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타임스=칼럼니스트 시 언]딸들은 정확하게 울었다. 한달 전 외할머니의 3일장을 지낸 후 내가 쓸 수 있는 문장은 겨우 이런 것이었다. 스산하게 식은 할머니의 시신을 어루만질 때, 벽제 화장장에서 할머니의 관이 운구될 때, 단 10분 전까지만 해도 웃고 떠들던 엄마와 이모들은 자명종 시계처럼 불시에 울음을 터뜨렸다. 아무리 기진해도 빼놓을 수 없다는 듯이. 식장 복도를 가득 메운 오열들은 장례 의식의 각 단계가 시작될 때마다 정확히 시작됐고, 각 단계가 마무리 되면 1시간을 넘기지 않고 사그라들었다. 엄마와 할머니들의 눈치를 보던
[오피니언타임스= 칼럼니스트 허서정]#1. 오랜만에 동창끼리 뭉쳤다. 솥밥이 나오는 가게였다. 스테인리스 솥을 기울인 채 누룽지 국물을 떠먹는 중에, 한식집 딸내미가 쾌활하게 말했다. “여긴 스댕이라 좋네. 돌솥 쓰면 설거지가 안되거든. 바쁘니까 세제를 깨끗이 못 헹궈. 근데 세제 좀 먹는다고 죽겠냐? 하하!”#2. 여름이었다. 비빔냉면이 당겼다. 매콤 달콤한 빨간 양념에 면과 오이를 버무려 몇 젓가락을 흡입했다. 어느 순간 쳐다본 내 그릇에 까만 머리카락 한 가닥이 보였다. 점원을 불러 이야기하고 같은 메뉴를 재주문했다. 점원은 마뜩잖
[오피니언타임스= 칼럼니스트 신영준]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와 바이든이 각축을 벌였다. 개표 후반에도 유지된 근소한 격차에 두 당선자 모두 승리를 주장하는 연설을 하는 등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결국 결과는 7535만 표(50.5%)로 바이든이 선거인단 과반을 확보하며 승리를 확실시 했다.이번 대선에서 많은 기록들이 나왔는데 최고령 대통령, 역대최고 사전투표율, 최다득표 승리·패배, 최초의 여성부통령 등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그중에 제일 재미있는 기록은 트럼프가 124년 만에 처음으로 선거결과에 불복한 대통령이 되었다는 것이다.전
[논객 닷컴 = 칼럼니스트 김우성] 나는 12년 구력의 테니스 동호인이다. 돌이켜보면 테니스 관련 추억이 많다. 여러 장소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공을 치고, 일정 기간 레슨도 받고, 여러 대회에 참가하기도 했으니 ‘테생테사’라고 봐도 무방하다.그동안 테니스를 치면서 여러 사람을 만났다. 실력자들도 다수 상대했다. 그런데 그들 중 몇몇은 나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나를 가르치려드는 모습을 종종 목격했다. 백번 양보해서 본인 실력에 자신 있어 그런 거라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최소한 나를 별 것 아닌 것처럼 무시하지는 말아야 하는 것
[오피니언타임스= 칼럼니시트 우달]모든 게, 빠르게, 변한다. 새로운 세기에 들어서며 평생 직업이라는 말이 무색해지더니, 어느 순간에는 핸드폰을 안 가진 사람이 없게 되었고, 이제는 그조차도 스마트폰이라는 소형 단말기로 모두가 연결되었다. 그러다 어느 날에는 인간의 사고력이 빅데이터에 의해 가볍게 제압당했고,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 1순위가 유튜버가 되었으며, 암호화폐니 양자 암호니 하는 것들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건 단지 IT 부문에 한해 말머리만을 언급한 것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대체, 눈이 휙휙 돌
[ 논갯닷컴=칼럼니스트 방제일]세상에 백락(伯樂)이 있어야 천리마가 있다. 천리마는 항상 있지만 백락은 늘 있지 않다.그러므로 명마(名馬)가 있다고 하여도 노예의 손에서 욕을 당하고, 마구간에서 (보통의 말들과) 나란히 죽게 될 뿐, 천리마로 불리지 못한다. 천리마는 한 끼에 곡식 한 섬을 먹어치우거늘 말을 먹이는 자들이 그 말이 천리를 달리는 달릴 수 있는 말임을 모르고 먹이니, 이 말이 천리를 달릴 수 있는 말일지라도, 배부르게 먹지 못하여 힘이 부족하니 그 뛰어난 재능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보통 말들과 같아지려
인류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첨예했던 대립 중 하나를 꼽으라면 바로, ‘꼰대’와 ‘요즘것들’ 간의 신경전이었다. 오죽하면 3대 성현 중 하나로까지 통하는 테스형조차 젊은이들의 고발에 의해 사형을 선고 받았겠는가. 소크라테스의 시절보다 더 오랜 옛날 고대 벽화 한 구석에 “요즘 것들은 버릇이 없다”는 푸념이 새겨져 있었다는 소문도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이 두 세력간의 간의 대립이 주로 ‘조언(助言)’이라는 대화 형식에서 발발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어디 꼰대와 요즘것들 만의 문제인가. 친구, 연인, 가족 간에서도 ‘다 너
