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타임스=신명관] 시간이 지날수록 누군가를 만난다는 게 힘이 든다는 사실을 몸으로 느끼는 중이다. 시간이 남아서 보고 싶은 사람을 찾아가는 게 아니라, 내가 누군가를 보고 싶으면 여유 없는 시간 중에서 또 시간을 쪼개 보러 가야한다는 것을 말이다. 하루마다 해치워야 하는 일정들이 있고, 그 모든 것들을 마치려면 해가 저물어야 한다. 다 끝내지 못한 채로 누군가를 만나면 일이 쌓이고, 정신차리면 그것들은 해치우지 못할 정도로 커져서 앞길을 막아버리는 것만 같은 요즘이다.간단히 내 자기관리 시간만 집어넣으려 해도 두 시간을 순식간에
[오피니언타임스=서은송] 사람은 풍요로워졌지만, 삶은 척박해져버렸다. 하늘이 현실이 아닌, 땅 속 깊은 것이 현실이 되어버린 세상이다. 어느 날 빛바랜 하늘 아래, 봄바람 불어오거든 그것이 봄바람이라 깨달을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될까. 누렇게 바랜 세상 속, 그저 그렇게 흘러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과연 정의라는 것이 정확하게 무엇이라 정의내릴 수 있을까. 이러한 세상 속에서 어느 누가 옳은 판단을 하고 행동할 수 있을 까. 그저 주점에서 오징어나 물어뜯으며 남의 탓, 정부 탓, 나라 탓이나 하고 있을 것이다. 내가 그래왔고, 우리가 그
[오피니언타임스=김채린] 어디 먼 곳에 갈 때마다 기념품을 사 오는 버릇이 있다. 얼마 전에는 기념품 상자를 꺼내보다가 맨 밑에 깔려 있던 스티커를 발견했다. 지금은 쓸 수 없는 6년 전 달력이 그려진 스티커였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고등학생 시절, 대학 탐방을 갔을 때 교내 문구점에서 구입한 것이었다. 당시 대학이랑 큰 관련도 없는 스티커를 기념품으로 고른 이유는 ‘내가 스티커를 좋아하니까’였다.최근에 모은 기념품들은 조각상이나 열쇠고리처럼 ‘기념품’ 하면 딱 떠오르는 것들이었다. 장식물에 관심도 없는데 이런 것들을 고른 이유는 ‘아무
사랑은 김밥 한 줄.일곱으로 나뉜 걸네 개, 세 개로 갈라먹는 것.붕어빵은 다섯 개 천원.너 세 개, 나 두 개.아니아니!나 두 개, 너 세 개.마주친 손가락이 오고가며 조물조물길바닥에 뽕 하고 떨어지는 걸 둘이서 멍하니 바라보던 사랑.김밥만 봐도 목메어 울던 사랑.붕어싸만코 광고만 봐도 코 끝 시리던 사랑.옛날 옛적 그 사람.그 사랑.P.s 당신의 ‘그 사람’은 누구였나요? [오피니언타임스=이수진]
[오피니언타임스=이대현] 크리스마스에 북새통을 이룬 서울 인사동 거리를 거닐다 들른 곳. 중앙입양원이 입양문화 확산을 위해 기획 발간한 그림동화 ‘가족이 되었어요’(임정진 글, 이갑규 그림)의 원화 전시장이었다.혼자 사는 강아지 푸실이가 새 아빠, 엄마를 만나는 이야기를 우화 형식으로 풀어낸 15컷에 불과한 짧은 동화(童畵)지만, 입양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시각을 바꾸어준다. 다름 아닌 진정한 입양이란 아이가 엄마, 아빠를 만나고 선택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사실이다.전시장 마지막에 만나는‘입양은 [ ]이다! ' 코너. 동화를 읽은
[오피니언타임스=김선구] 지금처럼 학급당 학생수가 이삼십명 내외로 줄어들 줄은 몰랐다. 그나마 시골에서 초등학교를 다녀서 학급당 학생수도 오륙십명에 부제수업도 없는 사치를 누렸다. 서울에서 초등학교를 다닌 친구들은 소위 콩나물교실이라 불리는 데다 오전반 오후반으로 부제수업을 하는 곳이 비일비재했다.개구쟁이들이 빽빽히 들어찬 교실에서 선생님이 안 계신 시간이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담임선생님이나 담당과목 선생님이 무슨 사정으로 빠지게 되는 수업시간에는 흔히 반장한테 특별지시가 떨어지기 일쑤였다. 떠드는 애들 명단을 칠판에 적어놓으라는
“삶은 늘 봄날이기를 바라지만, 옛 노래 하나에 가슴 아리고 낡은 박자에도 눈물 나는 그런 날이 있다” 조일동, 『뽕짝 하나에도 눅눅해지는』낡은 박자에 눈물이 난다. 가끔 그런게 아니라 자주 그런다. 나이 33살에 뽕짝에 심취해 있다면 사람들이 비웃을지 모르지만 내 마음은 진지하다. 나도 모르게 콧노래를 부르고 이해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여 눈을 지긋이 감아버린다. ‘고개 숙인 옥경이♪(태진아, 옥경이)’라는 가사에 내 심장이 왜 반응하는 것일까. ‘사랑했지만 갈 길이 달랐다♩(송대관, 차표한장)’는 가사가 왜 그리 슬프던지.단순히
