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그리고 남자와 했던 시간들이그리울 것 같아. 많이어느 겨울 날 태양이 강렬하게 비출 때면그 빛 속에 내가 찾아왔다고 생각해줄래?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태양. 오 나의 기원!이젠 가야지. 가야 해.과연 그 곳에 갈 수 있을지는 몰라.그래도 낮은 곳에서 끝나지 않으려면 높이 날아올라야 해.왜 그곳에 가느냐고 묻지는 마.고향을 찾는 이방인에게 이유를 묻지 않잖아.대신, 기억해 줘.어느 겨울, 태양으로 떠난 한 마리 작고 까만 새를.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그리고 겨울이 왔어.떠났던 남자가 구부정하게 벌레처럼 돌아왔어.벌레는 외롭고 버림받은 자를 뜻하는 거겠지.남자는 계속 자기 안의 벌레를 보는 것일까?공중에서 그를 오래 지켜보던 나는 방향을 틀었어.이제는 떠나야 돼. 친구들은 이미 떠났어.누구는 태양으로, 누구는 심연으로.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검은 태양 본 적 있어?저 검은 태양이 뜨면 고대 사람들은 큰 활로 쏘아 제거해야 재앙을 막을 수 있다고 믿었대.그렇지 않으면 모두 우울증 상태가 되니까.늦은 가을, 빛 바랜 황토 장판지 같은 바다 위에검은 태양이 뜨던 날,남자는 초가를 나와 어디론가 조용히 떠났어.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가을이야.검은 폭풍이 몇 번 더 왔고 빈 배도 몇 번 더 나타났어.나는 가슴에 친구를 여러 번 묻었어어느 날, 바닷가에 남자와 말이 보이더군.오랜만이라 너무 반가워 단숨에 날아가 마구 떠들었지.까-악 까-악이 가을까지 오는데 정말 많은 일이 있었거든.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말이 초가로 들어가고 얼마 후문득 바닷가에 금빛 기운이 보였어.‘뭐지?’호기심에 날아가보니 처음 보는 배가 있었어. 빈 배였어.빈 배는 어제 떠나간 영혼들과 전설의 섬 이어도 이야기를 들려줬어.너무 신비로운 섬 이야기였어.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다음 날 검은 새벽,말이 경계 끝에 서 있는 것이 보였어. 나는 떨면서 말에게 다가가어젯밤 우리의 사투를 말했어. 그런데 말이 엉뚱한 말을 했어.말: 우리, 저 폭풍으로 뛰어들까? 우리 조상들은 모래폭풍 속을 달렸었지.나는 어이가 없고 화가 치밀어 속으로 외쳤지‘조상들의 모래폭풍이라고? 말, 그 입 닥쳐.이건 바로 지금 우리를 덮쳤던 검은 악마라고.’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무서운 고립 속에서우리는 간절하게 태양이 보고 싶었어.그러나 생존은 결국 혼자 몫이야.각자 죽을 힘으로 날아오르자,검은 파도가 바위섬을 통째로 내리쳤어.우리 중 몇이 파도 아가리로 빨려 들었어.생존의 기억까지 빨아들이는 저 심연으로 말이야.우린 그들을 잡아줄 수가 없었어.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다음 날 그가 왔어. 검은 폭풍.바위섬에서 쉬던 우리는삽시간에 검은 바다 안에 고립되었어.너무 격렬한 카오스의 바람!하늘을 나는 것들의 자유는 어디로 갔나!금빛 오후는 어디로 갔나!부질 없는 후회들.오, 갈 곳 없고 날 곳 없는 운명이여!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바다에서 막 돌아온 우리는돌담에 앉아 날뛰면서 까-악 검은 소리로 수다를 떨었어.화산암 돌담은 점점 뜨겁고 우리 검은 몸은 더 검어졌지.그런데 저 바다…… 오, 저건?수평선이 거세게 흔들리기 시작했어우리는 본능적으로 뭔가 오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그리고는 마침내 일이 터졌어.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뜨거운 여름의 시작, 오전바다가 더워지기 시작했어남자가 쪽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는 게 보였어.아주 느린 속도로 말이야.그런데 남자는 특별히 어디로 가는 것 같지는 않았어.갈 곳 없는 항해로 남자는 어디로 가는 걸까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금빛 동이 트는 아침.초가집 방문이 열렸어.아침이 이렇게 밝은데 남자가 더 외로워 보이네.나는 무리들과 높이 날아 난무를 췄어. 까- 악 까 -악초가집 위로 소나무도 우리를 따라 춤을 췄지.아, 이런 평온한 날이 계속될 수만 있다면!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그날 저녁.다시 찾아간 남자의 초가에 조랑말이 보였어.내가 돌에 내려 앉자 조랑말이 시큰둥하게 말했어.“난다는 것은 허망한 거야. 결국은 내려와야 하니까.”날아보지도 않고 내려오는 것부터 생각하는 말을 이해할 수가 없어.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나는 무척 호기심이 많은 까마귀야.그 날 무리에서 떨어져, 초가 앞 그 남자를 처음 만났어.남자에게는 뭔가 짙은 냄새가 배어 있었어.인간들 말로 고독이나 그리움 그런 거.그의 눈 속에서땅거죽은 일렁거렸고산은 마치 황토 고무처럼흘러내리는 것 같았어.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늦은 아침,태양의 전설을 가진 우리는 눈부신 태양을 기다리며매일 하늘로 날아올라 군무를 추지.까-악.이렇게 백만 번 춤을 추어야 태양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거야.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바닷가 땅끝초가 앞.스르르- 파아-아직 덜 깨여 희뿌연 땅끝 세상이우리보다 먼저 까만 알에서 흘러나왔어.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전설에서 추방된 새까-악. 안녕. 나는 ‘까옥’이야.우리가 왜 온통 까만 몸뚱이에 시끄러운 목소리로 까-악 까-악 하는지, 그리고 일부 사람들에게 불길한 새로 인지되는지는 분명치 않아. 우리는 가장 많이 오해되는 새 중에 하나야. 좀 억울하지. 사실 고대 동북 아시아 사람들은 우리를 예언 능력이 있는 새 또는 태양의 흑점에 사는 신성한 새, 발이 세 개 달린 삼족오의 후예라고 생각했어.그런데 우리는 어느 순간 그런 신화에서 추방되었어. 지금의 우리는 다리가 하나 없고 전설을 잃은 외족오야.태양으로 돌아가기를 꿈꾸는.
“고독감, 이상향을 향한 그리움의 정서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것이고 인간이면 누구나 갖는 것이다. 내 작품의 감상자들이 그런 정서를 공유하며 위안 받았으면 한다.”- 화가의 글에서그림으로 들어가기화가인 루치안 프로이트는 “ 나는 그림이 내게서 나오기를 원치 않는다. 그들에게서 나오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그들’은 그림에 있는 모델들이며 또한 그를 듣는 화가 자신이기도 합니다. 변시지 화가의 그림 속 모델들은 특히 그렇습니다. 그러니 다음의 그림들에 들어가서 그림 속 모델의 이야기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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