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타임스=김호경] 늦은 저녁, 지하철 3호선 전철에 탔을 때 백인 남자가 앉아 있고 그 옆자리가 비어 있다면 당신은 그 옆에 앉을 수 있는가? 어쩌면 앉을 것이다. 만약 흑인의 옆자리가 비었다면 아무렇지도 않게 앉을 수 있는가? 어쩌면 앉지 않을 것이다. 앉았다 해도 “나는 백인과 흑인을 차별하지 않아”라고 마음속으로 외칠 것이다. 그 외침 자체가 흑백의 편견이다.백인과 흑인이 나란히 앉아 있으면 우리는 백인이 더 교양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법정에서 증언을 할 때 미녀의 말은 신빙성이 높고, 추녀의 말은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한다
그리고 겨울이 왔어.떠났던 남자가 구부정하게 벌레처럼 돌아왔어.벌레는 외롭고 버림받은 자를 뜻하는 거겠지.남자는 계속 자기 안의 벌레를 보는 것일까?공중에서 그를 오래 지켜보던 나는 방향을 틀었어.이제는 떠나야 돼. 친구들은 이미 떠났어.누구는 태양으로, 누구는 심연으로.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오피니언타임스=김준범] 이번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두 가지 사안은 일찌감치 제 때에 했어야 할 일을 오래 방치해 둔 결과 나타난 문제들이다. 하나는 서울에 있는 각 군 참모총장과 해병대 사령관의 공관에 관한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국방부 차관의 서열에 관한 문제 등이 그것이다. 가뜩이나 많은 개혁과제 위에 숟가락 하나 더 얹는 모양새가 된 셈이다.문제의 핵심은 각 군 본부가 충남 계룡대로 이전한지 30년이 다 돼 가는데 왜 아직도 서울에 있는 공관을 정리하지 않고 이중으로 낭비하고 있느냐는 것이고, 또 하나는 국방부 차관은 국방장
검은 태양 본 적 있어?저 검은 태양이 뜨면 고대 사람들은 큰 활로 쏘아 제거해야 재앙을 막을 수 있다고 믿었대.그렇지 않으면 모두 우울증 상태가 되니까.늦은 가을, 빛 바랜 황토 장판지 같은 바다 위에검은 태양이 뜨던 날,남자는 초가를 나와 어디론가 조용히 떠났어.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오피니언타임스=서용현, Jose] 베네수엘라의 경제 파탄을 보았다. 세계 석유매장량 1위 국가지만 소용없었다.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이래 무상주택, 무상교육, 무상의료 등 대대적인 포퓰리즘 정책을 실시한 결과였다. 역시 공짜는 없다. 특히 포퓰리즘(인기영합) 정치인이 던지는 화려한 미끼에는 독(毒)이 있다. 베네수엘라인들은 ‘피리 부는 사나이’를 따라 파멸의 구렁텅이에 빠진 것이다. 치명적 유혹(fatal attraction, 1987년작 섬뜩한 미국 불륜·공포 영화)이다. 우린 어떤가? 베네수엘라에서 배우
가을이야.검은 폭풍이 몇 번 더 왔고 빈 배도 몇 번 더 나타났어.나는 가슴에 친구를 여러 번 묻었어어느 날, 바닷가에 남자와 말이 보이더군.오랜만이라 너무 반가워 단숨에 날아가 마구 떠들었지.까-악 까-악이 가을까지 오는데 정말 많은 일이 있었거든.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오피니언타임스=김철웅] 언젠가 가보고 싶은 나라가 있었다. 히말라야의 산악국가 부탄이다. 남한 절반 정도 크기에, 인구 79만명이 사는 이곳이 호기심을 끌게 된 건 ‘가난하지만 국민들이 가장 행복한 나라’로 알려진 것이 계기다.구체적으로 2010년 영국 신경제재단(New Economics Foundation) 조사에서 국민 97%가 ‘행복하다’고 응답해 1위를 차지한 나라가 부탄이다. 그럼에도 이 나라 1인당 국내총생산(GDP)는 지난해 2804달러로 한국의 10분의 1 수준에 머물러 있다.그렇다면 이른바 국민총행복(GHN·Gross
