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빵지순례(빵+성지순례 합성어)’가 새로운 식도락 트렌드로 각광받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빵지순례’로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무려 3만 2000건이 넘는다.원래 ‘빵지순례’라고 하면, 기차 타고 지방의 유명 빵집을 찾아가는 여행의 의미가 컸다. 한데 최근엔 전국에 흩어져 있는 유명 빵집들이 서울 및 수도권 지역의 쇼핑몰, 백화점 등에 자리 잡음에 따라, 멀리 떠나지 않고도 빵집 탐방이 가능해졌다. 선결제 예약을 통해서만 구매 가능할 정도로 반응이 폭발적인 L업체의 통밤식빵, 국산 팥만
[오피니언타임스=이지완] 당신들이 떠나고 두 번째 봄이 왔던 때에 나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었다. 그날 나는 독일 돼지고기 요리 학센을 먹었고 과일향이 나는 맥주를 마셨다. 식사를 마치고 근처 프랑크푸르트 대성당으로 향했다. 30일간의 여행이 모두 끝나가는 때였다. 종교는 없었지만 이 긴 여행을 무사히 마치게 해주어 감사하다는 얘기를 누군가에게는 하고 싶었다. 인사를 마치고 나오는 순간이었다. 당시 한국의 날짜가 4월 16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초를 하나 사서 아기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마리아상 앞으로 갔다. 불을 피우고 고개를 숙였는데
1넓은 단독주택에 사는 미국사람을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의 경우 단독주택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도구와 장비를 갖추고 웬만한 수리는 자신들이 한다는 것까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미국 사는 동생네 집을 방문해서 잠시 머무는 동안 우리와 다르게 살아가는 생활방식이 눈에 들어왔다. 주말인데 이웃집에 삼대가 모여 분주하게 톱질을 하는 등 공사가 벌어져 의아한 생각에 물어보았던 적이 있다.뒷베란다를 만든다고 다른 곳에 사는 할아버지까지 모여 품앗이 작업을 하는 광경이었다.인테리어 비용이 비싸 자기들이 웬만한 집수리는
[오피니언타임스=심규진] 한 권의 책은 한 사람의 인생이다. 하나의 문장 안에 그 사람의 세계관이 펼쳐지고 현상에 대한 감정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그래서 글은 지울 수 없는 내면의 기록이며 항상 숨 쉬고 있는 일상의 발로(發露)다. 최근 한 권의 책을 출간했는데 다양한 감정이 뒤섞인 채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출간 전에는 분명 기대로 가득 찼었는데 이제는 두려움 반, 부끄러움이 반이다. 솔직하게 써내려간 문장 중에 오류는 없는지, 내가 휘갈긴 문장으로 인해 혹 상처받을 사람들은 없을지,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보통 경제적으로 성공한 사
[오피니언타임스=서석화] 그렇게 ‘환했다’고 그녀는 말했다. 지나가던 내 발걸음에 순간 ‘환하다’는 형용사가 정말, 환하게, 감겼다. 일행들에게 만개한 벚꽃 사진을 핸드폰으로 보여주는 어떤 여자의 목소리. 심 봉사가 눈뜬 것만큼 환했다니, 기가 막혔다. 어떤 비유, 어떤 문학적 수사가 환하다는 표현을 그렇게 절창으로 뽑아낼 수 있을까?심 봉사는 우리 고전 의 주인공 심청의 아버지다. 아내가 죽자 무남독녀 심청을 젖동냥으로 키웠다. 심학규라는 본명이 있지만 앞을 보지 못해 심 봉사로 불린다. 심청은 자라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게
[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 열풍이 뜨겁다. 도처에서 PC 오프제 도입을 공언하고, 주말 근무를 원천 차단하겠다고 한다. 여성은 물론이고 남성의 육아휴직까지 보장한다고 나서는 기업도 증가하고 있다. 좋은 현상이다. ‘라이프’보다 소중한 게 또 어디 있으랴.며칠 전 여섯 명의 취업준비생들과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있었다. 그중 한 학생의 말이 계속 머리에 맴돈다. “저는 주말 포함해서 매일 야근해도 좋으니 일단 어디든 좀 들어갔으면 좋겠어요.” 소위 명문대에 들어가 성실하게 하루하
[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이란에 한국 편의점이 문을 열었다. 한국식 편의점 문화가 중동에 수출된 것이다. 한류의 영향으로 이란에서 한국 기업에 대한 호감도가 높은 것도 호재다. 한국산 가전제품의 이란 현지 시장점유율은 80%에 육박하고, 로만손 시계는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KT&G의 담배와 홍삼도 인기가 많다. 동부대우전자는 히잡이 훼손되지 않게 부드러운 세탁을 가능케 한 세탁기로 화제를 모았다. 코란에 나오는 히잡 세탁법 규율까지 참고했다. 자신의 물건에 타인이 손을 대는 것을 싫어하는 중동인의 특성을 간파해 자물쇠 냉장고
