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들어갔다.타자들의 울음소리가 아직 멈추지 않았을 때,조랑말은 혼자 남아 배와 대륙 쪽을 보고 있었다.배는 점점 더 바다로 나아가고 있었다.나는 말을 보며 생각했다.‘저 말은 자신이 비웃었던 까마귀도 생각할까.’태양으로 날아간 까마귀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남자와 말의 이야기를 듣던 나는,광포한 소리를 배가시켜 그들의 대화를 잠시 끊었다.그들은 이제 침묵하던 타자들의 소리도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나, 바람은 안다.세상에 자기 소리가 없는 존재는 없음을.내가 거세게 와-앙, 웅- 몰아치자소나무와 풀, 초가집 지붕, 바닥에 뒹굴던 돌들과 벌레들, 거품들, 흰 파도와 깃발들이 깨어나 아우성을 쳤다. 그들도 조랑말과 같은 울음소리를거칠게 토해 냈다. 세상은 이내 타자들의 울음소리로 가득 찼다.남자와 말도 그 아우성을 듣기 시작했다.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오피니언타임스=서동철] 한반도에서 인류는 구석기시대부터 터전을 잡고 살아왔다. 오늘날 새로운 개발 사업을 하기에 앞서 발굴조사를 먼저 하도록 제도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아파트를 짓거나 공장을 세우는 개발 사업으로 혹시 지하에 있을지도 모를 과거의 중요한 흔적이 사라지는 것을 방지하는 차원이다. 과거의 흔적은 때로 중첩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구석시시대 사람이 살았던 집터 위에 다시 신석기인이나 청동기인이 마을을 이루었던 흔적은 얼마든지 발견되고 있다.하지만 발굴조사에서 구석기시대나 신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유적이 확인되어도 원형 그대로
#벌써 30년도 훨씬 넘었다.연세대학교 신학과 J교수에게 기독교계통 책을 펴내는 K출판사를 소개 받았다. 전에도 그의 소개로 M사의 이라는 백과사전 번역에 참여한 바 있었으니 기독교계통 번역이 처음은 아니었다. K출판사에서는 새로운 해석과 주석의 성경책을 번역하여 출판한다고 했다. 성경을 번역할 만한 빵빵한 영어실력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다, 모태신앙이라고는 하나 ‘못된 신앙’의 기독교인 일뿐 최소한의 신학적 배경이나 훈련도 없는 터라 찜찜했다. 그렇지만 과대평가해 준 선배에게 ‘사실 영어를 잘 못...운운’ 하며 불편한
나는 흥미를 느껴 잠시 녹색 바람을 보내주었다.남자는 조용히 조랑말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말 : 까마귀는 하늘을 날며 백만 번 춤을 추면 전설로 돌아간다고 했어. 그에겐 날 하늘이 있었다고. 배는 결국 돌아올 거지만 늘 저 바다로 나가. 위험해도 나갈 바다가 있는 거야. 그런데 나는 뭐가 있지?말은 육지의 배처럼 대륙을 달렸었다. 과거엔 확실히 그랬다.그러나 이제는 살아있는 박제일 뿐이다.‘위대한 전설을 가졌으나 그래서 더 비참해진 운명을 아나?‘말은 이렇게 묻고 있었다. 말은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울고 있었다.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그 한 장의 티켓이 나를 위로한다’조연주, 『제주, 그곳에서 빛난다』, 황금부엉이, 32쪽[오피니언타임스=심규진] 조연주 작가는 파란만장한 직장생활을 했다. 직원을 노예 취급하는 사장 밑에서 참고 또 참았다. 사장이 기분 좋지 않은 날에는 화장실 때문에 자리 비우는 1분을 놓고도 버럭 화를 냈단다.그러다 어느 날, 친구들의 수다마저 위로가 되지 못했을 때 그녀는 제주도로 떠났다. 아는 사람도 하나 없는 이방인 신세로 이리저리 다니는데 걱정이 없고 마음은 풍족했단다. 오히려 외로움이 친구가 되어버린 시간이라고 하니 분명 그 시간들을 통해
