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타임스=김준범] 정치개입과 민간인 사찰의 대명사로 인식돼 온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가 9월 1일 ‘군사안보지원사령부’(Defense Security Support Command, 약칭 안보지원사)라는 간판을 달고 새로 출범했다. 1990년 11월 윤석양 이병의 민간인사찰 폭로 사건 때 ‘보안사’에서 ‘기무사’로 개명(改名)한 지 28년 만에 또 다시 이름을 바꾸게 된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기각될 경우 예상되는 소요사태에 대비해 계엄 선포를 검토해야 한다는 이른바 ‘기무사 계엄 문건’이 발단이 됐다.우여곡절 끝에 3
[오피니언타임스=김철웅] 문재인 정권의 사회경제개혁 의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보수·진보 양측 모두에서 그렇다. 사안을 명쾌하게 하기 위해 세 개의 질문을 던져본다.지난주 수요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 제도 개선 촉구 국민대회’를 열었다. 비가 오는데도 3만 명이 모였다. 흔히 보아왔던 민노총 등 노동단체가 주도한 행사가 아니었다. 식당·편의점·PC방 등을 운영하는 사업자 단체들 중심이었다.광화문광장은 2016년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촛불집회가 뜨겁게 타올랐던 공간이다. 거대한 촛불의 함
[오피니언타임스=이호준] 모처럼 서울에 갔습니다. 친구들과 모임 때문이었습니다. 저녁 식사를 한 뒤 한잔 더 할 곳을 찾다가, 한 친구가 포장마차에 가자고 제안했습니다. 더위가 한풀 꺾인 덕이지요. 포장마차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모두 어릴 적에 묻어놓았던 구슬이라도 찾아낸 듯 눈빛이 반짝거리기 시작했습니다.하지만 막상 찾아보니 전에 함께 다니던 곳의 포장마차는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분명히 여기였는데? 느닷없이 청춘이라도 잃어버린 듯 모두 망연한 표정이었습니다. 도심에서 포장마차가 사라진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한 건 아니지만, 설마 했던 것
[오피니언타임스=이슈토론] “BMW 차주들에 대해서는 행정적 규제까지 내린 반면 제조사에 대해서는 여러 조치들을 요청하는 정도에 그치고 말았다. 정부가 뒤늦게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실효성 강화와 엄정한 처벌을 강조했으나 모두 사후대처일 뿐이다. 자동차는 다른 소비재와 달리 신체나 생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사전방지’가 최우선이어야 한다"“징벌배상제와 집단소송제도는 반복적인 결함 발생을 예방하고 소비자 피해를 제대로 구제하기 위해 필수적인 제도다”경실련이 BMW 화재 원인과 제조사 및 정부의 책임, 제도적 한계를 진단하는
[오피니언타임스=김부복] 서양 작가 사르트르가 말했다.“글은 잉크가 아니라 피를 찍어서 쓰는 것이다.”‘북간도(北間島)’를 쓴 작가 안수길(安壽吉)도 비슷한 말을 했다.“펜촉을 통해서 내 피가 흘러나간다.”글을 쓰는 작업은 아득한 옛날부터 고통스러웠던 것 같다. ‘지봉유설’에 나오는 얘기다.“양(梁)나라 주흥사(周興嗣)가 하룻밤 사이에 천자문을 편찬해 임금에게 바치면서 수염과 머리털이 모두 하얗게 변했다. 집에 돌아오니 두 눈이 함께 실명했고, 죽을 때는 마음이 단전을 떠난 것 같았다고 했다.”‘지봉유설’은 사례를 더 들며 반문하고 있다
[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최근 쇼핑을 하다 보면 여러 형태의 매장을 접하게 된다. 오락실처럼 게임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는가 하면, 카페와 결합되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의류매장도 볼 수 있다. VR콘텐츠를 체험해보기도 하고, 장난감 가게가 아닌데도 다양한 장난감을 마련해 키덜트(kidult) 감성을 건드리는 곳도 있다. 온라인 시장의 경쟁력이 날이 갈수록 커지면서, 오프라인 매장은 다양한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고객 입장에서 이런 치열한 경쟁을 지켜보는 건 딱히 나쁠 게 없다. 내가 자주
비참함은 예술가의 숙명일까[오피니언타임스=김호경] “꼭 그래야만 했을까?”라는 의문이 강하게 든다. “더 좋은 방법이 분명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도 든다. 그 의문과 아쉬움을 묵살하고 “예술가는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과 다를 수밖에 없다”라는, 공인받지 못한 명제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이 소설은 매우 멋진 문장과 철학을 곁들여 강요한다. 반박하고 싶지만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는 화가 지망생을 보며 이것이 그의 운명이로구나, 한편으로는 수긍하고, 한편으로는 애처로워진다.제목마저도 극히 예술적인 는 예술에 대한 사색과 인물