말이 초가로 들어가고 얼마 후문득 바닷가에 금빛 기운이 보였어.‘뭐지?’호기심에 날아가보니 처음 보는 배가 있었어. 빈 배였어.빈 배는 어제 떠나간 영혼들과 전설의 섬 이어도 이야기를 들려줬어.너무 신비로운 섬 이야기였어.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오피니언타임스=동이] 해마다 ‘고추여행’을 다녀옵니다. 마른 고추를 생산지에서 사 직접 빻아 고춧가루를 만들어 먹는 일입니다.“사내놈이 뭔 짓이냐?”고들 합니다.그러나 '이 정도는 약과'입니다. 텃밭에서 직접 고추 길러서 태양초 만들어먹는 분들도 있으니까요. 일전에 소개한 단양 산야초세상(다음카페)의 샐비아선생님도 유기농으로 재배해서 직접 말린 태양초로 고추장 만드십니다. 태양초 만드는 일! 쉽지 않습니다. 볕이 잘 드는 곳에서 뒤집어줘가며 몇날며칠 말려야 합니다. 아침에 널었다가 저녁엔 덮고, 비라도
다음 날 검은 새벽,말이 경계 끝에 서 있는 것이 보였어. 나는 떨면서 말에게 다가가어젯밤 우리의 사투를 말했어. 그런데 말이 엉뚱한 말을 했어.말: 우리, 저 폭풍으로 뛰어들까? 우리 조상들은 모래폭풍 속을 달렸었지.나는 어이가 없고 화가 치밀어 속으로 외쳤지‘조상들의 모래폭풍이라고? 말, 그 입 닥쳐.이건 바로 지금 우리를 덮쳤던 검은 악마라고.’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오피니언타임스=김선구] 미국 재무장관을 역임한 루빈의 회고록을 12년전 공동으로 번역해 출간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겪는 시점에 미국 재무장관으로 어떻게 대처했는지 회고록에 언급되어 흥미롭기도 하고, 민간 금융회사에서만 오랜 기간 일하며 잘 나갔던 그가 정부에 가서 장관직을 역임한 특이한 이력으로 인해 금융회사에서 일하던 나에게 특별한 관심으로 다가왔다.게을러 자기발전을 소홀히 한다고 비난하던 아내가 어느날 루빈회고록을 번역해보는 게 어떠냐고 권했다.평소대로 귀찮은 생각에 기한이 얼마나 주어지냐를 먼저 물었다. 퇴근 후와
[오피니언타임스=임종건] 사정기관에 종사했던 사람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공기업 사장을 바꿀 필요가 있을 때 정부가 쓰는 방법은 다양하나 기본적으로 두 가지다. 사장 개인 비리와 경영 비리를 조사하는 것이다. 비리 조사에 앞서 정부가 이러저러한 이유로 경영진 교체를 검토하고 있다는 애드벌룬 식의 언론 보도가 나가기도 한다.웬만한 사장들은 그 보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아차리고 보따리를 싼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모르는 공기업 사장은 없다. 애드벌룬의 효과가 없을 때 발동되는 것이 비리 조사이다.두 가지 조사가 동시에
무서운 고립 속에서우리는 간절하게 태양이 보고 싶었어.그러나 생존은 결국 혼자 몫이야.각자 죽을 힘으로 날아오르자,검은 파도가 바위섬을 통째로 내리쳤어.우리 중 몇이 파도 아가리로 빨려 들었어.생존의 기억까지 빨아들이는 저 심연으로 말이야.우린 그들을 잡아줄 수가 없었어.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오피니언타임스=이대현] “지원은 하되 간섭은 않겠다.” 모든 정부가 이렇게 말했다. 심지어 군사독재 정권까지도 그랬다. 그러나 한 번도 간섭 없는 지원이란 없었다. 자신을 욕하고, 화살을 쏘아대는 문화예술은 아예 싸늘하게 외면하거나 억눌렀다.아무런 간섭도 안 받고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란 흔치 않다. 어쩌면 세상에 그런 돈은 없을지도 모른다. 부모자식 간에도 경제적 지원에는 간섭이 따른다. 그래서 어느 스님은 부모의 감시와 통제에서 벗어나려면 성인이 되자마자 경제적으로 독립부터 하라고 말한다. 정부의 지원금은 국민이 낸 세금이다.
