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흘러 꿈의 소녀는 더 외로워 보였다.소녀는 바다를 두려워했지만 늘 바다 옆에 있었다.어느 날,바닷가 바위에 잠든 소녀에게 밝은 빛이 어렸다.그리고 바람과 큰 파도가 덮치더니 홀연히 소녀를 데려갔다.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에 이어[오피니언타임스=이동순] 고월 이장희의 경우 지금까지 남아있는 사진 한 장이라곤 없다. 워낙 폐쇄와 차단 속에서 칩거생활로 일관했던 터라 벗들과 어울려 사진을 찍을 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봄은 고양이로다’의 표지에는 고월 이장희의 초상화가 표지화로 실려 있다. 과거 문학사상사에서 이장희 특집을 꾸미면서 한만영(韓萬榮) 화백에게 의뢰하여 제작한 초상화이다. 벗들의 회고록과 주변 사람들의 증언을 듣고 정리하여 복원한 상상도인데, 이장희의 문학 분위기와 제법 많이 닮아 있다. 그
누군가 그리울 나이가 되었을 때소년은 한 소녀의 꿈을 꾸었다.둘은 바위섬에서 가끔 만났다.소녀는 어느 날, 작은 소리로 ‘바다는 여자의 적’이라고 했다.아직 바다도 몰랐고 섬의 여자도 몰랐던 소년은 오랫동안 그 말을이해할 수 없었다.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오피니언타임스=조요섭] 겨울은 저도 추운지 창 어귀를 기웃거리다 문풍지를 뚫고 집 안으로 기어들어온다. 공과금 고지서를 헤아리는 새벽, 새끼 밴 개가 진통으로 헐떡였다. 어림짐작 걱정하던 생활비보다 더 치열한 산통이 시작됐다.어미개는 안절부절 못하며 깔아둔 요를 오르내렸다. 전기요의 보온 숫자를 하나 더 올리자 겨우 안정을 찾은 듯 구석에 누웠다. 주인 냄새 물씬한 외투를 목덜미까지 올려주고 한동안 조바심을 내다 시집을 찾아 읽었다.사각사각, 첫눈처럼 써 내려진 활자들 사이로 새 생명을 품은 어미개가 아른거렸다. 한참 뒤에야 죽은 것과
[오피니언타임스=이동순] 고월(古月) 이장희(李章熙, 1900~1929)는 1920년대를 대표하는 한국의 시인이다.만해 한용운이나 김소월처럼 한국문학사에서 걸출한 문학인으로 자리 잡지는 못했지만 그 나름대로 당대의 대표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각급 학교의 교과서와 문학교재에서 그의 시작품이 빠지는 경우가 많지 않다. 하지만 고월 이장희를 단번에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다. 이른바 ‘7080’ 세대들의 경우 백이면 백 사람이 이렇게 말한다.“아, ‘그건 너’를 부른 가수 이장희 말이지요? 그 가수가 시도 썼던가요?”이런 반응에는 질문 자체가 아예
검은 바다를 아는가!바위섬의 평화는 그 검은 바다 때문에 쉬 깨졌다.어디엔가 숨어 있던 검은 파도는 삽시간에 바위섬의 소년을포위하고 고립시켰다. 바위섬의 무서운 고립은 소년의 가슴에 단단히 각인되었다.세상은 검은 바다와 황색의 평화, 그 사이에 있었다.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오피니언타임스=김호경] 인류 역사상 ‘최악의 살인마’ 순위는 명확하지 않다. 너무 많은 사람을 죽여 그 숫자를 정확히 헤아리기 어렵고, 어떤 사람(사건)은 너무 오래되어 기록이 부정확하기 때문이다. 그들 모두 대학살로 명성을 날리고 있음에도 그 자신이 직접 죽인 사람은 한 명도 없다는 희한한 공통점도 있다.관점에 따라 순위는 다르지만 대략 도조 히데키(일), 징기스칸(몽골), 폴 포트(캄보디아), 이디 아민(우간다), 레오폴드 2세(벨기에 국왕), 도르곤(명말청초의 섭정왕), 서태후(청), 히틀러(독), 쿠빌라이 칸(원), 스탈린(소)
소년이 바위섬에 있으면,그곳은 한편 바다의 극장이 되었다.바다의 거대한 화면엔 늘 바람, 게, 물고기, 구름 그림자, 저녁 노을,눈부신 태양의 반사 빛, 짙푸른 심연 같은 이미지들이 일렁거렸다.바위섬에 있으면 세상은 변화무쌍하여 하루가 금세 지나갔다.바위섬은 이처럼 소년에게 평화였으나바다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오피니언타임스=김준범] 보수를 자칭하는 사람들은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을 ‘정치보복’이라고 맞받아친다. 적폐청산의 실체가 무엇이고, 그것이 어떤 절차를 밟아 진행되는지 등을 지켜 본 다음 내린 결론이 아니라 처음부터 ‘적폐청산=정치보복’이라는 그들끼리만 통하는 등식을 만들어 낸 것이다.왜 그런지 답은 분명하다. 촛불민심 위에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청산해야 할 적폐의 상당 부분은 바로 그들이 저질러 놓은 과오라고 자타가 공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지은 죄를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왜 그들이 적폐청산에 그토록 알
이대로 가는 길 남자는 섬에서 태어나 소년일 때 섬을 떠났다. 소년이 살던 그 시대는 모질었다.모진 시대는 남자 손에 지팡이를 쥐어줬다. 남자는 지팡이에 기대 낯선 땅에서 긴 세월을 보냈다. 그 세월은 황야 같았다. 황야에서 남자는 외로웠고 날카로워졌다.남자는 옛날 섬 소년을 꿈꿨다. 초가집, 조랑말, 까마귀… 배와 이어도, 비바리, 신화가 있는 섬.그 곳이라면 매우 외로울 것이나 남자를 완성시켜줄 것이다. 혹시, 바닷가 외딴 바위섬에 하루 종일혼자 있어본 적이 있는가.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
