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솎아보기]한겨레 “일본엔 역사 직시하라며 베트남엔 침묵하는 것은 모순”

정국을 강타했던 ‘이석기 이슈’가 사그라진 가운데 10일 조간 사설은 뚜렷한 이슈 없이 주요뉴스를 짚어주는 수준에 그쳤다. 가장 많은 신문에서 주목한 주제는 박근혜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방문이다. 언론들은 박 대통령과 쯔엉떤상 베트남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소식을 전하며 양국의 협력과 발전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동아일보는 “한국과 베트남이 서로 총부리를 겨눈 역사가 있지만 오늘날 5만명이 부부의 인연을 맺은 ‘사돈의 나라’가 됐다”고 전했다. 반면 한겨레는 “박 대통령이 호찌민 묘소에 헌화만 하고 사과하지 않았다”며 “일본엔 역사 직시하라며 베트남엔 침묵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제조업 노령화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는 소식도 주목된다. 주요 언론들은 국내 생산직 근로자들의 평균 연령이 올해 48.3세로 13년 사이 7.4세나 높아졌다는 소식을 전하며 청년 실업률이 8%를 넘지만 제조업 현장에서는 구인, 구직의 미스매치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9일자 전국 종합일간지 사설이다.

<주요신문 사설>(9월10일자 조간)

▲경향신문 = 4대강 의혹과 진실 파묻고 갈 셈인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제대로 하고 있나 /산업현장의 노령화 대비책 서둘러야
▲국민일보 = 영세근로자의 임금체불은 사회 불안 요인 /호찌민 주석 묘 헌화한 朴 대통령 /日 시민단체가 밝혀낸 강제징용자 통장 실체
▲동아일보 =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음을 보여준 한국과 베트남 /국정원 댓글이 이석기 내란음모보다 더 큰 죄라니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울 화학물질등록법
▲서울신문 = 일 안하는 정부위원회 대폭 구조조정해야 /日 올림픽 유치 선린 정신 다지는 계기 되길 /'시간제 일자리' 공직 유연근무 촉매제 되도록
▲세계일보 = TPP 참여 여부, 전략적 안목으로 결론 내야 /무책임ㆍ무능의 극치 보이며 입씨름만 하는 여야 /성남보호관찰소 논란, 대화로 해결책 찾아야
▲조선일보 = 6자회담 열기도 전에 불거진 美ㆍ中 이견 심상치 않다 /제조업 노령화 경고한 '생산직 근로자 평균 나이 48세' /국책 사업, 첫 삽 뜨고 나서 예산 2.8배까지 부풀린다니
▲중앙일보 = 축소지향의 '동아시아 패러독스' 해법 /한ㆍ중 FTA에 역발상이 절실하다 /갈등 관리 맹점 드러낸 보호관찰소 이전 논란
▲한 겨 레 = 여야, 말다툼으로 시간 낭비할 때 아니다 /일본엔 역사 직시하라며 베트남엔 침묵하는 모순 /6자회담 재개,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국일보 = 국정원 개혁, 이상과 현실의 조화를 생각하자 /4대강 평가委 너무 편향적…새로 구성해야 /'나쁜 일자리 확산' 경계해야 할 시간선택제
▲매일경제 = 베트남서 시작한 박 대통령 세일즈 외교 /公共부문에 도입한 '시간제 일자리' 실험 /검찰총장이 정정보도 청구하는 창피한 현실
▲한국경제 = 한국 농업의 새 구상이 필요하다 /계층 상승 포기한 30대, 노력도 안해보고 좌절하나 /민주당의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론 황당하다

▲ 9월10일자 한겨레 사설
베트남 국빈방문, 불행한 과거 직시해야

박근혜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방문을 두고 보수언론과 진보언론, 경제지의 입장이 뚜렷하게 엇갈려 눈길을 끈다.

동아일보는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음을 보여준 한국과 베트남’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쯔엉떤상 베트남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내년에 높은 수준의 포괄적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며 “정상선언문에 베트남의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함께 노력하기로 하는 등 정치 경제 문화적 협력을 한 단계 높이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은 1960년대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10년간 32만명을 파병해 현 집권세력인 베트남민주공화국과 서로 총부리를 겨누었으나 한국과 베트남은 오늘날 5만 명이 부부의 인연을 맺은 ‘사돈의 나라’가 됐다. 시대적 요청에 따라 불행한 과거를 딛고 화해와 협력, 공동번영의 새 장을 열어가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매일경제는 같은 사안을 두고 경제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베트남서 시작한 박 대통령 세일즈 외교’란 제하의 사설에서 “박 대통령이 베트남을 처음 국빈 방문하면서 세일즈 외교에 시동을 걸었다”며 “베트남은 삼성전자의 휴대폰 공장이 제1의 수출기업일 정도로 한국과 경협 관계가 밀접하고 이번에 원전 5, 6기 수주를 굳힌다는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박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는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동남아와 동유럽, 터키 등을 휘젓고 다니며 원전, 건설프로젝트 사업을 따낸 것에 비해 템포가 늦은 감이 있다”며 “21세기 들어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가 날로 중요해지고 있다”고 적극적인 경제 행보를 촉구했다.

한겨레는 ‘일본엔 역사 직시하라며 베트남엔 침묵하는 모순’이란 제목의 사설을 통해 “우리나라와 베트남은 1992년 수교 이래 정치·경제·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 긴밀한 협력관계에 있지만 ‘큰 숙제’가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한국군의 베트남전 참전과 양민학살 문제를 언급했다.

이어 “이런 탓에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은 베트남 방문 당시 호찌민 묘소에 헌화하고 베트남 국민에 사과했지만 박 대통령은 9일 오전 호찌민 묘소에 헌화만 하고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며 “이는 우리가 일본에 역사 직시를 요구하는 것과 모순된다. 내가 본 피해는 시정을 촉구하면서 내가 입힌 가해는 모른 척하는 자세로는 어느 누구의 마음도 진정으로 얻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 9월10일자 조선일보 사설
제조업의 경고 ‘생산직 근로자 평균 나이 48세’

조선일보는 “국내 생산직 근로자들의 평균 연령이 2000년 40.9세에서 올해 48.3세로 13년 사이 7.4세나 높아졌다”며 “생산직 근로자 중 50대 이상 근로자는 2000년 23.1%에서 올해 48.3%로 늘어난 반면 15~29세 청년층 근로자 비중은 같은 기간 17.8%에서 8.8%로 줄어 현장에서 청년을 찾아볼 수 없다”고 전했다.

이어 “기계화·자동화하기 어려운 감각과 노하우는 신입 근로자들이 현장에서 선배로부터 직접 배워야 한다. 제조업에 ‘젊은 피’가 수혈되지 않으면 숙련 기술의 세대 간 전수(傳授)가 끊어질 수 있다”며 “산업 현장의 세대 간 인력 불균형은 한국 제조업에 위기”라고 진단했다.

경향신문 역시 “현재 산업현장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가 한꺼번에 퇴직할 경우 숙련된 기술인력의 공동화 현상이 불보듯 뻔하다”며 “이들의 현장 경험을 전수할 수 있는 체계적인 프로그램과 고용의 유연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리 산업구조의 세대교체도 절실하다.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과 대기업의 과감한 투자를 통해 미래 먹거리 업종에서 일자리를 만들어야 산업현장의 고령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박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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