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며칠 전 여자친구는 자신이 아는 언니가 곧 결혼한다는 얘기를 들려주었다. 그런데 상대 남성이 군인이라고 했다. 나는 직업 군인일 수 있다는 생각을 미처 못하고, 학사장교로 복무 중인 20대 중후반의 캐릭터를 혼자 생각했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그런 인물상이 떠올랐다.그리고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나왔던 말. “연상연하 커플이야?”여자친구는 대답했다. “응. 연하야.” 1분도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짧게나마 이 정도로 다른 커플 얘기를 했으면 충분하다 싶어 다른 주제를 꺼내려했을 때 여자친구가 한 마디를 덧붙였
[오피니언타임스=임종건] 지난 11월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탈북한 북한군 병사 오모 씨(25)의 탈북 당시의 긴박한 궤적을 담은 CCTV를 본 사람이면 누구든 자유를 향한 그의 질주가 성공한 것은 기적 같은 일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그는 타고 온 지프차가 도랑에 빠져 시동이 걸리지 않자 문을 열고 나와 남쪽을 향해 질주했으나 뒤쫓는 북한군의 총탄 5발을 맞고 자유의 집 근처에 쓰러졌다. 그로부터 14분 뒤 우리 군에 의해 구출되었고, 다시 그로부터 30분 뒤 미군 응급구조 헬기에 실려 아주대 병원 중증 외상센터에 도
남자는 소나무를 생각했다.‘이 폭풍을 버텨야, 1cm씩 매일 하늘로 간다고 했지?’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오피니언타임스=이영환] 시장경제의 중심에는 기업이 있다. 경제 순환의 세 축인 생산, 분배, 소비는 모두 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선진 경제로 발전하려면 정부보다 기업의 질적 변화가 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보통 기업이라면 주식회사 형태의 기업, 즉 법인 기업을 지칭하며 나아가 증권시장에 상장된 상장기업을 의미한다. 수적으로는 비상장기업이 압도적이지만 매출이나 이익 규모를 감안한다면 상장기업들이 시장경제의 중심을 이룰 수밖에 없다.우리나라의 상장기업은 2016년 말 기준 유가증권시장에 779개, 코스닥시장에 1208개로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바다는 더 검게 변하고사방이 아우성을 쳤으나곧 폭풍이 그 소리들을 삼켰다.말이 먼저 초가로 들어왔다.까마귀와 배는 땅에서 밤을 지키고 있다.누구는 안에서 누구는 밖에서이 잔인한 폭풍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오피니언타임스=서동철] 서울 이태원의 삼성미술관 리움에는 보물 제1394호로 지정된 ‘경기감영도’(京畿監營圖)가 있다. 인왕산 봉우리 남쪽으로 펼쳐진 서대문 밖 경기감영의 풍경을 12폭 그림에 담아 병풍으로 꾸민 것이다. 문화재청 인터넷 홈페이지의 문화유산정보가 서비스하는 이 그림에 대한 묘사가 매우 훌륭하니 옮겨본다.‘병풍은 오른쪽부터 제1폭에 서대문이라고도 부르는 돈의문(敦義門)과 수문장청(守門將廳)이, 제4째 폭에는 솟을대문에 기영(圻營)이라 쓰여진 것이 보인다. 제6폭의 가운데 큰 건물은 관찰사가 집무하는 선화당(宣化堂)이다.
