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타임스=김선구] 사외이사제도는 경영진의 전횡을 막기 위해 외환위기 직후인 1997년말 도입됐다. 그러나 경영진 견제에 실패하고 있다는 비판에 따라 수차례 개정을 거듭해 왔으나 아직까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이런 가운데 금융위 자문기구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가 2017년 12월 ‘근로자 추천 이사제’ 검토를 금융회사에 권고했다. 올해 초에는 금융감독당국이 각 금융지주사의 사외이사제를 중심으로 지배구조점검에 들어간다는 보도가 나왔다. 특히 국내 4대금융지주사의 사외이사의 86%가 금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하
남자: 땅끝에 선 세월이 길어질수록 더 그렇더군. 세계의 끝은 늘 낯설고 위험하지만 내면을 비워주는 힘이 있어. 정오의 바닷가에서 눈부신 표정이거나 멍하게 선 사람들을 본 적이 있나. 추락의 끝이나 성공의 끝까지 간 사람들은?바람: 물론 있지. 남자 말이 맞아. 그들은 비워지는 것 같았지.남자: 끝에 서면 현실이 내는 아우성은 다 튕겨 나가. 끝은 묘한 마력이 있어. 이걸 색으로 표현하면 백색 아닐까. 빛을 다 반사해버리는 백색 말이야.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화가, 황인선 작가]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오피니언타임스=김준범] 얼마 전 가족과 함께 영화 ‘1987’을 보았다. 그해 1월 서울대생 박종철 군 고문치사 사건부터 6월 연세대생 이한열 군 최루탄 사망사건까지 6개월간의 한국 현대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고 문익환 목사(1918~1994)가 피를 토하듯 절규하는 모습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영화가 끝날 즈음 문 목사가 “전태일 열사여!”, “이한열 열사여!” 하며 20여명 민주열사들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부르는 마지막 장면에선 나도 몰래 눈물을 훔치고 말았다. 30년 전 그때 나도 그 현장에 있었다. 이한열 군 노제(路祭
바람: 그 타자들의 절규를 듣고 있나? 이건 외로움의 끝과 관계된 거야.남자: 그날부터는 조금씩 들리기 시작했어. 그런데 나는 그 절규들이 선과 색으로 들리더군.남자는 처음 바다에서 검은 바다를 보았고 그 다음에는 황색을 보았다.검은 바다의 선은 날카로웠고 황색 바다의 선은 단조로웠다.섬에 남은 말의 절규는 여윈 선으로 나타났다.남자 스스로의 절규를 들을 때는 구부정한 벌레로 보였다.바람: 선과 색으로 듣는다고? 흠, 어쨌든 듣고 있었다는 얘기군. 바람: 그 아우성들이 혹시 악과 고뇌의 절규로 들리던가?