[오피니언타임스=최하늘] 젊은이 늙은이 여자 남자 할 것 없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관심을 갖는 분야가 있다면 ‘다이어트(diet)’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이 여럿 모여 식사하는 자리에 가면 다이어트가 화제에 오를 때가 많다. 나오는 말은 대체로 정해져 있다.“아! 나도 다이어트 해야 하는데” (필요는 느끼지만 그렇다고 먹는 즐거움과 맞바꿀 의지까지는 없어 보이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반응이다)“뱃살 좀 빼야 하는데 죽어도 안 빠지네” (시도는 해보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의 자포자기식 푸념이다)“어떻게 하
[오피니언타임스=이상요] 방송은 남북한이 심리적 동질성을 회복시키는 역할에 적합한 매체다. 지금까지 남북 정부는 방송을 상호비방적인 심리전 매체로 이용했다. 남북관계 개선의 전기를 맞이한 지금 방송은 남북간의 신뢰성 회복에 앞장서야 한다. 심리적, 문화적 동질감이 있어야 인적, 물적 교류도 원활해질 수 있다. 서독방송 시청을 사실상 허용한 동독정부동독정부는 분단 후 서독방송을 시청하지 못하도록 했다. 서독방송이 사회주의 반대 선전매체가 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행정조직을 동원해 서독방송 수신을 감시하고, 서독방
[오피니언타임스=박정애] 올 봄, 천만 관객 이상을 동원하며 대한민국의 극장가를 휩쓴 영화가 있다. 바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Avengers: Infinity War)다. 주인공 타노스는 6개의 인피니티 스톤을 모아 절대 파괴력을 소유하고자 한다. 마침내 6개의 스톤을 모두 차지한 타노스. 우주 생물의 절반을 죽임으로써 새로운 우주 질서를 개편하겠다는 그의 야망을 실행에 옮긴다. 극장을 나오며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타노스가 찾아 헤매던 인피니티 스톤이 현실 속에도 존재하고 있지 않은가. 절대 파괴력을 지닌 그 무시무시한 존
[오피니언타임스=최재황] 정부가 내년 고용관련 예산으로 54조원을 책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작금의 고용사정이 얼마나 심각한가, 예산 규모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정부가 워낙 적극적으로 나서니 사상 최대의 예산투입이 좋은 효과를 가져오길 기대해 본다.그러나 한편으로 의문이 생기는 것은 예산투입이 크니 고용개선이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이전 정부들은 예산을 아끼다 고용문제가 이렇게 악화되도록 방치한 것일까? 하는 의구심때문이다. 그동안 우리의 고용문제, 특히 청년실업난과 실업률의 증가는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어 왔
[오피니언타임스=임종건] 1990년대 무렵만 해도 전국의 5층 미만의 주택 옥상에는 대부분 노란 플라스틱으로 된 물탱크가 있었다. 당시에는 가정용 수도 공급이 전기소모가 많은 가압식 직수 공급보다 옥상의 물탱크에 물을 받아 아래층으로 내려보내는 낙하식이 공급이 많았다.요즘은 이런 용도의 물탱크는 고층 아파트에만 일부 남아 있고, 일반주택에서는 볼 수 없다. 전기사정이 좋아져 웬만한 높이의 건물에는 직수공급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당시 행정당국은 주택가 상공을 노랗게 물들인 물탱크에 외관상 문제가 있다고 판단, 이를 가릴 수 있는 가
[오피니언타임스=김희태] 우리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명장으로 평가되는 이순신(1545∼1598)은 여러모로 특별한 인물이다. 그의 승리 요인은 학자들마다 해석이 다르고, 또 하나로 설명하기 어렵다. 흔히 이순신을 설명할 때 23전 23승의 화려한 승리만을 기억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전승의 행렬은 크게 ‘적의 내부를 알고, 유리한 장소에서 전쟁을 벌이며, 이길 수 없는 전쟁을 하지 않았다’는 이순신의 신념이 있기에 가능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전투가 ‘한산도 대첩(1592)’으로, 대부분 ‘학익진’을 기억하는 이 전투의