혼돈이 시작될 때,땅끝에 서는 것은 바보 짓이라고 한다.그러나 남자는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끝에 서야 두 세계가 보인다는 것을.두 세계가 보여야 자유일 수 있다는 것도.배가 폭풍의 바다로 나가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소녀가 바다는 여자의 적이라고 한 것도 소녀가섬 여자의 운명과 바다의 폭력 끝에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관계가 질긴 것은 남자가 그 가운데만 있었기 때문이다.그래서 남자는 땅끝으로 나갔다.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삶이 고단한 그대여 하루하루겨우 산다고 말하지 마라나목 앙상한참나무가지 끝에 매달려혹독한 겨울밤 의연히지새는 겨우살이를 보라 (원영래의 시 ‘겨우살이’에서)12월로 접어들자 순식간에 바람의 결이 달라졌습니다. 어느 순간 바람에 날이 서고, 그 날에서 뿜어져 나오는 한기가 옷깃 속으로 파고듭니다. 아, 겨울이 시작되었습니다. ‘날이 추워진 뒤에야 소나무와 측백나무가 늦게 시든다는 걸 알게 된다’(歲寒然後知松柏之後凋)더니, 울긋불긋 물들었던 단풍이 낙엽이 되어 땅 위에 나뒹구는 시절이 되니 과연 늘 푸른 나무가 눈에 들어옵니다. 소나무
[오피니언타임스=유세진] 이른바 힘 있고 지위 높은 자들의 ‘갑질’ 성추행을 폭로해온 #미투(MeToo) 운동이 6일 미 시사주간지 타임의 ‘올해의 인물’(Person of the Year)로 선정됐다. 선정 사실은 NBC 방송의 아침 뉴스쇼 ‘투데이’에서 발표됐다. 20년 넘게 이 프로를 진행했던 인기 앵커 맷 라우어는 지난주 한 여성 부하 직원이 자신에 대한 과거 성추행을 고발한 지 하루 만에 전격 파면됐다. 지난 5년 간 라우어와 함께 이 프로를 공동 진행했던 사바나 구쓰리는 라우어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타임이 ‘올해의 인물’로
그 검은 바다가 오고 있었다.바람이 부는가 싶더니물이 금세 차올라 바위섬을 잠식했다.이어 파도가 땅끝 초가를 치기 시작하자 지붕이 아우성을 쳤다.돌이 날리고 풀들이 누웠다.매일 1cm씩 자란 소나무도 미리 휘어졌고배는 바다에서 갈등하고 있다.폭풍은 바다에도 불고 남자의 가슴에도 불고 있었다.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오피니언타임스=이지완] 일본 여행을 자주 다니는 내게 친구들은 가끔 물었다. ‘방사능 무섭지 않아?’라고. 나는 ‘당연히 무섭지’라고 대답한다. 방사능이 안 무서운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방사능에 피폭되어 나타나는 기형적 생물들이나, 어느 날 갑자기 이가 빠졌다고 하는 일본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무섭고 두려웠다. 하지만 그걸 이겨낼 정도로 (정확히는 안전불감증이지만) 여행으로 얻는 것이 더욱 재밌어서 계속 방문했다.가끔 어떤 친구들은 ‘너 일본 좀 그만 다니는 게 어때’라고 말하기도 했었다. 한 두 번은 괜찮지만 계속 그렇게 다니
[오피니언타임스=김선구] 여야가 바뀌는 정권교체를 몇 번이나 되풀이하면서도 바뀌지 않고 그대로 답습되는 것 중에 국회청문회를 거치는 고위관료의 자질에 관한 시비가 있다. 여론에서 제기하는 각종 결격사유가 어쩌면 레코드판 돌아가듯이 비슷하고 국회에서 통과가 되지 않더라도 임명을 강행하는 모습은 우리를 실망케 한다.임명직인 정부의 고위관료와는 다른 차원에서 여러 민간단체의 장들 자리를 놓고 벌이는 자리싸움을 보면서 임명직의 경계는 어디까지일까 하는 의문도 든다.각종 협회를 비롯한 민간단체장 자리는 공식적으로는 회원사들의 투표에 의한 자율결정
흰 파도의 경고가 맞았다.섬의 땅끝에는 늘 사건이 발생했다.그래서 섬의 존재들은 삽시간에 단절이 되고는 했다.흰 파도 뒤에는 검은 바다가 있었고 그것은 갑자기 들이닥쳤다.사건은 바다에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었다.남자 가슴에도 발생했다.도시의 관계들이 질기게도 불쑥 불쑥 찾아왔다.남자에게 지팡이를 안긴 자들남자의 뒤에서 비겁하게 웃던 이들남자가 자신의 마음에 새겨둔 검은 바다는 질긴 바다였다.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70년대 국내 건설사의 해외수출은 토목·건설이었다. 90년대 들어 고부가가치인 프랜트 건설 수출에 뛰어들면서 변화를 꾀했다.프랜트 기술력이 부족했던 국내 건설사들은 선진 해외건설사의 기술을 습득하고 공사실적을 쌓기 위해 당장 손해는 나지만 저가수주 전략을 택했다.그 결과 90년 초반 적자규모만 1조 2000억원을 넘어섰다. 대표적인 곳이 현대건설로 2001년 자금난끝에 산업은행으로 넘어가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그랬던 프랜트 건설이 2005년 82억달러에서 2014년 517억달러로 급성장한다.국내 항공산업을 보자.美,유럽 항공기 제조
