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대화창구 닫은 정부, 노조 굴복대상 여겨서야

 

[오피니언타임스 박형재 기자]30일 종합일간지 사설 최대이슈는 ‘KTX 자회사 면허발급’이다. 정부가 27일 수서발 KTX 자회사 철도운영 면허를 전격 발급했다. 법원에 법인 설립 등기를 신청한 지 수시간 만에 인가가 나고 국토교통부가 밤 10시에 기자회견을 하는 등 잘 짜진 각본을 수행하는 듯했다. 하루 전날 코레일과 철도노조는 파업 이후 처음으로 대화에 나섰지만 다음날 정부는 사태의 핵심쟁점인 면허발급 문제에서 타협의 여지를 없앴다.

사설들은 노사교섭과 국회 중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정부는 면허 발급 절차를 착착 진행하고 있었던 셈으로, 겉으로는 대화하는 척하면서도 실제로는 조금도 양보할 생각이 없었음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정부의 대화 거부와 면허 전격 발급은 노조에 백기 투항을 요구하는 것으로, 노조를 대화 상대가 아닌 굴복시켜야 할 대상으로 여기고 강공으로만 치닫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강경일변도의 대응에서 벗어나 노조와 대화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다음은 30일 전국 종합일간지 사설이다.

<주요 신문 사설>(30일 조간)

▲경향신문 = 이성 잃은 공권력은 재앙을 부를 뿐이다 /KTX 자회사 면허발급 왜 서둘렀나 /아베의 일탈 견제 오바마에 달렸다
▲국민일보 = 철도문제 해결 위해 방향 정하고 대화하라 /부자 소득세 인상 옳지만 복지공약 수술부터 /대통령 지지율 낮으면 막말로 보태주는 민주당
▲동아일보 = 불법 시위도 불법 파업처럼 법과 원칙대로 대응해야 /박근혜 정부 첫 '부자 증세', 세금 누수 못 막으면 헛일 /장성택 처형 보며 北 인권법 외면한 민주당 부끄럽지 않나
▲서울신문 = 철도노조 파업 강경 대응만이 능사 아니다 /청렴불감증 공공의료기관 自爭의 메스 들라 /혼란 키우는 서울대 문ㆍ이과 교차지원 '유예'
▲세계일보 = '엉터리 정치'한 선량들, 국민 볼 낯은 있는가 /철도노조 파업 4주째, 이젠 파업 풀고 업부 복귀해야 /南인권 비방한 어이없는 北, 제 눈의 들보를 보라
▲조선일보 = 아베 탈선 폭주에 미국이 생각해야 할 것 /수서發 KTX 자회사, 공기업 개혁 전범 만들라 / '저축銀 비리' 38% 무죄, 무슨 수사를 이렇게 했나
▲중앙일보 = 철도파업 고질병, 시민의 인내심으로 뿌리 뽑자 /정치권의 '말의 빚'과 '혀의 파산선고' / '생계형 창업'만 늘어나는 사회
▲한겨레 = 이러면 박 대통령은 안녕할 것인가 /한국경제의 복병 가계부채,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청소년의 '표현의 자유' 봉쇄하는 인권 후진국
▲한국일보 = 철도파업, 정부가 대화의 문을 걸어 잠가서야 /첫 '부자 증세'가 증세 공론화 계기 되길 /장기적이고 폭넓은 개헌논의를 바란다
▲매일경제 = 부자 증세에 앞서 소득세 과표구간 올려야 /철도파업 악순환 비호하는 3大 고리 끊어라 /아베, 전 세계가 비난하는데 미국밖에 안보이나
▲한국경제 = 연말 국회 막판 타협이 惡法을 찍어낸다 /일터로 복귀한 코레일 근로자들에게 박수를 /나랏돈 갈라먹자는 협동조합들의 난장판이 걱정된다

노조 ‘뒷통수’ 친 KTX 자회사 면허발급

경향신문은 ‘KTX 자회사 면허발급 왜 서둘렀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지난 주말 철도파업과 관련한 일련의 뉴스를 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반전이 있다. 26일 코레일과 철도노조는 노조 파업 이후 처음으로 교섭을 재개해 대화의 물꼬가 트이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다음날인 27일 정부는 수서발 KTX 자회사에 전격적으로 사업 면허를 내줘 사태의 핵심쟁점인 면허발급 문제에서 타협의 여지를 없앴다”고 전했다.

