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객의 자유세상 3.0]

 

[오피니언타임스]민주주의는 일반적으로 다수결 원리로 결정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다수결로 결정할 수는 없다. 다수결로 개인의 자유, 인권, 재산권 등을 침해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를 어기고 민주주의를 표방하면서 다수결로 모든 문제를 결정하겠다는 나서는 것,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함정이다. 그런 함정에 빠지면 천민민주주의 사회가 된다. 민주주의의 허점을 악용하는 정치인들은 대중의 인기를 얻고자 사회의 이익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회의 기본 원리를 허물곤 한다.

그 결과가 바로 포퓰리즘이다. 원칙을 허물어 버리는 정책은 우리 사회의 정체성과 본질을 흔든다. 정치권이 인기에 영합하여 실행한 보편적 복지정책이야 말로 대표적인 포퓰리즘의 전형이다. 재정을 생각하지 않은 무상급식 정책은 시행 3년 만에 재원이 고갈 나 중앙정부와 지방 자치단체의 갈등을 유발했다. 부족한 교육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여름에 에어컨을 켜지 못했고, 원어민 강사 채용을 취소하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공짜 밥을 먹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교육의 본질인 교육환경과 질은 떨어졌다. 이러한 상황인데 정치인들은 무상 산후조리원에 무상 교복지급까지 하겠다며 계속 선심을 쓰려 한다.

이쯤 되면 경제가 아니라 정치가 문제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표를 얻고자 하는 인기영합적인 세력에 의해 훼손되고 있는 것이다. 그로 인해 한국 경제에는 암운이 감돈다. 중소기업적합업종에 지정된 LED 산업은 그 대표적인 포퓰리즘 정책의 예다. 세계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국내 기업들은 이 법안으로 손발이 묶여 버렸다. 그 결과 1조원 내외의 LED시장은 외국계 기업의 놀이터가 되어 버렸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해도 모자를 판에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못하게 막아버린 것이다. 국내 기업들이 투자할 기회를 빼앗고 시장을 외국기업들에게 넘겨줘 버렸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으로 나온 계열사 간 부당 내부거래도 마찬가지다. 이 정책도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기업들의 내부거래를 규제해 버렸다. 중소기업이 중견그룹으로, 중견그룹은 대그룹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계열사와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는 거래는 당연한 해야 하는 일이다. 이를 '내부거래는 문제’라는 식으로 몰아붙이며 규제한 것이다. 소니·폭스바겐·필립스 등 글로벌 기업들도 기존 계열사와의 시너지와 기술력 보안을 위한 주요 부품과 소재 그리고 물류에서 계열사 간의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정상적인 거래행위를 일감 몰아주기로 부르며 징벌적 과세를 하는 것이다. 그 결과로 정치인들은 표를 얻었을지는 모르지만 국가경제에는 어두운 그림자만 드리웠다.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은 금융시장에서도 일어난다. 금융거래는 철저히 시장에서 당사자 간의 자율적인 거래로 이루어진다. 최근 정부가 시중금리보다 1%포인트 정도 낮게 금리를 깎아주는 안심전환대출을 실시했다. 금리는 시장에서 평가한 돈의 가치이자 가격인데 정부가 개입하여 그 가격을 낮춘 것이다.

40조원 규모의 대출자금이 다 소진될 경우 은행권은 3천억 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한국은행을 동원해 금리를 보조해주는 것은 결국 국민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정부가 신용과 자기 책임성을 중시하는 금융시장에까지 관치의 범위를 넓히며 인기를 얻기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포퓰리즘 정책이 기업들의 투자를 막고 시장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며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우리 경제가 계속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겠는가? 경제는 철저히 시장의 법칙에 따라 움직일 때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고 성장한다. 이는 역사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의 대한민국 경제는 곳곳에 쌓여있는 포퓰리즘 정책에 억눌려 신음하고 있다. 핵심가치인 자유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원칙이 흔들리고 대한민국의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이 천민민주주의로 인해 경제 활력이 계속 떨어지고 시름하고 있는 것이다.

진정한 민주주의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무엇이 우선이며, 무엇이 중요한지 모른 채 함부로 원칙을 흔드는 인기영합적 정치는 천민민주주의일 뿐이다. 역사적으로 포퓰리즘은 원칙을 깨고 민주주의를 타락시키고 국가를 무너지는 원인이 되었다. 1990년대 아르헨티나가 그랬고 2000년대 그리스가 그랬다. 다음은 우리나라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민주주의에 대한 잘못된 환상에서 벗어나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세상에 공짜점심은 없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이 글은 오피니언타임스과 자유경제원(www.cfe.org) 제휴를 통해 싣는 칼럼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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