[오피니언타임스=황진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재개된 국정 농단 재판의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법치에 대해 비아냥거리는 것은 뻔뻔한 짓이다. 서울중앙지법이 지난 10월 자신에 대한 추가 구속 영장을 발부한 데 대해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이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1차 사법 판단은 이미 내려졌다. 법치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최고 법률가들인 헌법재판관 8명이 지난 3월 만장일치로 파면을 결정했다. 대통령 파면은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중대한 법위반이 있는 때만 인용된다.박근혜 법치 비아냥은
초가집 위로 달이 밝은 어느 날,문득 외로워진 남자는 말에게 북방 시인의 시를 들려주었다.자신은 흰 당나귀가 아니라면서도 말은 북방을 바라보았고,남자는 말 옆에 웅크리고 앉아 또 소녀를 꿈꾸었다.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1.동물의 세계를 보여주는 방송을 보면 먹고 사는 것과 번식에서 가장 동물적인 본성을 보곤 한다. 종의 구분없이 먹이를 놓고는 서열을 무시하고 먹으려다가는 끔찍한 응징을 불러온다.애완견 방송을 즐겨보곤 하는데 동물의 야성을 잃어버렸다고 여겨지는 순한 애완견들도 먹고있던 음식을 뺏으려 하면 주인에게 이빨을 드러내고 덤비곤 했다.먹을 때는 동물의 본성을 감추기 어려운가 보다.어려서 자주 듣던 말 중에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가 있다.2.밥상머리 교육이 크게 줄었다. 산업화가 진행되며 대가족제도가 사라지고 핵가족화가 되더니 이
[오피니언타임스=이대현] 요즘은 모든 것이 인터넷이다. 지식도, 정보도, 음악도, 영화도, 심지어 여론까지. ‘여론’을 강의하면서 매주 학생들에게 간단한 발표를 맡겼다. 그 주의 중요한 우리 사회 이슈에 대한 여론동향과 분석이다. 이슈에 대한 의제는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여론의 추이와 방향은 어떠하며, 그것이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혹은 미칠 것인가 등이다.그런데 분석 데이터가 하나 같이 ‘인터넷’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인터넷 댓글의 분석과 통계이다. 선거철도 아니니 하루가 멀다고 내놓던 언론사들이 정당이나 후보 지지도에 대한 여론
흰 파도와 소나무도 이야기를 들려주었다.흰 파도를 믿으면 안 된다. 흰 파도 뒤에는 검은 바다가 있으니섬에서는 늘 깨어 있어야 한다고 했다.소나무는 하늘을 꿈꾸고 있었다. 날마다 1cm씩 하늘로 올라가려면 매일 뿌리를 내리고 매일 하늘을 보라고 했다. 조금씩 휘는 것 쯤은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가을이 갔다.그리고 정말 문득, 봤다.세상을 껴안듯이 하얗게 덮여 있던 눈, 겨울이 와 있었다.큰맘 먹고 당일치기로 감행했던 먼 남쪽 지방으로의 여행이 끝난 시간이었다. 자정이 지나지 않았으니 분명 아직은 오늘인데, 가을로 시작했던 하루는 흰옷을 입은 겨울이 되어 귀가하는 나를 맞았다.‘가을에 떠났는데 겨울에 돌아왔네...’ 집 앞 전철역에 내려 호젓한 골목을 지나 내 집 현관 번호 키를 누를 때까지 나는 중얼거렸다.‘하루에 두 계절을 사는구나...’발목까지 묻어온 눈을 보는데 엘리베이터의 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