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타임스]비용(cost)은 경제학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 가운데 하나다. 비용 관련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비용 최소화의 원칙”이다. 개인, 기업 및 국가를 막론하고 일정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간주된다. 그런데 사람들이 무심코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데, 이것은 논리적으로 틀린 말이다. 비용과 효과라는 두 가지 요인을 동시에 통제할 수 있는 의사결정 원리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타당한 표현은 “일정한 효과를 최소 비용으로 달성하고자 함” 또는
[오피니언타임스]한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식민지에서 독립한 많은 나라들 가운데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동시에 달성한 유일한 나라다. 이 사실만으로도 국제사회에서 높이 평가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지금도 남미, 아프리카, 중동 및 동남아시아의 많은 나라에서 민주주의는 요원하며, 경제발전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들 나라와 비교하면 한국은 단연 군계일학이다. 그럼에도 미국을 비롯해 서구의 지식인들 가운데 이런 발전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외국인들에게 한국은 여전히 중국과 일본의 영향력 아래 있는 정체성이
[오피니언타임스] 다음에 묘사한 사람이 누구인지 맞추는 간단한 퀴즈로 논의를 시작해 보자. 이 사람은 1879년 독일 울룸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학교 수업에 집중하지 못해 성적이 형편없었고, 담임선생은 장래가 걱정된다고 평가했다. 김나지움(독일식 고등학교)에서도 성적은 매우 저조했으며, 선생들을 포함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를 지진아로 간주했다. 부친의 사업이 부진해 이탈리아로 이주 한 후에도 형편은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가까스로 스위스의 취리히 공대에 입학한 후 비로소 그는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공부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학과
[오피니언타임스]최근 가장 심각한 글로벌 경제이슈는 단연코 불평등의 문제다. 그동안 주류 경제학자들은 분배 문제 또한 시장원리에 따라 결정되는 것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소극적인 입장을 유지해 왔다. 이런 입장을 대변했던 대표적인 경제학자로는 미국 시카고대학의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을 들 수 있다. 그는 저서 『자본주의와 자유』에서 자본주의는 부유한 노동계층을 양산해 중산층 형성에 크게 기여함으로써 불평등을 완화하는데 혁혁한 성과를 올렸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에서 불평등을 완화한 것은 공산주의가 아니라
[오피니언타임스]요즘 대중매체를 통해 공유경제(sharing economy)란 용어가 자주 소개되고 있지만 불과 몇년전만 해도 생소한 단어였다. 필자가 공유경제라는 용어를 처음 접한 것은 영국에서 발행되는 시사주간지 2013년 5월 9일자 기사를 통해서였다. 이 기사는 다음과 같이 시작했다. “지난 밤 192개국의 30,000개 도시에서 250,000개의 방이 여행객을 위한 객실로 제공되었으며, 이 가운데 40,000명이 이 숙박시설을 임대했다.” 기사는 온라인으로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인 에어비앤비(A
[오피니언타임스] 한국이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를 지향한다는 것은 헌법에 명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누구나 다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진실은 그렇지 않다. 서구 여러 나라들과는 달리 한국의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는 해방 이후 미국에 의해 이식(移植)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우리의 삶의 규정하고 있는 정치․경제 제도의 기본 틀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우리가 독자적으로 발전시킨 것이 아니다. 물론 이런 제도를 우리 실정에 맞게 수정·보완한 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오피니언타임스]한국경제가 사실상 소수의 기업집단, 즉 재벌에 의해 돌아가고 있다는 것은 이미 국내외에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필자가 다른 글에서 강조했던 용어를 사용하자면 이것은 공유지식(common knowledge)에 해당한다. 그러나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공유지식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여기서 재벌의 공과(功過)에 대해 평가할 의도는 없다. 단지 한국경제와 한국의 미래를 위해 재벌에의 ‘경제력 집중의 심각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우리나라에서 재벌의 형성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요인으로는 무엇보다 정부
