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솎아보기]“국회의원, ‘증인 채택권’ 무기로 떡고물 바라나?”

 
8일 조간 사설은 뚜렷한 이슈 없이 현안들을 짚어주는 수준에 그쳤다. 가장 눈길가는 사설은 ‘국정감사 증인’이다. 오는 14일부터 20일간 실시되는 국정감사에서 국회는 각 상임위별로 증인과 참고인을 채택하는데 기업인의 경우 증인 규모가 200명에 이른다는 소식이다.

사설들은 재계에서는 국정감사가 아니라 기업감사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국회가 정부와 공공기관을 감시하는 본업은 제쳐두고 기업 군기잡기에 나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설은 또 “일부 국회의원들은 ‘증인 채택권’을 무기로 기업에게 떡고물이라도 바라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나온다”며 “호통치기, 윽박지르기, 면박주기 등 구태는 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휴일로 다시 지정된 한글날 소식도 주요 언론에서 주목했다. 사설들은 올해 한글날은 23년 만에 다시 공휴일로 지정돼 의미가 남다르지만 잦은 비속어와 잘못된 어법·맞춤법 사용으로 우리말의 위기를 맞고 있다며 한글을 품격 있는 언어로 함께 가꿔나가자고 주장했다.

다음은 8일자 전국 종합일간지 사설이다.

<주요신문 사설>(10월8일 조간)

▲경향신문 =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에게 바란다 /처우는 좋지만 존경받지 못하는 선생님들 /연 8조원 통신사 마케팅비는 누구 돈인가
▲국민일보 = 北, 개성공단 제도개선 협상에 적극 나서라 /한계 中企 구조조정에 고려해야 할 것들 /도로명주소 조기정착 위해 대책 서둘러야
▲동아일보 = 근로시간 단축도 좋지만 기업 경쟁력 하락 막아야 /北, 시진핑 주석의 추가 핵실험 경고 명심하라 /교육의 질 높은 자율형공립고 폐지할 일 아니다
▲서울신문 = 기업인 창피주는 국감으로 뭘 얻겠다는 건가 /투자부진 경제자유구역 구조조정 서둘러야 /道公, 국민주머니 털기 앞서 자구노력 보여라
▲세계일보 = 발리서 화음 낸 韓ㆍ中 정상, 존재감 없는 日 정상 /日 정부문서에 드러난 아베 총리의 새빨간 거짓말 /한글날 다시 생각하는 고운 우리 말, 우리 글
▲조선일보 = 국군 포로 유해 봉환, 딸은 하는데 정부는 왜 못하나 /언론 통제하라고 국회에 국정감사권 준 것 아니다 / '통진당 대리투표 無罪판결'은 사법연수원생 誤判 교재
▲중앙일보 = 한글날이 부끄럽다 /위안부 강제 동원 문서 일본 정부에도 있다 /밀양 송전탑의 '죽음 퍼포먼스'
▲한 겨 레 = 현행 노령연금보다 적게 주는 기초연금 /정치의 '후진성' 드러낸 소모적 대화록 공방 /한계에 부딪힌 전략 부재의 '신뢰프로세스'
▲한국일보 = 사회적 합의 더 필요한 '근로시간 단축案' /도공은 통행료 걷기 앞서 자구노력 내놔야 /여야 의원들 국정감사 준비는 하고 있는가?
▲매일경제 = 北 추가 핵 실험 반대 못박은 시진핑 주석 /국회, 기업인 증인에 정중하게 예의 갖추길 /나랏돈 헛되이 지출한 部處 내년 예산 깎아라
▲한국경제 = 주장 아닌 팩트라야 정치 먼지 가라앉는다 /전통시장만 죽여버린 이 결과를 보라 /개성공단 3通이 아직도 불통? 뭘 해결했다는 건가

기업인 창피주는 국감?

매일경제는 ‘국회, 기업인 증인에 정중하게 예의 갖추길’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14일부터 진행되는 국정감사 증인으로 민간 기업인들이 대거 채택됐다”며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신종균 삼성전자 대표, 허창수 전경련 회장(GS그룹 회장) 등 웬만한 기업인들은 모조리 국회로 불려갈 판국”이라고 전했다.

이어 “재계에서는 ‘국정감사가 아니라 기업감사’라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며 “정부와 공공기관을 감시ㆍ견제해야 할 국회가 본업은 제쳐두고 기업 군기잡기에 골몰한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매경은 또 “국내외 경제 상황이 안 좋아 기업할 맛 안 나는데 기업인들 불러 호통치고 망신주면서 국회의원 위세를 과시하고 희희낙락할 때가 아니다”며 “국회의원과 보좌관들이 ‘증인 채택권’을 무기로 기업들을 쥐락펴락하면서 떡고물이라도 바라는 게 아닌가 의심이 많다. 합리적이고 이치에 맞는 정책감사로 세간의 오해를 불식시키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서울신문은 ‘기업인 창피주는 국감으로 뭘 얻겠다는 건가’라는 사설을 통해 “국정감사에 호출 받은 기업인의 면면을 보면 국내 굴지의 기업 총수와 CEO가 망라돼있다”며 “문제는 이렇게 불러놓고 시종일관 호통이나 치면서 망신을 주는 데 그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으로 의원들 때문에 기업활동 제대로 할 수 없다는 푸념이 과장으로만 들리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국정감사는 행정부를 감시하고 정책에 대한 국회 차원의 방향을 제시하는 국회의 고유 기능으로 현재의 국정감사가 정책감사라는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은 비단 재계의 지적만은 아니다”라며 “뚜렷한 원칙과 기준 없이 일단 기업인들을 불러놓고 큰소리부터 친다면 그건 힘자랑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서울신문은 “기업인의 증인 출석을 많이 요구하는 의원일수록 더 많은 기업의 로비를 받게 마련이다. 기업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후원금을 내고 자신들이 운영하는 골프장 등의 편의를 제공하는 일이 다반사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기업인 국감 증인 채택은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글날이 부끄럽다

중앙일보는 ‘한글날이 부끄럽다’는 사설에서 “567주년을 맞는 올해 한글날은 23년 만에 다시 공휴일로 지정돼 유난히 뜻깊다”며 “한글은 전 세계에서 7900만명이 모국어로 사용하는 거대 언어이며 외국인에게 우리 말글을 가르치는 세종학당은 51개국 11개소에서 운영되는 등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학생들의 비속어 사용이 늘고 어법·맞춤법 등을 잘못 사용하는 등 국어 교육의 위기를 넘어 우리 말글 자체의 위기를 맞고 있다”며 “우리 말글을 정확하게 쓰고 아름답게 가꾸는 일은 겨레의 정체성을 지키는 길이며 한글을 품격 있는 언어로 함께 가꿔가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일보는 ‘한글날 다시 생각하는 고운 우리 말, 우리 글’이란 사설을 통해 “한글은 남북한, 해외 동포 등 8000만명이 사용하는 세계 13위권의 대국어로 국제회의에서 당당히 10대 실용언어로 인정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초·중·고 재학생 95%가 일상어에서 욕설을 섞어 쓰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오르는 우리 말의 파괴는 심각한 수준”이라며 “한글날을 계기로 우리 말과 글을 바르게 배워 사용하자”고 강조했다./오피니언타임스 박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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