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인의 풍수지리]

▲ 문배마을 수구처. 연못과 수구사 한문이 생기를 가두어 준다

[오피니언타임스 김정인 풍수지리]강원도 춘천 강촌에 가면 구곡폭포를 돌아 산속 깊은 곳에 마을이 하나 있는데 이 마을을 문배마을이라 한다. 문배마을은 돌배보다는 조금 크고 일반 배보다는 작은 문배나무가 있어 붙여진 이름으로 전해진다. 마을의 모양이 배를 닮았다고 하여 문배마을이 됐다는 설도 있다. 문배마을을 한자로 문배(文背)라고 쓰는데 문헌을 찾아보니 구곡폭포의 옛 지명인 문폭(文瀑) 뒤에 있는 마을이라고 해서 문배마을이라 하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넓이가 2만여평인 문배마을에는 현재 9가구가 살고 있다. 문배마을은 6.25동란 때도 피해 없이 지나갈 정도로 깊은 산곡마을인데 9가구 모두가 관광객을 상대로 식당을 하고 있다.

풍수에서는 산곡(山谷)은 장풍(藏風)이 중요하고, 평야지에서는 득수(得水)가 우선이라고 하는데 이곳 문배마을은 산곡마을이다. 마을의 모양을 보면 동서로 길쭉하고 남북의 폭이 좁아서 동서로 바람길이 형성된다. 문배마을에서 가장 장풍이 좋은 곳은 북향인 음지마을이다. 남쪽의 음지마을에는 신가네, 김가네, 장씨네, 문배집이 있고, 북쪽인 양지마을에는 한씨네 큰집, 한씨네, 이씨네, 촌집, 통나무집이 있다.

남쪽 음지마을에 자리 잡은 북향집인 신가네를 방문해 양지마을에서 살지 않고 음지마을에 사는 연유를 물어보았다. 양지마을은 물이 나지 않고 바람길이 있어 겨울에는 바람이 많이 불어 살기가 어렵다고 했다. 남쪽의 음지마을은 물을 얻을 수 있고 산이 둘러있어 바람을 막아주어 오히려 음지마을이 양지마을 못지않게 살기가 좋다고 한다. 평산 신씨 35대 후손인 이들은 이곳 문배마을에서 4대째 살고 있다.

문배마을은 산꼭대기에 연못이 있고 지형은 긴 O자형으로 나룻배 모양이다. 배가 있으면 노가 있어야 하는데 좌측에 검봉산이 있고 우측에 봉화산이 있어 노의 역할을 한다. 배에 짐을 가득 실으면 떠나가야 한다. 그래서 돈을 벌면 이곳을 떠나야 한다고 한다. 이곳 사람들은 먹고살만 하지만 크게 갑부가 된 사람은 없다고 한다. 문배마을과 이웃에 있는 김유정마을에 가면 마을모양이 시루모양이라서 돈을 벌면 떠나야 한다는 전설이 내려오는데 이곳 또한 그런 전설이 있다.

▲ 문배마을 안내도, 좌측이 음지마을 우측이 양지마을

문배마을은 마을의 수구(水口: 물이 나가는 곳)가 좁게 관쇄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물이 나가는 곳에 양쪽에 돌산이 있어 한문(捍門: 수구 사이에 양쪽 산이 마주 솟은 문지기) 역할을 한다. 마을에 있는 타원모양의 연못은 생기를 가두어 주는 역할을 한다. 수구가 허할 때 연못을 조성하는데, 나룻배 모양의 연못이 있어 비보(裨補: 자연적으로 부족한 것을 인공적으로 보완하는 것)로서 좋다.

풍수지리에서 남향보다 우선은 배산입수(背山臨水)다. 문배마을은 동서로 길고 남북이 좁고 마을이 남북으로 나누어진다. 남북 사이에 골짜기가 형성된다. 양지마을은 햇볕은 좋지만 바람길에 노출되는 곳으로 택지로 적합하지 않다. 바람길에 있던 집들은 사라지고 현재 남쪽에 자리한 음지마을은 바람을 막아주는 곳에 산을 등지고 북향으로 자리를 잡았다. 북향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4대째 이어 장사가 제법 잘 된다. 산곡에서는 장풍이 중요하다고 하였는데 비록 음지마을이지만 장풍이 우선적임을 확인하게 된다.

문배마을은 샘을 파지 않고 산으로부터 흘러드는 물을 식수로 사용한다. 지금은 춘천에서 상수도가 들어 왔다. 전신주를 박지 않고 지중화로 전선을 깔았다. 배모양의 동네로서는 잘 맞는다고 본다. 서울 여의도가 배 모양인데 이곳 역시 전신주와 우물이 없었다.

문배마을은 자연현상의 오묘한 섭리와 진리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장소다. 이곳은 자연과 순응해 바람길을 피해 집을 지었다. 남향보다 중요한 것이 산곡에서는 장풍이요 지형지세와 맞아야 한다고 하였는데 우리의 조상들은 그러한 원리를 경험적으로 적용해 왔다. 순리가 중요함을 다시금 체감한다. 자연을 거스르지 말고 자연과 조화하면서 순리로 살아가는 을미년이 되기를 소원한다. 문배마을을 찾는 도시사람들이 자연의 섭리를 체득하는 현장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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