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실시된 영국 총선에서 테리사 메이 총리의 집권 보수당은 종전의 과반의석을 잃었다. 영국 조기총선은 메이 총리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협상력 강화를 위해 의석수를 늘리고자 실시했다. 그러나 영국 민심은 메이에게 등을 돌렸다. 보수당이 야당 노동당에 패한 곳에는 런던 서부 켄싱턴 지역도 포함됐다. 노동당이 켄싱턴 선거구에서 승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배경에는 당국이 자신들의 의견을 무시한다는 주민들의 불만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 14일 발생한 런던 고층아파트 화재는 이를 다
전선과 가로등 불빛이 우거진 골목길을 따라 집으로 돌아갈 때면 어김없이 드는 생각이 있다.나는 오늘 누구에게 터무니없는 고집을 피우진 않았는지내 체력 방전을 핑계로 신경질 부리진 않았는지필요한 말을 삼키고 불필요한 말을 꺼냈는지알면서도 ‘어쩔 수 없다’란 생각으로 고개 숙였는지나를 아껴준 누군가에게충분히 최선을 다했는지.걸음걸이에 맞춰 뜨다 저무는 그림자와 함께현관문 앞에 서면 한숨을 쉴 때가 있었다.무언가 못 다한 미적지근한 밤이 진다.고질적으로 시달리는 불면증의 이유고미처 흘려보내지 못한 서러움을 가슴에 품는 이유고내일 새로운
세상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사람들이 등용되고 그들의 이름이 회자되면서 새삼 사람들의 처세와 사는 법에 대해 말들이 오고 간다. 학계에서 정치계로 입신하는 소위 ‘프로페서(professor)’나 언론계에서의 ‘폴리널리스트(polinalist)’등도 이러한 상황 속에서의 신조어이다. 정치하는 사람 중에서도 상황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어느 시골의 토담집에서 은거하며 때를 기다린다던지 아니면 낙향하여 아예 기존의 세계랑 연을 끊어 버리는 경우도 있다. 물론 철새라는 소리를 감수하며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사람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낙후된 미국 내 기반시설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약속했다. 지난 6월 6일 첫 작품으로 야심차게 발표한 분야가 공항관제업무였다. 그는 다른 나라 선진공항들은 GPS를 갖춰놓고 있는데 비해 미국 공항에서는 아직도 레이더에 의존하는 낡은 시설로 인해 안전을 해치고 시간을 낭비한다고 지적했다. 세계최고의 관제시설을 갖추겠으며 나라의 재정을 투입하지 않는 방법이라고 자신의 성과를 자랑했다. 그러나 CNN방송에서는 이를 생중계하며 그의 발표는 간단히 말해 관제업무와 시설의 민영화 선언과 다르지 않다고
엄마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자신의 손바닥보다 훨씬 큰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멍하니 앉아있었다. 휴대폰으로 딱히 게임을 하지도 않았고, 그저 쓰다듬기만 두어 번. 지나가는 행인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꼬마 녀석을 보고 있자니 괜스레 마음이 울컥했다.녀석 때문에 나도 꼼짝 않고 알 수 없는 기다림을 함께했다. 하늘 보고, 땅 보고, 그러다 눈을 감아도 오지 않는 누군가 때문에 녀석은 한참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전화가 울리는 것 같았다. 휴대폰 수신 불빛으로 녀석의 얼굴이 삽시간에 환하게 꽃이 폈다. 휴대폰을 한껏 귀에다 가져다놓고 들리
70년대 대학 시절, 꿈을 꾸는 한 선배가 있었다. 지금은 우리나라 중요한 소설가로 그의 글이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리기도 한다. 이 선배는 대학 시절 두툼한 책 한 권을 옆구리에 항상 끼고 다녔다. 그 책을 뛰어넘는 글을 쓰고 말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선배가 사주는 술을 많이 얻어마셨던 나는 예의상(?) 그 책을 읽어보아야 할 것 같았다. 토마스 만의 이었다.이 소설의 공간적 배경은 스위스 다보스 산 속 결핵 요양원이다. 주인공 한스가 이곳에서 요양중인 사촌을 3주 예정으로 방문한다. 그러나 그도 이곳에서 결핵이 발견되어
지난 10년간 한국에는 두 개의 고난이 있었다. 하나는 부도덕한 정권이 국민에게 가한 고난이다. 국격은 훼손됐고 정권은 국민을 대상으로 장사치 짓을 했다. 또 하나는 세월호 침몰이다. 그런데 침몰한 것은 배만이 아니라 국가에 대한 국민의 믿음도 있었다. 그러다가 촛불의 힘으로 더러운 권력을 걷어냈고 세월호는 고난의 몸을 드러내 국민들에게 다시 믿음을 줬다. 6월 10일에는 시청 앞 광장에서 지난 투쟁들의 성과를 축하하는 시민 축제가 열렸다. 요즘 페북 콘텐츠도 거의 축제 같은 희망과 감동의 내용들이 많아졌다.