[오피니언타임스=서용현] 해고(은퇴)를 앞두고 싱숭생숭해져서.사업(TV 프로그램 제작 등 - 원래 PD가 제 꿈) 구상을 한답시고 하다가...제 마님한테 한 방에 날라갔습니다.“당신은 ‘잘난 척 하는’ 것을 왜 그리 좋아해? 개똥 치우고, 잡초 뽑는 일이나 잘해.”저희 집 가훈이 “Mama is always right”인데, 이번에도... 깨달음을 주었습니다.저는 왜 저 같은 사람에게 연금을 줄까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노는 것만 좋아하고, 일도 열심히 안 하고, 조국을 사랑한다고 떠벌리고 다니지도 않는데...이제 깨달았습니다. “밥 굶기
[오피니언타임스=조요섭]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난 말수가 굉장히 적은 사람이다. 질문보다 대답을 하는 경우가 절대적으로 많고, 그 대답마저 굉장히 딱딱한 자기검열을 거쳐서 한다. 이를테면, 상대방이 상처 받을 만한 말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오해의 소지가 있을 만한 말도 철저히 금하는 편이다.그렇다고 해서 착한 척을 하는 것은 아니고 실제로 착하지도 않다. 다만 거꾸로 생각해 보면, 타인에게서 오는 말 한 마디가 어찌나 성가신 폭력이 될 수 있는지를 알기 때문에 말조심을 할 수밖에 없다. 어떤 자리에서 타인이 내게 아무렇지 않게 뱉은
[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며칠 전 여자친구는 자신이 아는 언니가 곧 결혼한다는 얘기를 들려주었다. 그런데 상대 남성이 군인이라고 했다. 나는 직업 군인일 수 있다는 생각을 미처 못하고, 학사장교로 복무 중인 20대 중후반의 캐릭터를 혼자 생각했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그런 인물상이 떠올랐다.그리고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나왔던 말. “연상연하 커플이야?”여자친구는 대답했다. “응. 연하야.” 1분도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짧게나마 이 정도로 다른 커플 얘기를 했으면 충분하다 싶어 다른 주제를 꺼내려했을 때 여자친구가 한 마디를 덧붙였
[오피니언타임스=이지완] 일본 여행을 자주 다니는 내게 친구들은 가끔 물었다. ‘방사능 무섭지 않아?’라고. 나는 ‘당연히 무섭지’라고 대답한다. 방사능이 안 무서운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방사능에 피폭되어 나타나는 기형적 생물들이나, 어느 날 갑자기 이가 빠졌다고 하는 일본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무섭고 두려웠다. 하지만 그걸 이겨낼 정도로 (정확히는 안전불감증이지만) 여행으로 얻는 것이 더욱 재밌어서 계속 방문했다.가끔 어떤 친구들은 ‘너 일본 좀 그만 다니는 게 어때’라고 말하기도 했었다. 한 두 번은 괜찮지만 계속 그렇게 다니
1.동물의 세계를 보여주는 방송을 보면 먹고 사는 것과 번식에서 가장 동물적인 본성을 보곤 한다. 종의 구분없이 먹이를 놓고는 서열을 무시하고 먹으려다가는 끔찍한 응징을 불러온다.애완견 방송을 즐겨보곤 하는데 동물의 야성을 잃어버렸다고 여겨지는 순한 애완견들도 먹고있던 음식을 뺏으려 하면 주인에게 이빨을 드러내고 덤비곤 했다.먹을 때는 동물의 본성을 감추기 어려운가 보다.어려서 자주 듣던 말 중에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가 있다.2.밥상머리 교육이 크게 줄었다. 산업화가 진행되며 대가족제도가 사라지고 핵가족화가 되더니 이
[오피니언타임스=심규진] 사람은 누구나 약점을 지니고 있다. 가까운 친구에게도 이야기하지 못할 그 약점은 마음 속 깊은 곳에 꼭꼭 숨겨두기 마련이다. 심지어 어머니라도 그 약점을 건드리는 날이면 분노 게이지가 폭발하여 불효를 범하고 만다. 대통령, 판사, 윤리선생 할 것 없이 인간은 누구나 공평하게 연약하다고 생각한다.영화 7호실(이용승 감독, 2017)에서는 망해가는 DVD방 사장 신하균과 학자금 빚에 시달리는 도정수가 약점 한 가지씩 숨겨두었다. 바로 DVD방 7호실에. 알바생 도정수는 큰 돈을 마련하고자 마약을 몰래 7호실에 숨겨두