[오피니언타임스=유세진] 지난 10월1일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만달레이 베이 리조트 야외공연장에서 스티븐 패독(64)의 무차별 총격으로 58명이 숨졌다. 미국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이었다. 앞서 2016년 6월12일에는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동성애자 나이트클럽에서 오마르 마틴(29)의 총기 난사로 49명이 사망했다. 미국 제2의 총기 대량살상 사건이었다. 라스베이거스 총격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인 지난 5일에는 텍사스주 서덜랜드 스프링스의 침례교 교회에서 데빈 패트릭 켈리(26)의 총기 난사로 26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망자 규모로는
내가 더 거칠어지자 초가에서 남자가 나왔다.남자가 말 갈기를 쓰다듬으며 침묵하다가 말에게몽골 대륙을 달리던 전설을 기억하라고 했다.말은 대답대신 고개를 돌려 폭풍에 흔들리며 가는 배를 보았다.남자: 말, 저 배가 진정 무서워하는 것은 침몰이 아니라. 더 이상 바다로 갈 수 없는 비겁함일지도 몰라.그러자 말이 반발했다.말: 듣기엔 멋진 말이군. 그런데 섬에 남은 말에 대해 얼마나 알아?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오피니언타임스=김인철] 온 산을 가득 채운 풀·나무들이 아낌없이 마지막 선물을 내놓습니다. 눈 녹고 얼음이 풀리자 새싹과 새순을 돋아내며 봄에서 여름을 거쳐 가을에 이르기까지 우리를 감싸 안았던 풀·나무들이, 겨울을 나기 위해 이파리를 떨구기 전 울긋불긋 물들며 황홀한 만추의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것이지요.달력의 절기로 9월부터 11월까지를 가을이라 일컫습니다. 그러니 11월 중순으로 접어드는 지금부터는 만추(晩秋)를 절감하며 빠르게 가는 세월 앞에 연신 한숨만 내쉬어야 할 터이지만, 불과 수일 전 만산홍엽의 숲에서 있었던 좀바위솔과의
말: 헉- 숨 막혀. 앞도 안 보여. 너무 잔인하다 폭풍, 그대, 어차피 사라질 운명이 왜 이러는 거야?폭풍: 그렇게 믿는 자들은 다 나보다 먼저 사라졌지. 나는 과거 용감했으나 이제 작아진 저 네 발 육지동물에게 더 강한 바람을 날려보내야겠다. 도대체 누가 사라진다는 말인가!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귀하가 접속하려는 정보(사이트)에서 불법·유해 내용이 제공되고 있어 해당 정보(사이트)에 대한 접속이 차단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면 이런 경고창이 뜨는 경우가 있다. 주 대상은 성인 사이트, 지나치게 폭력적이거나 혐오감을 주는 사이트, 청소년들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사이트들이다. 그 외에도 국가 및 국민 모독과 훼손, 전복 등의 불온한 목적으로 운영되는 곳이나 테러단체 사이트, 개인 명예훼손이나 사생활 침해 등을 조장하는 사이트, 자살을 방조·교사 사이트, 도박이나 현금지불 강요 등의 영리목적 사이트, 불법
세상은 나를 파괴라고 부른다.그러나 진짜 현명한 자들은 안다.내 거친 파괴는 궁극적 평화를 위해 내미는 선의의 악수임을.폭풍의 언덕에 설 때 비로소 거짓이 잘 보이는 법임을.잘 보라. 이 누런 세상은 도대체 어떠한가.악취와 거짓, 도시의 분노들, 불안한 정신들……그들을 나 아니면 누가 정화하겠는가!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오피니언타임스=함기수] ‘인민대회당 중앙무대 제일 앞자리에 가로로 늘어서 앉은 42명의 주석단 상무위원석에는 놀랍게도 100세의 쑹핑(宋平) 전 정치국 상무위원과 리펑(李鵬·89), 주룽지(朱鎔基·89), 원자바오(溫家寶·75) 등 3명의 전 총리가 앉아 있었다. 상하이(上海)시 당 서기 출신의 장쩌민을 무사히 베이징의 권력 무대에 정착시킨 쩡칭훙(曾慶紅·78)을 비롯한 전직 상무위원급 원로들도 총출동했다.’2017년 10월18일 중국공산당 대표대회는 이렇게 시작되었다.그동안 중국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확신케 한 것은 절묘한 타협을 바탕