[ 논댁닷컴=고라니]결혼을 준비하다 보면 오백 개가 넘는 업체를 만나게 된다. 웨딩홀부터 시작해 허니문여행사, 드레스샵, 혼수업체, 부동산에 이르기까지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한 푼 두 푼 모은 돈을 사이버머니처럼 쓰는 기분은 제법 짜릿하다. 하지만 소비자로서 결혼시장에 참여하는 즐거움은 오래 가지 못한다. 우린 곧 불편한 진실에 직면한다. 외부에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결혼시장과 별개로또 다른 결혼시장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곳에서 우린 상품으로 가판대에 진열된다.사내 게시판에 결혼소식이 올라오면 당사자들은 꼭 이런 질문을 받는다
[ 논댁닷컴= 김연수]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특히 지난달, 걷잡을 수 없이 높아진 확진자 수로 인해 2.5단계를 실시할 정도로 외부 출입이 어려워졌다. 자영업자들이 가장 큰 손해를 봤고, 배우 한 명이 코로나19에 확진되며 드라마 제작 또한 늦춰지기도 했다. 즉, 각 분야 및 영역에서까지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2.5 단계를 선포하며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곳곳에서는 잘 이루어지고 있지 않기에 걱정을 늦출 수 없었다. 취업은 더 어려워졌고, 여러 회사에서는 무급 휴가에서 갑작스
[석혜탁의 말머리] 키치적 감성을 받아들인 리테일의 모습 [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슷’. 을지로지하쇼핑센터에서 볼 수 있는 B급 감성의 레트로 편집숍이다. 이름부터 특이한 이곳은 공간중개 플랫폼 스위트스팟이 기획한 이색 매장이다. 조악함이 매력이다 Ⓒ석혜탁 촬영 스위트스팟의 작품을 여러 곳에서 접한 적이 있다. 이 매장이 유독 재미있는 것은 대기업 계열의 유통 공간이 아니라, 지하철을 타러 오가는 고객들이 지나치는 지하상가에 문을 열었다는 점이다. 또 ‘을지로’라는 공간에 들어섰다는 점도 이채롭다. ‘힙지로’라 불리며 밀레니얼 세대에게
[ 오피니언타임스=칼럼니스트 서은송]아무 날도 아닌, 그냥 햇살 밝은 날. 아무 곳도 응시하지 않은 눈동자에 언뜻 화려한 건물에 요양병원이 비친 날이었다. 새삼, 무슨 요양병원을 저리 화려하게도 지었나 생각해보니, 미아역 부근에 자리 잡은 결혼식장이 보이지 않았다. 같은 자리, 같은 외형의 건물. 조금은 많이 다른 간판. 성처럼 생긴 건물의 화려한 금테를 두른 대리석 벽면에는 지나가는 차들이 비칠 정도로 눈이 부시다. 그 옆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요양병원’이라 적혀있는 파란 간판.결혼식장이 어떻게 요양병원이 될 수 있는가 생각해보면
[오피니언타임스=곽예지]청년칼럼을 쓸 때처럼 글을 실명으로 올리다보면 가끔 필명을 만들어 속이야기를 자유롭게 펼치고 싶은 생각이 든다. 가족이 이름을 검색해 내 글을 보곤하는데 사실 반갑진 않다. 애석하게도 가족과 맞아 떨어지는 가치관이 거의 없고, 오히려 부끄럽기 마련이다. 스스로 주제를 검열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 난감해진다. 글감이 없어 머리를 감쌀때면 괜히 실명을 탓하고 싶어진다.필명을 든든하게 세우고 더 짙고 재밌는 문장을 슥슥 써나가는 상상을 해보지만, 이내 접는다. 핸드폰 기록이 노트북에 공유되고, 전화번호가 인스타그램에 연
[오피니언타임스=심규진]책을 세 권 출간했는데 아마추어라고? 그렇다. 나는 평범한 직장인이며 요즘 흔하게 들을 수 있는 글쓰기 강의도 들어본 적 없으며 전문가로부터 코칭을 받아본 적은 더더욱 없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글을 쓰고 있고 앞으로도 글을 쓸 생각이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이러한 나의 글쓰기 방법에 ‘전략’ 이라는 육중한 단어를 덧붙여 아마추어의 글쓰기 전략(STRATEGY)을 논해보려고 한다.첫째, 공간(Space)이 필요하다. 글쓰기는 고도의 노가다 작업이다. 근데 이 노가다는 벌거벗고 하기에 나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 청년칼럼 = 앤디] 내가 한창 취업을 하려고 준비했던 약 10여 년 전 여기저기서 청년들의 취업이 어려워서 큰일이라고 했다. 10년이 흐른 지금, 신문과 TV 뉴스에서는 그 시절 뉴스를 그대로 복사해서 붙여 넣기 한 건가 싶을 정도로 (여전히) 청년 실업 문제를 언급하기 바쁘다. 날이 갈수록 취업하기 힘든 환경에서 청년들은 각자 희망하는 회사와 기관이 요구하는 스펙을 착실히 쌓고, 그 조직이 표방하는 인재상에 스스로를 욱여넣는다. 그렇게 힘겹게 입사했으면 꽃길이 열려야 할 텐데, 애석하게도 진짜 본 게임은 그때부터 시작이다. 일
