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은, 남자가 몰랐던 비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까마귀는 새되기는 매우 어려운 데, 몸을 독하게 비워 가벼워져야 한다.벌레나 사체 같은 더럽고 천한 것들을 먹는 것도 참아야 한다. 그래야 태양으로 갈 수 있다고 했다. 천지연 폭포는 물 이야기를 했다.섬의 물은 수증기로 허공을 돌다가 비가 되고 땅속 화산암 깊은 곳에서 지순하게 수련해야만 비로소 바다로 갈 수 있다고 했다.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오피니언타임스=심규진] 사람은 누구나 약점을 지니고 있다. 가까운 친구에게도 이야기하지 못할 그 약점은 마음 속 깊은 곳에 꼭꼭 숨겨두기 마련이다. 심지어 어머니라도 그 약점을 건드리는 날이면 분노 게이지가 폭발하여 불효를 범하고 만다. 대통령, 판사, 윤리선생 할 것 없이 인간은 누구나 공평하게 연약하다고 생각한다.영화 7호실(이용승 감독, 2017)에서는 망해가는 DVD방 사장 신하균과 학자금 빚에 시달리는 도정수가 약점 한 가지씩 숨겨두었다. 바로 DVD방 7호실에. 알바생 도정수는 큰 돈을 마련하고자 마약을 몰래 7호실에 숨겨두
[오피니언타임스=황인선] 한 해가 끝날 무렵이면 이듬해 트렌드를 짚는 리포트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 리포트들에서 제시된 키워드들은 마케팅, 상품기획자들에게 “2018 트렌드 전망에 따르면...” 하면서 자신들이 트렌드 리더인척 만들어주는 훌륭한 미끼가 된다. 이런 리포트들은 그런 점에서는 유용하겠지만 여기에는 트렌드 착시의 함정도 있다. 트렌드는 1년 단위가 아니다.트렌드는 한 바퀴 돈다는 의미의 옛 스칸디나비아어 ‘trendr’에 어원을 두고 있다. 강의 물결이나 흐름을 뜻한다. 그러다가 통계학의 발달로 인구
바닷가 땅끝에 초가집을 지었다.바람이 찾아와 북방 시인의 시를 더 들려주었다.가난하고 외롭게 높고 쓸쓸하니… 꿈에 본 조랑말이 찾아왔다. 까마귀도 왔다. 배도 보였다.그리고 그 색이 또 한번 찾아왔다.그들은 남자의 바람벽이 되어 주었다.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1. 한국의 뉴스 신뢰도는 36개 조사 대상국 중 가장 낮은 23%를 기록했다. 조사 대상 36개국 평균 43%의 절반 수준이다. 검열제도가 존재하는 말레이시아 29%, 정부와 언론이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슬로바키아 27%보다도 낮다.#2. 한국의 언론자유도도 최악이다. “언론이 정치권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응답은 36개국 평균 25%였지만 한국은 11%에 불과했다.#3. 한국은 세계 36개국 가운데 언론사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비율이 가장 낮고, 검색엔진이나 포털에서 뉴스를 보는 비율이 가장 높다.#4. KBS 뉴스의 디
남자는 섬으로 가는 비행기를 무작정 탔다.고향의 바다를 하늘에서 내려보다가 운명처럼 그 색을 보았다.알을 품듯 품었다가 돌려주려고 고향이 준비한 그 색!노란색.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오피니언타임스=신세미] 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11월 말, 늦가을이란 계절 탓이었을까. 시(詩)가 내 일상으로 쓰윽 들어섰다.11월 마지막 토요일인 25일, 산 중턱 나무 밑에는 이틀 전 내린 흰 눈이 남아 있던 가을의 끝자락. 볼을 건드리는 찬 바람이 거칠기보다 기분좋게 느껴지는 그런 날이었다.친구 넷이 오전 일찍 만나 과천 서울대공원 삼림욕장을 한 바퀴 돈 뒤 점심 즈음 저수지길로 내려가고 있었다. 각기 다음 일정도 있고 해서 발걸음을 서두르는 중에도 햇살 아래 고요한 저수지의 반짝이는 은빛 물결이 눈에 들어 왔다.단체 사진을 남기려
