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솎아보기]진정성 있는 사과, 대안 제시…정면 돌파했어야

 
“죄송한 마음”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노령연금 공약 후퇴에 대한 입장표명을 두고 온 나라가 들썩였다. 주요 언론들은 27일 조간 사설에서 “이제라도 잘하면 된다”는 옹호론과 “죄송하면 책임져라”는 책임론으로 나눠 설전을 벌였다.

언론들은 “핵심 공약을 수정한 이상 대통령은 국민에게 경위를 직접 설명하고 흔쾌히 사과했어야 한다”(중앙일보)거나 “사과의 대상이 국민인지 기초연금을 못 받는 30% ‘어르신’인지 불분명하고 구차한 변명을 덧붙여 실망”(경향신문), 혹은 “이번 기회에 조세와 복지 전반을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조정하는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동아일보)고 주장했다.

사설들은 정부가 357조7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다는 소식도 집중 조명했다. 이번 예산안은 서로 상반되는 복지와 경제활성화를 모두 잡으려다 보니 어정쩡한 살림계획이 됐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부 수입보다 지출을 더 늘려 잡아 25조9000억원의 적자 예산을 편성했다는 점을 한목소리로 우려했다.

다음은 27일자 전국 종합일간지 사설이다.

<주요신문 사설>(9월27일자 조간)

▲경향신문 = 빚 얻어 토건사업 벌이겠다는 내년 예산안 /실망스러운 박 대통령의 '공약 파기' 사과 / '이중잣대'로 전교조 법외노조화 압박할 일인가
▲국민일보 = '증세 없는 복지'에 맞춘 적자예산안 /공약 번복 유감이지만 잘못은 속히 바로잡아야 /소설가 최인호의 별세에 부쳐
▲동아일보 = 증세 없는 복지로 가는 내년 예산안 위태롭다 / '복지 수준 대타협' 이끌 책임 박 대통령에게 있다 /검찰은 증거와 법리로 이석기 내란음모 입증해야
▲서울신문 = 무상복지 공약 국민 동의 구해 궤도 수정해야 /기초연금 역차별 해소할 보완책 강구하라 /한화 정도경영, 하급심 엄정함 주문한 대법
▲세계일보 = 새해 예산안, 거품 숨어 있는지 꼼꼼히 돌아봐야 / '내란음모' 기소 이석기, 국회는 지체 없이 제명하라 /생명 앗아가는 보복운전, 중죄로 다스려야
▲조선일보 = '福祉 청사진' 새로 내놓아야 대통령 사과 반복 피한다 /민주, 정부案보다 실천 가능한 현실적 代案 제시해야
▲중앙일보 = 박 대통령은 국민에 대한 설명 책임을 다하라 /세 마리 토끼 잡으려다 어정쩡해진 내년 예산 / '이석기 내란음모' 재판, 국민이 지켜볼 것이다
▲한 겨 레 = '증세 없는 복지'의 허구 드러낸 새해 예산안 /기초연금 공약 파기, '어물쩍 사과'로 넘길 일인가 / '이석기 사건' 기소 이후의 과제들
▲한국일보 = 복지정책 구조조정 거국적 논의 필요하다 / '통진당 내란' 새로운 증거 못 찾고 법정으로 /하늘 너머 날아간 영원한 청년작가 최인호
▲매일경제 = 성장 없인 복지 없다는 교훈 남긴 朴대통령 사과 /10년 내리 적자 살림 하겠다는 정부 /키코 승소 은행도 뼈아픈 반성과 신뢰 회복 노력을
▲한국경제 = 키코 판결과 다시 생각하는 금융소비자 보호 /기초연금 후퇴, 정치권 누구도 돌 던질 자격 없다 /내년 예산안 보면서 쓴웃음짓게 되는 이유

박 대통령 사과, 진정성·대안제시 아쉬워

중앙일보는 ‘박 대통령은 국민에 대한 설명 책임을 다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어제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하면서 기초연금 축소에 대해 ‘죄송한 마음’이라고 발언했다”며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을 주겠다던 계획이 소득 하위 70% 노인들에 대한 차등 지급으로 변경된 데 대한 입장 표명인 셈”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유가 무엇이든 핵심 공약을 수정한 이상 대통령은 국민에게 경위를 직접 설명하고 흔쾌히 사과했어야 했다. 앞으로의 실행 계획과 현실적인 대안을 함께 밝혀야 했다. 장관들 모아놓고 아무리 ‘죄송한 마음’이라고 해 봤자 국민에게까지 사과의 마음이 전달되진 않는다”고 비판했다.

중앙은 또 “박 대통령은 공약에 무리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결과적으로 약속을 못 지킨 데 대해 사과한 뒤, 대안을 설명하면서 정면돌파를 했어야 했다. 그게 원칙과 소신의 리더십”이라며 “월 20만원이 부자에겐 강물에 물 한 방울 더하는 셈이지만 빈곤층에겐 간절한 물 한 모금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경향신문은 “박 대통령이 사과의 틀을 취했지만, 사과의 대상이 국민인지 기초연금을 못 받는 30% ‘어르신’인지조차 불분명할뿐더러 공약 파기에 대해 구차한 변명을 덧붙이고 있어 실망스럽다”고 혹평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공약 후퇴 이유로 글로벌 경제상황과 재원 마련이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경제상황과 재정 문제는 지난해 대선 때와 지금이 크게 달라진 게 없다”며 “경제와 재정을 고려하지 못하고 공약을 했다면 무능한 것이고, 재정상황을 예상하고도 공약을 내놨다면 ‘대국민 사기극’을 벌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이번 기초연금 공약 수정 파문은 우리 정치 전체에 대한 경고”라며 “무분별한 공약 경쟁이 불러오는 파국적 결과에 대해 다시 한 번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와 여권 전체가 복지 문제에 대해 정직해져야 한다. 다른 수십 가지 복지 공약도 머지않아 그 현실성이 문제가 될 것이다. 그때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사과를 되풀이하는 것은 정부의 공권력을 사정없이 흔들 게 분명하다”고 전했다.

내년 예산안, 경제-복지 두 마리토끼 잡을까?

중앙일보는 “정부가 내년에 358조원을 지출하겠다는 내용의 예산안을 발표했지만 이도 저도 아닌 예산안이 됐다”며 “경제가 가라앉는 상황에서 복지 지출을 급격하게 늘려야 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사회간접자본예산은 당초 3조원 감축이 예상됐지만 경제활성화를 고려해 1조원 줄이는 데 그쳤고 경제활성화를 하려면 복지 지출을 줄여야 하지만 복지예산은 9% 가까이 급등했다”며 “그러면서도 재정 적자폭을 줄이려다 보니 경제활성화는 더 후퇴됐다”고 분석했다.

국민일보는 이번 예산안에 대해 “내년 총수입은 370조7000억원으로 올해보다 0.5% 줄어드는데 총지출은 357조7000억원으로 4.6%나 늘렸다. 돈이 안 들어오면 지출을 줄이거나 증세를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빚을 내 적자살림을 하겠다는 것이다. ‘증세 없는 복지’를 억지로 꿰맞추려다 보니 나온 궁여지책이다”이라고 전했다.

이어 “올해 24조원에 이어 내년에도 26조원의 관리재정수지적자가 예상되면서 지난 정부가 제시한 2014년 균형재정은 물건너갔다. 정부는 임기 내인 2017년까지 재정수지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0.4% 수준으로 맞추겠다고 했지만 경제성장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적자폭은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오피니언타임스 박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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