[오피니언타임스=조요섭] 겨울은 저도 추운지 창 어귀를 기웃거리다 문풍지를 뚫고 집 안으로 기어들어온다. 공과금 고지서를 헤아리는 새벽, 새끼 밴 개가 진통으로 헐떡였다. 어림짐작 걱정하던 생활비보다 더 치열한 산통이 시작됐다.어미개는 안절부절 못하며 깔아둔 요를 오르내렸다. 전기요의 보온 숫자를 하나 더 올리자 겨우 안정을 찾은 듯 구석에 누웠다. 주인 냄새 물씬한 외투를 목덜미까지 올려주고 한동안 조바심을 내다 시집을 찾아 읽었다.사각사각, 첫눈처럼 써 내려진 활자들 사이로 새 생명을 품은 어미개가 아른거렸다. 한참 뒤에야 죽은 것과
‘그 한 장의 티켓이 나를 위로한다’조연주, 『제주, 그곳에서 빛난다』, 황금부엉이, 32쪽[오피니언타임스=심규진] 조연주 작가는 파란만장한 직장생활을 했다. 직원을 노예 취급하는 사장 밑에서 참고 또 참았다. 사장이 기분 좋지 않은 날에는 화장실 때문에 자리 비우는 1분을 놓고도 버럭 화를 냈단다.그러다 어느 날, 친구들의 수다마저 위로가 되지 못했을 때 그녀는 제주도로 떠났다. 아는 사람도 하나 없는 이방인 신세로 이리저리 다니는데 걱정이 없고 마음은 풍족했단다. 오히려 외로움이 친구가 되어버린 시간이라고 하니 분명 그 시간들을 통해
[오피니언타임스=김선구] 미국 재무장관을 역임한 루빈의 회고록을 12년전 공동으로 번역해 출간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겪는 시점에 미국 재무장관으로 어떻게 대처했는지 회고록에 언급되어 흥미롭기도 하고, 민간 금융회사에서만 오랜 기간 일하며 잘 나갔던 그가 정부에 가서 장관직을 역임한 특이한 이력으로 인해 금융회사에서 일하던 나에게 특별한 관심으로 다가왔다.게을러 자기발전을 소홀히 한다고 비난하던 아내가 어느날 루빈회고록을 번역해보는 게 어떠냐고 권했다.평소대로 귀찮은 생각에 기한이 얼마나 주어지냐를 먼저 물었다. 퇴근 후와
[오피니언타임스=심규진] 평범한 직장인이 열심히 사는 이유는 주말이 있다는 사실 때문이며, 주말은 주중의 노고가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운명적 공생관계이다. 때로는 주중의 뜨거운 매달림이 주말을 풍성하게 하고 때로는 주중의 황홀한 무료함이 주말을 가치없게 한다. 일생동안 열정과 휴식을 오가며 살다보면 언젠가 둘 사이의 경계가 무너지겠지.하얗게 변해버린 머리칼도, 입가에 맺힌 쓴웃음도 결국 내가 만든 파괴적 성찰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꾸준한 젊은 날의 헌신은 하나 둘 주름처럼 쌓여 나를 증명할 것이다.‘그 많던 돈은 어디로 갔을까’
[오피니언타임스=묘심화] 2011년 봄이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추신수 선수의 지인들이 자비정사를 찾아왔다.2009년 7월 간암으로 세상을 떠난 고(故) 조성옥 감독의 동생과 두산 베어스 관계자 분들이었다. 조성옥 감독은 추신수 선수의 부산고 스승이었다. 조 감독의 동생은 “제 꿈에 돌아가신 형님의 모습이 자주 보인다는 말을 들은 추신수 선수가 천도재를 마련해 스승님을 좋은 곳으로 모시고 싶어한다”고 말했다.나는 스승을 생각하는 추신수 선수의 마음에 크게 감동했다. 세상이 험악해져 스승의 은혜는커녕 스승의 권위가
[오피니언타임스=김선구] 중학교 진학차 서울로 올라오면서 고무신을 면하고 헝겁운동화를 신게 된 것에 무척 기뻤었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헝겁운동화를 신고 다녔지만 구두를 신고 다니던 친구도 더러 있었다.그렇게 구두를 신는 친구 중 땅바닥에 질질 끌고 다니던 친구가 있었다. 오비맥주 대리점집 아들이었다.아까운 구두가 닳게 왜 그러느냐고 물었다가 뜻밖의 답을 듣고는 놀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빨리 구두바닥이 닳게 해서 새 구두를 신으려는 목적이란다. 크게 벌어진 입이 잠시 닫혀지지 않았다.헝겁운동화도 아껴 신으려 놀때는 운동화를 벗어놓기도
[오피니언타임스=심규진] 오른팔에 바늘을 꽂고 천장을 바라본다. 잠시 후 몰려오는 짜릿한 기운이 온몸을 감싸고 에너지 게이지가 차오른다. 일단은 호흡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관자놀이를 짓누르던 송곳도 없어졌다. 20대 때는 링거 한 통이면 거뜬했는데 이제는 세 통이나 맞아야한다. 슬며시 녀석을 바라보니 각기 색깔도 다르다. 내 몸에 도대체 무엇이 주입되고 있는지 모르지만 그게 무엇이면 어떠리.눈을 감고 잠을 청해본다. 이 얼마 만에 누리는 안식인가. 거동이 불편하니 휴대폰도 볼 수 없고 그저 잠만 자야하는 신세이다. 오히려 잘됐다. 아이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