걷거나 뛰지 말라는 경고에도 헐레벌떡 뛰어가던 그녀는 핸드폰을 손에 꼭 쥐고 있었다. 마치 그것을 놓치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잠시 멈춰서 액정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그녀의 눈빛을 따라가 보니 지하철 어플이 열려 있었다. 알록달록. 여러가지 색은 아름다워 보였다. 하지만 그건 그녀가 목적지까지 가려면 네 번의 환승을 거쳐야만 함을, 출근길 지하철에서 견뎌내야만 하는 고난들을 의미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안도했다. 난 한 번만 환승하면 되니깐. 우린 일을 하기 위해 모여든다. 어떻게든 중심에 가까워지려고 애쓴다. 생존하기 위해서
벨기에의 거장 다르덴 형제의 영화 의 주 무대는 빈민가에 있는 작은 클리닉이다. 병원이라고 해야 서너 평짜리 환자 대기실과 계단을 내려가야 있는 진료실이 전부다. 간호사도 없이 젊은 여의사 제니(아델 하에넬)는 하루 종일 환자들을 돌본다. 그들 대부분은 노인들이거나, 어렵게 생계를 꾸려가는 이혼녀, 아니면 노동자들이다. 불법체류자도 있다.제니는 클리닉에서만 환자를 치료하지 않는다. 병원이 바로 코앞이지만, 그나마 걸어서 올수 없는 노인들이 시시때때로 전화를 걸어오면 달려간다. 그렇다고 진료비가 비싼 것도 아니다. 물론
▷‘늘 내 안에 계시는 나의 부모님上’에 이어 7월 하순 가족들과 산으로 겨우 겨우 올라오신 어머니는 8월 초순 그 삼복더위 염천(炎天)에 몸을 풀었습니다. 그날은 음력으로 6월28일, 양력으로는 8월11일 금요일입니다. 고도가 높은 산중이라 무더위는 별반 느껴지지 않았겠지요. 필시 산지기네 집 아낙네가 어머니의 출산을 옆에서 도왔을 것입니다. 아버지는 부엌에서 가마솥에 물을 끓이셨을 것이고, 형과 누나들은 영문도 모르고 산길을 뛰어다니며 장난을 쳤을 것입니다. 마침내 병아리 같은 아기울음소리가 들리고 새로운 생명이 지상에 태어났는
시 한 편 써보려 주제 넘는 단절로 며칠을 굳게 닫고 살았다. 안타까이 불러도 열리지 않는 비애에 바람은 그리도 창을 두드렸던 것일까. 쇠창살 같던 골방 창의 격자가 비로소 빈 원고지처럼 보이던 날, 나는 앞이 막힌 창을 열었다.삭은 가지 같은 팔 뻗어도 온이 피지 못할 그 거리에 적갈색 벽, 넓은 등짝처럼 서있건만 그 좁은 틈으로 부스럭 부스럭 바람 타고 흘러오는 공사쟁이들 마른 빵 먹는 소리, 주린 입들 비닐과 맞닿아 다투는 소리. 생의 일렁임은 기어코 아지랑이처럼 올라온다. 창과 벽 사이를 찬찬히도 훑으며.거짓글 쓰는 이 앞에
오늘은 잘 있었냐고?그동안 별일 없었냐고?안부가 그리워다가가 묻고 싶은 단 한 사람내가 궁금하지 않냐고보고 싶지 않냐고그동안 가슴에 심겨진그리움 한 조각 잘 크고 있냐고묻고 싶은 한 사람그 사람이 오늘은 참 보고 싶습니다며칠 전 오랜 지인이 카톡으로 보내준 누군가의 글이다. 지극히 평이한 문장에 통제되지 않은 직설적 감정의 나열, 감상도 감동도 없이 건성으로 훑어 내렸던 이 글에 나는 지금 몇 날 며칠 붙들려 있다.살면서 익혔던 거의 모든 사람을 세월이란 두터운 창고에 밀어 넣어 놓고, 열쇠도 자물쇠도 어디에 둔 지 잊은 채 식물처
민주당이 방통위원 후보를 재공모키로 했다민주당이 방송통신위원 추천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모양이다. 민주당은 지난 2월 최수만 전 한국전파진흥원장을 방통위원 후보로 내정한 바 있다. 3월 26일 임기가 만료되는 김재홍 부위원장 후임을 채우기 위한 절차였다. 그러나 당시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최 전 원장에 대한 추인을 보류했다.방통위는 대통령이 지명하는 위원장과 위원 1명, 여당이 추천하는 1명, 야당이 추천하는 2명을 대통령이 임명해 총 5명으로 구성된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 추천 김재홍 부위원장과 대통령 지명 및 여당이었던 새누리
페미니즘은 언제나 옳다. 이 말을 듣고 반감을 가지거나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페미니즘에 대해서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페미니즘은 모든 성이 다 평등하다는 사상이다. 이 말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성에 관계없이 평등한 존재이니까. 남자는 여자보다 우월하다고 속으로 생각할 순 있지만 그것을 떳떳하게 겉으로 표현하긴 힘들다. 남들의 시선은 아랑곳 않고 대놓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어떤 남자들은 페미니즘을 여성 우월주의 사상으로 착각하고 기센 여자들의 ‘