[오피니언타임스=도영인] 사랑이란 단어는 삶이 가져다주는 오묘한 맛을 오롯이 느끼게 하는 언어 중에서 가장 흔하면서도 제일 값비싼 말이 아닌가 한다. 여름철에 건강에 좋다는 오미자주스처럼 누구나 살면서 느끼는 인생의 여러 가지 단맛, 쓴맛, 신맛, 짠맛 등 간단하지 않은 삶의 존재감을 불러일으키는 말이다. 그래서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이나 그 말을 듣는 사람들에게 많은 혼란이나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사랑이라는 말에서 나오는 신비스러운 마력에 이끌려 누구나 사랑의 맛을 갈구하게 된다.사랑을 영어로 하면 love인데 영어권 사람들은
[오피니언타임스=심규진] 이사를 준비하면서 아예 본토 지역을 떠나 멀리 타향생활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 후 가구도 처분하고 책도 버리고 아기 장난감도 팔아버렸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집에 있는 고양이 녀석까지 입양 보낼 작정이었다. 막상 보내기로 결심하니 속이 후련했다. 매달 그에게 들어가는 돈은 저금할 수 있을 것이고 더 이상 녀석의 냄새나는 화장실을 치워주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다. 온라인 공간에 입양정보를 올리는 순간 문의가 들어왔다. 당장 내일 자신의 딸과 함께 고양이를 보러 온단다. 아무 생각 없이 시간 약속을 잡고 녀석을 바라
[오피니언타임스=이영환] 옛말에 “호랑이는 죽으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으면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있다. 호랑이에게는 호피(虎皮)가 호랑이를 기억할 수 있는 가장 두드러진 부분이기에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것이고, 사람은 자신의 이름 석자가 인구에 회자(膾炙)되는 데 큰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리라. 그래서인지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자서전을 출판하는 것도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뭔가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자 하는 원초적인 감정의 표현을 무슨 이유로 비난하겠는가? 필자가 좋아하는 가수 조용필의 노래 에도
[오피니언타임스=유세진] 말복이 지나갔다. 이제 며칠 뒤면 여름이 지나 더위도 그치고 선선한 가을을 맞게 된다는 처서다. 올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지난 1월 강원도 횡성에서 기온이 41.3도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 기온을 갈아치웠다. 이밖에도 전국 곳곳에서 40도를 넘는 불가마 더위가 나타나 지역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서울의 경우 최고 39.6도를 기록해 40도에 육박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 여름 온열질환으로 인해 48명이 목숨을 잃었다. 전체 온열질환자도 4000명을 넘었다. 말복이 지났다 해도 더위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다.
‘거부할 수 없는 유혹’과 ‘해소할 수 없는 갈증’[오피니언타임스=김인철] 백두산은 늘 새롭습니다. 늘 새로운 꽃으로 탐방객을 기쁘게 합니다. 9월이면 눈이 내리고 그 눈이 이듬해 5월까지 녹지 않아, 5월 말에야 뒤늦게 봄이 시작되고 8월이면 이미 가을이 무르익는 곳. 해서 6월부터 8월 사이 수백 종의 북방계 고산식물이 한꺼번에 꽃을 피우며, 보통 보름에서 한 달 간격으로 늘 새로운 꽃을 피워 식물 탐사에 나선 이들에게 커다란 기쁨을 선사합니다. 2017년 7월 5일부터 일주일간
[오피니언타임스=안희진] 해방 후 혼란기에 들끓던 사기꾼들 중에는 “남방 또는 중국전선에 있다가 귀국했다. 일본 군대에서 댁의 아들을 만났다. 같이 고생했다. 친했다”며 학병가족에게 접근해 금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댁 아들은 지금 완전 거지꼴이다. 어찌 어찌하면 빨리 귀국할 수 있다”고 말하며 사랑하는 자식과 형제를 전쟁터에 보내놓고 마음 졸이다가 해방이 되어 이제나 저제나, 애타게 기다리는 혈육을 등친 사기였는데,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다가 ‘소식’을 들고 나타났다니 누군들 속지 않겠는가. 1921년
[논객 사진칼럼=동이] 폭염이 이제 좀 물러나려나? 출근 길 은행나무 가로수 밑, 보도블록 위에 매미 사체가 하나 떨어져 있습니다.예부터 매미가 울어대면 무더위가 한풀 꺾인다고 했죠. 그런 매미가 ‘울다 지쳐’ 떨어졌으니 더위는 저만치 물러갈 법도 하건만... 입추(7일)가 지나고 ‘모기 입이 삐뚤어진다는’ 처서(23일)가 코 앞인데도 폭염은 꺾일 줄 모릅니다.매미 사체들이 하나 둘 길 위에 나뒹구는 걸 보며, 그래도 ‘가을이 오긴 오겠구나~’ 희망고문을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