[오피니언타임스=권혁찬] '모 종편TV의 간부가 사내 후배 여기자를 성폭행한 의혹이 제기돼 사표처리됐다'이 뉴스가 22일 포털 실시간검색어 상위에 오르며 SNS로도 급속히 확산됐습니다. 마침내 언론계도 미투 영향권에 들었다는 걸 보여주듯...언론계라고 미투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습니까마는, 필자의 눈엔 기사 중 '피해자가 사건이 일어난 종편TV를 떠나 현재 XXX에서 근무 중'이라는 대목이 더 불편하게 다가왔습니다.성폭행 피해관련 기사를 이렇게 보도해도 되나?피해자가 일하고 있다는 그 회사에선 벌써 "종편TV
[오피니언타임스=김선구] 중학교 입학하느라 부모님 곁을 떠나 서울 유학길에 오를 때 마음속 깊이 파고들었던 두가지 걱정이 있었다.하나는 어린이 유괴에 대한 걱정이다. 어머니는 서울가면 낯선 사람이 어딜 가자고 하면 따라가지 말라는 당부의 말씀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려주셨다. 서울에서는 눈 뜨고도 코를 베어가는 곳이란 말도 덧붙이곤 했다.1960년대 초반 조두형 어린이 유괴사건이 터진 후 어린이 유괴가 신문 사회면에서 크게 다뤄지던 분위기에 걱정이 크셨던 어머니였다.지금 와서 생각하면 없는 티가 풀풀 나는, 촌티풍기는 아이를 유괴할 이유
[오피니언타임스=송채연] 엄마는 식물을 참 좋아한다. 꽃은 금방 죽어버려서 싫고 화초가 좋단다.어릴 땐 이해할 수 없었다. 푸르죽죽하니 멋없는 것들이 집을 온통 차지한 채 있는걸 보자니 답답했다. 엄마는 즐거움도 주지 않는 저것들을 위해 분갈이를 하고, 햇살이 예쁘게 스며드는 날에는 그 무거운 것을 기어코 창가에 옮겨두고 흙에 물을 채웠다.어느 날 내 손바닥을 채 넘지 않던 것들이 꽤 큰 화분을 차지할 수 있을 만큼 훌쩍 커 버린 것을 보니 엄마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의 손길 아래에서 커간 것은 나와 내 동생뿐이 아니
[오피니언타임스=김동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미투 운동 때문에 요즘 어디 가서 여성들과 악수를 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그동안 악수를 어떻게 해왔기에 저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홍 대표 뿐만 아니다. 국회에서는 앞으로 남성 보좌관만 뽑아야겠다는 소리가 들려온다. 많은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문자로 업무 지시를 하고 대면보고를 최소화한다고 한다. 여성들이 많이 모인 술자리에 가는 것이 두렵다는 남성들도 늘어났다.성폭력 사건이 주로 여성들을 대상으로 일어나니 아예 여성들을 배제하겠다는 것인데 대체 이게 무슨 논리인가? 이 논
[오피니언타임스=심규진] 회사에 싫어하는 사람이 생기면 어떡해야할까. 안보면 그뿐이라고 쉽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 투명인간 취급하면 된다고 선심 쓰듯 귀띔해주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어떻게 그럴 수 있나.‘저기 지나가는데...’‘밥 먹을 때도 보이는데...’‘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는데...’‘어느 날 덜컥 같은 프로젝트도 하게 되었는데...!’정말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자기계발서를 뒤적여보니 ‘그 사람을 좋아하라’는 가이드가 있다. 아니, 지금 싫어 죽겠다는데 어떻게 좋아해서 관계를 회복하란 말인가. 온통 공감할 수 없는 말라비틀어진
[오피니언타임스=서은송] 3S 정책(screen, sport, sex)은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 가장 잘 유지된 정책이 아닐까. 정부의 언론 통제는 곧 국민의 통제였고, 기득권층에 대한 압박은 결국 대중을 향한 압박이었다. 힘 있는 자들이 기반이 되어주니 성장하지 않을 리가 없다.전두환 정부를 향한 불만과 불신은 쉽게 잠들었고, 그렇게 오랜 세월을 거쳐 2002년 6월 29일 전국 모두가 폭죽을 터뜨리며 축구를 응원했다. 바로 옆에서 폭격이 터지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관심을 돌리기 위해 사용된 3S 정책이 거꾸로 비수를 꽂은 날이기도 하다
[오피니언타임스=김도훈] 3월 22일부터 ‘개파라치’ 제도가 시행된다. 개의 목줄을 하지 않은 반려견 소유주를 신고하면, 과태료의 20%를 신고자가 포상받는 제도이다. (포상 횟수는 연간 20회로 제한)또한 반려견으로 등록하지 않았거나, 외출시 인식표 부착, 배설물 즉시 수거를 하지 않는 경우도 개파라치 대상이 된다. 이밖에 상해를 입힐 가능성이 높은 개, 체고 40cm 이상의 개는 모두 입마개를 착용하는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정부는 최근 반려견 관련 사고가 잇따르자 이 같은 규제를 도입했으나 찬반 논쟁이 뜨겁다.개파라치 찬성 의견은 맹
[오피니언타임스=신명관] 천둥소리가 들렸다. 작업을 하던 방의 옆으로 빛이 새어들어 오길래 누군가 플래시를 터트렸나 했는데, 멍하니 창밖을 바라볼 때쯤에 우르릉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천둥소리는 거대했다. 잡동사니가 무너져 내리며 나는 가벼운 요란함이 아니라, 멀쩡한 마음속에서 울리는 충격 같기에 무겁다. 나는 베란다 쪽으로 걸어가 블라인드를 걷었다. 성난 함박눈이 어두운 밤을 뒤덮고 있었다.드라마를 보면 날씨와 주인공의 기분을 교차시킬 때가 많다. 구름이 끼면 심상찮은 일이 닥치고,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슬프다가 비참해지는 주인공이다.
