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내 안에 바위섬 어린 나가 숨어 있었고 꿈을 잃은 말이 있었다. 우리는 작고 외로웠어. 그럴 때는 땅끝으로 나갔지.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화가, 황인선 작가]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오피니언타임스=김철웅] 낯선 사람을 부를 때 난감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필자가 특파원을 지낸 러시아도 그렇다. 호칭에 적지 않은 변화를 겪었는데, 거기엔 정치·사회적 격변이 반영돼 있다.소련 시절에는 그 방식이 아주 간단했다. 적어도 이론상 모든 인민이 평등하다는 공산주의 이념에 따라 ‘타바리시(동무)’란 호칭이 통용됐다. 최고권력자인 공산당 서기장을 부를 때도 타바리시 브레즈네프, 타바리시 안드로포프라고 하면 그만이었다. 이름을 모르는 낯선 사람은 그냥 ‘타바리시’라고 불렀다.1991년 소련이 붕괴하면서 호칭에 혼란이 일어났다.
남자: 내 그림, 내 인생을 부정하라는 얘긴가바람은 대답하지 않았다. 남자가 잠시 생각하다가 혼자 소리로 중얼거렸다.남자: 그래. 다 내가 만든 심경이였지. 그러나 나는 그게 더 진짜라고 믿었다.바람: 다시 묻지. 아직도 내가 바람으로 보이나남자: 아니, 그대는 길이고 까마귀이고 황색이고 배고 말이고 이어도이고…그 소녀였다. 그리고 끝까지 나를 따라와 준 나였을 것이다.남자는 그러면서 바람을 바라보았다.바람은 남자에게 조금 떨어진 곳의 모래를 일으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해주었다.바람: 나는 실체의 나가 아니라 남자가 믿는
[오피니언타임스=심규진] 아침에 눈을 뜨면 중심이 바로 선다. 알람소리가 울리기 무섭게 곧장 샤워를 하고 대충 옷을 챙겨 입는다. 하루 일과를 상상하며 출근길에 오르고, 9시가 되면 모든 집중을 일에 쏟아낸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답도 없는 일에 오기를 부린다. 故정주영 회장의 ‘이봐, 해봤어?’라는 기업가 정신이 오기의 밑거름이 될 줄이야.우리는 어록에 감탄하지만 실천하며 탄식한다. 탄식이 쌓이면 내공이 되고 내공은 권위를 형성한다. 형성된 권위는 물질을 낳고 물질은 또 다른 집착을 만들겠지. 그렇게 성공의 물망에 오른 인간은 일중독
남자는 혹시 여자의 섬, 산 자들은 가지 못하는 섬 이어도에 도착한 것일까.글쎄, 이어도에서 온 사람이 없으니 누구도 알 수는 없다.남자가 그 길 끝으로 가려다 문득 보니,손에 쥔 지팡이만 끝내 남았음을 깨달았다.남자는 끝까지 자기를 따라온 지팡이에게 고마움을 표했다.지팡이는 바람도 따라왔다고 살짝 알려줬다. 그러자 바람이 남자의 손등을 쳐 존재를 알렸다.바람: 나는 누구도 떠나지 않아.바람이 신비한 소리를 내어 남자에게 물었다.바람: 그 소녀는 어디 갔나? 까마귀, 말, 소나무, 배는남자: 다 떠났지. 우리는 결국 혼자니까.바람:
[오피니언타임스=김호경] 말은 쉽지만 ‘열린 사회’를 만드는 일은 대단히 어렵다. 반대말을 ‘닫힌 사회’라 한다면 그 사회는 우리의 일상과 행동을 옹골차게 지배하고 있다. 모두가 김치찌개를 주문할 때 “나는 비빔밥 먹을래요”라고 말하면, 압박의 눈길이 쏟아진다. 무리와 어울리지 않는 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갑작스레 이방인이 되어버린다.이방인은 별다른 게 아니다. 코끼리 무리 속에 기린이 있다면 이방인이고, 백인 무리 속에 몽골인이 있다면 이방인이고, 이 좋은 영화라고 입을 모을 때 “난 재미없던데” 말
남자는 어떤 땅의 끝에 다다랐다.웅대한 황과 묵의 선경!그 궁극의 풍토는 동양에서 세계 그 자체로 간주하는 ‘산(山)’이란 한자 모양 같기도 하고,억센 두 팔로 팔짱을 낀 거인 수문장 같기도 한 자세로 남자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런데 남자에게는 그 풍경이 생명의 비경을 감춘 현빈(玄牝) 지경으로 보였다.현은 동양에서는 깊고 어둡다는 뜻이고 빈은 암컷, 골짜기를 뜻한다.암컷과 골짜기는 생명이 시작하는 원천이다. 다시 한 번 풀어 설명하면,길이 이어진 언덕은 생명을 잉태한 여자의 둥그런 배 같고위에 초가집은 배