또 다른 꿈도 꾸었다.사라졌던 소녀가 낯익은 초가에 보였다.소년이 떠난 고향을 소녀가 돌보고 있었다.큰 할망이 지키는 산은 온화한 빛을 띄었고소녀 주변엔 까마귀와 조랑말도 있었다.온통 평화로워 보였다.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오피니언타임스=김철웅] 벌써 20여 년 전이다. 신문사 모스크바 특파원으로 있으면서 “러시아 구직 여성들, ‘인팀’ 때문에 고민 중”이란 기사를 썼다. 기사는 이렇게 시작한다. “미혼여성·23살·1m70·쾌활한 용모·직업을 찾고 있음·비서직 희망·영어 및 부기 가능·‘인팀’은 사양함·전화 113-○○○○”모스크바의 한 미혼여성이 광고전문지인 ‘이즈 루크 브 루키(손에서 손으로)’에 낸 구직광고이다. 광고문안은 단 한가지만 빼고는 우리와 다를 게 없다. 바로 ‘인팀은 사양한다’는 것 말이다. 인팀이란 뭔가. 사전에는 ‘친밀하고 거리낌 없
소녀가 사라진 후 소년도 섬을 떠났다. 생전 못 보던 도시들 속으로 들어갔다.큰 도시는 섬보다 풍부했지만 알면 알수록 부딪치면 부딪칠수록 바위 끝처럼 날카로웠다. 바다는 길이 없어도 다 통했지만 큰 도시는 길이 복잡했다. 그 길을 따라 움직이지 않으면 갑자기 고립되기 일쑤였다.어느 날 소년은 그 길을 거부했다가 다리 불구가 되었다. 소년의 손에 나무 지팡이가 주어졌다. 소년은 울었다. 꿈에서도 또 울었다. 절망한 소년은 그림을 그렸다. 다행히 그림은 소년을 지켜줬다. 소년은 도시의 남자가 되어갔다. 그림에 빠져 들었고 남자는 그림으
[오피니언타임스=권혁찬] 한국경제가 IMF라는 비상적 경제상황을 겪은 지 꼭 20년이 됐습니다.“1997년 11월21일은 우리에게 치욕적인 날이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신청한 날이죠. 그날 밤 갑자기 불려 나가서 그 긴박했던 순간을 생방송하며 취재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한국경제가 IMF호령에 의해 움직여야 한다는 선언은 충격이었고 그래서 여파도 컸습니다. 외환위기는 큰 고통을 주었습니다. 양극화 심화, 비정규직 문제 등은 위기극복 과정에서 부작용이고 오늘도 그늘로 드리워져 있습니다. 외환위기는 정부당국의 관리능력이 얼
세월이 흘러 꿈의 소녀는 더 외로워 보였다.소녀는 바다를 두려워했지만 늘 바다 옆에 있었다.어느 날,바닷가 바위에 잠든 소녀에게 밝은 빛이 어렸다.그리고 바람과 큰 파도가 덮치더니 홀연히 소녀를 데려갔다.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에 이어[오피니언타임스=이동순] 고월 이장희의 경우 지금까지 남아있는 사진 한 장이라곤 없다. 워낙 폐쇄와 차단 속에서 칩거생활로 일관했던 터라 벗들과 어울려 사진을 찍을 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봄은 고양이로다’의 표지에는 고월 이장희의 초상화가 표지화로 실려 있다. 과거 문학사상사에서 이장희 특집을 꾸미면서 한만영(韓萬榮) 화백에게 의뢰하여 제작한 초상화이다. 벗들의 회고록과 주변 사람들의 증언을 듣고 정리하여 복원한 상상도인데, 이장희의 문학 분위기와 제법 많이 닮아 있다. 그
