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땅끝에 초가집을 지었다.바람이 찾아와 북방 시인의 시를 더 들려주었다.가난하고 외롭게 높고 쓸쓸하니… 꿈에 본 조랑말이 찾아왔다. 까마귀도 왔다. 배도 보였다.그리고 그 색이 또 한번 찾아왔다.그들은 남자의 바람벽이 되어 주었다.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남자는 섬으로 가는 비행기를 무작정 탔다.고향의 바다를 하늘에서 내려보다가 운명처럼 그 색을 보았다.알을 품듯 품었다가 돌려주려고 고향이 준비한 그 색!노란색.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또 다른 꿈도 꾸었다.사라졌던 소녀가 낯익은 초가에 보였다.소년이 떠난 고향을 소녀가 돌보고 있었다.큰 할망이 지키는 산은 온화한 빛을 띄었고소녀 주변엔 까마귀와 조랑말도 있었다.온통 평화로워 보였다.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소녀가 사라진 후 소년도 섬을 떠났다. 생전 못 보던 도시들 속으로 들어갔다.큰 도시는 섬보다 풍부했지만 알면 알수록 부딪치면 부딪칠수록 바위 끝처럼 날카로웠다. 바다는 길이 없어도 다 통했지만 큰 도시는 길이 복잡했다. 그 길을 따라 움직이지 않으면 갑자기 고립되기 일쑤였다.어느 날 소년은 그 길을 거부했다가 다리 불구가 되었다. 소년의 손에 나무 지팡이가 주어졌다. 소년은 울었다. 꿈에서도 또 울었다. 절망한 소년은 그림을 그렸다. 다행히 그림은 소년을 지켜줬다. 소년은 도시의 남자가 되어갔다. 그림에 빠져 들었고 남자는 그림으
세월이 흘러 꿈의 소녀는 더 외로워 보였다.소녀는 바다를 두려워했지만 늘 바다 옆에 있었다.어느 날,바닷가 바위에 잠든 소녀에게 밝은 빛이 어렸다.그리고 바람과 큰 파도가 덮치더니 홀연히 소녀를 데려갔다.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누군가 그리울 나이가 되었을 때소년은 한 소녀의 꿈을 꾸었다.둘은 바위섬에서 가끔 만났다.소녀는 어느 날, 작은 소리로 ‘바다는 여자의 적’이라고 했다.아직 바다도 몰랐고 섬의 여자도 몰랐던 소년은 오랫동안 그 말을이해할 수 없었다.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검은 바다를 아는가!바위섬의 평화는 그 검은 바다 때문에 쉬 깨졌다.어디엔가 숨어 있던 검은 파도는 삽시간에 바위섬의 소년을포위하고 고립시켰다. 바위섬의 무서운 고립은 소년의 가슴에 단단히 각인되었다.세상은 검은 바다와 황색의 평화, 그 사이에 있었다.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소년이 바위섬에 있으면,그곳은 한편 바다의 극장이 되었다.바다의 거대한 화면엔 늘 바람, 게, 물고기, 구름 그림자, 저녁 노을,눈부신 태양의 반사 빛, 짙푸른 심연 같은 이미지들이 일렁거렸다.바위섬에 있으면 세상은 변화무쌍하여 하루가 금세 지나갔다.바위섬은 이처럼 소년에게 평화였으나바다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이대로 가는 길 남자는 섬에서 태어나 소년일 때 섬을 떠났다. 소년이 살던 그 시대는 모질었다.모진 시대는 남자 손에 지팡이를 쥐어줬다. 남자는 지팡이에 기대 낯선 땅에서 긴 세월을 보냈다. 그 세월은 황야 같았다. 황야에서 남자는 외로웠고 날카로워졌다.남자는 옛날 섬 소년을 꿈꿨다. 초가집, 조랑말, 까마귀… 배와 이어도, 비바리, 신화가 있는 섬.그 곳이라면 매우 외로울 것이나 남자를 완성시켜줄 것이다. 혹시, 바닷가 외딴 바위섬에 하루 종일혼자 있어본 적이 있는가.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
세상이 다시 평온해졌다.나는 이제 떠날 것이다.내가 떠나고 나면 보이지 않던 태양, 눌렸던 소나무, 잃었던 색,떠났던 배가 다시 평온으로 돌아올 것이며,나의 힘을 빌어 아우성쳤던 것들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다시 침묵할 것이다.그들은 애써 나의 파괴를 잊을 것이나, 나는 다시 온다.나는 바람이며 바람(Hope)이므로.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아침, 동쪽 성산봉이 충혈된 모습을 드러냈다.나의 여정은 곧 끝나간다.나로 인해 순간 흔들렸고 고통 받았던 것들은,그러나 나로 인해 그들의 소리를 토해내게 되었다.존재의 아우성을 냈던 그들은 이제파괴와 고립 그리고 과거의 기억과 희망을 다시 생각할 것이다.