[오피니언타임스=김희태]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역사는 “외우기가 어려워 재미가 없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학창시절 역사를 배울 때 그저 시험에 대비해 암기 과목으로 접근했기에 진정한 재미를 몰랐을 가능성이 크다. 역사의 본질적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암기만 했기에 올바른 역사 인식이 자리 잡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최근 공공기관에서 활용 범위를 넓혀 관심을 받고 있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은 한국사에 대한 높은 관심을 이끌어 내긴 했지만 아직도 암기식 시험이라는 한계 때문에 역사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이 여전히 ‘과
서양인은 자연을 의도적으로 인간에게 예속화시켜 놓고 이것을 예술에 나타내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동양인은 인간을 소재로 삼아서 표현할 경우에도 산수나 화조 등을 동시에 담아 표현한다…… 우리나라 자연 풍경은 한 폭의 *남화(南畵) 그대로이다.이 남화에 표현된 자연환경은 같은 동양이면서도 일본 같은 풍토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한국 특유의 것이라 하겠다. 이 남화가 일본까지 건너 갔지만 일본에서는 별로 토착화되지 못하고 말았다. 그것은 일본의 자연환경이 남화에서의 풍경과 거리가 먼 것이었기 때문에 결국
[오피니언타임스=김선구] 마누라 자랑과 자식 자랑을 팔불출의 하나로 꼽으며 경계한던 때가 있었다.세상이 바뀌며 손주자랑과 애완견자랑은 돈을 내고하라는 식으로 바뀌기도 했다.일반적으로 자랑을 들어주는 심사가 편하지 않다는 걸 방증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자랑 중 거의 유일하게 듣는 사람들을 불편하게도 않으면서 순수하게 돕고싶은 마음을 들게 하는 게 있다.“병자랑은 해라”란 우리말이 있듯이 아플 때 자기가 앓고있는 병을 자꾸 여러 사람에게 말하다 보면 그 병에 대해 어디를 가면 고쳐진다던지 무슨 약을 먹으면 좋다던지등 온갖 좋은 도움말이
[오피니언타임스=이동순] 가수 강홍식(姜弘植, 1902~1971)의 삶은 맨 처음 배우로서 출발했습니다. 식민지조선에 영화산업이 갓 들어왔을 때 평양갑부의 아들이었던, 명석한 청년 강홍식의 가슴 속은 이미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으로 두근거리고 있었습니다.예나 제나 그렇겠지만 어떤 일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기는 인물들은 거의 하나같이 부지런하며 적극적인 마인드를 가졌던 듯합니다. 이런 점에서는 강홍식도 예외가 아니어서 고등보통학교 재학 중 무단가출을 했고, 바로 일본으로 도망치듯 떠나가서 오페라극단의 견습생, 배우생활 등 영화 동
남자는 혼자 길을 떠났다.길은 여자의 배처럼 보드랍고 길 옆과 바다도 우윳 빛이 났다.남자는 신기하게 생각하면서 계속 걸어갔다.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화가, 황인선 작가]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오피니언타임스=임종건] 정부 여당과 야당 간에 협박 수준의 공방으로 치달았던 UAE사태가 ‘국익차원’에서 대결을 자제하기로 봉합됐다. 사건의 중심에 있던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 12일 국회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를 찾아가 1시간 반 동안 대화를 나눈 뒤, 두 사람은 기자들에게 ‘국익 우선과 국정운영 협조에 합의했다’고 밝혔다.외교와 경제, 군사 관계가 뒤얽힌 이 사건은 어차피 그런 식으로 처리될 운명이었다. 작년 12월 임 실장의 느닷없는 UAE방문으로 촉발된 이 사건이 정쟁의 대상이 된 것은 임 실장의 방문 목적에 대한