누군가 그리울 나이가 되었을 때소년은 한 소녀의 꿈을 꾸었다.둘은 바위섬에서 가끔 만났다.소녀는 어느 날, 작은 소리로 ‘바다는 여자의 적’이라고 했다.아직 바다도 몰랐고 섬의 여자도 몰랐던 소년은 오랫동안 그 말을이해할 수 없었다.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오피니언타임스=조요섭] 겨울은 저도 추운지 창 어귀를 기웃거리다 문풍지를 뚫고 집 안으로 기어들어온다. 공과금 고지서를 헤아리는 새벽, 새끼 밴 개가 진통으로 헐떡였다. 어림짐작 걱정하던 생활비보다 더 치열한 산통이 시작됐다.어미개는 안절부절 못하며 깔아둔 요를 오르내렸다. 전기요의 보온 숫자를 하나 더 올리자 겨우 안정을 찾은 듯 구석에 누웠다. 주인 냄새 물씬한 외투를 목덜미까지 올려주고 한동안 조바심을 내다 시집을 찾아 읽었다.사각사각, 첫눈처럼 써 내려진 활자들 사이로 새 생명을 품은 어미개가 아른거렸다. 한참 뒤에야 죽은 것과
[오피니언타임스=이동순] 고월(古月) 이장희(李章熙, 1900~1929)는 1920년대를 대표하는 한국의 시인이다.만해 한용운이나 김소월처럼 한국문학사에서 걸출한 문학인으로 자리 잡지는 못했지만 그 나름대로 당대의 대표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각급 학교의 교과서와 문학교재에서 그의 시작품이 빠지는 경우가 많지 않다. 하지만 고월 이장희를 단번에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다. 이른바 ‘7080’ 세대들의 경우 백이면 백 사람이 이렇게 말한다.“아, ‘그건 너’를 부른 가수 이장희 말이지요? 그 가수가 시도 썼던가요?”이런 반응에는 질문 자체가 아예
검은 바다를 아는가!바위섬의 평화는 그 검은 바다 때문에 쉬 깨졌다.어디엔가 숨어 있던 검은 파도는 삽시간에 바위섬의 소년을포위하고 고립시켰다. 바위섬의 무서운 고립은 소년의 가슴에 단단히 각인되었다.세상은 검은 바다와 황색의 평화, 그 사이에 있었다.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오피니언타임스=김호경] 인류 역사상 ‘최악의 살인마’ 순위는 명확하지 않다. 너무 많은 사람을 죽여 그 숫자를 정확히 헤아리기 어렵고, 어떤 사람(사건)은 너무 오래되어 기록이 부정확하기 때문이다. 그들 모두 대학살로 명성을 날리고 있음에도 그 자신이 직접 죽인 사람은 한 명도 없다는 희한한 공통점도 있다.관점에 따라 순위는 다르지만 대략 도조 히데키(일), 징기스칸(몽골), 폴 포트(캄보디아), 이디 아민(우간다), 레오폴드 2세(벨기에 국왕), 도르곤(명말청초의 섭정왕), 서태후(청), 히틀러(독), 쿠빌라이 칸(원), 스탈린(소)
소년이 바위섬에 있으면,그곳은 한편 바다의 극장이 되었다.바다의 거대한 화면엔 늘 바람, 게, 물고기, 구름 그림자, 저녁 노을,눈부신 태양의 반사 빛, 짙푸른 심연 같은 이미지들이 일렁거렸다.바위섬에 있으면 세상은 변화무쌍하여 하루가 금세 지나갔다.바위섬은 이처럼 소년에게 평화였으나바다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오피니언타임스=김준범] 보수를 자칭하는 사람들은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을 ‘정치보복’이라고 맞받아친다. 적폐청산의 실체가 무엇이고, 그것이 어떤 절차를 밟아 진행되는지 등을 지켜 본 다음 내린 결론이 아니라 처음부터 ‘적폐청산=정치보복’이라는 그들끼리만 통하는 등식을 만들어 낸 것이다.왜 그런지 답은 분명하다. 촛불민심 위에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청산해야 할 적폐의 상당 부분은 바로 그들이 저질러 놓은 과오라고 자타가 공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지은 죄를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왜 그들이 적폐청산에 그토록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