꼭 그러기를 바란다.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새벽 동이 터오도록,말은 미동도 않은 채 배를 보고 있었는데,나는 착각처럼 그 옛날 말의 본 모습을 보았다.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남자가 들어갔다.타자들의 울음소리가 아직 멈추지 않았을 때,조랑말은 혼자 남아 배와 대륙 쪽을 보고 있었다.배는 점점 더 바다로 나아가고 있었다.나는 말을 보며 생각했다.‘저 말은 자신이 비웃었던 까마귀도 생각할까.’태양으로 날아간 까마귀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남자와 말의 이야기를 듣던 나는,광포한 소리를 배가시켜 그들의 대화를 잠시 끊었다.그들은 이제 침묵하던 타자들의 소리도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나, 바람은 안다.세상에 자기 소리가 없는 존재는 없음을.내가 거세게 와-앙, 웅- 몰아치자소나무와 풀, 초가집 지붕, 바닥에 뒹굴던 돌들과 벌레들, 거품들, 흰 파도와 깃발들이 깨어나 아우성을 쳤다. 그들도 조랑말과 같은 울음소리를거칠게 토해 냈다. 세상은 이내 타자들의 울음소리로 가득 찼다.남자와 말도 그 아우성을 듣기 시작했다.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나는 흥미를 느껴 잠시 녹색 바람을 보내주었다.남자는 조용히 조랑말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말 : 까마귀는 하늘을 날며 백만 번 춤을 추면 전설로 돌아간다고 했어. 그에겐 날 하늘이 있었다고. 배는 결국 돌아올 거지만 늘 저 바다로 나가. 위험해도 나갈 바다가 있는 거야. 그런데 나는 뭐가 있지?말은 육지의 배처럼 대륙을 달렸었다. 과거엔 확실히 그랬다.그러나 이제는 살아있는 박제일 뿐이다.‘위대한 전설을 가졌으나 그래서 더 비참해진 운명을 아나?‘말은 이렇게 묻고 있었다. 말은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울고 있었다.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내가 더 거칠어지자 초가에서 남자가 나왔다.남자가 말 갈기를 쓰다듬으며 침묵하다가 말에게몽골 대륙을 달리던 전설을 기억하라고 했다.말은 대답대신 고개를 돌려 폭풍에 흔들리며 가는 배를 보았다.남자: 말, 저 배가 진정 무서워하는 것은 침몰이 아니라. 더 이상 바다로 갈 수 없는 비겁함일지도 몰라.그러자 말이 반발했다.말: 듣기엔 멋진 말이군. 그런데 섬에 남은 말에 대해 얼마나 알아?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말: 헉- 숨 막혀. 앞도 안 보여. 너무 잔인하다 폭풍, 그대, 어차피 사라질 운명이 왜 이러는 거야?폭풍: 그렇게 믿는 자들은 다 나보다 먼저 사라졌지. 나는 과거 용감했으나 이제 작아진 저 네 발 육지동물에게 더 강한 바람을 날려보내야겠다. 도대체 누가 사라진다는 말인가!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세상은 나를 파괴라고 부른다.그러나 진짜 현명한 자들은 안다.내 거친 파괴는 궁극적 평화를 위해 내미는 선의의 악수임을.폭풍의 언덕에 설 때 비로소 거짓이 잘 보이는 법임을.잘 보라. 이 누런 세상은 도대체 어떠한가.악취와 거짓, 도시의 분노들, 불안한 정신들……그들을 나 아니면 누가 정화하겠는가!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변화와 파괴의 계절!이제 시작이다.내 검은 힘이 솟구치고,바다의 파도가 내 의지에 부응해 더 거칠어진다.땅, 하늘, 생명과 질서들!이제 흔들리고 무너져 내릴 시즌이다.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폭풍의 말나는 형체가 없으나 변덕스럽고 힘이 무척 세다. 고대 사람들은 나를 신비한 힘으로 사랑하고 또한 마법이라고 두려워했다. 지금도 많은 예술가들은 나를 예술의 소재로 하며 또한 연인들은 내게 간절한 부탁을 한다. “바람아 멈추어 다오.” “ 바람아 거세게 이 세상을 날려다오.” “바람아, 나를 그가 있는 곳까지 데려다 주렴.”나는 변화, 파괴, 위안과 소통 그리고 미래와 희망, 이동을 상징하는 복잡한 존재이다.나는 지구가 숨을 쉬고 달이 바다를 끌어당기기 시작한 수억 년 전 공기를 어머니로, 흐름의 법칙을 아버지로 해서 태어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