[오피니언타임스=김선구] 세계 여러 나라를 경제적으로 비교하는 통계 중 흔히 오해를 부르는 것은 일 년 동안의 경제활동을 측정하는 숫자(플로우)와 오랜 기간에 축적된 경제적 자산과 부채(스톡)를 구별하지 않고 사용하는데서 기인한다.우리나라처럼 후발선진국은 최근의 경제성과가 선발선진국에 비해 좋지만 쌓여있는 부는 상대적으로 적다. 이런 문제는 국가적으로 사회안전망에서 서유럽국가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에 머무르게 하고 개인적으로는 은퇴 후 준비가 부족한 상황을 불러온다. 2017년 여름에 발표된 OECD 2016
변화와 파괴의 계절!이제 시작이다.내 검은 힘이 솟구치고,바다의 파도가 내 의지에 부응해 더 거칠어진다.땅, 하늘, 생명과 질서들!이제 흔들리고 무너져 내릴 시즌이다.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오피니언타임스=황인선] 2017년 해가 바뀌기 얼마 남지 않은 오늘은 습관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인생을 바꾸고 싶다면 습관을 바꾸라는 말 자주 듣는데 내 게으름과 아집 때문에 잘 안 된다. 그러나 이건 명심해야겠다. 운명은 손금이 아니라 습관이 쌓여 이루어진다는 것을.지금? 가벼움이 습관이 된 시대가뭄이 들면 아프리카 큰 동물들은 물을 찾아 대이동을 한다. 반면 인간은 우물을 파고 물길을 끌어온다. 이것은 동물과 다른 인간의 조건대응 지혜이다. 이런 지혜가 쌓여 인간은 위기를 맞는 습관이 달라졌다. 인간 세상에서도 덜 깨친 사람은 위기
폭풍의 말나는 형체가 없으나 변덕스럽고 힘이 무척 세다. 고대 사람들은 나를 신비한 힘으로 사랑하고 또한 마법이라고 두려워했다. 지금도 많은 예술가들은 나를 예술의 소재로 하며 또한 연인들은 내게 간절한 부탁을 한다. “바람아 멈추어 다오.” “ 바람아 거세게 이 세상을 날려다오.” “바람아, 나를 그가 있는 곳까지 데려다 주렴.”나는 변화, 파괴, 위안과 소통 그리고 미래와 희망, 이동을 상징하는 복잡한 존재이다.나는 지구가 숨을 쉬고 달이 바다를 끌어당기기 시작한 수억 년 전 공기를 어머니로, 흐름의 법칙을 아버지로 해서 태어났
1중학교 시절을 회상하노라니 가슴부터 먹먹해진다.격동의 1960년대 초반, 4·19를 대구의 수창초등학교(壽昌初等學校) 5학년 때 보았고, 5·16은 초등 졸업반에 일어났었다. 극장 만경관(萬鏡舘) 옆 대구경찰서 네거리에 기관총을 설치하고 그 토치카에서 철모 쓴 병사 여럿이 날카로운 눈초리로 행인들을 쏘아보던 삼엄한 현장모습이 떠오른다.그 이듬해인 1962년에 대건중학교를 입학했으니 이로부터 대구의 북구 태평로 경부선 철도 너머에서 남산동 언덕까지 이후 3년을 줄곧 걸어 다녔다. 첫 돌 전에 어머니 잃고 대구로 옮겨온
친구들 그리고 남자와 했던 시간들이그리울 것 같아. 많이어느 겨울 날 태양이 강렬하게 비출 때면그 빛 속에 내가 찾아왔다고 생각해줄래?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누가 내 몸 안에 헛간을 들이는가가슴에 망치질 소리온 밤이 들끓더니휑한 헛간 한 채 등불도 없이 서 있다윤기 잃은 하늘 주저앉은 그 안엔하루 종일 별들 죽어가는 소리벽을 흔들고가문 땅바닥엔 손금처럼 희미한길을 덮은 바람빛 잃은 약속을 매어놓고 간다자고나면 또 그만큼 넓어진 그 안엔밤새 꾹꾹 짜서 널어놓은가파른 목마름못 이룰 꿈으로 펄럭이지만사랑이란크고 어두운 헛간 한 채 지어가다결국은 그 안에 내가 갇히는 것그림자도 내버린 캄캄한 헛간이이제 나를 삼킨다사라지는 시간이빗장 걸리는 소리에 놀라한바탕 울고 있다-서석화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