[오피니언타임스] 언제부터인가 언론에서 특정 개인에게 국민 여동생, 국민 엄마, 국민 요정, 국민 가수, 국민 배우라는 명칭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일반 대중도 별다른 거부감 없이 이것을 하나의 관행으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이런 관행이 북한에서 ‘인민 영웅’, ‘인민 배우’ 등의 명칭을 사용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비록 남북으로 분단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우리와 북한 주민은 여전히 유사한 의식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지지 않나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체제가 달라도 인간의 집단무의식에 남아
[오피니언타임스]오늘날 정보화 시대를 살면서 정보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축적된 정보의 양이 유사 이래 인류가 축적한 정보의 양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은 최근의 엄청난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구체적으로 미국 버클리대의 연구진에 의하면, 인류는 2003년까지 대략 12엑사바이트(1exabyte=104만TB)의 데이터를 축적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후 전 세계 디지털 데이터의 양이 2006년 161엑사바이트
[오피니언타임스] 시장 실패(market failure)란 이런저런 이유로 ‘시장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경제학에서는 시장 실패가 마치 특수한 경우에 해당하는 것처럼 텍스트의 맨 마지막 부분에서 다루는 것이 관행처럼 되어 있는데 이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왜냐하면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시장경제를 기본 경제 시스템으로 채택한 경우 시장 실패는 매우 일반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정부의 역할이 정당화되지만, 결국 정부 실패(government failure)로 이어진다. 우리는 시장 실패와 정부 실패라는
[오피니언타임스]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과거에 비해 더 많은 소모적인 갈등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사람들은 더 많은 대가를 치르고 있다. 글로벌 시대를 맞이해 이런 경향은 국제적으로 더욱 확산되어, 국가 간의 정치적․경제적․문화적 갈등이 더욱 고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다음 몇 가지 사례를 생각해 보자.• 고질적인 여야 갈등, 노사 간의 극한 대립 및 남북 간의 갈등• 시장점유율을 둘러싼 기업들 간의 치열한 경쟁• 교통체증시 극심한 끼어들기 현상이나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 공
[오피니언타임스] 도덕적 해이에 관한 이전 글에서 필자는 한국 사회에는 오랜 전부터 도덕적 해이 현상이 만연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불감증이 더 심각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것이 필자만의 생각이라면 한국의 미래를 위해 천만다행이다. 그러나 양식 있는 사람이라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과거 신분제 사회의 잔재와 식민지 경험으로 인한 후유증, 그리고 남북분단으로 인한 이념적 갈등 및 군사독재로 인한 비이성적 사고 등 다양한 요인들의 상호 작용으로 인해, 이른바 ‘완장’을 차게 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지위와
[오피니언타임스]온 나라를 비탄에 잠기게 했던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도 벌써 일 년이 넘었다. 이 시점에서 필자가 가장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이 사건으로부터 어떤 교훈을 얻었으며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에 대해 깊이 논의된 바가 없다는 점이다. 과거에도 이에 버금하는 대형 참사가 간헐적으로 발생해 우리를 경악케 했었다. 경제개발을 시작한 이래 와우아파트 붕괴, 남영호 침몰, 이리역 화약폭발,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등과 같은 어처구니없는 인재(人災)가 종종 발생했다. 그런데 지금도 이런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
[오피니언타임스]필자가 오랫동안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오면서 가장 후회스러운 일은 학생들과 충분히 대화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이제 정년이 몇 년 남지 않은 지금부터라도 학생들과 보다 많은 대화를 시도하려 한다.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교수와 학생 간의 대화는 학생들이 학습한 내용과 관련해 질문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런데 필자가 학생이었던 시절이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은 것은 학생들이 질문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교수와 학생 간에 활발하고 생산적인 대화가 이루어지기 어렵다.그러면 한국 사회의 다른
[오피니언타임스]한국은 현재 세계사적 관점에서 어디쯤 위치하고 있으며 앞으로 인류의 번영을 위해 무슨 역할을 할 수 있는가? 필자는 지금쯤이면 우리도 이런 거대한 문제를 가지고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정반대다. 세계사의 주역을 자처하기에는 우리 문화가 여전히 저급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오랫동안 한국인들의 정신세계를 파편화시켜왔던 봉건 의식, 식민지 의식, 분단 의식 및 지역 의식이 여전히 우리의 사고와 행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그 결과 한국인의 전반적인 의식은 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