남한산성에 남아있는 바위글씨를 찾아서 탐방길에 올랐다. 남한산성에 널리 퍼져 있는 바위글씨를 찾아보니 지금은 거의 방치되고 있으나 이것들을 잘 연구하고 정리하면 훌륭한 문화재가 될 것 같다. 서양은 석조문화라 옛 문화재들이 많이 남아 있는데 우리나라는 목조문화라 대부분의 문화재가 사라지고 몇 개만이 오늘날 전해지고 있다. 남한산성 행궁에 가면 반석(磐石)이라는 바위글씨가 행궁 뒷편에 있는데, 병자호란 당시 누란(累亂)의 위기에 처하여 종묘사직과 나라를 반석과 같이 튼튼히 지켜야 한다는 뜻을 오래 간직하기
젊은 세대들 사이에 유행하는 ‘탕진잼’이란 신조어가 생소하고도 흥미롭다. 탕진잼은 다 써서 없앤다는 뜻의 ‘탕진’과 재미의 줄임말인 ’잼’의 합성어. ‘천원 샵’같은 저가의 생활용품점이나 문구점, 인형뽑기방에서 수중의 돈을 과감히 아낌없이 지출해 소품을 사들이며 일상의 소소한 재미와 즐거움을 추구한다는 의미다. SNS에도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는 사진 글이 떠돌아다닌다.1인 가족, 싱글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혼술’, ‘혼밥’과 더불어 탕진잼도 신세대의 일상을 반영한다. 탕진잼은 나 자신을 위해, 스스로 의미있게 생각하는 대상에 투자
4기의 사드발사대 관련 보고누락 문제를 둘러싼 청와대의 대응 자세를 보면서 상식의 문제를 새삼 생각하게 됩니다. 사드배치가 안보적으로, 외교적으로 얼마나 중차대한 문제인가를 생각한다면, 국방장관이나 안보실장이 대통령에게 고의로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은 상식이 아닙니다.왜냐하면 그것은 보고하지 않았다 해서 감추어 질 성질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보고 즉시 들통이 날 일인데 국방장관이나 안보실장이 어떻게 그 책임을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행여 새 대통령을 우습게 알고 보고를 안 한 것으로 생각했다면 그것이야말로 대통령 측의
문제가 많은 곳에서 일하는 중이다. 어떤 문제냐면 나와 성향이 전혀 다른 사람을 선배로 두고 있다. 깐깐한 성격의 나는 자꾸만 눈에 띄는 문제를 지적하고 변화를 바라는데, 상대방 입장에서는 오랫동안 쌓아온 나름의 매뉴얼에 후배가 사사건건 집착하며 성가시게 구는 것처럼 보이는 모양이다. 그러다가 한번 크게 싸웠다. 작은 말다툼이야 간간히 있었지만 언성을 높여가며 정말로 싸워 버린 것은 처음이었다.얼마 후 나는 먼저 사과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예상 외로 따뜻한 답장을 받았는데 내용이 좀 걸린다. 분명 일 처리 문제로 다퉜고, 그에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새 정부가 들어섰다. 새 대통령의 출발과 함께 국내의 정치적 불확실성은 진정되는 모습이다. 대통령 취임 3주가 지난 현재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80%대 수준을 보이고 있다.그러나 진정한 시험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 중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건 역시 북핵문제, 그리고 중국과의 껄끄러운 관계 개선이다.북한의 핵문제는 새 정부가 시급히 풀어야 할 가장 어렵고, 복잡하고, 중요한 문제이다. 그러나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해결될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가늠할 수가 없게 되었다. ‘선제 타격론’까지 거
햇볕이 들어오기에는 좁은 공간이었다.바닥에 몸을 맡기면 한 가득 채워지는 방 구조 덕분에 햇볕에게 양보할 자리란 없었다. 오히려 집 밖으로 발걸음을 내밀면 햇볕이 은근히 다가와 주었다. 이렇게 세입자의 이기적인 탐욕으로 쓰는 방을 반지하 원룸이라고 한다.이쪽 원룸에서 저쪽 원룸으로 옮겨가는 일을 7년째 했다. 이제는 눈만 감아도 원룸의 구조가 훤히 보이고, 웬만한 짐짝도 거뜬히 소형차에 구겨넣을 수 있다. 이사 대행업체의 존재감을 민망하게 만들 정도로 척척, 착착. 주변 친구들과 동생들도 한 팀이 되어주었다. 이리저리 방랑하는 동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