[오피니언타임스=이대현] 참 이상하기는 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과 비리가 마치 독버섯처럼 정권 곳곳에 펴져 연일 썩은 내가 진동하듯 하는데, 유독 그들에게서는 흔적이 없는 걸까. 문고리 3인방, 그 중에도 안봉근과 이재만을 두고 하는 말이다. 둘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청와대를 나오는 순간 ‘개 꼬리 감추듯’ 숨어버렸다. 그리고는 국회청문회와 헌법재판소가 불러도 나오지 않았다.지난 몇 달 동안, 그들이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3인방의 하나인 정호성만이 문건유출의 책임을 지고 감옥에서 재판을 기다리는 동안
세상이 다시 평온해졌다.나는 이제 떠날 것이다.내가 떠나고 나면 보이지 않던 태양, 눌렸던 소나무, 잃었던 색,떠났던 배가 다시 평온으로 돌아올 것이며,나의 힘을 빌어 아우성쳤던 것들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다시 침묵할 것이다.그들은 애써 나의 파괴를 잊을 것이나, 나는 다시 온다.나는 바람이며 바람(Hope)이므로.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오피니언타임스=임종건] 11월 7~8일, 1박2일의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한국을 방문한 10번째 대통령이었고, 미국대통령들의 총 방한 횟수로 치면 18번째였다. 이 기간 동안 트루먼, 케네디, 닉슨 대통령을 제외한 모든 미국 대통령이 재임 중 한 번 이상 한국을 방문했다.같은 기간 동안 미국을 방문한 한국 대통령도 이승만에서 문재인 대통령까지 10명이었으나 방문 회수는 34회에 이르렀다. 1953년 이승만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외국 방문으로 일본에 간 것을 제외하고 다른 모든 대통령
아침, 동쪽 성산봉이 충혈된 모습을 드러냈다.나의 여정은 곧 끝나간다.나로 인해 순간 흔들렸고 고통 받았던 것들은,그러나 나로 인해 그들의 소리를 토해내게 되었다.존재의 아우성을 냈던 그들은 이제파괴와 고립 그리고 과거의 기억과 희망을 다시 생각할 것이다.꼭 그러기를 바란다.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오피니언타임스=이호준] 최근에 가장 눈이 오래 머물렀던 뉴스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도, 안기부의 ‘상납’도 아닌 청년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이 공무원이라는 기사였습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13~29세 청년이 가장 근무하고 싶은 직장은 국가기관(25.4%)으로 나타났다고 하지요. 청년 네 명 중 한 명은 공무원을 꿈꾼다는 것인데요. 비교적 업무 부담이 적고 급여는 썩 괜찮고 노후가 보장되는 직장이니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하지만 문제는 공무원을 꿈꾼다고 모두가 공무원이 되는 게 아니라는
[오피니언타임스=이영환] 요즘들어 ‘빅(big)’이라는 단어와 함께 사용되는 용어들을 종종 접하게 된다. 빅히스토리(Big History), 빅퀘스천(Big Question), 빅픽처(Big Picture), 빅씽크(Big Think) 그리고 빅데이터(Big Data) 등이다. 이들 용어는 종전에 비해 뭔가 큰 스케일을 가지고 문제에 접근할 때 주로 쓰인다.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현안 문제에 대해 고뇌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용어라고 볼 수 있다.이 가운데 4차 산업혁명 초입에 있는 현 시점에서 일반인들에게 가장 어필하는 것은 빅데
새벽 동이 터오도록,말은 미동도 않은 채 배를 보고 있었는데,나는 착각처럼 그 옛날 말의 본 모습을 보았다.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오피니언타임스=맹정주/ 블로그] ‘공론화위원회’의 권고로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이 재개됐다. 나는 정부가 신고리원전 5,6호기의 건설 여부를 공론화한 이후 정부의 원전 정책이 타당치 않음을 지적하고, 대선공약의 수정을 촉구했었다. 그러나 정부는 앞으로 새 원전 건설계획은 백지화한다면서, 탈원전을 선언했다. 대통령은 ‘원전은 안전하지도 않고, 저렴하지도 않으며, 친환경적이지도 않다’고 인식하고 있다.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원전은 안전하다우리나라는 1978년 고리 1호기 이후 지금까지 24기의 원전을 가동하
남자가 들어갔다.타자들의 울음소리가 아직 멈추지 않았을 때,조랑말은 혼자 남아 배와 대륙 쪽을 보고 있었다.배는 점점 더 바다로 나아가고 있었다.나는 말을 보며 생각했다.‘저 말은 자신이 비웃었던 까마귀도 생각할까.’태양으로 날아간 까마귀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남자와 말의 이야기를 듣던 나는,광포한 소리를 배가시켜 그들의 대화를 잠시 끊었다.그들은 이제 침묵하던 타자들의 소리도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나, 바람은 안다.세상에 자기 소리가 없는 존재는 없음을.내가 거세게 와-앙, 웅- 몰아치자소나무와 풀, 초가집 지붕, 바닥에 뒹굴던 돌들과 벌레들, 거품들, 흰 파도와 깃발들이 깨어나 아우성을 쳤다. 그들도 조랑말과 같은 울음소리를거칠게 토해 냈다. 세상은 이내 타자들의 울음소리로 가득 찼다.남자와 말도 그 아우성을 듣기 시작했다.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