[오피니언타임스=서용현, Jose] 파도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해변에 와서 부서지는 작은 파도다. 둘째는 물밑 깊은 곳으로 조용히 다가오는 저류(低流: undercurrent)다. 예컨대 쯔나미가 저류다. 그런데 우리는 애들처럼 저류를 보지 않고 작은 파도만 본다. 신문/TV에서 대개 작은 파도만 보도하기 때문이다. 금방 잊혀질 가십, 스캔들 및 센세이션들만 보도하기 때문이다.신문/TV에서 보도되는 것들 중에 저류는 거의 없다. 역사의 방향을 보여주는 것도 없다. 정치인들의 정쟁(政爭) 등 지엽말단적인 기사/뉴스에 매달리다 보면
바람이 모래에 선을 파기 시작했다. 선이 복잡한 미로처럼 그려지더니 그 안에 형체들이 그려졌다. 미로 속에 형체들은 각자의 줄에 갇혀 절규하는 것처럼 보였다.남자: 내가 바위섬에 갇혔듯이 우리 모두는 이런 줄에 갇혀 자기만의 소리를 낸다는 뜻인가? 서로의 소리를 듣지 못하고.바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잔 바람이 일었다.바람: 내가 전에 들려줬던 타자들의 아우성 기억나나? 초록색 바람이 불고, 말이 섬에 남은 말에 대해 얼마나 아느냐고 남자에게 물었던 그날 말이야.남자: 물론 기억하지.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화가, 황인선 작가] 변시지 시
[오피니언타임스=신명관] 즐겨보던 장르소설이 연재중단을 했다. 무료연재 치고는 독자수가 많아서 유료연재로 변경했는데, 생각보다 독자들이 많지 않았나보다. 주말도 빼놓지 않고 3000자 이상의 연재가 나오길래 나는 그의 글이 잘 될 줄 알았다. 작년 12월 중순 즈음부터, 모든 유료 결제 금액을 환불한다는 공지와 함께 글이 나오지 않고 있다. 꾸준히는 몰라도 간간히 연재하겠다는 작가의 마지막 말이 있었지만, 이미 막이 내린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작가는 작품을 작년 5월부터 준비했다고 한다. 7개월 동안 만들어가던 세계가 무너질
[오피니언타임스=황인선] 행정안전부 홍보회사 선정 심사를 하고 며칠 뒤엔 지역별 청년 문화기획자의 발표 모임에 갔다. 행안부 심사에서 새 홍보회사에 주어진 과제는 자치분권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설득하는 것이었는데 마침 청년 문화기획자들이 하소연한 것도 그 주제와 연결된 것이었다. 신 호족사회나는 앞의 두 자리 사석에서 신 호족사회 대두를 말했다. 호족(豪族)은 중앙의 귀족과 대비되는 용어로서 한국은 신라 말 고려 초에 등장한 세력이다. 1000년 전에 등장했던 호족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시대착오적 발언일 것 같은
바람: 남자는 그럴 때 웅크리고 더 안으로 들어갔지. 바위섬 외족오는 그런 남자의 아바타였지. 남자는 세상의 악이 자신을 잔인하게 덮치고 후려쳤다고 생각했지.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화가, 황인선 작가]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돌아오는 길은 적막했다. 추웠다. 자꾸 사방이 돌아봐졌다.떠난 사람의 사진과 해후하고 돌아오는 길, 사진... 이라는 단어 앞에서 눈보다 먼저 입안에 눈물이 고였다. 사진 속의 사람은 웃고 있었다. 보지 못하고 지나온 세월이 고스란히 앉아 있는 늙고 초췌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사진 속의 얼굴은 분명 ‘산 사람’의 얼굴이었다. 핏기 없이 굳어 오히려 ‘죽은 사람’ 같은 건 그 앞에 서 있는 살아 있는 우리들이었다.그는 사진으로 우리들을 맞았다. 그의 마중은 조용했다. 당신이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던 제자들이
남자: 어느 순간 질서는 또 깨졌어. 폭풍우 치는 날 자살바위를 서성이고, 우울해하고 그러면서 또 불가사의한 의욕과 희망을 품는 그런 일이 반복됐지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화가, 황인선 작가]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바람: 가끔은 여유로웠고, 술 마실 일도 있었고 모든 것이 질서가 있었지만……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화가, 황인선 작가]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오피니언타임스=황진선]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피시(PC)를 열어보지 않고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조사를 마무리할 수 있을까. 암호가 걸려있는 760개 파일을 확인해보지 않고 ‘그 정도면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느냐’고 말할 수 있을까. 판사들은 물론 국민 대부분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을 재조사한 대법원 추가조사위원회는 지난 22일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들의 동향·성향을 수집한 문건을 다수 발견했다고 밝혔다. 판사 동향 수집 문건은 블랙리스트가
“장롱 열어봐라! 옷 천지다. 너도 모르는 니 옷이다. 죽을 때까지 입어도 못입을 정도로 많다는 걸 발견할 거다~”어느날 선배 한분이 건넨 말입니다. 열어보니 정말 그렇습니다. 언제 입었는지 기억조차 희미한 양복에서부터 유행 지난 버버리코트, 심지어 무스탕까지 빼곡히 있습니다. 넥타이, 와이셔츠도 수십여개 겹겹이 옷가지 여기저기에 숨어있습니다.“아니다 싶은 것들은 분리수거 의류함에 빨리 넣어라~ 어려운 사람들이라도 입게... 헌 옷도 유행탄다~”선배 말씀대로 장롱 차지만 하고, 시간이 더 지나면 그야말로 넝마가 될 게 분명합니다.