이어 “조계사 화쟁위가 ‘정부는 면허발급을 유보하고, 노조는 파업을 잠정 중단한다’는 중재안을 내놓은 터라 면허발급은 한동안 미뤄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었지만, 코레일은 다음날 오후 4시 법인설립등기를 신청했고, 8시30분 법원의 인가가 나자 국토부는 지체없이 도장을 찍어줬다. 신청에서 발급까지 5시간밖에 안 걸렸다. 대화의 테이블에 앉아있는 그 시간에도 한쪽에서는 면허발급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던 셈”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은 또 “국토부는 ‘준비단계에만 24개월이 걸려 더는 미룰 수 없었다’고 하지만 설득력이 없다. 수서발 KTX는 정부 일정대로 따른다 해도 개통까지 2년가량 시간이 남아있다”며 “차량기지나 역사, 발매시스템 등 철도운행에 필요한 어느 것 하나 없는 상태에서 화급을 다투듯 한밤중에 면허발급을 내줘야 할 이유는 없다. 앞에서는 대화하는 척하면서 돌아서서 상대 허를 찌르기 위해 치밀한 준비를 해온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이런 식이라면 어떻게 정부를 믿고 교섭이든 협상이든 할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철도파업, 정부가 대화의 문을 걸어 잠가서야’라는 사설을 통해 “이번 철도운영 면허 발급으로 정부가 겉으로는 대화하는 척하면서도 실제로는 조금도 양보할 생각이 없었음이 드러났다”며 “파국을 막기 위한 정치권과 종교계, 시민사회의 중재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대화 거부와 면허 전격 발급은 물론 철도 같은 필수공익사업장에서 파업이 일어나면 주동자뿐 아니라 단순 참가자까지 직권 면직할 수 있도록 입법하겠다는 엄포까지 놓으며 노조에 백기 투항을 요구하고 있다”며 “노조를 대화 상대가 아닌 굴복시켜야 할 대상으로 여기고 강공으로만 치닫는 한 혼란과 파국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로 인한 부담은 정국 운영 주체인 정부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 만큼 정부는 어떤 상황에서도 노조와 대화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서울신문은 ‘철도노조 파업 강경 대응만이 능사 아니다’라는 사설에서 “철도노조가 궁지로 내몰리면서 파업 사태는 더 악화될 조짐”이라며 “KTX면허발급 중단 요구가 물거품이 되자 설립면허 무효 소송을 내겠다면서 장기전을 펼 태세”라고 전했다.

이어 “오늘부터 KTX운행률은 평시 대비 50%대로 낮아진다”며 “이젠 정부가 누차 강조하는 ‘민영화는 안 한다’는 방침을 믿게 할 장치를 어떤 형태로 마련할지 논의하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 정치권이 중재안을 만들거나 노사정에 민간까지 참여하는 협의체 또는 합의기구를 만들어서라도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는 ‘철도파업 고질병, 시민의 인내심으로 뿌리 뽑자’라는 사설에서 “이쯤해서 정부나 코레일이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고 파업을 끝내자는 목소리도 있을 수 있지만 지금 철도노조 파업에 손든다면 앞으로 더 큰 불편을, 더 자주 겪어야 할지 모른다”며 “이번에 엄정 대응하지 않으면 정부가 공공부문의 비효율을 제거하려는 다양한 형식의 경쟁체제를 도입할 때마다 노조는 ‘민영화’를 들고 일어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회사 측은 파업 지도부와 선동자를 일반 조합원과 분리해 엄정한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미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의 고삐도 늦춰서는 안 된다”며 “지금 철도노조와 민주노총이 힘으로 도전하고 있는 것은 법질서로 정부는 체포영장이 발부된 철도노조원들을 조속히 검거해 법의 엄정함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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