다. 이게 무슨 소린가 싶어 정신을 차려보니 선배 몇 명이 가운을 입고 웬 방에 앉아 있고, 벽에는 처음 보는 여자들이 서 있다. 그제야 상황파악이 된 나는 서둘러 그
겨우 이런 미래형 식사애니메이션 ‘드래곤볼’에는 선두(仙豆)라는 것이 등장한다. 아직 손오공이 원숭이 꼬리를 단 꼬마였을 때, 높은 탑에 사는 고양이 신선 카린에게서 처음 받아먹은 콩이다. 이 선두는 한 알만 먹어도 기력을 보충하는 것은 물론 아무리 심각한 상처라도 순식간에 낫게 만드는, 그야말로 신선의 콩이자 묘약이다. 전투가 잦은 애니메이션에 반드시 필요한 설정이기도 하지만, 드래곤볼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해봤을 법하다. ‘언젠가 먼 미래에는 정말로 저런 선두가 개발되겠지? 한 알만으로 식사도 되고 치료도 되는
[오피니언타임스=이성훈] 동물구호단체에서 일하는 탓일까. 얼마 전 고향에 다녀오며 유독 시골 개들이 눈에 밟혔다. 개들은 태생적으로 주인과 강한 애착을 형성하며 자유롭게 산책하길 즐긴다. 그런데 짧은 목줄에 묶여 추우나 더우나 밥그릇만 끌어안고 사는 시골 개들의 모습은 참 딱해보였다. 흔한 시골 풍경이라며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그중 8kg 남짓한 아기 리트리버가 기억난다. 유독 어리고 꼬질꼬질한 개라서 그랬나보다. 녀석은 택배트럭 하치장에 홀로 묶여 있었다. 생후 4~5개월 남짓한 수컷인데, 아직 젖니도 채 자라지 않았다. 녀석은 초
[오피니언타임스=김봉성] 지난 8월 31일, 오마이뉴스에서 원룸촌 쓰레기 불법투기 문제를 다뤘다. 그 기사는 문제의 주범을 외국인으로 단정했다. 원룸촌이 밀집된 충남 태안의 특수성 때문이었다. 일자리 때문에 1-2개월 머물다 갈 뿐인 외국인에게 질서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학가 원룸촌의 쓰레기 사정도 다르지 않다. 포털에서 ‘원룸촌 쓰레기’를 검색하면 전국의 문제들이 검색된다. 지자체는 자포자기한 채 양심에 호소했다. 이곳의 문제 원인도 '외국인' 때문이다. 대학가 원룸에 사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서로 '
[오피니언타임스=이광호] 대학 사이버 강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꿀강의와 그렇지 않은 것. 여기서 꿀강의란 출석, 과제, 시험이 쉽고 성적받기 좋은 과목을 뜻한다. 강의에 따라 일정 시간 이상 수강해야 출석이 인정되는 과목들도 있지만 일부 과목은 강의 수강 버튼만 눌러도 출석이 인정된다. 오랜 기간 강의 내용과 시험 문제가 바뀌지 않는 경우도 있다. 수년전 혹은 십여년 전의 내용이 그대로 반복된다. 이런 과목은 포털 사이트에 강의명을 검색하면 기출문제와 강의 내용을 정리한 ‘족보’가 돌아다니고 있는 것을 쉽사리 찾아볼 수 있다. 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