네버 엔딩 스토리이제 섬에 돌아온 남자 이야기의 끝이다. 그는 외로움의 끝에 과연 다다랐을까?섬에서도 외로웠던 지팡이 남자는 긴 여행을 떠났다. 끝까지 남자와 동행한 것은 지팡이 그리고 바람이었다. 그런데 바람은 남자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남자의 현실과 남자의 심상이 만든 심경(心景 Mindscape)의 세계를. 남자 외로움의 끝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사는 것들의 끝없는 순환의 이야기를. 어느 날 남자가 말했다. “날 따르지 마라.”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화가, 황인선 작가]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오피니언타임스=이호준] 그녀는 젊고 고왔습니다. 옛날 어른들이 흔히 쓰던 단어, “새댁”이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올 것 같았습니다. 어느 도시의 음식점에서 만난 중국인 종업원 이야기입니다. 주문을 받는데 한국말이 무척 서툴렀습니다. 서투른 정도가 아니라 음식점에서 꼭 필요한 몇 마디 말만 급하게 배운 모양이었습니다. 묻지는 않았지만, 대체로 우리말에 익숙한 조선족이 아니라 한족이었겠지요.주문을 받은 그녀가 방에서 나가고 잠시 뒤, 와장창! 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보이지는 않아도 상황이 저절로 그려졌습니다. 누군가 쟁반을 들고 가다가
까마귀: 그럼 태양으로 돌아가려는 나는 뭐지? 선장이 보이는 나는 누구냐고? 저 말이 바라보는 곳은 어디일까? 전설을 기억하는 저 생명들을 봐. 선장은 계속 저들의 전설을 날라야 돼. 나는 까마귀의 말을 다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물결을 일으켜 나의 섬으로 떠났다.나는 누구에게는 있고 누구에게는 잊혀진 섬일 것이다.그러나 폭풍이 치는 날, 나는 또 나타날 것이다.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화가, 황인선 작가]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오피니언타임스=신명관] 시간이 지날수록 누군가를 만난다는 게 힘이 든다는 사실을 몸으로 느끼는 중이다. 시간이 남아서 보고 싶은 사람을 찾아가는 게 아니라, 내가 누군가를 보고 싶으면 여유 없는 시간 중에서 또 시간을 쪼개 보러 가야한다는 것을 말이다. 하루마다 해치워야 하는 일정들이 있고, 그 모든 것들을 마치려면 해가 저물어야 한다. 다 끝내지 못한 채로 누군가를 만나면 일이 쌓이고, 정신차리면 그것들은 해치우지 못할 정도로 커져서 앞길을 막아버리는 것만 같은 요즘이다.간단히 내 자기관리 시간만 집어넣으려 해도 두 시간을 순식간에
[오피니언타임스=안희진] 상(賞)의 본질은 한마디로 기쁨이다. 그 기쁨은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함께 기뻐할 수 있어야만 한다. 주는 사람만 즐겁다거나, 받는 사람만 즐거워서도 안되며, 보는 사람이 ‘뭐 저런 사람이…어떻게?’ 따위의 의문을 갖게 된다면 기쁨은커녕 이미 상이 아닌 것이 되고 만다.벌써 오래전부터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자랑스러운 ~~상’은 고등학교, 대학교를 중심으로 10여년전부터 시작됐다. 처음엔 비교적 역사가 깊고 명문으로 자처하는, 사회적으로 출세한 동문이 많은 학교로부터 비롯됐다. 상
[오피니언타임스=이대현] 환갑이다. 누구는 ‘벌써’라고 하고, 누구는 ‘이제’라고 한다. 여느 해나 다를 바 없으면서도 공연한 기대와 희망을 불어넣으려 걸핏하면 붙이는 수사가 올해에도 어김없이 붙었다. 누렇다고 ‘황금 개띠’란다. 개에게 무슨 황금을. 누렁이가 더 어울리고 친숙하고 자연스럽다.참 많기도 했다. 베이비붐 세대의 중심인 58년 개띠들은 ‘똥개’ 같았다. 동네 어디를 가도 득실거렸고, 우리가 갈 때면 학교와 군대와 직장도 미어터졌다. 그 세월을 지나 이제 누렁인 58년 개띠들도 세상에서 서서히 물러나고 있다. 정년 60세 연장
선장: 그런데 까마귀 다시 봐, 또 다른 이어도를. 이젠 이어도는 빛을 잃었어. 없어졌다고.까마귀: 선장, 현실과 꿈은 서로 평행이라고. 꿈은 없는 것이 아니야. 둘은 늘 연결되어 있어. 그러니 없다고 말하면 안될 거야.선장: 아니야, 세상은 믿음의 영적 능력을 잃었어. 전설은 끝났다고.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화가, 황인선 작가]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