‘이대로 가는 길’바람: 외로움의 끝, 그러나 그 끝에도 늘 길은 있었다.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화가, 황인선 작가]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오피니언타임스=김희태]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문화재 중 고분이 있다. ‘고분(古墳)’은 옛 시대를 살았던 이들이 묻힌 무덤으로, 당시 사회와 문화, 피장자의 지위 등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지표유물이다. 한때 수학여행 필수코스였던 경주 ‘천마총’이나 ‘황남대총’, 백제의 대표적인 왕릉인 ‘무령왕릉’ 등을 통해 기록이 부족한 삼국시대의 역사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고분을 접할 때 단순히 덩치를 보고 판단하거나, ‘금관’이나 ‘천마도’ 등의 시각적으로 보이는 부분에만 관심을 보이
[오피니언타임스=신세미] TV 리모컨을 누르다 보면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을 자주 만나게 된다. 종편채널 MBN에서 수요일 밤 방영하는 본방 외에, 낮이고 밤이고 어느 한 채널에서 그 프로그램을 재방송 중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찾아보는 시청자들이 많다는 이야기일 게다.나 역시 먹방이든 오지 탐험이든 연예인에 초점이 맞춰진 다른 TV오락프로그램과 다르게, 이 프로그램은 비연예인의 식탁·일상과 더불어 한 사람의 삶을 간접 체험할 수 있게 해줘 흥미롭게 보고 있다.(언제부터인가 그 프로그램을 즐겨 보는 내게 가족들은 “또 그 프로그램
[오피니언타임스=동이] 엊그제 출근길 지하철 역에서의 일입니다. 개찰구로 막 들어서는데 웬 남성이 개찰구 너머 안쪽에서 떡~하니 버티고 서 있습니다. 얼굴이 잔뜩 상기된 채로... 순간 범인이나 용의자를 잡으려는 형사가 아닌가? 했습니다.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치려는 데 이 남성이 맞은 편(필자 뒤편)을 향해 큰 소리를 칩니다.“넌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어!!!”“????....”무슨 소린가? 했습니다. 남성이 소리치는 쪽을 돌아다봤습니다. 개찰구 밖에서 한 여성이 가방을 열심히 뒤적이고 있습니다. 남성의 아내인듯했습니다. 여성은 남
남자: 내 안에 바위섬 어린 나가 숨어 있었고 꿈을 잃은 말이 있었다. 우리는 작고 외로웠어. 그럴 때는 땅끝으로 나갔지.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화가, 황인선 작가]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오피니언타임스=김철웅] 낯선 사람을 부를 때 난감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필자가 특파원을 지낸 러시아도 그렇다. 호칭에 적지 않은 변화를 겪었는데, 거기엔 정치·사회적 격변이 반영돼 있다.소련 시절에는 그 방식이 아주 간단했다. 적어도 이론상 모든 인민이 평등하다는 공산주의 이념에 따라 ‘타바리시(동무)’란 호칭이 통용됐다. 최고권력자인 공산당 서기장을 부를 때도 타바리시 브레즈네프, 타바리시 안드로포프라고 하면 그만이었다. 이름을 모르는 낯선 사람은 그냥 ‘타바리시’라고 불렀다.1991년 소련이 붕괴하면서 호칭에 혼란이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