1추운 날 바람이 불지않는 양지바른 곳에 있어본 사람은 햇볕의 고마움을 너무나 잘 안다. 추위에 움크린채 총총 걸음으로 길을 가다보면 양지바른 자리엔 어김없이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걸 보게 된다.돋보기를 난생 처음 본 건 초등학교 저학년 때였다. 안경을 쓴 할아버지와 같이 사는 애들은 돋보기를 쉽게 볼 수있으나 우리집에는 안경 쓴 사람이 아무도 없어 만져본 적도 없던 어린 시절이었다.돋보기를 학교에 갖고 온 애가 교실 밖 양지바른 곳으로 신문지를 들고 나가면 애들이 우르르 쫒아 나가곤 했다. 돋보기를 신문지 위에 한참을 들고
[오피니언타임스=김도훈] 이제 모든 학교에서 커피가 퇴출당한다?빠르면 오는 7월부터 초중고 모든 학교에서 커피가 퇴출당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모든 학교에서 커피 등 고카페인 함유 식품 판매를 금지하는 내용의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개정안이 시행되면 학교 내에서 커피 및 고카페인 제품의 판매가 모두 금지된다. 이를 두고 찬반 논쟁이 일고 있다.커피 금지 찬성파는 “카페인이 든 음료를 너무 많이 마시면, 어지럼증, 가슴 두근거림, 수면장애, 신경과민 등을
[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친한 선배가 탈모로 고민 중이다. 그와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알던 사이다. 어렸을 적 꽃미남 소리를 적잖이 들었던 그가 몇 년 전부터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을 걱정하더니, 작년부터 병원을 들락날락하고 있다. 내 눈엔 아직도 잘생겨 보이는데, 정작 본인의 고민은 이만저만 큰 게 아닌가 보다.탈모의 역사는 생각보다 훨씬 더 장구하다. 서양사에 한 획을 그은 로마의 정치가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Gaeus Julius Caesar)는 탈모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시저’라는 영어식 발음으로 더 잘 알려진 그는 정
[오피니언타임스=신명관] 즐겨보던 장르소설이 연재중단을 했다. 무료연재 치고는 독자수가 많아서 유료연재로 변경했는데, 생각보다 독자들이 많지 않았나보다. 주말도 빼놓지 않고 3000자 이상의 연재가 나오길래 나는 그의 글이 잘 될 줄 알았다. 작년 12월 중순 즈음부터, 모든 유료 결제 금액을 환불한다는 공지와 함께 글이 나오지 않고 있다. 꾸준히는 몰라도 간간히 연재하겠다는 작가의 마지막 말이 있었지만, 이미 막이 내린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작가는 작품을 작년 5월부터 준비했다고 한다. 7개월 동안 만들어가던 세계가 무너질
[오피니언타임스=심규진] 아침에 눈을 뜨면 중심이 바로 선다. 알람소리가 울리기 무섭게 곧장 샤워를 하고 대충 옷을 챙겨 입는다. 하루 일과를 상상하며 출근길에 오르고, 9시가 되면 모든 집중을 일에 쏟아낸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답도 없는 일에 오기를 부린다. 故정주영 회장의 ‘이봐, 해봤어?’라는 기업가 정신이 오기의 밑거름이 될 줄이야.우리는 어록에 감탄하지만 실천하며 탄식한다. 탄식이 쌓이면 내공이 되고 내공은 권위를 형성한다. 형성된 권위는 물질을 낳고 물질은 또 다른 집착을 만들겠지. 그렇게 성공의 물망에 오른 인간은 일중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