[오피니언타임스=이광호]지하철로 이동할 때나, 잠이 들기 전. 매일같이 아르바이트 구인 앱의 스크롤을 내리고 또 내렸다. 거리가 조금 멀거나, 시간이 맞지 않아도 일단 스크랩을 해두었다가 정성스럽게 지원서를 넣었다. 일자리에 나를 구겨 넣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원서는 열람조차 되지 않았고 간혹 조회된 이력서에도 회신은 오지 않았다. 몇 군데 면접을 보러 갔지만 사람은 많고 자리는 한정되어 있었다. 한 명을 뽑는데 지원자는 수십 명이었다. 탈락했다는 문자가 날아오는 건 놀랍지 않은 일이었다.외출은 제한되고 돈을 벌지도 못하는 시간이 길어
가수 유승준 입국 비자가 또 거절 되었다. 자초지종이 어떻든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유승준측 손을 들어 준 대법원 판결도, 이번에 또 비자발급을 거절한 법무부 외교부등 정부 입장도 이해는 간다. 그 이슈를 청년의 시각에서 들어 보기로 한다 [편집자 주][오피니언타임스=김봉성]서태지와 아이들이 등장했을 때, 지금 내 나이의 아저씨들이 그랬을까. BTS를 보고 있노라면 내가 확실히 구세대에 진입한 듯하다. 내게 BTS는 이해불능이다. 노래가 좋은지도 모르겠고, 다른 남자 아이돌과의 변별되지도 않는다. 아미에게 선물 받은 cd를 열심히 들었지
20여년 전의 발표가 아직도 머릿속을 맴도는 이유 [오피니언타임스=양재현] 초등학교 5학년 때의 일이었다. 학교 선생님께서 숙제를 내주셨다. 한국전쟁에 대해 집에서 조사해온 뒤 발표하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초등학교 5학년 시절의 나는 숙제하는 것은 정말 싫어했다. 결국 숙제 검사의 날은 다가왔고, 그때까지도 나는 아무런 조사도 하지 않았다. 늘 그랬던 것처럼.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던가. 그날따라 선생님은 나를 가장 먼저 지목했고, 나는 꼼짝없이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한국전쟁에 대해 발표를 해야만 했다. 숙제를 했다는 티를 내기 위해선
교동창들의 '카톡 채팅장'엔 다양한 삶이 살아있어...고등학교 동창생 스무 명 남짓이 모여 있는 카카오톡 채팅창이 있다. 채팅창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잘 기억 나지 않는다. 누군가의 이끌림에 가입했고, 지금은 한 발짝 떨어져서 관람만 하는 형국이다. 졸업한 지도 수십 년이 지나, 대부분 결혼도 하고 직장에서 자기 삶을 충실히 살아가는 녀석들이다. 모든 집단처럼 대화를 이끌어가는 빅 마우스도 있고, 매번 새로운 이슈를 물어다 주는 충실한 전달자들도 있다. 매일 같이 쏟아지는 연예인 가십 기사, 인사치레 성 생일 축하
[청년칼럼=서은송]매미가 갓 울기 시작할 즈음이었다, 노곤한 몸을 이끌고 침대에 편히 쉬고 있는데, 별안간 툭 하구 빗방울 하나가 이마에 내려앉았다. 비가 오나 싶어, 황급히 창문에 머리를 들이밀자, 이번에는 눈에 한 방울이 떨어졌다. 하늘은 몹시도 청량하고 뜨거운 햇살이 아스팔트 위를 부글부글 끓고 있는데 도대체 이 빗방울은 무엇이란 말인가!15층의 아파트,11층에 살고 있는 나에게 용의자는 4개의 세대 중 하나임이 분명했다. 그런 소박한 재미의 화를 돋구다, 밥 먹으라는 소리에 금세 나의 화는 사그라들었다. 그러다 오늘이 왔다.
[ 오피니언타임스=하정훈] 아버지 생신을 맞아 고향에 내려갔다. 결혼하기 전엔 아버지 생신이라고 서울에서 고향인 여수로 굳이 내려간 적은 없었다. 약간의 용돈을 계좌이체하고 가족 단체 카톡창에 아들로서의 도리적인 글을 남겨 좋은 아들로서 부모님에게 잘하는 아들로 스스로 믿고 지내왔다.< 우리는 각자의 상처를 가져....>결혼을 하고 나서 아내가 생기고 나서 아버지, 어머니 생신 때 거의 매번 내려가게 되었다. 뭔가 분위기가 바뀌었다. 부모님은 며느리가 생긴 이후로, 뭔가 더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꾸미시는 듯 했다. 달라진 분위기는 분명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