다음 날 그가 왔어. 검은 폭풍.바위섬에서 쉬던 우리는삽시간에 검은 바다 안에 고립되었어.너무 격렬한 카오스의 바람!하늘을 나는 것들의 자유는 어디로 갔나!금빛 오후는 어디로 갔나!부질 없는 후회들.오, 갈 곳 없고 날 곳 없는 운명이여!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바다에서 막 돌아온 우리는돌담에 앉아 날뛰면서 까-악 검은 소리로 수다를 떨었어.화산암 돌담은 점점 뜨겁고 우리 검은 몸은 더 검어졌지.그런데 저 바다…… 오, 저건?수평선이 거세게 흔들리기 시작했어우리는 본능적으로 뭔가 오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그리고는 마침내 일이 터졌어.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오피니언타임스=이호준] 어느 도시로 강연을 하러 간 날이었습니다. 조금 늦기는 했어도 서울까지 올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 일부러 하루 머물기로 했습니다. 그 도시 인근에 젊은 후배가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향으로 내려갔다는 이야기는 전해 들었지만, 낙향의 이유는 기억에 없던 터였습니다. 그의 고향이 제가 강연할 곳과 멀지 않다는 것도 본인의 전화를 받고서야 생각났습니다. 공교로운 일치였습니다.그가 전화를 한 것은 강연 며칠 전이었습니다. 쭈뼛거린다고 하나요? 서울에 있을 때와는 달리 목소리에는 망설임 같은 게 묻어 있었습니다.“형님,
뜨거운 여름의 시작, 오전바다가 더워지기 시작했어남자가 쪽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는 게 보였어.아주 느린 속도로 말이야.그런데 남자는 특별히 어디로 가는 것 같지는 않았어.갈 곳 없는 항해로 남자는 어디로 가는 걸까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오피니언타임스=심규진] 평범한 직장인이 열심히 사는 이유는 주말이 있다는 사실 때문이며, 주말은 주중의 노고가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운명적 공생관계이다. 때로는 주중의 뜨거운 매달림이 주말을 풍성하게 하고 때로는 주중의 황홀한 무료함이 주말을 가치없게 한다. 일생동안 열정과 휴식을 오가며 살다보면 언젠가 둘 사이의 경계가 무너지겠지.하얗게 변해버린 머리칼도, 입가에 맺힌 쓴웃음도 결국 내가 만든 파괴적 성찰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꾸준한 젊은 날의 헌신은 하나 둘 주름처럼 쌓여 나를 증명할 것이다.‘그 많던 돈은 어디로 갔을까’
[오피니언타임스=이영환]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Edward O. Wilson)에 의하면 지구에 출현했던 수많은 종(種)들 가운데 진사회성(eusociality)을 획득한 종은 벌과 개미, 그리고 호모 사피엔스를 포함해 고작 20종에 불과하다고 한다. 진사회성이란 여러 세대가 함께 살면서 후손을 돌보고 분업을 바탕으로 이타적으로 협력하는 속성을 말한다. 이와 관련해 윌슨은 자신의 저서 『지구의 정복자』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진사회성으로 향하는 경로는 ‘집단 내 개인들의 상대적인 성공을 토대로 한 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